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청년 저쩔 공정 : 정치적인 ‘나’들의 이야기

어쩔 청년 저쩔 공정 : 정치적인 ‘나’들의 이야기

$18.00
Description
청년세대가 바라본
한국 사회 속 ‘청년’과 ‘공정’
‘한국 청년의 삶, 마음, 꿈’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1.8%는 한국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모든 영역이 불공정하다는 ‘전반적 부정 평가’를 내렸다. 또한, 국민일보가 글로벌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MZ세대 3명 중 2명은 “한국 사회가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렇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정성이 무너졌다고 느끼는 사회에서는 진보와 혁신이 더디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에서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공정’ 담론에 관해 분석하고, 본인들의 경험을 풀어간다.
1부의 글들은 2022년 1월 고려대학교 정치연구소가 〈불안(Insecurity): 청년세대가 바라본 한국 사회〉라는 주제로 진행한 에세이 공모전의 결과물이다. 청년들 스스로 자신들이 살아가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공모전이 기획되었고,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투고되었다. 심사자들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네 편의 글들이 1부에 실렸고, 모두 ‘공정’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2부의 글들은 저자들 각각의 개인적인 경험, 고민, 관심사 등을 담은 글들이지만, 사회과학적인 문제의식을 담아 전개된다. ‘정치적인 반오십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네 편의 글들을 묶었다. ‘청년’과 ‘공정’에 관해 세상의 일부분을 이야기했을 뿐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마음에 와닿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공정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자.

저자

김민준,김소영,엄준희,조성빈

고려대학교에서정치학을공부하고2022년에수료했다.학보사기자로활동했으며현재는취업준비생이다.이나이대즈음누구나그렇듯한껏불안해하고있다.책에실린에세이의주제의식은이런일상의반영이다.정치와영화를경유한두편의글이분열과공존을이야기하는것은어쩌면당연한일이었을지도모른다.

목차

머리말-4

1부.‘공정’들
인간으로서의존엄과가치를가지며(엄준희)-12
20대남자는정말능력주의를지지하는가?(김민준)-45
누구를위한공정인가?:‘진정한능력주의’의허상(김소영)-67
이분법적젠더론의관점에서바라본청년세대의불안:내러티브기법을활용해들여다본청년들의설움(조성빈)-87

2부.정치적인반오십의이야기
명씨네를아십니까(김민준)-122
대학생입니다.그런데정치학을전공하고있습니다(김소영)-143
졸업해도될까요(엄준희)-161
성빈의함박웃음일상(조성빈)-192

참고문헌-215
저자소개-228

출판사 서평

청년들은자신들이살아가는
한국사회를어떻게바라보고있는가!

이책은사회과학을공부하는네명의청년들이쓴‘공정’담론에관한분석과한국사회를살아가는이들의경험을담을글들을모은것이다.총2부,8편의글들로묶여있다.1장은구조적문제와변화를둘러싼사회적대화의가능성을사전에차단해온현‘공정’담론의한계와게임의은유를다룬후,그같은사회의식이불안의지속에기여함을짚는다.2장은표상으로서의이준석,이념으로서의능력주의,코호트로서의20대남성에주목한다.3장은청년들의공정성담론이‘누가바라는공정인가?’라는질문을던진다.4장은‘공정’담론의이면에청년들이서로를미워하고결합하지못하는현실이있음에주목하고,그이유가무엇인지탐색한다.

2부의글들은조금더개인적이다.5장은팬데믹이후와해하는일상적인것들에주목한다.6장은대학에서정치학을전공하는탓에숱하게받아왔던질문인‘한국정치를어떻게생각하는가?’에대해답변한다.7장은졸업을앞두고펼쳐본새내기의삼월첫과제에서출발해대학생활의이야기를찬찬히펼쳐보인다.8장은가상의‘성빈’이라는인물을통해20대성인남성이겪을수있는,그러나감추어질가능성또한높은이야기를기술했다.‘공정’에관한질문을던지는이책을통해청년세대의고민을들어보고,한국사회의문제와현상을이해하는새로운시각을갖는기회로삼아보자.

책속에서

의문이다.진정능력주의는20대남성의정치적입장을충실히반영하는가치인가.능력주의는구조적으로사회적약자에대한불평등을낳는다.그런데20대남성은다른세대의남성보다약자에대한감수성이예민하다.가부장제가여성의사회활동에부정적영향을미친다는것을분명히알고있으며,사회적안정망및복지제도에대한요구도높다.다른세대남성도아닌20대남성이능력주의를지지하는것은어딘가부정교합처럼느껴진다.

이글에서는부정교합의이유를찾으려한다.과연시의적절하냐,비판할수있다.대선과지방선거를겪으면서이준석,박지현등대표적인청년정치인들이퇴장했다.청년의제도같이사그라지고있다.나쁘지않다고본다.지난대선에서는청년층중심의공정담론이과잉대표되고있다는인상이짙었던반면,사회의다양한균열을반영하기위한정치적노력은부재했다.실체없는청년이노동자,학생,취업준비생,창업자등다양한형태로실재하는청년을집어삼켰다.

하지만역설적으로다시공정담론에주목할때다.정치적갈등을미답으로남겨두는것은언제든점화할수있게방치하겠다는의미다.지역주의라는망령이선거철마다한반도일대를떠돌듯,청년을강제소환하는정치가선거국면을배회하게둘수는없다.가장이상적인출구는문제를외면하지않고새로운대안을제시하는것아니겠나.그래서공정을다시이야기하고자한다.그리고일시적인봉합을넘어새로운정치환경을조성하는방안으로서‘역량(capabilities)접근’을생각해본다.
-pp.46~47

한국사회청년세대의불안은단순한‘불안’의감정뿐아니라,좌절과분노로점철되어있다.특히사회에의해정의되는‘청년’들은끼인세대로경제적어려움을겪으며자신의처지에대한불안을표하고있다.경제적어려움을바탕으로한청년세대의불안은,이를넘어세대간갈등과젠더갈등,소수자를향한혐오로이어지고있다.자신들이마땅히차지해야할자리를능력이부족한어떤이들로채워지고있다는오해속,청년세대는방황한다.그러나청년세대에서발생하는폐단과오해를청년각자의탓으로돌릴수는없다.이는제도의문제이고,사회의문제이며,우리현실정치의문제다.청년들에게는많은것들이요구되는바,윗세대에서는청년들의무게감에대해역설하고,아랫세대에서는청년들을일종의‘어른’으로파악하며그들을보며성장한다.한편현실정치속에서정치인들은청년들의표심을얻기위해각종공약을내놓고,이를지키지않음으로써현실정치로부터청년들의눈을돌리게한다.또는이를지키더라도청년들이원하지않는방향으로교묘하게왜곡해정책을결정함으로써,청년들을속이며자신의지역구의표심을얻으려한다.이런정치적현실속에서자신을지탱해줄무언가가없다는불안,그감정은좌절과분노로발현되고,특히분노는자신과비교가능하다고판단하는대상에게향한다.비교가능성의측면에서과거의영광과현재의불행을대비하며드러나는세대갈등,다른성별과의차이및차별이가시화되며나타나는젠더갈등등이그예라하겠다.-p.88

여성혐오는현재까지내가가장직접적으로체감하는대표적인구조적혐오다.비록약23년의짧은인생을살았지만,여성이기때문에겪었던일들이많다.기분이좋았거나이득이되는일들은아니었다.이글의서두에등장했던정치외교학과에입학하게된사실을할머니께알리는상황에서,‘데모’에대한걱정다음으로들은이야기는“정외과?그것도여자가…”였다.상처가되는말이었고,내가손녀가아니라손자였다면반응이달랐을까싶었다.그래도할머니가살아오신세상은‘여자가정치하는’시대는아니었으니,충분히이러한반응이나올수있다고생각했다.다만어머니와친척어른께서“정외과에는너처럼워낙기센여자애들이많아서남자들이기를못펴겠다”라고말씀하셨을때는적잖게충격을받았다.여학생들이워낙야무지다는칭찬이었다고말씀하셨지만,그칭찬이남학생들이“기를펴지못하는것”의걱정으로이어진다는것은,‘나는아무리뛰어나도결국남성의앞길을막지않을정도의여성이어야한다는거야?’라는생각을불러일으키기에충분했다.이런사고방식은옳지못하다고따지는나에게어른들께서는농담도못하냐고하셨지만,농담은듣는사람이기분이좋아야농담이다.이는기분이나쁜정도를넘어서서능력있는여성에대한이사회의평가방식을노골적으로드러내는발언이었기에,스스로의미래가걱정되기시작했다.
-p.146

이름하여학생증사태.장소는그의집앞카페다.때는커피한잔과그냥저냥간만의여유시간을만끽하고있던날.언제들어왔는지모를커플하나가느닷없이앞에오래서있더랬다.삼초,사초,일상생활의상호작용규범위반정도가차츰심각해지자웬일인가싶었다.올려다보며말씀하시라는무언의신호를보냈다.그랬더니곧바로돌아온것이무엇인가하면,다름아닌학생증두개였다는것이다.저희고대생인데요,자리비켜주실수있을까요.

위반실험의한장면으로서가아니고서야그려보기만도어려운일이다.“암행어사출두요”하고마패를떡들이밀면,삽시간에좌중이술렁이고카메라가돌며꽃비가내리고어이쿠지체높은분납셨다며홍해갈라지듯길터주는그런전개를기대한것일까.한술더기막히게뜨는코너가남았다.어리둥절한마음을붙잡은지인이그보다‘높은’곳이라인식되는대학의학생증을주섬주섬꺼내보이자“죄송합니다”하며잽싸게사라졌다는것이다.하나,둘,셋,카드를탁까면누구누구숫자가더큰가결판나듯이되어버렸다.웃기지만슬프다는말이이보다알맞을때가없다.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