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돌아가셨지만,연말연시의후지산은아름다웠다.”
엄마와자신을연결하던탯줄이끊어져,두둥실하늘을떠도는!
오가와이토를유명하게한것은첫장편소설인『달팽이식당』이다.영화로도잘알려진이소설로오가와이토는일약세계적인명성을얻었다.저마다내면에상처를안은사람들이만나서로를보듬으며자신의상처를치유해나가는과정을담은이소설처럼,어떤상황에서도삶의여유와아름다움을찾아내는작가의혜안은이번에세이집에서도그대로묻어난다.어릴때엄마가휘두르는폭력에대한상처를안고살아온작가는암선고를받고죽음앞에놓인엄마앞에서비로소마음의응어리를풀고평온을되찾는다.또한엄마의죽음을경계로자신의내면에들러붙어있던독기가쓱빠져나갔다고여긴다.때로역풍에쓰러질뻔하다가도순풍이불어오는일상앞에서,작가는궂은일뒤에는언제나좋은일이돌아온다는격언을마음에새기며이렇게읊조린다.“엄만돌아가셨지만,연말연시의후지산은아름다웠다.”
“혹독하지만아름답다.단풍도,루미나리에도,사람들이토해내는숨도,덧없어서아름답다.”
도쿄를떠나낯선베를린에서보내는삶의애환과낭만!
작가는일년중절반이상을베를린에서보낸다.낯선고장에서산다는일은불편함과서투름,외로움을견뎌야하는일이다.그럼에도작가의베를린살이는소소하지만충만한삶의이야기로넘쳐난다.마치하루하루가여행같다.주먹밥을준비해기내식의무미건조함을날려버리며열시간이훌쩍넘는긴비행시간에비타민같은활력을불어넣는가하면,베를린에서는낫토와고추기름을만들고,지인을초대해직접만든요리를대접하면서깨알같은행복을만끽한다.독일어어학원수업이‘힘들다’고토로하면서도수업이끝난금요일오후,급우들과호숫가에서맥주를마시며느끼는자유로움에열광한다.작가에게이모든것은순간에지나지않으며,영원하지않으므로아름답다.그에더해혹독함마저아름답다고하는저자의깊은사유앞에서혀를내두르지않을독자는없다.바로이같은대목말이다.“여름의유럽은지내기편해서최고지만그건겨울의혹독함이있기때문이다.혹독하지만아름답다.단풍도,루미나리에도,사람들이토해내는숨도,덧없어서아름답다.”
“아주작은것에도행복해진다는것이너무행복하다!”
혹독함에깃든아름다움을찾아내는,한순간도허투루보내지않는치열함!
이책은1월8일에시작해서12월29일로끝나는저자의일년치일기장이다.오가와이토라고해서하루하루가즐겁기만할까?그에게도고군분투하며살아가야하는무수한날들이있겠지만,웬일인지그의일상은반짝반짝빛이나고맑은이슬처럼청량하다.어찌된일일까?이는일상의순간들을각별한행복으로받아들이는작가의마음가짐에서비롯된것일테다.책에서인용한‘라트비아에전해지는열가지마음가짐’처럼말이다.‘올바른마음으로,이웃사람과사이좋게지내고,누군가를위해서,성실하고즐겁게일하며,자기분수를지키고,맑고아름답게,감사하는마음을잊지말고,명랑하고건강하게,너그럽게베풀며,상대의마음에공감하기.’일상속에서특별함을만들어가는작가의내공은아마도여기에서탄생했지,싶다.칙칙함마저도화사하고사랑스럽게바꾸어버리는오가와이토의마법은실은한순간도허투루보내지않는그의치열함에서비롯됐다는것을웬만한독자들은금방알아차릴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