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

내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

$19.00
Description
「내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은 어떤 철학자보다도 급진적이고 근원적인 질문들을 끊임없이 제기해온 세계적인 석학 아감벤이 철학적 성찰에 전념하며 빠르게 흘러간 자신의 삶과 탐구 과정 전체를 되돌아보고 저울질하면서 써내려간 일종의 철학적 유언이자 시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의 깨달음을 선사하는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아감벤은 자신이 깨달은 것뿐만 아니라 깨닫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의 모든 책은, 그가 어렸을 때 썼다가 잃어버린 소중한 글귀에 대한 복구 불가능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쓰였고, 그의 철학은 자신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쓸 수 없었던 것을 되찾아 보완하려는 시도 속에서 이루어졌다. 어쩌면 그런 이유에서 그가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이라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것의 전부에 가깝다. 아감벤의 깨달음은 서재와 책 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 파리, 빈, 바이마르, 베네치아, 부헨발트, 아잔타, 카포다키아, 칼라 펠치, 폰차, 지노스트라에서 그가 보고 듣고 깨달은 것들의 이야기는 그의 철학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이 수많은 곳에서 그는 무언가를 배운다. “사랑했지만 떠나야만 했던 곳들에서 배운 것이 있다. 그곳에 마음을 숨겨두면 우리는 분명히 강해지겠지만 그곳을 항상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약해진다.” 그가 철학적 고고학을 고집하며 과거로 돌아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동시대인이 되기 위해서다. 아감벤에게 ‘동시대인’은 자신이 속한 시대가 야기하는 암울함의 폭풍을 그대로 맞받아칠 줄 아는 자를 의미한다. 바로 여기서 철학자 아감벤의 도전을 읽을 수 있다. 아감벤이 이 책에서 브루노 레오네, 카프카, 아베로에스, 에리우게나, 플라톤, 에피쿠로스, 루크레티우스, 바흐오펜, 보나르, 바슐라르, 바흐만 같은 인물들을 인용하는 이유는 이들에게서도 무언가를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감벤은 이렇게도 말한다. ‘우리가 진리를 생각할 때 수많은 의견의 다양성이 사라지며, 이때 사고의 주체는 더 이상 ‘나’가 아니다.’

저자

조르조아감벤

이탈리아의철학자이자미학자,비평가.파리국제철학원,이탈리아베로나대학,베네치아건축대학교교수를역임했다.1995년푸코의생명철학과슈미트의예외상태를토대로로마시대의‘호모사케르’개념을형태정치에적용해쓴「호모사케르」를발표하면서이시대의가장중요한사상가반열에올랐다.벤야민과하이데거로부터깊은영향을받았고,비트겐슈타인,블랑쇼,데리다,들뢰즈같은현대사상가들과플라톤,스피노자같은고대와중세의철학자들,유대-기독교경전의이론가와학자들을아우르는사유탐험을지속해왔다.1995년부터장장20년에걸쳐집필한9부작호모사케르프로젝트를2015년에완성했다.이외에도「내용없는인간」,「유아기와역사」,「행간」,「도래하는공동체」를비롯해수많은명저를남겼다.

목차

내가보고듣고깨달은것들아감벤
내가보고듣고깨닫지못한것

내가조르조에게서배우고느낀것들옮긴이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내가보고느끼고깨달은것들은마치작가가자신의작품을다시읽듯아감벤이자신의삶을읽으면서쓴책이다.어떤책이마음에와닿을때,마음을어루만질때벌어지는일은무엇인가?빛이책을만지고,빛을매개로눈이책을만진다.바로이책을매개로,하지만더이상물리적이지않고형이상학적인무언가를매개로저자와독자의접촉이이루어진다.아감벤이찾으려했던것도이러한공백,예를들어“분규와조소,전시와심연,어둠과광채사이에서이루어지는접촉의틈새이자공백”이었다.이책이마음을건드리는이유는그의삶과그가자신의삶자체를읽는일,그가쓴것과쓴적이없는것사이에서이루어지는극단적인접촉에대해말하기때문이다.저자는자신의저서를결코해독하지못한다.그가할수있는것이라곤글을계속쓰는것뿐이다.작가에게그의작품이하는말은‘나를만지지마라’다.그래서자신의삶을읽는작가는더이상쓰지못한다.그가할수있는일이라곤영원히쓰이지않은상태로남아있는무언가를읽는것뿐이다.결국아감벤이자신의삶을다시읽으며쓴글에서도우리가읽을수있는것은오로지글과삶자체의극단적인접촉이이루어지는한계지점혹은신비뿐이다.그는이렇게말한다.“두움직임이만나는곳에는―모든표상이사라지는순간―환희와광채가있을뿐이다.”글로무언가를건드린다는것은언제나한계와접촉한다는것을의미한다.이접촉은물리적인것과형이상학적인것,만지는것과만져지는것간의한계지점에서일어난다.그래서독자의마음을만지는책은언어의한계를묘사한다.책을손에쥐고읽는우리를다시거머쥐는이책에서,언어는삶자체외에아무것도의미하지않는다.말과말사이에서우리가만지는것은다름아닌삶이다.삶은저자와독자가보고,듣고,깨달은것과한번도보고,듣고깨달은적인없는것사이에남는다.그래서그는이렇게말한다.“철학이내게가르쳐준것은무엇인가?인간으로존재하는것은우리가아직인간이아니었던순간들을떠올리는것과같다.인간의과제는유아기,동물적인것,신성한것을―아직은인간적이지않았던순간과더이상인간적이지않은순간들을기억하는데있다.”(카르타스포르카)

-이탈리아출판사에이나우디소개글-
이책은아감벤이지금까지펴낸어떤저서와도닮지않았다.마치마지막말을남기려는듯,혹은유언장을서둘러준비하다가결국에는유언을남길사람이없다는걸깨닫고써내려간듯한느낌을준다.그의삶은번개처럼흘러갔다.그의광선과도같은삶은그래서보여줄것이많지않았다.그렇다면그짧은시간에그의선생들,친구들,만남들,그가머물었던곳이그에게남겨준것은무엇인가?그찰나와도같은생의순간에그가꿰뚫어보았던것은무엇인가?그는이렇게말한다.“우리는노아가방주바깥으로날려보낸비둘기와도같다.지상에어떤생명체가살아있는지,하다못해입으로물어올수있는올리브나뭇가지하나라도남아있는지살피는것이우리의임무였는데우리는아무것도발견하지못했다.그런데도우리는방주로돌아가기를원치않았다.”

<옮긴이의글중에서>
아감벤의내가보고듣고깨달은것들은그가지금까지사용해온모든서술양식과형태에서완전히벗어나있다.문헌학적분석이나패러다임의경계를추적하는계보학적·고고학적탐색은사라지고그가항상은밀하게추구해온철학의시적세계만이전면에부각된다.그가철학과시의조합을끊임없이추구하는가운데도달한어떤경지를자각하면서,어떻게보면자신뿐만아니라자신의철학,자신이탐구한세계모두에대한통찰과이모든것에서비롯되는감동이한데어우러지는지경에도달하면서이책을썼으리라는점은어느정도분명해보인다.섬광처럼번뜩이는가하면폐부를찌르기도하는그의단상들은그가추구해온시적산문양식의정수를보여준다.하지만이런글쓰기를완성된형태로선보이는것이저자의우선적인목적이었다고보기는힘들다.왜냐하면황혼에접어든저자가자신의생애와철학을되돌아보며마치시간이얼마남지않았다는듯빠르고간략하게써내려간일종의철학적유언에가깝기때문이다.그래서그의단상들은시나일기의한구절처럼쉽게읽히면서도나름대로의미심장한교훈이나가르침을전해준다.하지만이글들은철학과앎에대한저자의기본적인자세와입장이무엇인지헤아리는데유용한단서로도읽을수있고,저자가주요저서에체계화한철학이론의가장본질적인측면들을파악하는데실마리를제공하는일종의키워드나비유로도읽을수있다.

책속에서
로마에서누군가가이렇게말하는것을들었다.지구는우리가알지못하는또다른별의지옥이고,우리의삶은그별에서저주받은이들이지은죄때문에받는형벌이라고.하지만그렇다면하늘과별이있고귀뚜라미가노래를부르는이유는어떻게설명해야하나?오히려형벌이더욱더잔혹하고날카롭게느껴지도록지옥을다름아닌천국에심어놓았다고봐야하지않을까?(11쪽)

아주오래전여름,빈에서한친구와이야기를나누다가나는우리안의선한부분을떳떳하게지키며살아가는것못지않게우리의수렁과굴욕도떳떳하게수긍하며살아가는것이중요하다는사실을깨달았다.전자만이후자를받아들일수있는용기를준다면후자에대한인식만이전자를진실하게만든다.(55쪽)

‘사랑’에서무엇을배웠나?사랑의은밀함은어떤정치적본질같은것에가깝다.그렇지않다면사람들은그것을공유하는것이세상에서가장귀중한
자산인듯행동하지않을것이다.그럼에도사랑의은밀함은정치에서제외되고,사실상이에대해무언가를더잘알고있는듯보이는여성들의보호에의탁된다.바로이것이우리사회가고질적으로남성우월주의적이며모순적이라는사실의근거다.(69쪽)

우리는노아가방주바깥으로날려보낸비둘기와도같다.지상에어떤생명체가살아있는지,하다못해입으로물어올수있는올리브나뭇가지하나라도남아있는지살피는것이우리의임무였는데우리는아무것도발견하지못했다.그런데도우리는방주로돌아가기를원치않았다.(1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