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감정이입을부르는장편소설.디테일면에서도숨이막힌다
철강회사에서납품비리건으로해직된40대가장김무종은,일식당에나가고있는아내변가영과초등1학년아들경서,유치원다니는딸민주와함께18평연립주택에살며샴푸세일즈맨으로뛰고있다.3년안에영업왕이되어아파트를사고가정을재건하겠다는계획을갖고있는그의앞에17년전짝사랑했던옛여자가나타난다.그녀는왜나타났으며그는과연세일즈로성공할것인가.
이소설을읽으려면먼저소설에대한우리의기존개념을좀내려놓을필요가있다.어디서도보지못한캐릭터와함께세상어디서막연히존재하고있을듯한문장들로가득한매우수상한소설이기때문이다.서사가기본뼈대인장편소설에서디테일이어느선까지허용되는지시험을하고있는듯한인상을받을정도로장면장면의디테일이때로숨막힐정도로치밀하다.남성이발소나녹색어머니회상대의모닝샴푸소개강연,퇴직임원들과의만남등몇몇장면은특별히인상적이다.
스토리는그야말로꼬리에꼬리를물고이어지다예상못한결말로치닫는다.때로과하다할만큼상세한묘사,작품성과오락성을함께담보하려는시도등무리해보이는면도없지않은편이나인내할만한수준이다.미스터리적요소의전개와결말은일반적인추리소설과는다른결을갖고있으나,나오는장면마다스토리와동떨어진내용이거의없을만큼전체적으로긴밀한내외적연계성을갖고있어플롯의기본에충실한작품이기도하다.
무엇보다독자를크게의식하지않는듯한글쓰기임에도감정이입이라는면에서상당히강력하다.마지막페이지를덮고나면우리모두약간은배를내밀고있을지도모르겠다.아래의시만큼은아닐지라도.
배를내민남자
하늘이해와달을내밀듯
바다가섬들을내밀듯
땅이산맥을내밀듯
국가는징집영장과세금고지서를내밀고
회사는실적그래프와해고문자를내미는데
그는오직배를내밀고있을뿐이었다
저자의말
작가라고,나이가들었다고인생에대해특별히아는게있겠는가.그래서인지이소설엔밑줄칠만한구절일랑별반없다고말할수밖에없다.모르는걸알려고하는대신문장이나조사같은걸고치는데,스토리와플롯을만지는데하루를보내는나날이10여년계속되었다.사람마다10여년걸리는일이있기마련이다.누군가는한사람을이해하는데그정도시간이걸리고,누군가는방한칸마련하는데그보다시간이더걸린다.앞으로또10년,우리는각자어떤삶을살아갈것인가.우리모두에게가끔은행복하고가끔은아름다운그런시간이예비되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