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 책은 조르조 아감벤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정치철학자이자 이탈리아 최고의 석학으로 추앙받는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의 생명정치 삼부작 가운데 두 번째 저작인 「임무니타스」의 한국어 초역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뒤 불과 몇 주 만에 유럽에서 에스포지토의 「임무니타스」가 재출간 된 이유는 그가 대규모의 전염이 가능한 현대 사회의 면역학적 구도를 일찍이 이론적으로 정립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핵심 논제는 공동체(코무니타스)가 인간이 타자를 위한 배려와 선사의 의무를 공유하는 공간인 반면 이 공간을 전제로만 주어지는 면역성(임무니타스)은 개인을 울타리 안에 가두고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관관계 혹은 메커니즘은 개인의 신체뿐만 아니라 우선적으로 사회공동체의 몸에 적용된다. 에스포지토는 이를 증언하기 위해 사회의 몸과 인간의 몸이 지극히 유사할 뿐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 혹은 사회의 메커니즘이 신체-면역학적인 한계를 사실상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암묵적인 전제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인간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 고유화의 법적 과정과 정치신학, 인류학, 생명정치, 생물학을 중심으로 - 면역의 메커니즘을 찾아내고 분석하며 근현대 사회의 가장 심층적인 패러다임이 다름 아닌 면역임을 증명해낸다. 에스포지토가 생물학적 면역화와 법적 면역화의 유사성과 중첩 현상을 강조하며 푸코처럼 이를 근대의 한 특징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이것이 근대만의 특징이라기보다는 어떤 근원적인 메커니즘이며 이 메커니즘이 극단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가 다름 아닌 근대와 현대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이 보인다. 면역이 인간사회의 패러다임이자 근원적 메커니즘이라면, 극단적인 면역화의 이면에 있는 벌거벗은 생명만 근본적인 한계 개념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공통성의 이면에 있는 고귀한 생명 역시 한계 개념으로 간주해야 하지 않을까?
임무니타스 : 생명의 보호와 부정
$2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