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운의 무게, 그리고 꿈

흰 가운의 무게, 그리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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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승준 시인의 프롤로그

나는 평생
환자 차트만 쓸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날,
생각이 문장이 되었고
마음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가운 속에 감춰두었던
작은 이야기들이
내 안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거창한 문학은 아니다.
그저 살아낸 시간,
버텨온 마음.

이제,
그 무게만큼
조심스레 펼쳐본다.
내 안의 시간들을
저자

신승준

경남거창에서태어나자연과사람의결을느끼며자랐다.
부산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정형외과전문의가되었으며
현재는정원정형외과의원원장으로일하고있다.
의사의길을걷는한편,
삶의통증과회복을시의언어로기록해왔다.
이시집은그의첫번째시집이다.

목차

[1부]아픔과같이한시간들
1.흰가운의꿈
2.의사의시작
3.수술실에서
4.첫수술
5.퇴행성관절염
6.디스크(추간판탈출증)
7.DOA(도착시사망)
8.고통과시련
9.죽음
10.놓아주는용기
11.고통은이름을잃는다

[2부]입안에머문순간들
12.녹차한잔
13.매화꽃차
14.세번우린차
15.에스프레소
16.폭탄주
17.행복
18.행복저장소
19.향수

[3부]봄의숨결을따라
20.정월대보름달
21.매화앞에서
22.매유사귀(梅有四貴)
23.봄을그리다
24.봄의색
25.봄나물
26.4월에는춤을추자
27.월광소나타
28.꽃다발
29.베롱나무꽃,백일홍

[4부]사랑이라는풍경
30.보고싶은얼굴
31.좋은만남
32.친구
33.여보
34.당신
35.붉은빛그대
36.짧은머리,긴마음
37.어머니
38.그때는몰랐겠죠

[5부]조용히마음을거닐다
39.공(空)
40.나를본다
41.싸구려
42.마음다듬기
43.그림자
44.방황
45.무념무상
46.표현
47.허리띠
48.고목
49.천차만별의삶
50.군계일학(群鷄一鶴)
51.깨어있는항해
52.슬픔은무생명이아니다
53.눈을감고누워

출판사 서평

신승준은의사이다.그것도외재적상처와아픔을치료하는정형외과의사이다.고래로양·한방가릴것없이의학은철학·문학·미술·음악등과함께‘art(예술)’의한분야였다.다시말하자면병이나상처를고치는단순한기술(medicaltechnique)에국한시키지않고예술의한방편으로인식했던것이다.그래서인지그의첫시집도기술보다는예술에가깝다.
표제‘흰가운의무게,그리고꿈’은그가생업으로삼게된의사로서의무게에짓눌리고짓눌리면서도의사로서첫걸음을내딛을때외쳤던히포크라테스선서의꿈뿐만이아니라생활인으로서품었던꿈을실현할것을끝없이희구한다.공식상으로기술해보면무게=꿈또는무게-〉꿈으로전개되는데,이는일종의갈망승화과정이다.제1부‘아픔과같이한시간들’편에실린「흰가운의꿈」’과「의사의시작」’은좌절을딛고일어서려는그만의대표적인몸부림이다.
부제(部題)처럼‘아픔과같이한시간들’은그의일상이된지오래되었다.하지절단술을했던첫수술,반복되어온수술실에서의사투,죽을만큼아프고나야죽게되는퇴행성관절염,사망한채구급차에실려온DOA(DeathOnArrival),극복하기어려운환자의고통과시련,그리고허다한죽음...마침내그가남긴일성은「놓아주는용기」였다.

죽음에다다르게만든가해자일수도있는의사로서‘놓아주는용기’를이야기하는것은또다른용기다.떠나는자에겐생의끝은종말이아니라고통의굴레를벗어나는새로운시작이라고,그러니이제아무고통없는따뜻한빛으로나아가라고,그러면서남은자에겐망자와의인연,곧억지로이어지고기계에묶였던관계를털어내라고조언한다.‘억지’가내재된심적인관계성이라면‘기계’는드러난물적인관계성이다.‘사랑이란/때로는놓아주는것.눈물로묶지않고/기도로풀어주는것’.클라이맥스에해당하는이시구는철인(哲人)의금언같다.시구에담긴교훈은명징하다.떠나간영혼에게보내는위무로는남은자의눈물따윈소용없다는것이다.기도만이놓아줌이요,고요한귀환이요,고통에서의해방이된다.죽은영혼은마음으로만교감하기때문이다.어쨌든놓아주는용기는남은자의몫이다.숱하게죽음을목격해온의사로서망자의영혼을달래주면서도유족의아픔을어루만져주는,인술의확장된범위를몸소보여주는,참으로가슴따뜻한시다.-신완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