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황금시대를이끌었던조사선의본래모습을되살리기위해매진해온무심선원김태완선원장의《선(禪)으로읽는대승찬》이도서출판침묵의향기에서출간되었다.2008년에초판발행한책을제본변경하여재출간했다.
대승불교의핵심을노래하는대승찬,
곧바로가리키는직지인심(直指人心)의설법
선종에서〈신심명〉과더불어가장많이음미된게송인<대승찬>을무심선원김태완선원장이선(禪)의핵심을곧장가리키는언어로설법했다.<대승찬>은지공화상이지어서양나라무제에게바친게송이다.고구려의왕이지공화상의명성을듣고사신을보내은으로만든모자를바쳤다고한다.
대승찬(大乘讚)은‘대승을찬탄한다’는뜻으로서,그제목에걸맞게불이중도(不二中道)인대승불교의가르침을간결하면서도설득력있게노래한다.선종은대승불교를가장접근하기쉽게발전시킨것이며가장쉽고빠른깨달음의길을제시하고있는데,대승찬에도그러한선종의특징이잘드러나있다.
《선으로읽는대승찬》은17개의법문으로이루어져있으며,법문에앞서<대승찬>원문을충분히음미하도록97수전문과김태완선원장의엄밀한번역을수록했다.독자의이해를돕도록대승찬에관해소개하는말을덧붙였다.
중국조사선의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고실제공부체험을바탕으로부산무심선원에서수행자들을지도하고있는김태완선원장의설법은직지인심(直指人心)이라는선불교의정신에충실하게곧바로마음을가리킨다.여러가지모양으로다양하게도를가리키지만,언제나바로이것,지금여기에초점을두고있는까닭에쉽게읽히면서도저절로도에몰입되게한다.선의핵심을쉽고명쾌하게보여주고있어,선(禪)공부를하는독자에게는훌륭한지침서가될것이다.
도(道)는늘눈앞에있다
그것은지금여기에서경험하는마음이다
“큰도(道)는늘눈앞에있다.”
대승찬의첫수는이렇게시작한다.구도자는도(道)를구하는사람이다.그런데도를찾으려면먼저도가무엇인지를정확히알아야한다.도가무엇인지를잘모르면,엉뚱한데서헤매며허송세월할수있기때문이다.도란무엇인가?
“큰도(道)는곧마음입니다.마음은눈앞에있습니다.아니,마음이곧눈앞입니다.눈앞이라는것은우리의육체적인눈앞은아닙니다.눈을뜨는것이눈앞이고,눈을감는것이눈앞이고,보는것이눈앞이고,듣는것이눈앞이고,느끼는것이눈앞이고,생각하는것이눈앞입니다.그래서‘마음이일어나면온갖것이일어나고,마음이사라지면온갖것이사라진다.’고하는것입니다.”(33쪽)
지은이에따르면,구도자들이찾으려하는도(道)란눈앞이고마음이다.평상심이곧도이며이마음이곧부처라는마조선사의말씀과상통하는이단순한말에바로선(禪)의요체가담겨있다.구도자들이염원하는도란지금여기에서경험하는마음이며내존재라는것이다.그러니그것은어디가서따로찾을수있는것이아니며,사실은순간순간늘경험하는것이다.
그런데왜도(道)를보기가어려운가?
분별심을따라가지말고곧장보아야한다
“눈앞에있지만보기는어렵다.”
도는늘눈앞에있다고말한대승찬의첫수는이렇게이어진다.
도(道)는늘눈앞에즉지금여기에있는데,왜도를보기가어려운가?지은이에따르면,그것은모습을좇아가고,분별하는생각을따라가는습관때문이다.이른바분별심때문인것이다.따라서눈앞의도를보려면모습을따라가지않고분별심에의지하지않으며,선지식이가리키는것을곧장봐야한다.
“모습에끄달리는습관때문에도를보기는어렵지만,도는반드시볼수있습니다.늘한결같이이자리에있기때문에마음만먹으면얼마든지볼수있습니다.지금한번보세요!생각도바뀌고모습도바뀌고시간도바뀌고있지만,그바뀌는순간은항상이순간입니다.시계의숫자판을분별해보고있으면시계초침이한칸한칸지나가는순간순간이바뀌어가지만,초침하나만보고있으면한칸한칸지나가는순간순간이변함없는바로지금이순간입니다.그저바로앞에있는이순간그대로일뿐,변하는것이없어요.”(35쪽)
‘살아있다,죽는다,행복하다,불행하다,즐겁다,슬프다,여기다,저기다,너다,나다’와같은분별된모습에속지않고,변함없는지금이순간,바로이마음을확인하면어떻게될까?
“오직이것(손가락을들어보임)하나뿐이라는사실이너무나분명하여조금의의심도생기지않습니다.이(손가락을들어보임)진실하나밖에없어요.이(손가락을들어보임)진실에통해버리면더이상아무것도궁금하지않고아무것도찾고자하지않게됩니다.헐떡이던마음이저절로쉬어져버리죠.”(305쪽)
지은이는책의전반에걸쳐분별심에의지하는습관을버리고지금여기에있는도에저절로몰입되도록다양한방식으로상세히안내한다.
책속에서
모습에끄달리는습관때문에도를보기는어렵지만,도는반드시볼수있습니다.늘한결같이이자리에있기때문에마음만먹으면얼마든지볼수있습니다.지금한번보세요!생각도바뀌고모습도바뀌고시간도바뀌고있지만,그바뀌는순간은항상이순간입니다.(35쪽)
도(道)를깨닫는다는것은깨어서알아차리는것입니다.도를알아차리려하면지금눈앞에서벌어지고있는여러가지흘러가는인연을없애려고해서는안됩니다.이것들하나하나가전부도를드러내고있는겁니다.내가여기에존재하고있다는것은바로보고,듣고,생각하는활동을하고있다는것입니다.언제나경험하고있는이보고,듣고,생각하는활동에마음이드러나있습니다.도를여기에서확인하는것이죠.일상적으로보고,듣고,생각하는이것이도이지이것을떠나서달리도가있는것이아닙니다.(37쪽)
마음공부라고하면흔히시끄럽게일어나는번뇌를가라앉혀서고요하게하는것이라고생각하기쉽습니다.그러나우리마음은가라앉지않습니다.하나를가라앉히면둘이일어나고,둘을가라앉히면셋이일어나는게마음입니다.그것을완전히가라앉히는유일한길은마음을번뇌와고요함으로나누어보지않는것입니다.시끄러움과고요함을따지지않는겁니다.그렇게하려면마음의한결같은본래모습을보아야하는겁니다.땅이높아도땅이고낮아도땅이듯이,번뇌도마음이요,고요함도마음인것입니다.다를바없이한결같은것을보아야하는것입니다.이것이바로마음공부입니다.(70~71쪽)
언제든지자기자신한테가장직접적으로진실하고확실한것,말과생각속에서진실한것이아니라,실제있는것으로서,절대거부할수없고,결코부정할수없는,가장진실한이것(손가락하나를대중들의눈앞에들어보임)입니다.이것하나가분명하면우리는항상현재이순간여기에살아있습니다.이순간눈앞이모든시간이요,모든공간이요,전체입니다.모자람이없고,기다릴대상이없어요.모든허위를버리고가장진실한이것(손가락하나를대중들의눈앞에들어보임)하나뿐인것이바로마음공부입니다.(74쪽)
원래하나의마음이스스로움직이고있을뿐인데,이마음의움직임에의해서나타나는갖가지모습을보고서이것과저것을나누어이것은좋고저것은나쁘다고하는겁니다.……보통우리는이런물결은‘번뇌’고,저런물결은‘보리’라고하면서‘번뇌’를버리고‘보리’를추구합니다.그리하여‘이런’모양의물결은일으키고‘저런’모양의물결은일으키지말자고합니다.그렇지만물결은다만물일뿐,본래헛것입니다.‘이런’모양의물결이든‘저런’모양의물결이든물결을보고있는동안에는허망한거예요.모든물결은물일뿐이므로,진실은‘번뇌’라는물결이있고,‘보리’라는물결이있는것이아니라물이있을뿐입니다.진실은‘번뇌’가따로있고‘보리’가따로있는것이아닙니다.(158~159쪽)
공부를열심히해놓고보면번뇌도없고해탈도없어요.번뇌도없고해탈도없는것이부처고,번뇌도있고해탈도있는것이중생입니다.중생은열심히공부해서깨달으려고하고,부처는공부할것도깨달을것도없습니다.본래깨달을것도없고공부할것도없는자리입니다.자기스스로망상만안일으키면아무문제가없는데스스로망상을일으키고있는겁니다.망상분별하니까번뇌도있고해탈도있는거예요.망상분별하지않으면번뇌도없고해탈도없습니다.(239쪽)
공부란것은간단한문제입니다.전혀어려운게아니에요.수행이란이름으로오랫동안자지도않고배고픈것도참아가면서고통스럽게억지로무엇을추구하는것은공부가아닙니다.공부란이름으로자신을괴롭히지말아야합니다.공부를하면행복해져야지,괴롭다면왜공부를하겠어요?(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