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피 - 페이지터너스 5

뜨거운 피 - 페이지터너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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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실비오, 그는 고독 속에 사는 남자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그는 한때 세계 곳곳을 떠돌며 자유로운 방랑자를 꿈꿨으나, 나이가 든 지금은 아늑한 집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 보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있다. 그런 그와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있다. 바로 사촌 엘렌과 그의 남편 프랑수아 가족이다. 정숙하고 다정한 엘렌 내외는 딸 콜레트를 데리고 종종 실비오를 방문해 정다운 시간을 보낸다.

어느덧 어엿한 숙녀가 된 콜레트는 방앗간집 아들 장 도랭과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런데 평온한 시절도 잠시, 장 도랭이 강물에 빠져 급작스레 죽고 만다. 충격에 빠진 콜레트는 그날부터 미소를 잃어버리고, 잠잠하던 시골 마을에는 위태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한편, 실비오는 장 도랭이 죽던 날 밤에 보았던 의뭉스러운 광경을 애써 모른 척한다.

장 도랭이 실족사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다시 생활을 이어가던 콜레트.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프랑수아와 함께 영지를 관리하러 간 집에서 시골 소년의 충격적인 증언을 듣게 되는데…….

홀로코스트로 안타깝게 희생된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 그녀 사후 60여 년 만에 공개된 비운의 소설 『뜨거운 피』는 시종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폐쇄적인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참극과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이웃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저자

이렌네미롭스키

이렌네미롭스키(IreneNemirovsky)는1903년우크라이나키이우의부유한유대인집안에서태어났다.그녀의어린시절은불행하고외로웠다.금융가였던아버지는늘사업으로바빴고,어머니는어린이렌을유모에게맡기고자신의삶을누렸다.이시절이렌은절망에맞서기위해어머니에대한증오를키웠으며,이러한모녀관계는이후그녀의작품곳곳에드러난다.1917년러시아혁명이일어나자이렌과가족들은유대인박해를피해은둔생활을시작했고,그러다결국러시아를떠난다.이후파리에정착한이렌은소르본에서대학을다니며문학을공부하기시작한다.1923년에는첫작품『오해Lemalentendu』를익명으로발표했으며,1929년에는데뷔작이라할수있는『데이비드골더DavidGolder』를발표해문단의호평을받고왕성한작품활동을이어간다.
1942년아우슈비츠로끌려가사망하기직전까지도전쟁을소재로한대하소설『프랑스풍조곡SuiteFrancaise』을집필했는데,이작품은후에어머니의유품을정리하던딸에게발견되어2004년에출간되었다.『프랑스풍조곡』은출간과함께르노도상을수상하였으며,이는르노도상제정이후최초로작가의사후에수여된것이다.『프랑스풍조곡』은또한영미권에서도엄청난성공을거두며영화로도재탄생되었다.이작품의성공이계기가되어네미롭스키의다른작품들역시활발히재조명되고있다.네미롭스키는서른아홉의젊은나이로세상을떠났지만,엄청난창작열로상당한양의작품을남겼다.대표작으로는『데이비드골더』,「무도회」,『개와늑대LesChiensetLesLoups』,『제자벨Jezabel』,『프랑스풍조곡』등이있다.

목차

뜨거운피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차가운고독과뜨거운욕망
양극단을교차하는단한번의삶

실비오는고독속에사는남자다.한때그는세계곳곳을떠돌며자유로운방랑자를꿈꿨다.“콩고에서는공무원,타히티에서는상인,캐나다에서는모피사냥꾼”으로일하며“젊은피의열기에떠밀려이곳저곳을전전했다.”그러나노년에접어들어서는아늑한집에서모닥불을쬐며시간보내는것을유일한낙으로삼고있다.

“그들은짐작조차못하지만,나에게도좋은순간들이있다.혼자그럭저럭살고있고,첫눈이내렸으니까.”(10쪽)

“나는내집이좋다.불이사그라든다.불이더는놀지않고춤추지않을때,더는눈부신불꽃을사방으로내던지지않을때,수많은불티가빛도열기도없이,아무에게도득이되지않은채꺼져가며그저냄비를천천히데우기만할때,그때내집은참좋다.”(23쪽)

그가사는곳근처에는그의사촌‘엘렌’이남편‘프랑수아’와화목한가정을꾸리고네남매를낳아키우고있다.그중첫째딸‘콜레트’는살갑고발랄한아이로,실비오아저씨와도가까이지내고있다.엘렌과프랑수아내외는종종실비오의집에방문하기도하고실비오를그들집으로초대하기도하며우정을나누는다정한사람들이다.

그렇지만그들을제외한나머지마을사람들을바라보는실비오의시선은다소냉정하다.소문퍼뜨리기를좋아하는시골사람들은“각자자기집,자기땅에서살아가고,이웃을경계하고,밀을수확하고,돈을셀뿐그나머지에대해서는상관하지않는다.”이곳농부들은“무지렁이”와다를바없지만,성실히재산을축적한덕에어느정도부르주아적인삶을영위하고있다.실비오도한때적지않은재산을가지고있었으나한탐욕스런노인‘드클로영감’이그의재산을야금야금사들인탓에지금은부유와는거리가먼생활을하고있다.

숨겨진비밀이밝혀지면서서서히드러나는
그날의추악한진실

어느덧혼기가찬딸콜레트는물랭뇌프의방앗간집아들‘장도랭’과결혼하게된다.결혼식에는마을에서안좋게소문이난여자‘브리지트’도참석했다.그녀는“키가컸고무척아름다웠으며,멀리서봐도당돌하고기운차고건강”한분위기를풍겼다.“그곳에참석한여자중에결혼식하객처럼차려입지않은사람은오로지그녀뿐이었다.나는그녀가자신을따돌리는그고장사람들에대한경멸감을드러내려고일부러수수하게입고온것같다는인상마저받았다.”그녀는사실엘렌의이복언니인‘세실’이입양하여키운아이였다.엘렌의입장에서는조카인셈이다.그리고그녀가결혼한남자가바로실비오의재산을사들여부자가된드클로영감이었다.결혼한몸인데도불구하고브리지트의행실은자유분방하다.마을사람들이뒤에서수군대는것에도아랑곳않는그녀의태도에서는당당함마저느껴진다.실비오는그런그녀를오래도록응시한다.

결혼식이끝나고,평화롭게살아가던엘렌내외와콜레트내외에게급작스런비보가닥친다.콜레트의남편이된장도랭이강물에빠져비극적으로죽게된것이다.이사건이후로마을분위기는흉흉해지고,기묘한소문만무성하게퍼졌다.콜레트의얼굴에서미소가사라지고,엘렌과프랑수아는딸의슬픔을달래고자다시본가로콜레트를초대해그와그녀의아들을극진히보살핀다.그리고어느날,한소년이자기가장도랭이죽던순간에그자리에있었다고폭로하면서소설은극적인전환을맞는다.참하고온화한아내엘렌과가정적이고다정한남편프랑수아,맑고발랄한콜레트와마을사람들의눈총을받는여자브리지트,의문만잔뜩남긴채죽은장도랭과그의죽음에얽혀있는제삼의인물…….그리고이모든것을지켜보는실비오.과연이들은장도랭의죽음과어떻게얽혀있는것일까?

당신의가슴을뜨겁게지폈던사랑은
어떤모습이었나요

소설『뜨거운피』를쓴저자이렌네미롭스키는국내에『스윗프랑세즈』와『무도회』라는작품으로도잘알려진작가다.그녀는우크라이나의부유한유대인집안에서태어나외로운유년시절을보냈고,유대인박해를피해이주한프랑스파리에서본격적으로문학을공부하기시작했다.짧은생을살았지만그녀가남긴소설만큼은오래남아독자를만나고있다.그중에서도『뜨거운피』는저자가사랑을바라보는관점이드러난다는점에서남다른의미를지닌다.저자는고독과욕망을끊임없이교차시키면서인간의본성을더깊이파헤친다.우리는젊은시절누구나한번쯤사랑을경험한다.그대상이누구든각자의사랑은저마다다른채도와질감을가지고영원한흔적을남기기마련이다.저자는그중에서도당사자의눈을멀게하는사랑,한순간에피어올라이유없이식어버리고마는불같은욕망을날카롭게포착해낸다.

“참으로이상한광기가아닌가!스무살시절의사랑은일종의열병,착란과흡사하다.그것이끝나면우리는다른것들은기억조차하지못한다.금방식어버리는피의뜨거움.그꿈과욕망의화염앞에서나는나자신이너무늙어버렸고,너무나차갑게식었고,너무나철이들었다고느꼈다.”(50쪽)

“우리는모두내벽난로에서타고있는,화염이자기좋을대로뒤틀어버리는저나뭇가지들과어느정도닮아있다.어쩌면이렇게일반화하는내가틀렸는지도모른다.스무살에이미아주현명한사람들도있지않은가.하지만나는그들의현명함보다내지나간광기가더마음에든다.”(65쪽)

흡사‘광기’로일컬을만한사랑,그감정의소용돌이안에서등장인물들은생애한번뿐인연인을만나고자분투한다.이런사랑이당신에게도익숙한가?그사랑은지금어디에있는가?어떻게만나어떻게스러졌는가?『뜨거운피』는이렇듯피고지는사랑의역사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