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 페이지터너스

나의 친구들 - 페이지터너스

$14.00
Description
이 작품의 화자 빅토르 바통은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을 입은 채 전역한 상이군인이다. 얼마 되지 않은 상이군인 연금으로 파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그가 머릿속으로 수없이 되뇌는 말이 있다.
‘너무 외롭다.’
『나의 친구들』은 지독히도 외로운 남자, 바통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 등장하는 ‘나’는 바통이고 ‘친구들’은 바통의 친구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바통이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누구나 『나의 친구들』이란 제목이 바통의 덧없는 희망을 드러내는 모순적인 제목이라는 걸 알게 된다. 친구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 자신은 좋은 친구가 될 자질이 없는 남자의 지질한 이야기란 걸 알게 된다.
에마뉘엘 보브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1945년 목숨을 잃기 전까지 프랑스 문단에서 활동하며 라이너 마리아 릴케, 콜레트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나 사후에는 사실상 잊히게 된다. 하지만 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970년대 새롭게 발견되어 그의 책은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터 한트케는 『나의 친구들』을 읽고 독일어로 번역 출간하였으며 사뮈엘 베케트는 “그 어떤 누구보다도 본질적인 디테일을 다루는 본능을 가진 작가”라고 말하며 보브의 글을 극찬했다.
이 책을 두 번 읽기를 바란다. 그것이 어렵다면 두 번 읽는 것처럼, 한 번 읽기를 바란다. 바통의 눈으로, 그리고 그런 바통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관찰자의 눈으로. 이 책을 읽은 후 어쩌면 우리 모두 외로운 ‘바통’이라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저자

에마뉘엘보브

1898년,러시아계유대인아버지와룩셈부르크출신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보브는14살에이미소설가가되고싶다는꿈을가졌다.1923년기자로서첫커리어를시작했고시도니가브리엘콜레트가그의소설을눈여겨보면서1924년첫소설『나의친구들』이발간되었다.이소설은비평가들로부터큰반향을일으켰고,책을읽고감명을받은라이너마리아릴케는따로그에게만남을요청하기도했다.1928년에는1924년작『나의친구들』과1928년작『연합Lacoalition』으로피기에르문학상을받았다.

그이후엔아이의죽음,2차세계대전의발발로불운한시기를거치게된다.전쟁이발발하기전까진정기적으로책을출간하였으나그후부턴프랑스에서출판이금지당한다.1942년엔가까스로알제리로탈출하였고그곳에서흉막염을얻어몹시허약해진다.그런상황에서도보브는세편의소설『함정LePiege』?,?『밤에출발하다Departdanslanuit』?,?『기각Non-lieu』을완성한다.1944년10월파리로돌아왔으나1945년악액질과심부전을사인으로47세의나이에사망한다.

목차

프롤로그
뤼시뒤누아
앙리비야르
뱃사람느뵈
신사라카즈
블랑셰
에필로그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사뮈엘베케트,페터한트케,릴케,콜레트의찬사와함께세상에나온고전
대도시에고립된현대인의그늘을예리하게포착한잿빛소설

“고독,얼마나아름답고또슬픈일인가.스스로선택한고독은더할나위없이숭고하지만,내뜻과상관없는오랜세월의고독은한없이서글프다.강한사람은고독해도외로움을느끼지않는다.하지만나는약한존재이다.그래서친구가없으면외롭다.”

이소설의마지막문단이다.빅토르바통은1차세계대전에서부상을입은상이군인이다.파리의자그마한방에서쥐꼬리만한연금으로살아가는바통은매일매일새로운기대를안고집을나선다.그는자신의옷차림에신경을쓰고예의를지키며상대방의기분을염려한다.그럼에도그에겐단한명의친구도없다.
친구가없을뿐만아니다.어떤사람들은그를미워하기도한다.같은건물에사는르쿠안씨는“게으름뱅이같으니라고!”라고말하며그를몰아세운다.관리인아주머니는그를무시하기일쑤다.그런괄시에도바통은화한번낼줄모르는심약한사내다.자신이무엇을잘못했는지어리둥절해하기도한다.실제로소설의초반부에선독자들역시아리송하다.이인물이이렇게까지천대를받아야하는이유는뭘까?
소설이진행되며독자들은고개를끄덕이게된다.바통은그리호감을사는인물이아닌것이다.호감은커녕한심하기짝이없다.1인칭시점으로전개되는이소설에서독자들은원치않아도지질한바통의독백을읽어야만한다.그는속이좁고셈을따지고인간관계에서우열을나누고여성을보는시각은어쩐지음흉한것같고(음탕하진않다)자기중심적이다.하지만그럼에도어쩐지바통을미워하는것이쉽지않다.그모든결함에도불구하고그가‘진정으로’친구를사귀고싶어하기때문이다.어쩌면우정에대한욕구를그토록진솔하게인정하는것이용감하게느껴지기도한다.
그것이용감하게느껴지는것은우리안에있는‘외로움’때문이아닐까,생각한다.위에적은소설의마지막문단처럼,고독은아름답고숭고하다.하지만그것은강한사람에게해당되는말일뿐바통처럼약한존재에게고독은버겁다.그래서바통은고백한다.나는약하다고,그래서친구가필요하다고.반면우리현대인들은어떤가.지구반대편에있는두사람을버튼하나로잇는‘연결의시대’에아이러니하게도현대인들은극심한외로움을겪고있다.공동체는붕괴됐고인간은원자화되었다.혹시고독사라고들어보았는지?하지만그럼에도,아무리사무치게외로워도우리들은외로움을드러내지않는다.오히려그렇지않은것처럼보이기위해필사적으로애를쓴다.외롭다고말하는것이자신의약함을곧인정하는것이니까.몸집을부풀리려는동물의행동처럼,외로움을감추려는처절한노력은두려움보다는연민을일으킨다.그에비하면바통의처절한노력은오히려용감한것이아닐까?

바통같은친구를현실에서만나면그인성에진저리를치며도망치고싶을것이다.소설에서만나얼마나다행인지.당신도『나의친구들』로바통이라는못난친구를한명사귀어보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