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니타스 : 생명의 보호와 부정

임무니타스 : 생명의 보호와 부정

$26.00
Description
이 책은 조르조 아감벤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정치철학자이자 이탈리아 최고의 석학으로 추앙받는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의 생명정치 삼부작 가운데 두 번째 저작인 「임무니타스」의 한국어 초역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뒤 불과 몇 주 만에 유럽에서 에스포지토의 「임무니타스」가 재출간 된 이유는 그가 대규모의 전염이 가능한 현대 사회의 면역학적 구도를 일찍이 이론적으로 정립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 논제는 공동체(코무니타스)가 인간이 타자를 위한 배려와 선사의 의무를 공유하는 공간인 반면 이 공간을 전제로만 주어지는 면역성(임무니타스)은 개인을 울타리 안에 가두고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관관계 혹은 메커니즘은 개인의 신체뿐만 아니라 우선적으로 사회공동체의 몸에 적용된다. 에스포지토는 이를 증언하기 위해 사회의 몸과 인간의 몸이 지극히 유사할 뿐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 혹은 사회의 메커니즘이 신체-면역학적인 한계를 사실상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암묵적인 전제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인간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 고유화의 법적 과정과 정치신학, 인류학, 생명정치, 생물학을 중심으로 - 면역의 메커니즘을 찾아내고 분석하며 근현대 사회의 가장 심층적인 패러다임이 다름 아닌 면역임을 증명해낸다. 에스포지토가 생물학적 면역화와 법적 면역화의 유사성과 중첩 현상을 강조하며 푸코처럼 이를 근대의 한 특징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이것이 근대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어떤 근원적인 메커니즘이며 이 메커니즘이 극단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가 다름 아닌 근대와 현대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이 보인다. 면역이 인간사회의 패러다임이자 근원적 메커니즘이라면, 극단적인 면역화의 이면에 있는 벌거벗은 생명만 근본적인 한계 개념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공통성의 이면에 있는 고귀한 생명 역시 한계 개념으로 간주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

로베르토에스포지토

로베르토에스포지토는삼부작『코무니타스』,『임무니타스』,『비오스』의출판이후일련의혁신적인정치철학저서들을지속적으로발표하며세계적명성을얻은이탈리아의정치철학자다.1950년나폴리에서태어나나폴리대학에서수학하고교수를역임한뒤피사고등사범학교교수로재직중이다.『코무니타스』가기존의공동체개념을완전히전복시키고근원적의미를복원함으로써공동체와관련된정치철학의세계적인판도...

목차

서문

I.고유화
1.고유의권리
2.폭력을향한폭력
3.이중의피
4.법적면역화

II.카테콘
1.사케르와산투스
2.제동
3.정치신학
4.신정론

III.콤펜사티오
1.면역의인류학
2.부정적인것의생산성
3.공동체의위험
4.허무의위력

IV.생명정치
1.일체화
2.파르마콘
3.세포국가
4.생명의통치

V.장치
1.면역의생명철학
2.전쟁놀이
3.붕괴
4.공동면역

에스포지토의책
역자해제|코무니타스/임무니타스

출판사 서평

“코로나팬데믹상황에서우려해야했던것은전체주의의회귀가아닙니다.우리가지금까지경험한것은비상사태이지예외상태가아니니까요.예외상태는특정영역을지배하려는주권적의지에서비롯되지만비상사태는자연적인필요에서비롯됩니다.면역은생물학적일뿐아니라법률적인의미도지니고있습니다.면역은개인뿐만아니라사회와도직결되는일종의보호체계입니다.사회가스스로를보호하려면외부의침입에만대비할것이아니라다름아닌고유의면역체계가기능하는방식에도주의를기울여야합니다.면역체계는외부의침략을막는장벽이라기보다는우리몸의내부와외부의관계를가능하게하는일종의필터에가깝습니다.면역관용에의해유지되는수많은현상은바로면역체계의이러한변증적인성격을명확하게보여줍니다.그런의미에서정치와사회는생물학적체계에서오히려배워야할점이많습니다.

[...]개인의몸은물론사회공동체의몸도면역체계없이는생존할수없습니다.역사적으로면역체계를지니지않았던사회는없습니다.법이야말로인류최초의면역화시도였다고볼수있습니다.법이없었다면분쟁은전염병처럼창궐했을것입니다.하지만공동체와면역화사이에균형을유지한다는것은굉장히민감한문제입니다.과도하게적용될경우원래보호하려고했던집단의생명을파괴할수도있는것이면역이니까요.이른바자가면역질환이라는질병이이와흡사한경우라고볼수있습니다.[...]철학자들은팬데믹에대한적절한답변을찾지못한채두종류의극단적인해석으로치닫는듯이보입니다.첫번째는전적으로부정적인관점에서바라보는음모론적인해석입니다.팬데믹을권력층에서의도적으로조장했다고보는거죠.팬데믹이시민들의복종을보다효과적으로이끌어내기위한일종의전략이었다고보는겁니다.

물론시민들의자유를제한하는조치에대해염려를표명하는것은지극히당연하고정당한처사입니다.아울러권력의무게가입법부에서행정부로기울어질수있다는것도지극히타당한우려고요.이는비상상태를유지하기위한일련의조치들이어떤수위를넘어서는순간민주주의체제의붕괴를조장할수도있기때문입니다.하지만실제로우리가경험한비상사태의활성화는정부의의도적인선택에서만기인하지않고그누구도예기치못한팬데믹의폭발이갑작스레가져온필요성에서도기인했다는점을잊지말아야합니다.물론민주주의사회에서비상상태는개인의자유를제한하기때문에민주주의의본질을왜곡할수있습니다.

따라서무엇보다도오랫동안지속되어서는안됩니다.‘코무니타스’와‘임무니타스’,그러니까공통성과면역성의관계는언제나균형과한계의문제입니다.두번째는극단적으로긍정적인해석입니다.이는팬데믹이사회에새로운균형을가져올뿐아니라평등성의구도를재정립하게되리라고보는견해입니다.하지만이러한관점역시뚜렷하게부정적인측면을가지고있습니다.왜냐하면-누군가의주장대로-팬데믹이자유주의와글로벌화의종말은물론새로운전체주의의등장으로이어질것이라는견해와직결되기때문이죠.최근몇년사이에평등성의구도가변화한것은사실입니다.하지만그것은바이러스의접촉으로인해누구든죽을수있다는비극적인차원의평등성에지나지않습니다.리바이어던국가를정당화하기위해홉스가제시했던원리,즉모두는평등하지만그건모두가죽음의위협을받기때문이라는원리는사실긍정적이라고보기힘듭니다.생명의이름으로전개되는생명정치와죽음을특정인들의생존조건으로간주하는생명정치사이에는본질적인차이가있습니다.”-로베르토에스포지토(팬데믹관련인터뷰에서)

에스포지토는공동체(코무니타스)가타자를위한배려와선사의의무를공유하는공간인반면이공간을전제로만주어지는면역성(임무니타스)은개인을울타리안에가두고외부로부터보호하는기능이며,따라서이율배반적일수밖에없는코무니타스와임무니타스의상관관계혹은메커니즘이개인의신체뿐만아니라우선적으로는사회공동체의몸에적용된다고말한다.저자는사회의몸과인간의몸이지극히유사할뿐아니라인간의사고방식혹은사회의메커니즘이인간의신체적인한계를사실상넘어설수없거나이한계에얽매이지않을수없다는점을암묵적인전제로제시한다.그리고인간사회의거의모든영역에서-고유화의법적과정과정치신학,인류학,생명정치,생물학을중심으로-면역의메커니즘을발견하고분석하며근현대사회의가장심층적인패러다임이면역임을증명해낸다.

결과적으로인간의삶과사회를지배하는가장심층적인패러다임은임무니타스,즉면역화라는사실이드러난다.저자는인간사회의거의모든측면에면역의메커니즘이근원적이거나구조적인기능으로실재할뿐아니라핵심동력으로기능한다는점을강조한다.그는인간사회가-따라서인간의정신,이념,가치가-인간의몸과다를바없는신체를지녔고그것의근본구조는면역학적이라는결론에도달한다.면역성(임무니타스)과정확하게반대되는공동체(코무니타스)의개념도중요한역할을한다.전자의해석적틀인동시에열쇠가되는개념이기때문이다.저자에따르면구성원들간에공통점이조금도없을때에만성립되는것이공동체다.

정확하게는모든구성원의동일한차이점을기반으로구축되는것이공동체다.동일한의무사항,동일한한계,동일한모순,동일한병을-이에서벗어나기위해,혹은이에대한‘면역화’를꾀하면서-구심점으로모이는것이공동체다.이는사회가지닌터무니없이신체적인한계,즉면역화를끊임없이시도해야만살아남는‘몸’의변증적모순이거꾸로투영된현상이라고볼수있다.이러한모순들이사실상포화상태에이르는과정은푸코가말하는‘생명정치’가완성되어가는과정과도일치한다.이는에스포지토의주장대로‘생명’과‘정치’의조합이실행되는일반적인범주가다름아닌‘면역화’이기때문이다.그런의미에서에스포지토는푸코의기획을어떤식으로든완성단계로이끈철학자라고볼수있다.

책속에서

새로이발생한전염병과의전쟁이나반인권범죄로고소당한외국국가원수의구인요청에대한반발,불법이민을차단하기위한장벽의강화나컴퓨터바이러스를무력화하기위한전략같은현상들이지니는공통점은과연무엇인가?우리가이소식들을계속해서의학,법률,사회정책,기술정보라는해당분야의개별적인관점으로분리된영역안에서만읽는다면공통점을발견하기는힘들것이다.하지만이특수한언어들을비스듬한각도에서관찰하며동일한의미의지평으로환원할수있는해석적범주안에서고찰한다면사정은달라진다.책제목에명시되어있듯이나는이범주를‘면역화’라는영역에서발견했다.
---p.7

오늘날공포를조장하는것은오랫동안단순히‘불가피한’것에지나지않았던전염자체가아니라제어나제약이불가능할정도로삶의모든생산구조를파고드는전염의‘확산’이다.어떤불확실한위험상황을언급하는단계에서벗어나구체적인상황을식별하는단계로접어드는순간이범주는고유의함의를드러낸다.곧장명백해지는것은앞서언급한각각의현상에서이면역화의범주가경계이탈의성격을지닌다는사실이다.전염병이개인의몸을위협하든,폭력적침략이정치공동체를위협하든,바이러스가전자기기를위협하든간에불변하는요인으로드러나는것은위협의위치다.위협은항상내부와외부,고유한것과생소한것,개별적인것과공통적인것의‘경계’에머문다.

누군가또는무언가가개별적이거나집단적인몸에침투한뒤그것을변질시키고변이와부패를조장할때이분해의역동성을가장잘표상하는용어는‘전염’이다.다양한각도에서해석이가능하기때문에생물학,법률,정치,소통의언어들이교차하는곳에서활용되는용어가바로‘전염’이다.줄곧건강을유지하며확실성과정체성을보존하던것은이제그것을파멸로이끌지도모를‘전염’에노출된다.물론이러한유형의위협은모든형태의개인적인삶을비롯해모든형태의인간집단에고유한구축적인요소다.하지만면역화의요구에특별한중요성을부여할뿐아니라면역화를심지어사회체계의상징적이고물리적인회전축으로기능하도록만드는것은언제부턴가전염성의표류현상이띠기시작한가속화와보편화의성격이다.
---p.9

‘몸’의의미론이결정적으로중요해지는것도바로이때문이다.현대사회의역동적인면역메커니즘이개인적이거나사회공동체적인몸의점진적인소외혹은탕진의과정과직결된다고보는아주일반적인견해와는달리,생명정치의양태는새로이조명되는‘몸’의핵심적인역할을중심으로구축된다.‘몸’이야말로정치와생명/삶의관계가가장즉각적으로성립되는영역이다.‘몸’이전제되어야만생명을파괴의위협으로부터보호할뿐아니라,변화를위해스스로를뛰어넘으려는생명체의본질적인성향으로부터생명자체를보호하는것도가능해진다.이때삶은마치?생존을위해?몸이라는울타리안에틀어박혀야할것처럼,그런식으로만보존되어야할것처럼보인다.하지만?주의하자?이는개인적이거나집단적인몸이퇴보와붕괴의위험에노출되는것을방지하기위해서가아니다.사실은병/악의침투를오히려가장직접적으로실험하는것이‘몸’이다.울타리가중요해지는이유는오히려다름아닌외부의위험이몸의보호에필요한경보와방어의메커니즘을발동시키기때문이다.
---p.28

사실상어느누구의것도아니기때문에,권리는더이상권리라고볼수없을뿐아니라오히려‘사실’로만인지될것이다.다시말해,권리가없는자들이처한상황에서권리를지닌사람은다르다는것을보여주는특징이나권리의다름아닌면역적인의미,즉특권또는사적인성격을잃게될것이다.어떻게해야본질적으로사적인것을공통적인것으로만들수있는가,혹은어떤식으로특권을잃지않은상태에서공유할수있는가?베유는이렇게토로한다.“지적으로어두워진이시대에사람들은아무렇지도않게모두의입장에서특권을누릴수있는동등한권리,본질적으로특권적인것들에대한권리를요구한다.이는일종의부조리하고저속한청구다.부조리한이유는특권이원래불평등한것이기때문이고,저속한이유는그것을바랄만한가치가없기때문이다.”
---p.48

법적권리를위협하는것은여하튼폭력이아니라권리의‘바깥’이다.즉‘법적권리의바깥’같은것이실재한다는사실,법적권리가모든것을포괄하지않으며권리의손아귀에서벗어나는무언가가존재한다는사실자체가위협인것이다.이러한관점에서,폭력이‘법바깥’에있다는통상적인표현은문자그대로이해할필요가있다.폭력은고유의정당성을폭력의내용이아니라위치에서취한다.폭력은법바깥에‘머무는이유가있어서’법적권리와충돌하는것이아니라,법바깥에‘머무는한’충돌한다.
---p.57

건강한부위와병든부위의기능교환을통해전개되는유기체의자기조절과정을언급할때주목해야할것은더이상객관적인차원에서시도되는긍정성과부정성의단순한저울질이아니라,부정성자체를긍정적으로만드는메커니즘이다.관건은더이상‘측정’이나‘판가름’이아니라힘의강세와약세가뒤섞이거나중첩되는현상이다.강세의약화가약세를강화하는데쓰이고약세의강화가강세를약화하는데쓰인다.이때부정성은긍정성과균등해지는것으로그치지않고스스로의무력화를위해생산적으로변한다.바로그런이유에서?사실상아도르노나하이데거가정반대의입장에서생각했던것과는달리?20세기의인류학은결코휴머니즘의계승또는고갈이아니며오히려그것의전복이다.20세기인류학이본연의핵심문제로주목했던것은스스로를극복하는인간의인간성증대가아니라인간을자신과는다른타자혹은스스로의‘부재하는중심’과관계하도록만드는일종의주름또는상처다.
---p.159

바로이지점에서인류학은정치학으로거듭난다.다시말해,인류학의원천적으로정치적인어조가여기서전면에부각되기시작한다.보완의공리는바로이지점에서면역장치의기능적인역할을취득하거나드러낸다.관건이다름아닌면역기능이라는점은,인간을위협하는자연적인위협앞에서다양한형태의정치가수행하는것이보호-보증의역할이라는사실과이러한위협에명백하게공동체적인성격이부여된다는사실에서분명하게드러난다.공통성의과다야말로정치가인간의삶을보호하기위해봉쇄해야할위험이다.
---p.183

생명과정치의상호소속성은생명정치에과연어떤의미를부여하는가?나는이질문에대한답변이생명을제외하는식으로포용하는주권권력의상흔속에서는발견되리라고믿지않는다.나는답변을오히려주권의범주자체가면역화의범주와시대적으로맞물리며면역화에자리를내어주거나적어도함께뒤섞이기시작하는지점에서찾아야한다고생각한다.생명과정치의조합이실행되는과정의일반적인범주는다름아닌‘면역화’다.
---p.261

질병도건강처럼고유의규율을지닌다.단지이규율은변화할줄을모른다.새로운규율을생산해낼능력이없기때문이다.질병의규율은규율지향성을지니지않는다.‘벌거벗은생명’은규율의대상또는결과가아니라,규율의무변동성이실현되는장소다.그것은무법지대나비정상정인것이아니라-‘법’이나‘정상’의반대가아니라-엔트로피적인비-규율지향성의지대다.
---p.269

사회는사회를구성하는인간의몸과전적으로유사한형태의신체를지녔을뿐아니라인간과한몸을형성하며유기적으로,신체적으로기능한다.사회는생명을보호하고보존하려는인간의가장기본적인성향과무관한어떤고차원적인실체가아니라동일한성향을우선적으로충족시키면서사회자체의생존이라는형태로최대한활성화하는몸에가깝다.사회만인간을닮은것이아니라인간도사회를닮았다.‘개인만큼고유의차이점에의해서만통합되는수많은파편으로사실상분리되어있는존재도없다.개인자체는공동체에참여하는주체라기보다오히려무한히복수적인하나의공동체에가깝다.’
---p.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