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19.80
저자

임성순

2010년장편소설『컨설턴트』로제6회세계문학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소설집,『회랑을배회하는양떼와그포식자들』,『환영의방주』,장편소설『문근영은위험해』,『극해』,『자기개발의정석』,『우로보르스』,산문집『잉여롭게쓸데없게』등이있다.꾸준히작품활동을하며,2018년젊은작가상,2019년SF어워드대상을수상했다.대학시절영화「친구」의곽경택감독의영향으로연출부생활을하며시나리오작업에참여했고,영화「담보」,「공조2」에서각본을담당했으며,현재도영화,드라마시나리오작업에참여하고있다.독특한상상력과능숙한스토리텔링,새로운소재와주제로매작품마다화제를모으고있다.

목차

프롤로그:시작의시작

Part1:쓸데없고의미없는여행은없습니다.
한가한여행이될거라했잖아요
모험은하지않습니다
저는설국열차체질이었습니다
드디어사람사는곳!
새도시엔별을보러가는겁니다.
19세기러시아미술에대한단상
개혁은왜그토록어려운가?
그러고보니오토바이여행이었던것같네요

Part2:제게도여행의목적이있었네요
밀린숙제의시작
어쩌다비와함께달리게된걸까요?
한랭전선과한판승부
방심은금물
막혔든망했든여행은계속됩니다

Part3:결코한가하지않은여행
햇살이최고
적립하신업보포인트를돌려드립니다
젊은이를위한나라는없는걸까?
과거,미래,혹은현재의도시
사랑스러운도시류블랴나
사람은쉽게바뀌지않죠.암요!
미끄러지다
비현실적으로아름다운
정말쉬었습니다.
못고친다고요?
아름답고도쓸쓸한두브로브니크
안녕크로아티아
쇠락한폐허의도시에서
이도시는여전히발굴중
운없는도둑들
다시비를맞으며
대성당이왜이렇게생겼나고요?
세계는정말평평한가?
폭풍속의라이더
현실이아닌줄알았던리얼리티
뜻밖의재난과뜻밖의도움
익숙해졌거나지쳤거나
오토바이여행의끝?
자연에대한모방
그래,나놀러왔던거야
불길한예감은늘적중하는법

Part4:반갑다,파리
파리에서도혼자입니다
패키지여행만세!
『레미제라블』은왜『레미제라블』인가?

에필로그:어쨌든모든여행은끝납니다

출판사 서평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에서프랑스노르망디까지,
3개월에걸친유럽횡단여행기

동해에서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를거쳐시베리아를횡단해모스크바로,그리고그곳에서본격적으로오토바이여행.저자는배,시베리아횡단열차,비행기로이동하며12개국1만1,000킬로미터에달하는거리를3개월에걸쳐달린다.
종일장대비속에서독일의아우토반을내달리고,크로아티아플라트비체국립공원으로가다길을잃고미끄러지기도하지만,선명하고아름다운그풍경들속에서작가는‘세상이실존하며,내가살아있구나’라는것을강하게느낀다.혼자상상하고글쓰며존재하지않는인물들속에섞여살아온소설가에게실재하는세상의아름다움을만끽하게해준그순간들은어쩌면현실속에실재하는자기자신을확인하는순간이었을것이다.

계획하거나의도치않기에
더리얼하고생생하게다가온유럽의살결들

작품마다독특한소재로일상을바라보는저자의시선은여행지를바라보는모습에서도확연히느껴진다.계획없이,다소충동적이기까지한여행은때로힘겨워보이기도하지만,그덕분에독자들은여행지의내밀한속내를더깊이느낄수있다.일정에따라쫓기듯떠나는여행이아니라발길닫는대로내달리는이여행은독자들에게해방감과자유로움을선사한다.작가는비록비에흠뻑젖어추위에떨며달리기일쑤고,쉼없이달려드는벌레떼를견뎌야하지만,그럼에도여행을떠나길잘했다고말한다.일상이무채색으로탈색돼가도괜찮다고,아무문제없다고여기던작가가스스로를집에서내쫓으며시작된이여행에동참하길권한다.여행지에서뿐만아니라일상에서도삶의찬란한순간들을발견할힘을얻게될것이다.

책속에서

“나라고할것없는텅빈나날이었지만그조차큰문제로여겨지진않았습니다.삶에는각자의방식이있고,답은정해진게아니니까요.아마피하지못할결말인고독사하게될그날까지별일없이이렇게계속글만쓰며살아갈수있을것같았습니다.아주기꺼이말이죠.그리고그것이문제였습니다.별문제없다생각하는바로그지점이말이죠.그게어째서문제냐고요?이유는저도모르겠습니다.그래서저는일단저를집에서쫓아내기로마음먹었습니다.여행이라는이름을붙여서말이죠.”
---p.11

“라이브중간에광석이형은이런저런이야기를했는데,그중오토바이여행에관한이야기도했습니다.마흔살이넘으면아마도할리데이비슨으로추정되는오토바이를사서세계여행을떠나고싶다는내용이었죠.그생각이떠오르자‘아아,이건밀린숙제같은거구나’싶습니다.그렇게스스로도납득하지못했던여행방식에비로소수긍하게됐죠.그러자목표가분명해졌습니다.‘눈이와서길이막히기전에알프스넘기.’이제곧시월,알프스에눈이내리면제가달리려는간선도로나옛길은모두통제됩니다.유럽은아직따뜻하지만좋지않은조짐이있었습니다.모스크바에머물러있던찬공기가저의남하에맞춰따라내려오고있는것이죠.그래서오늘비를세차례나맞은겁니다.하지만이때는몰랐습니다.그게뭘의미하는지말이죠.”
---p.73

“저는오토바이를몰고고타드옛길로들어갔습니다.첫눈과서리를맞아하얗게빛나는길바닥의돌들은마치흰성벽같았고,그런하얀색길이청록색의차가운호수를끼고고지로쭉이어져있었습니다.돌과눈으로이뤄진고지를둘러싼봉우리들은차갑고선명하게빛났고,그모습이너무아름다워서조금쯤슬펐습니다.어떤경외심이이내제안으로흘러들어와그어느때보다선명하게‘세상이실존하며,내가살아있구나’하는느낌이들었습니다.그러나나라는존재를압도하는그명징한아름다움앞에저는그저넋놓고달리는수밖에없었습니다.아마도흔히‘숭고미’라부르는그런종류의압도적인아름다움이었겠죠.”
---p.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