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엔 해답이 없었다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

$16.05
Description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세 번째 키워드 ‘디스토피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절망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

21스튜디오의 출판 레이블 21페이지에서 스토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는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세 번째 앤솔러지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를 출간했다. 이미 독자들에게 재미와 완성도를 인정받은 훌륭한 기성 작가들과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신인 작가의 작품을 모아 다섯 편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라는 유명한 첫 문장처럼, 우리는 유토피아를 상상할 때 모두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디스토피아를 상상할 땐 저마다 다른 미래를 그린다. 매일매일 희망을 향한 진보가 아닌 절망을 향한 전진을 보여주는 듯한 소식을 접하다 보면, 누군가는 제3차 세계대전을, 다른 누군가는 환경 파괴를, 또 다른 누군가는 AI에 지배당한 인류의 모습을 상상하며, 언젠가 현실이 될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품고 현재를 살아간다.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에서 만날 다섯 편의 작품은 지금 우리가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을 문학으로 구체화해 확실한 미래상으로서 느낄 수 있게끔 만든다. 아주 확실하게 코앞까지 들이닥친 인류의 멸종 위기부터 은유를 통해 세련된 방식으로 암시하는 뒤틀려버린 사회의 모습까지 저마다 다른 절망을 품고 있지만 ‘디스토피아’라고 말할 수 있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아무리 거부하고 외면하고 싶어도 미래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미래라는 거대하고 암담한 파도가 덮쳐올 때, 집어삼켜질 것인가 혹은 헤엄이라도 쳐볼 것인가는 이제 각자의 선택인 셈이다.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는 다섯 명의 소설가가 각자 ‘답이 없는 미래’라는 파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참담한 미래를 엿보고 온 듯한 생생한 이야기들은 읽는 이에게 기묘한 안도를 품게 한다. 우리가 절망과 낙담에 조금 더 의연해질 수 있게끔 문학으로 정신의 예방주사를 놓는 셈이다. 우리에겐 당연히 미래에 대한 정답도, 해답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풀이를 멈추는 순간이 진짜로 끝이라는 것. 과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SF 소설가들은 미래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직접 읽지 않고서는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저자

존 프럼

천천히 서두르며,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소설을 쓰고자 한다. 쓴 책으로 소설집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사라지지 않아: 제8·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가 있다.

목차

1. 존 프럼 -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 하지만 달에는 있다. (p.9)
2. 김준녕 - 소설적 낭만주의자의 요리와 다섯 번째 스트라이크아웃 (p.71)
3. 서윤빈 - 도시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p.91)
4. 배지우 - 데자뷔 (p.123)
5. 유진상 - 전환기관 (p.145)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그는우리를아슬아슬하게지탱하고있는살얼음판이언제든지쩍쩍갈라지며,지옥으로향하는입구가드러날수있다고경고한다.우리가스스로를과신하는한,문명의성숙도가기술의발전속도를따라잡지못하는한,끝내자멸할거라고단언한다.혹자는자멸은정해진수순이라고,감당할수없는기술에손을댄우리는안전장치가풀린권총을가지고노는어린아이일뿐이라고말한다.전문가들이보내는숱한경고처럼거대한재앙이당장이라도들이닥칠지도모른다.우리는그저폭풍전야의고요와도같은일시적인평화를누리고있는것인지도모른다.다음번재앙에서는끝내어떠한답도찾아낼수없을지도모른다.하지만우리제작진은감히희망에대해말하고싶다.뻔뻔하게살아남은우리안에여전히선한것들이남아있기를,우리가짊어진끝모를원죄를속죄할수있는기회가주어지기를,최악의절망속에서도끝끝내우리를구원할가느다란희망의실이끊어지지않기를,간절히기원한다.
-존프럼,「지구엔해답이없었다,하지만달에는있다」64~65쪽

그러나우리는다릅니다.우리는우리를먹음으로써우리인간의마지막위업을달성할수있었습니다.자아와자아의섭취,둘은쌍방향의0을그리며무한으로수렴하게될것입니다.이무한의궤도에서우리는진정한나를찾을수있을것입니다.
멈추지마세요.자기섭취야말로우리세계의인간으로서신에대한대항이자,신에대한순응입니다.
-김준녕,「소설적낭만주의자의요리와다섯번째스트라이크아웃」83쪽

아버지는자주눈이보였던시절을이야기했다.영화와사진,화면을톡톡두드리는걸로조작할수있는기계들,환상적인색의아름다움…본다는것에대한아버지의기억이우리목을졸랐다.비유적인의미가아니라정말로.다섯살이되어서도우리가기어다니기만하자아버지는나와동생에게짧은목줄을채워걷는법을가르쳤다.걷지못할이유가없는데도걷지않는다면그건무책임한거라는아버지의목소리가정수리에서부터우리머릿속을파고들었다.그러나우리는걷고싶지않았다.머리를땅에서높이들어올려봤자위공기가더깨끗한것도아니고괜히넘어져다치기나하니까.목줄에묶여두발로서있는사이무릎의굳은살은모두사라져버렸다.쓰지않으면약해지는것이몸의규칙이다.어쩌면우리가시각을잃어버린이유는이곳이캄캄한사후세계이고우리는오랫동안죽은상태로살아있기때문인지모르겠다.그렇다면우리가수많은규칙을지키며살아가는건늦게라도착한인간이되기위해서인지도.
-서윤빈,「도시는여전히그곳에있었다」94~95쪽

사실이곳에이주해올때처음세운계획에의하면,지금쯤이메마른땅은녹지로변하고도남았어야했다.그러나눈에보이는건여전한황무지였다.처음봤을때와바뀐것이없었다.나무들이자라는속도는예상보다너무더뎠다.아마천년쯤지나면나무들이우거지고만년쯤지나면울창한녹색숲이이곳을뒤덮을지도모른다.그러나그때까지미료가살아있을리는없었다.적어도미료가제힘으로이길을걸을수있는동안에는우거지고울창한나무들을볼순없을거였다.미료에게중요한것은자신이포함되어있는미래였다.언젠가이곳에커다란숲이만들어질지도모른다는가능성만으로는그다지큰감흥을느낄수없었다.
-배지우,「데자뷔」125~126쪽

전환기관이설립되고이땅에진정한정의가구현되었다고말하는이들에게묻고싶다.정말이땅에정의가내려앉았느냐고,세상이더단순해지고단단해졌느냐고.그질문에대한내대답은이렇다.세상은변하지않았고,그저방식만다른혼란스러움이자리잡았을뿐이다.
-유진상,「전환기관」1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