REC 01: 밤을 걷는 동안

REC 01: 밤을 걷는 동안

$15.00
Description
“모든 것에 닿을 수 있는 밤을 걷는다. 어둠을 건너면 다 그곳에 있으므로.”
밤을 걸으며 마주한 안도의 순간을 기록한 단상집이다.
어둠에 잠긴 밤에는 밝은 낮보다 나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내 생각도, 나를 둘러싼 벌레와 새들의 소리도, 나의 과거와 미래도 모두 선명하다. 그토록 선명한 시간을 기록했다. 분명히 존재한다는 감각은, 삶의 불안을 잠재워주므로. 안도하기를 바라며. 그리고 내일의 혼란을 다시, 잘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발로하는 살뜰한 복기로 물리적인 시간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반복되는 오늘에 무늬가 남는다. 그래봐야 나만 알 것이지만. 그래서 또 잊어버릴 것이지만. 기억에 대한 느낌은 스스로를 바라볼 때의 기분을 좌우하니, 나에게 내가 반갑기를 바라고 나에게 내가 지겹지 않기를 바란다.”
“괜찮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걸었다. 비슷한 길을 빙글빙글. 밤의 무늬는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될 수 있어서 그리 지겹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면 잊고 있었지만 잃어버려선 안 될 것들을 이웃처럼 마주할 수 있었다. 반가움과 안도를 오가는 밤이었다.”
“REC 01: 밤을 걷는 동안”은 퓽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REC 시리즈의 첫번째 사운드 단상집이다. 다양한 녹음매체의 특성을 모티브로 출판물에 시간과 공간을 담는 것이 이 시리즈의 목적이다. 그 첫 테마는 밤산책으로 지면 곳곳에 산책의 소리와 풍경을 배치해 독자의 밤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나긋나긋한 보컬과 느긋한 템포로 이루어진 음악 역시 이 책의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는 요인이다. 머물고 싶은 공간을 발견한다면 작은 책에서도 얼마든지 머물며 자신의 생각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산책은 언제나 가는 길과 돌아가는 길이 있는 것처럼, 책도 카세트 테이프를 모티브로 하여 Side A와 Side B로 이루어져 있다. 지면에 발을 들인 독자는 그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돌아오기도, 또 슬며시 앉아서 기다리기도 할 것이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읽는 이도 짧은 산책의 시간을 걸을 수 있길 바란다.
저자

민주

저자:민주
글을쓰다종종소리를가지고노는에디터,디자이너.정체성의혼란을즐기며,그사이의쉼표를기록한다.

목차

SideA-1
SideB-80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나는밤에의해만들어진신화속인물처럼어둠에의해정화되고,역사속인물처럼묘한계책을펼쳤으며,루틴을중요시하는현대인들처럼건강해졌고,콘텐츠를만드는여느사람들처럼영감을얻었다.이제이렇게만들어진것들은얼핏보면비슷하고자세히보면정체가다를것이다.마치어둠속의저것처럼흔하고흔하여.
p.13

어둡고축축한데,두꺼비가죽어있다.두꺼비가죽어있다.아까내발밑에도무언가가뭉클하고걸렸는데,두꺼비가죽어있었을까.온동네가어둡고축축해서,내가걷는발끝마다목숨을잃은두꺼비가있는듯하다.울지도않고조용히뭉클하게.기억처럼쥐죽은듯이곳곳에.그래도어쩔수없음에멈추지않기위해서는마저걸어야한다.설령온동네의두꺼비를다밟더라도.
p.23

오늘도나는어둠의주머니속에있다.이안에있는것들은이제더는형태를유지하기위해애를쓸필요가없다.
사라지는기쁨/p.29

저멀리에서다가오는정체모를검은벽은,정작집어삼켜지고나면그저푸르고차분하게가야할길로뻗어있다.수많은한발이필요할뿐이었다.
p.53

밤은그저밤인것처럼세상엔어찌할수없는것도있다.그러니시간을걷는다.어쩔수있을때까지는아니고,그래도괜찮을때까지.도무지어찌할수없어도,괜찮을때까지.
p.67

누군가의마음을이해해보려고나왔는데,밤속에당신은없었다.이해하고싶은내마음만가득했을뿐.
p.93

그래서종종내가걱정스럽다.외로워도좋다며모든걸거스르고,흥미롭게보이는시간에만살고싶어질까봐.새와곤충들처럼때에맞춰서밤을거닐수있어야할텐데,미련과욕심이남아낮을살고싶을까봐.흔한것은지루하다며그아름다움을느낄줄모르고,모든걸혼자만들어가며계절과시간을정해살아가고싶어질까봐.
p.125

어둠속을걷다보니뒷골이시큰시큰아프다.어디에닿으려고목을그렇게뺐는지모르겠다.모든것이보일거같은낮에도날못봐서목을매고있었는지,모든것이흐릿해진밤에야내가대롱대롱목을달고다녔다는걸안다.비로소고개를드니내가있는밤이다.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