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청춘을빼앗긴여자,크리스티네
일생일대의마법같은순간을마주하다
자정을알리는종이친뒤시작되는신데렐라의진짜이야기
1차세계대전이끝나고황폐해진오스트리아의한시골마을,클라인-라이플링.그곳우체국에는매일정해진시간에정해진자리를지키고있는직원이있다.그녀의이름은크리스티네.스물여덟살의그녀는한창청춘이꽃피는시절을전쟁에빼앗기고하루하루를근근이살아간다.전쟁은청춘뿐아니라하나뿐인오빠와아버지까지앗아갔으며,그녀는지금몸이성치않은연로한어머니를모시고있다.매일똑같은쳇바퀴를도는크리스티네의표정은늘창백하고메말라있다.
그러던어느날,우체국으로전보한통이날아든다.스위스휴양지에서자신의이름앞으로발송된전보였다.여느때와다름없이타성에젖어있던크리스티네의일상에작은균열이생겼다.어머니에게자초지종을물어보니,이미오래전미국으로떠난뒤상류층이된이모가스위스의호화호텔로크리스티네를초대한것이었다.하지만혼자서거동도못하는어머니를두고떠날수는없는일.게다가우체국을여닫을직원은저하나뿐이다.일면식도없는이모를이제와서만난들무슨의미가있을까?걱정이많고조심스러운크리스티네는한참을고민하다가결국어머니에게등떠밀려이모를만나러간다.
클라인-라이플링을떠나본적없던크리스티네는스위스로향하는기차에서부터신비로운황홀경에빠진다.너른대지,상쾌한바람,낯선사람들…….처음맛보는해방감이었다.하지만들뜬기분도잠시,스위스호텔에도착한그녀는곧바로후회한다.한눈에봐도고급스러운옷과장신구를걸친귀부인들,크리스티네는꿈도못꿀숙박비를자랑하는호텔룸,몸과마음에서자연스러운여유로움을풍기는투숙객들사이에서크리스티네의낡은등나무가방과허름한옷차림,어색한몸짓은사람들의이목을끌기에충분했다.당장이라도고향으로돌아가고싶지만이제와서이모와어머니를실망시킬수는없다.크리스티네를알아본이모가따뜻하게환대해주지만,이모역시그녀의누추한행색이부끄럽긴마찬가지다.
“불쌍한것!자기가얼마나촌스럽게옷을입었는지정작자신은그것도모를거예요.망할놈의전쟁이오스트리아사람들을모두망쳐놓았어요.가엾은것!”
하지만크리스티네를변신시켜주는일쯤은이모에게아무것도아니다.이모의옷을빌려입고머리스타일을꾸미고아름다운장신구를두른크리스티네는완전히다른사람처럼보인다.호텔방에서거울에비친자신의모습을보고충격으로아득해진그녀는넋을잃는다.이것이진정나인가?
“여자는놀라호흡을가다듬었다.꿈에서조차이토록젊고,아름답고,우아하게차려입은자신을상상한적이없었다.선이분명한붉은입술,섬세한눈썹,물결치는금발아래로훤하게드러난목이돋보였다.하늘하늘한드레스에감춰진맨살이새롭게느껴졌다.여자는거울에비친여자가정말자신인지확인하려고거울앞으로더가까이다가갔다.그러나너무가까이다가서거나갑자기움직이면그황홀한모습이사라질까봐두려워서저절로미간이떨렸다.”
이후크리스티네의일상은백팔십도바뀐다.내성적이고수줍었던태도역시생기발랄하고적극적으로바뀌었다.모두가그녀에게춤을청하고,식사에초대하고,데이트를간청한다.꿈결같은시간속에서크리스티네는지금껏잊고살았던쾌락과여유를만끽한다.
심리소설의대가,츠바이크의장편걸작『우체국아가씨』
타고난이야기꾼이이끄는
한인간의처절한드라마
하지만츠바이크는자신의주인공이변신에도취된채영원한신데렐라로남도록놔두지않는다.신데렐라에게자정이있듯크리스티네의여행도급작스레끝나게된다.달리는기차에서바깥으로떠밀린듯한순간에깨져버린일생일대의휴가.백일몽에서깨어난그녀는하는수없이시골우체국으로되돌아온다.
하지만한번황홀경을맛본이에게시골생활은따분하고무식하고촌스럽기만하다.허무에찌든현실은크리스티네를미치기직전으로몰고간다.
소설은크게세부분으로나뉜다.크리스티네가변신하기전과변신한상태,그리고변신이끝난후.츠바이크는각부분을마치서로다른세단편처럼보일만큼색다른감정선과전개로이끌어간다.그리고말미에이르러독자는전혀예상치못했던충격적인결말을조우하게된다.
어떤학자들은『우체국아가씨』가미완의유작이라고도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현존하는원고의결말은독자에게짙은여운을남긴다.크리스티네의삶은오히려죽지않고독자의상상속에서생생하게살아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