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 모두가 행복했던 나눔의 여행, 그 17년의 기록과 기적

열일곱,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 모두가 행복했던 나눔의 여행, 그 17년의 기록과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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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린 시절부터 제3세계를 두루 여행하며
나눔이 필요한 현장을 온몸으로 경험한 소년의 질문
“써도 사라지지 않는 선물은 무엇일까?”
『그라시아스, 행복한 사람들』의 저자이자 여행작가 오소희의 에세이에서 ‘JB’로 불리는 여행의 동반자 오중빈의 두 번째 책이 출간됐다. 전작 『그라시아스, 행복한 사람들』이 열 살 되던 해 엄마와 함께 남미 구석구석을 90일간 여행하며 기록한 그림일기를 엮은 책이었다면, 『열일곱, 내가 할 수 있는 것은』은 지난 17년간 꾸준히 이어진 ‘나눔의 여행’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진화하고 성숙해갔는지를 열일곱 살 청소년의 언어로 솔직하고 꾸밈없이 기록한 일종의 성장 에세이이다.

저자는 만 세 살 무렵 엄마와 함께 터키로 떠난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미얀마, 라오스, 시리아, 우간다 등 제3세계 현지인들의 삶 속에 스며드는 ‘사람 여행’을 하며 어른 못지않은 단단한 여행 내공을 쌓았다. 이 여행의 기본 원칙은 ‘되도록 많은 현지인을 만나는 것’. 이것은 가장 저렴한 여행 방식과도 일치했기에, 두 모자(母子)는 가장 저렴한 숙소에 묵고, 가장 저렴한 길거리 음식을 먹고,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을 타며 여정을 이어갔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마을이나 작은 도시를 배회하며, 함께 어울릴 현지 친구들을 찾아 열나게 뛰어놀고, 다시 다음 마을로 이동하는 이들의 여행은 시리아의 한 마을에 이르러 커다란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다. 그곳에서 만난 한 현지인 남자가 자신에게 오직 한 장뿐인 아주 소중한 사진(외아들의 돌 사진)을 이 모자에게 선물로 건네려 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말과 함께. “당신은 내 친구니까요. 나는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친구에게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날의 깨달음은 이내 아름다운 나눔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성찰과 이들이 꾸린 여행 가방이 온전히 자신들을 위한 것들로만 채워진 ‘이기적인 가방’이었다는 반성으로 이어진다. 이윽고 두 모자는 다음 행선지인 미얀마를 가기 전, 풍선과 학용품으로 여행 가방을 가득 채우지만, 준비한 선물이 다 사라지고 나면 다시금 그 한정적인 나눔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경험한다. 선물 때문에 우는 아이가 생겼던 밤, 두 모자는 ‘써서 없어지는 물건 말고, 오래오래 남는 선물’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생각 끝에 이들의 여행에 새롭게 등장한 두 가지 ‘도구’가 있었으니, 하나는 현지 아이들과 온몸으로 뛰어놀 수 있게 해줄 ‘축구공’이었고, 다른 하나는 저자가 여섯 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악기, ‘바이올린’이었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오래오래 남는 선물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으로 “음악!”을 선언했기에 축구공을 든 반대편 손에 저자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였던 바이올린을 들게 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후 게스트하우스 앞마당에서든 야자수 아래에서든 저자는 어디에서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에게 음악이라는 아름다운 선물을 건네주었다. 때로는 아이들이 있는 기관을 방문하여 바이올린 연주는 물론이고 그곳의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이라는 낯선 악기를 연주해보고 탐색해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꼬마 선생님’의 역할을 하며 자신의 배움을 나누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열일곱 살의 소년은 지금까지 전 세계 30여 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의 목적지들을 대체로 세계 최빈국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작은 나눔은 현지에서 언제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페르마타 하티’와의 운명적인 만남과 계속된 교류,
‘나눔’이란 가치는 ‘지속성’이란 토양 아래에서
감동적인 성장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오대양 육대주를 아우르며 언제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던 이들의 여정은 2013년, 저자가 열세 살이 되던 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처음으로 인도네시아를 여행하게 된 그해, 어찌된 영문이었는지 저자는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믿을 수 없을 만큼 아프기 시작한다. 잠시 컨디션이 회복되면 숙소가 있던 발리 우붓의 작은 마을 뉴쿠닝을 쉬엄쉬엄 구석구석 탐색하는 것이 여행의 전부였다. 느리게 반복되던 마을 산책은 저자의 ‘나눔 여행’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얼핏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간판이었지만, 발리에 도착한 지 2주가 지난 어느 날의 산책에서도 여전히 그대로인 건물(과 간판)에 호기심을 느끼고 한번 들어가기로 하면서, ‘페르마타 하티(Permati Hati)’와 저자의 첫 만남은 그렇게 운명적으로 이루어진다.

페르마타 하티는 데이 케어(day care) 센터로 양친이 모두 없는 아이나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방과 후부터 저녁까지 머물며 돌봄을 받는 기관이다. 이곳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아유’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모든 일에 가능성을 열고 온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임하는 인물이었기에 낯선 이방인었던 두 모자를 기쁘게 맞이하며 고아원 안으로 이끈다. 그 따뜻한 환대에 저자는 여느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그곳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준비한 음악 선물을 건네고 음계를 가르쳐주는 등 배움을 나누는 일을 이어갔다. 페르마타 하티의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이 나누어주는 작은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놀라운 것은 그다음부터다. 인도네시아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곳을 잊을 수 없었던 저자는 그해 겨울방학, 다시 페르마타 하티를 방문한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갔던 곳으로 되돌아가 그곳에서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배우고 성장하려는 의지가 가득한 아이들과 지식 나눔을 이어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맞이할 때마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의 방문이 계속 이어졌고, 그때마다 저자는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 나눌 새로운 악기, 새로운 노래,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들을 준비해갔다. 새로운 배움의 내용들은 가르치는 입장의 편의를 생각한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저자는 발리의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힌두 신들이 등장하는 연극 대본을 직접 써서 준비해간다거나, 발리의 전통 악기와 민속 동요가 아이들의 공연 레퍼토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새로운 배움들이 더해질 때마다 페르마타 하티 아이들의 음악 실력도 놀라우리만치 일취월장했다. 그에 따라 고아원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전자음악 밴드, 합창단, 리코더 연주단, 타악기 연주단, 앙클룽(발리의 전통악기) 연주단, 남녀 댄스팀 등 아이들 저마다가 자신의 역량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소규모 음악 동아리들이 여럿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실력은 매년 발전하여 페르마타 하티의 전자음악 밴드(암바르 밴드)는 발리의 밴드 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했을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자선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1년에 한 번씩 의례적인 공연을 하던 페르마타 하티의 아이들은, 이제 그 공연 실력을 널리 인정받아 크리스마스와 신년 무렵이 되면 고아원 인근의 여러 호텔들로부터 정식 공연을 해달라는 러브콜을 잇달아 받게 되었다. 가능성이란 영역을 무한히 확장해오며 발전해나간 페르마타 하티 고아원 아이들의 성장담은 3년여 동안의 지속적인 배움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학생인 나를 통해서도 큰 발전을 이룬 아이들이라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고아원 아이들이 ‘탤런트 쇼’라는 이름의 대형 공연도 멋지게 성공해내자, 저자는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그곳의 아이들에게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같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한 판단은 또 다른 새로운 질문을 이끌어냈다. 고작 중학교 3학년 학생일 뿐이었던 자신을 통해서도 놀라운 발전을 이룩해낸 아이들이라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궁리한 끝에, 저자가 기획해낸 것은 ‘여행 중에도 봉사를 할 수 있는(Volunteering while Traveling)’ 것을 핵심 개념으로 하는 ‘발런트래블링’이라는 봉사 프로그램이었다. 발런트래블링은 짧은 휴가 중에 봉사활동만 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하기에는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선한 의지가 있는 이들을 페르마타 하티라는, 여러 사람들의 재능 기부가 필요한 공간과 연결해주는 봉사 프로그램이었다.

발런트래블링에 대한 기획안이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라가자, 놀랍게도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이후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마다 저자는 발런트래블링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메일로 소통하며 약 세 달 동안 첫 번째 발런트래블링을 준비한다. 그렇게 해서 2016년 12월, 총 50여 명의 봉사자들이 함께 하는 1차 발런트래블링의 막이 오른다. 후원금이나 물품 지원 등 간접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까지 헤아리면 1차 발런트래블러의 수는 100여 명에 육박했다. 봉사자들의 수만큼이나 준비된 봉사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한국어 수업, 중국어 수업, 악기 연주 수업, 미술 수업, 그림책 만들기 수업 등 다양한 종류의 배움 나눔이 이어졌다.

배움 나눔이 어려운 분들은 고아원 아이들을 위한 식재료를 기부해주시거나, 아이들이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데이 트립(day trip)의 비용을 후원해주시는 방식의 기부를 해주시기도 했다. 봉사자 자신의 여행 일정과 능력에 따라 봉사의 내용을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는 맞춤형 봉사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발런트래블링이 가진 장점이다. 나이의 제한 없이 어린아이들도 참여하여 자신의 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역시 발런트래블링만의 장점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페르마타 하티를 방문한 봉사자들의 자녀들은 예정된 발런트래블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이나 리조트에 머무르기보다 다시금 페르마타 하티를 찾아와 그곳의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다.

1차 발런트래블링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저자는 고등학생이 된다. 학업적인 부담은 한층 더 커졌지만, 지속성을 가지고 이어온 나눔은 멈추지 않았다. 1차 발런트래블링의 성공을 기반으로 2017년 여름, 2차 발런트래블링이 다시 한 번 추진된 것이다. 2차 발런트래블링에서도 인상적인 재능 기부들이 이어졌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장면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것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페르마타 하티의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제작하여 아이들 모두에게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선사해준 일이다. 선의로 똘똘 뭉친 이들의 작은 손길이 모여 삽시간에 적지 않은 금액의 후원금이 모였고, 그 후원금으로 제작된 아이들의 그림책 여분과 엽서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 다시금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한 수업료로 사용되었다. 선의와 나눔이 불러일으킨 아름다운 선순환이었다.

이 책은 ‘열일곱, 내가 할 수 있는 것은’이라는 제목처럼, 한 소년이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눠온 열일곱 해의 기록을 촘촘하게 정리해낸 성장담인 동시에 나눔이라는 행위가 지속성을 가졌을 때에 어떠한 기적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감동적인 휴먼다큐멘터리와도 같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봉사가 큰돈이나 엄청난 신념, 대단한 연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이의 많고 적음, 금전적인 능력, 재능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그저 내가 가진 소중한 무언가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작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꾸준히 이어나갈 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 모두가 행복하게 함께 성장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적 분위기에 피로와 고립감을 느끼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 기대된다.
저자

오중빈

만세살무렵엄마와함께터키로떠난배낭여행을시작으로미얀마,라오스,시리아,우간다등제3세계를다니며어른못지않은단단한여행내공을쌓았다.여섯살때까지는축구공을갖고다니며머무는곳마다동네아이들과축구경기를벌였다.일곱살때부터는바이올린도들고다니며게스트하우스앞마당에서든,야자수아래에서든바이올린을난생처음보는친구들을위해작지만단란한음악회를열었다.때로는거리의악사가되어더많은이들과음악을나눴다.열세살이되던해,우연한계기로인도네시아우붓의고아원‘페르마타하티’를만나게되면서‘나눔’이란가치가‘지속성’을가졌을때에얼마나기적적인성장이일어날수있는지경험했다.지금까지제3세계30여개국을여행했으며,그덕분에언제나,어디서나,누구와도친구가될수있는방법을안다.

교육부와한국장학재단이주관하는대한민국인재상,장기려봉사상청소년체험수기대상(국회의장상)을수상했고,홀트아동복지회선정아름다운청소년,교육부와한국경제신문이주관하는글로벌인재포럼의청년연사로활동하였다

목차

PART1시작
고작세살,생애첫배낭여행을떠나다11
여행의기본원칙14
‘이기적인가방’을버리다18
써도사라지지않는선물은무엇일까?21
빠트릴수없는두가지도구25

PART2발견
운명적인첫만남,‘페르마타하티’33
음악으로가까워진우리36
아유의첫번째편지38
다시돌아가다,마법이시작되다40
아유의두번째편지42
도움은서로를알아보고손을잡는다46
아유의세번째편지52
‘가능성’의영역을함께넓혀가다57
아유의네번째편지60
모두가한데어우러진대공연62
아유의또다른편지들64
이제더많은이들과손잡을순간!72

PART3도전:1차발런트래블링보고서
‘발런트래블링’을시작합니다80
예상보다큰반응에놀라다87
2016년겨울발런트래블링봉사내용92
해피앤메리발런트래블링94
내안에피어오른어떤다짐100
인상적이었던수업들을추억하며106
수업은끝났지만,발런트래블링은끝이없다114
소영님의발런트래블링후기124
아이들도충분히해낼수있는발런트래블링128
돈을기부한다는것의의미136
1차발런트래블링을마치며140

PART4이어나감:2차발런트래블링보고서
두번째를맞이한발런트래블링148
2017년여름발런트래블링봉사내용150
인상적이었던수업들을추억하며153
색다른경험의시간,물놀이데이트립160
마지막치과진료,그리고이별166
가영님의발런트래블링후기172
이현아선생님과의인연180
이현아선생님의발런트래블링후기184
작은손길이만들어낸기적192
아이들모두자신의그림책을갖게되다199
얘들아,우리더멀리날자!201

에필로그206

출판사 서평

어린시절부터제3세계를두루여행하며
나눔이필요한현장을온몸으로경험한소년의질문
“써도사라지지않는선물은무엇일까?”

『그라시아스,행복한사람들』의저자이자여행작가오소희의에세이에서‘JB’로불리는여행의동반자오중빈의두번째책이출간됐다.전작『그라시아스,행복한사람들』이열살되던해엄마와함께남미구석구석을90일간여행하며기록한그림일기를엮은책이었다면,『열일곱,내가할수있는것은』은지난17년간꾸준히이어진‘나눔의여행’이어떠한과정을거쳐진화하고성숙해갔는지를열일곱살청소년의언어로솔직하고꾸밈없이기록한일종의성장에세이이다.

저자는만세살무렵엄마와함께터키로떠난배낭여행을시작으로미얀마,라오스,시리아,우간다등제3세계현지인들의삶속에스며드는‘사람여행’을하며어른못지않은단단한여행내공을쌓았다.이여행의기본원칙은‘되도록많은현지인을만나는것’.이것은가장저렴한여행방식과도일치했기에,두모자(母子)는가장저렴한숙소에묵고,가장저렴한길거리음식을먹고,가장저렴한교통수단을타며여정을이어갔다.유명관광지보다는마을이나작은도시를배회하며,함께어울릴현지친구들을찾아열나게뛰어놀고,다시다음마을로이동하는이들의여행은시리아의한마을에이르러커다란터닝포인트를맞이한다.그곳에서만난한현지인남자가자신에게오직한장뿐인아주소중한사진(외아들의돌사진)을이모자에게선물로건네려했기때문이다.바로이말과함께.“당신은내친구니까요.나는내게가장소중한것을친구에게줄수있어행복합니다.”

이날의깨달음은이내아름다운나눔이얼마나중요한지에대한성찰과이들이꾸린여행가방이온전히자신들을위한것들로만채워진‘이기적인가방’이었다는반성으로이어진다.이윽고두모자는다음행선지인미얀마를가기전,풍선과학용품으로여행가방을가득채우지만,준비한선물이다사라지고나면다시금그한정적인나눔이또다른문제를불러일으킬수있음을경험한다.선물때문에우는아이가생겼던밤,두모자는‘써서없어지는물건말고,오래오래남는선물’은무엇인지에대해함께머리를맞대고고민한다.생각끝에이들의여행에새롭게등장한두가지‘도구’가있었으니,하나는현지아이들과온몸으로뛰어놀수있게해줄‘축구공’이었고,다른하나는저자가여섯살때부터배우기시작한악기,‘바이올린’이었다.누군가에게줄수있는가장큰선물이자오래오래남는선물은무엇일까에대한답으로“음악!”을선언했기에축구공을든반대편손에저자가연주할수있는악기였던바이올린을들게된것은당연한선택이었다.

이후게스트하우스앞마당에서든야자수아래에서든저자는어디에서나바이올린을연주하며길위에서만난인연들에게음악이라는아름다운선물을건네주었다.때로는아이들이있는기관을방문하여바이올린연주는물론이고그곳의아이들에게바이올린이라는낯선악기를연주해보고탐색해볼수있도록안내해주는‘꼬마선생님’의역할을하며자신의배움을나누었다.이러한방식으로열일곱살의소년은지금까지전세계30여개국을여행했다.여행의목적지들을대체로세계최빈국들이었고,그렇기때문에이들의작은나눔은현지에서언제나열렬한환대를받았다.

‘페르마타하티’와의운명적인만남과계속된교류,
‘나눔’이란가치는‘지속성’이란토양아래에서
감동적인성장의드라마를만들어낸다

오대양육대주를아우르며언제나새로운곳으로향하던이들의여정은2013년,저자가열세살이되던해새로운전기를맞이한다.처음으로인도네시아를여행하게된그해,어찌된영문이었는지저자는발리에도착하자마자믿을수없을만큼아프기시작한다.잠시컨디션이회복되면숙소가있던발리우붓의작은마을뉴쿠닝을쉬엄쉬엄구석구석탐색하는것이여행의전부였다.느리게반복되던마을산책은저자의‘나눔여행’을새로운단계로끌어올리는계기가되었다.얼핏보면그냥지나치기쉬운간판이었지만,발리에도착한지2주가지난어느날의산책에서도여전히그대로인건물(과간판)에호기심을느끼고한번들어가기로하면서,‘페르마타하티(PermatiHati)’와저자의첫만남은그렇게운명적으로이루어진다.

페르마타하티는데이케어(daycare)센터로양친이모두없는아이나한부모가정의아이들이방과후부터저녁까지머물며돌봄을받는기관이다.이곳을이끌어가는사람은‘아유’라는이름의중년여성.그녀는아이들을위해서라면모든일에가능성을열고온힘을다해열정적으로임하는인물이었기에낯선이방인었던두모자를기쁘게맞이하며고아원안으로이끈다.그따뜻한환대에저자는여느여행때와마찬가지로그곳의아이들에게자신이준비한음악선물을건네고음계를가르쳐주는등배움을나누는일을이어갔다.페르마타하티의아이들은낯선이방인이나누어주는작은가르침을스펀지처럼흡수했다.

놀라운것은그다음부터다.인도네시아여행을마치고한국에돌아와서도그곳을잊을수없었던저자는그해겨울방학,다시페르마타하티를방문한다.새로운곳으로떠나는여행이아니라갔던곳으로되돌아가그곳에서작은것도놓치지않고배우고성장하려는의지가가득한아이들과지식나눔을이어가기로결심했기때문이다.그렇게매년여름방학과겨울방학을맞이할때마다세번째,네번째,다섯번째의방문이계속이어졌고,그때마다저자는그곳의아이들과함께나눌새로운악기,새로운노래,새로운형태의퍼포먼스들을준비해갔다.새로운배움의내용들은가르치는입장의편의를생각한일방적인가르침이아니었기에더욱의미가있었다.저자는발리의아이들이자신들만의고유한문화적정체성을유지해나가길바라는마음에서힌두신들이등장하는연극대본을직접써서준비해간다거나,발리의전통악기와민속동요가아이들의공연레퍼토리에들어갈수있도록신경을쓰는세심한배려를잊지않았다.

새로운배움들이더해질때마다페르마타하티아이들의음악실력도놀라우리만치일취월장했다.그에따라고아원안에서는자연스럽게전자음악밴드,합창단,리코더연주단,타악기연주단,앙클룽(발리의전통악기)연주단,남녀댄스팀등아이들저마다가자신의역량과재능을펼칠수있는소규모음악동아리들이여럿만들어졌다.아이들의실력은매년발전하여페르마타하티의전자음악밴드(암바르밴드)는발리의밴드경연대회에서1등상을수상했을정도였다.그뿐만이아니었다.매년크리스마스가되면‘자선공연’이라는이름으로1년에한번씩의례적인공연을하던페르마타하티의아이들은,이제그공연실력을널리인정받아크리스마스와신년무렵이되면고아원인근의여러호텔들로부터정식공연을해달라는러브콜을잇달아받게되었다.가능성이란영역을무한히확장해오며발전해나간페르마타하티고아원아이들의성장담은3년여동안의지속적인배움나눔이있었기에가능했던일이었다.

“학생인나를통해서도큰발전을이룬아이들이라면
보다더많은사람들의도움으로,더크게성장할수있지않을까?”

고아원아이들이‘탤런트쇼’라는이름의대형공연도멋지게성공해내자,저자는새로운현실을마주하게된다.바로그곳의아이들에게앞으로는지금까지와같은자신의도움이필요하지않을것이라는생각이었다.그러한판단은또다른새로운질문을이끌어냈다.고작중학교3학년학생일뿐이었던자신을통해서도놀라운발전을이룩해낸아이들이라면,보다더많은사람들의도움으로는더크게성장할수있지않을까하는질문이었다.질문에대한답을궁리한끝에,저자가기획해낸것은‘여행중에도봉사를할수있는(VolunteeringwhileTraveling)’것을핵심개념으로하는‘발런트래블링’이라는봉사프로그램이었다.발런트래블링은짧은휴가중에봉사활동만하는것은부담스럽지만,자신만을위한여행을하기에는누군가를돕고자하는선한의지가있는이들을페르마타하티라는,여러사람들의재능기부가필요한공간과연결해주는봉사프로그램이었다.

발런트래블링에대한기획안이저자가운영하는블로그에올라가자,놀랍게도즉각적인반응이일어났다.이후학교수업을마치고돌아오는저녁마다저자는발런트래블링에참여하고자하는사람들과메일로소통하며약세달동안첫번째발런트래블링을준비한다.그렇게해서2016년12월,총50여명의봉사자들이함께하는1차발런트래블링의막이오른다.후원금이나물품지원등간접적으로프로그램에참여한인원까지헤아리면1차발런트래블러의수는100여명에육박했다.봉사자들의수만큼이나준비된봉사프로그램도다양했다.한국어수업,중국어수업,악기연주수업,미술수업,그림책만들기수업등다양한종류의배움나눔이이어졌다.

배움나눔이어려운분들은고아원아이들을위한식재료를기부해주시거나,아이들이새로운체험을할수있는기회가되는데이트립(daytrip)의비용을후원해주시는방식의기부를해주시기도했다.봉사자자신의여행일정과능력에따라봉사의내용을유연하게조율할수있는맞춤형봉사프로그램이라는점은발런트래블링이가진장점이다.나이의제한없이어린아이들도참여하여자신의배움을나눌수있다는것역시발런트래블링만의장점으로손꼽힌다.실제로페르마타하티를방문한봉사자들의자녀들은예정된발런트래블링이끝났음에도불구하고,호텔이나리조트에머무르기보다다시금페르마타하티를찾아와그곳의아이들과어울리고싶어했다.

1차발런트래블링이성공적으로끝난뒤,저자는고등학생이된다.학업적인부담은한층더커졌지만,지속성을가지고이어온나눔은멈추지않았다.1차발런트래블링의성공을기반으로2017년여름,2차발런트래블링이다시한번추진된것이다.2차발런트래블링에서도인상적인재능기부들이이어졌지만그중에서도가장특별한장면으로손꼽을수있는것은크라우드펀딩을통해페르마타하티의아이들을위한그림책을제작하여아이들모두에게자신만의이야기가담긴책을선사해준일이다.선의로똘똘뭉친이들의작은손길이모여삽시간에적지않은금액의후원금이모였고,그후원금으로제작된아이들의그림책여분과엽서를판매해얻은수익은다시금아이들의영어교육을위한수업료로사용되었다.선의와나눔이불러일으킨아름다운선순환이었다.

이책은‘열일곱,내가할수있는것은’이라는제목처럼,한소년이자신이가진것을아낌없이나눠온열일곱해의기록을촘촘하게정리해낸성장담인동시에나눔이라는행위가지속성을가졌을때에어떠한기적적인변화가나타날수있는지여실하게보여주는감동적인휴먼다큐멘터리와도같다.책을읽어나가다보면봉사가큰돈이나엄청난신념,대단한연륜에서시작되는것이아니라나이의많고적음,금전적인능력,재능의크기와는상관없이그저내가가진소중한무언가를함께나누고자하는작은마음에서비롯된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그작지만아름다운마음을꾸준히이어나갈때,세상에선한영향력을끼쳐모두가행복하게함께성장하는기적이일어날수있다는이야기가이기주의가팽배한사회적분위기에피로와고립감을느끼는많은이들에게따뜻한위로와감동을선사할것이라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