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16.80
Description
“할 수만 있다면 나의 시간을 잘라 김신지 작가에게 선물하고 싶다.
이토록 좋은 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내 시간 따위는 조금도 아깝지 않다.” - 김민철 작가
《평일도 인생이니까》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통해 평범한 일상의 특별한 목격자로 사는 법을 노래했던 작가 김신지가, 이번에는 마음속 깊은 호주머니에서 ‘시간’이란 낱말을 꺼내 들었다. 언제부턴가 자신이 “나중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음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빠서 나빠지는 사람’이 되고 있음을 알아챈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시간’뿐임을 깨닫는다.

“산다는 건 용기다. 계속해서 내게 맞는 것을 찾고, 나를 웃게 만들 미래를 선택할 용기.”

원하는 삶으로 건너가기 위해선 손안의 것들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안정적인 일상에 저 스스로 균열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쓰지 않은 용기를 노처럼 붙잡고 꿈꾸던 시간을 향해 힘껏 뱃머리를 돌린다. 이 책은 그렇게 닿은 뭍에서 마침내 만난 것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 고백록이다. 애쓰지 않아도 절로 느껴지는 계절의 오고 감, 조금 더 다정해진 엄마와의 통화, 알람 없이 일어나는 아침, 버스에서 앉아 가려고 우르르 뛰는 사람들을 씩 웃으며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넓이……. 시간을 얻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원하던 삶으로 걸어 들어가 원하던 자신이 되어갔다.

성장통을 겪어서일까. 이번 책에서 김신지라는 세계는 “이토록 좋은 글”이라는 김민철 작가의 극찬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한층 더 짙어지고 깊어졌다. ‘삶은 열린 결말’이므로 ‘어디든 갈 수 있어. 무엇이든 될 수 있어’라 말하는 그가 작가로서 보여줄 무한한 가능성을 더욱 신뢰하게 되는 이유다.

저자

김신지

‘내가쓴시간이곧나’라는생각으로걷고쓰고마시는사람.잡지에디터로일을시작해[PAPER][AROUND][대학내일]등에글을쓰고트렌드미디어‘캐릿Careet’을운영하다가시간이필요하다고중얼거리며회사밖으로나왔다.이제야하루가내것이되었다는안도속에서‘살고싶은바로그시간’을사는연습을하는중.가장좋아하는것은여행지에서마시는모닝맥주.지은책으로는《기록...

목차

프롤로그_아직쓰지않은용기

1부:쉬운미움대신어려운사랑을
-I에게쓰는편지
-그런게사람이죠
-쓰게하는장면들
-아무런셈도없이돕는사람
-반딧불을만나러가는밤
-그렇게되면낭만이없지!
-지금선자리가최선을다한자리
-사소함의목격자
-어쩌면오늘이오래도록기억에남겠지
-‘멍문가’의작은세계
-이야기를기다리는사람
-꿈에서도시간이없는거야
-여러번첫눈에반했던집에서
-인숙씨가살면서가장아낀것

2부:삶이결국우리가쓴시간이라면
-오늘하루가다내것이었으면
-다른삶이가능하다는희망
-나만의퇴킷리스트
-안망했어요,우리좋은실패들을해요
-마침내,여백있는하루
-부족해서계속되는세계
-거기까지가나예요
-매일의동그란산책
-사는일을소분하다보면
-오늘이란계절속에있는것들
-여기정말좋다,그런말이좋다
-우리가선을넘을때생기는일
-거기가나의집이야
-내일을향한화살표
-어디든갈수있어무엇이든될수있어

인용도서

출판사 서평

“괴로운것을피해뒷걸음치는인생말고,
좋은것을향해한걸음이라도내딛는삶을살고싶어서.”
삶의다른가능성을찾아나선이의따사로운성장에세이

그날도여느날과다를바없는아침이었다.거실창을열고잠시바깥풍경을바라보는데,유독평범한장면에조금더오래눈길이머물렀다.이제그만출근준비를해야한다는자각이들었을때,문득문장하나가풍선처럼부풀어마음을꽉채웠다.
“아,오늘하루가다내것이었으면…….”
잠깐.좀이상하지않은가.내앞에놓인이하루가나의것이아니라면,대체누구의것이란말인지.

회사에다니는틈틈이자기시간을갖고일상을소중히꾸려가던작가는언제부턴가뜻대로쓸수있는시간이턱없이줄어들면서“시간이있었으면좋겠다”는말을입버릇처럼하게되었다.
“혼자가된밤이면일기장여백에틈틈이‘진짜가지고싶은시간’에대해적어보곤했다.(…)그런물음을떠올리는것만으로덜쓴희망을발견한사람처럼조용히기뻐졌다.”
“다들이렇게살아”의‘다들’은무사한건지자주궁금해질무렵,그는마침내더는이렇게살수없다고생각했다.그리고결심했다.‘시간이있는삶’으로건너가기로.그러기위해서는당연히포기해야할것도있었다.깊은고민끝에회사를그만두고,휴가를떠나는길.일걱정없이떠나는여행이얼마만인지모르겠다며감격하는그에게남편강은말한다.“그게다지금껏열심히일한동생덕분인줄알아.”그러니까,‘과거의나’는동생이고‘미래의나’는언니인데,스물여섯부터쉬지않고일해온동생에게지금의삶을빚진것이라는얘기다.그는여태애써준동생에게고마워하는맘으로,미래에서기다릴언니를생각하는맘으로,이제좋아하는일을하면서더많이사랑하는데다가올시간을쓰기로다짐한다.

“어디든갈수있어.무엇이든될수있어.”
더욱짙어지고깊어진김신지라는세계

시간이그에게안겨준선물은휴식만이아니었다.알람없이일어나하루치의산책을하고글을쓰거나책을읽고남편과이야기를나누다잠드는,“슴슴한평양냉면맛의하루”가주어졌을뿐이지만그헐거운루틴안에생긴일상의여백들덕분에그는진정으로‘살아가고있다’는기분을느끼게되었다.가장좋아하는계절을느끼며걷고싶은만큼걸을수있게되었고,누군가를만났을때온전히상대방에게집중할수있게되었고,쓰고싶은글을좀더공들여쓸수있게되었다.

마음에여백이생기니,주변을돌아보는눈도조금더상냥해졌다.전철에서아이스음료남은것을통째로쓰레기통에버리는사람들이나회양목울타리사이에과자봉지를쑤셔둔사람들을,선을긋듯이저쪽에세워두고“양심도없나봐.난저렇게되지말아야지”하며미워했던그는이제마법의주문“그런게사람이지”를중얼거리며이렇게이야기한다.

“쉬운미움대신어려운사랑을배우고싶다.사랑이가장쉬운일이될때까지.”
타인에대한애정이커진만큼,자기자신을바라보는시선도너그러워졌다.무엇보다달라진것은스스로의‘가능성’을믿는사람이되었다는것이다.
“가보지못한땅은더이상나를불행하게하지않는다.이제나는그곳에있지못해우울한내가아니라,언제든그곳에갈수있는나와살고있다고느끼니까.”
그러면서덧붙인다.“자유를손에쥔채자신의가능성을잊지않는사람만이진짜자기인생을살수있는법이라고.”

전작을통해수많은독자들의공감을사며특유의다정한손길로일상을어루만졌던그는이번책에서작가로서한층성숙해진면모를드러낸다.눈길닿는곳곳에서목격했던재미난이웃들의모습을천상이야기꾼처럼풀어놓기도하고,닿을수없는시차를갖고태어난엄마의삶을감동적으로끌어안기도하고,우리를둘러싼하늘과숲과새들을아름다운문장으로조용히예찬하기도한다.
울며웃으며한편한편읽어내려가다보면자꾸책이얼마나남았는지페이지수를세어보게된다.순식간에다읽어버릴까봐아까워서,한줄한줄더아껴읽고싶어서.그리고깨닫게된다.김민철작가가“할수만있다면나의시간을잘라김신지작가에게선물하고싶다”고한게무슨의미인지.나의얼마없는시간을쪼개어그의글을읽는데쓰고싶어질테니까.그런선물같은책이지금우리를기다리고있다.

추천사

할수만있다면나의시간을잘라김신지작가에게선물하고싶다.그녀의글을계속읽고싶기때문이다.깊은시선으로예민하게순간을감지해따뜻한태도로삶을품어내는이토록좋은글을읽을수만있다면내시간따위는조금도아깝지않다.그녀의글을읽다보면찰나도뻥튀기로튀겨져몇배나풍성한시간으로되돌아올테니,어차피이건독자가남는장사다.세상에그걸가능하게만드는책이다있다.김민철(카피라이터,《내일로건너가는법》저자)

책속에서

식당카운터에서내가좋아하는친구가공짜귤을오른쪽주머니에세개,왼쪽주머니에세개욱여넣어도실망하느라잠자코입을다무는대신으이그하면서어깨를치는사람이고싶다.그럼에도불구하고가아니라네가그냥그런사람이어서,평범한사람이어서좋다고,친밀하다고.네가나같다고.때론미워보일정도로욕심내뭔가를챙기다가도,문득마음이허물어질때면남에게속없이다퍼주기도하면서그냥그렇게살자고.너역시그런나를빤히바라보다어깨를쳐주면좋겠다고.
내가가진단점,나약함,자주하는거짓말들,사과하지못한실수들,떳떳하지못했던많은순간,나만아는비겁함,자신은보지못하고바깥으로만손가락질하는이마음을네가이해해주면좋겠다고.
거울을보듯중얼거리면서.
“그런게사람이지.”?그런게사람이죠(p.36)

열아홉겨울에서울로떠나고집은늘잠시다녀가는곳정도로여길때,학교다니고회사다니기바빠서나좋은거나바쁜거나슬픈거그런것에빠져고향집은먼지앉은닫힌방처럼여길때.그때도이곳의시간은흐르고있었고,할머니는굽은허리로걸어가다가혼자일하는엄마가눈에밟혀또가던길을멈추고밭두렁을올라와풀을뽑아주었을것이다.엄마주름이늘어가는시간동안할머니허리는점점더굽어갔겠지.이제늙은엄마와더늙은할머니가뙤약볕아래에서풀을뽑는가운데나만멀뚱히서있다.웃지도울지도못하는얼굴로.우예이키착하나.그런말에어딘가로숨어버리고싶은기분이들지않을만큼착하게살려면어떻게살아야하는지여전히모르겠다.(…)
아무런셈도없이,대가도바라지않고,돕는다는자각없이도돕는할머니곁에서나는사람이사람을도울수있다는당연한사실을처음듣는것처럼다시배운다.아픈사람이아픈사람을돕고,힘든사람이힘든사람을돕고,슬픈사람이슬픈사람을돕는다.우리는그렇게서로를도울수있는존재들이다.그사실을받아들이면세상은이미틀렸다는비관이나사람에게환멸을느낀다는말같은건함부로쓸수없다는것도알게된다.?아무런셈도없이돕는사람(pp.56-57)

도망치고싶어지는순간이몸집을부풀려커지면,나는인숙씨가아니라인숙씨집앞에있는것들을생각한다.속으로그것들과겨룬다.밤새무서운기세로덩굴손을뻗는오이,뙤약볕아래매운맛을응축중인고추,참나무의양분을한껏빨아들이는표고버섯과마침표처럼딴딴하게여물어가는참깨같은것들.그런것들에지지않으려고.
너희들이아무리무성하게자라나도,인숙씨가기른것중가장튼튼한것은나여야만한다고.이삶을아끼는것으로나는그의자부가되겠다고.그렇게생각하면한여름그늘한점없는들판에팔다리를꼿꼿이펼치고선작물이된기분이다.보란듯이,보여주고싶은사람이있다는듯이.내삶이아직자라고있다.?인숙씨가살면서가장아낀것(pp.150-151)

시간이생기면?하루를어떻게쓰고싶어?혼자가된밤이면일기장여백에틈틈이‘진짜가지고싶은시간’에대해적어보곤했다.괴로운것을피해뒷걸음치는인생말고,좋은것을향해한걸음이라도내딛는삶을살고싶어서.그런물음을떠올리는것만으로덜쓴희망을발견한사람처럼조용히기뻐졌다.?오늘하루가다내것이었으면(pp.162-163)

망할까봐두려워아무선택도하지않거나,생각대로되지않은일을스스로‘실패’라부르는대신,계속해보고싶다.우리를앞으로나아가게해줄좋은실패,실은좋은경험들을.
그럼에도좌절에서빠져나오기힘들땐‘열린결말’이라생각해보기로.우리의이야기는아직쓰이는중이고,살아가는모두에게인생은열린결말인셈이니까.이경험이나를어떤길로이끌어갈지,어디까지데려갈지지켜보는마음으로걷고싶다.
덜낙담하면서더씩씩하게.결말이정해지지않은한편의이야기속을.?안망했어요.우리좋은실패들을해요(p.195)

산자락아래붉은색벽돌로지어진건물몇동은커다랗고둥근모자같은회색지붕을이고있다.건물사이로는조경이잘된너른정원이펼쳐져있고.집에놀러온친구가매일여름인나라의리조트같다고한적도있는데,그게수녀원이라는걸검색해보고서야알았다.아침에창밖풍경을기록할때면오늘보고듣고냄새맡은모든것들을적어두는데,수녀원에서는반복해서들리는소리가있다.송풍기를이용해도로위에떨어진낙엽과나뭇가지를치우는소리,수녀원곳곳의텃밭에서농사일을할때마다출동하는경운기소리,비를맞고웃자란풀들을베어내는예초기모터소리.어쩌면이렇게부지런할까싶은소리가매일다르게들려온다.
어제는자려고누웠다가강과수녀원을곁에두고사는일에대해얘기를나누었다.매일같이자신이살고있는주변을책임지고가꾸는손길을볼수있는곳.그런곳이작업실옆이어서다행이라고.늘어지거나우울해지려할때마다누군가같은속도,같은마음으로풀을뽑고작물을키우고비질하는모습을바라보고있으면기운이난다.나도힘을내서몸을일으켜야지,내일상을돌봐야지하고.?오늘이란계절속에있는것들(pp.25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