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시기문학은근대가족법에어떻게대응했나
저자는이책에서식민지시기발표된50편가량의문학작품을분석하고,신문과잡지에실린논설이나기사등당대담론을알수있는자료들을폭넓게활용하여,국가가법을통해규정한‘정상가족’과변별되는새로운가족‘들’을상상해나갔던장면을섬세하게살펴본다.그럼으로써식민지시기가족법에대한문학적응전의의미를규명하는데까지나간다.근대문학에나타난가족을가족법을중심으로읽는다는것은가족의본질과의미를확인하는것이아니라,가족이개인의권리와행복한삶을보장하는집단으로존재할수있는지를심문하는작업이다.
일부일처제가정착되어가는과정에서나타난여성의인권문제
근대가족법은가족의범위와구성원의권리를성문화하여개인의자유와평등을제한하고자했다.이에따라법의테두리에속하지않아차별과배제를경험하게되는이들이나타났다.근대문학은법을매개로개인또는가족이정상/비정상으로구분되는현실을문제적으로형상화한다.사회질서를파괴한다며위험한존재로이야기된이들은문학속에서더나은세계를향한불온한상상력을보여주는인물로그려진다.부부재산의공동소유및가사노동의경제적가치인정문제,간통죄의젠더불평등한요인,이혼할권리뿐아니라이혼과정에서나타나는여성에게불합리한조건등에대한내용은가족법개정운동의쟁점일뿐아니라최근까지도중요하게다루어지고있는문제들이다.
나혜석,김명순,이태준,최정희등
새로운가족이나아가야할방향과가치를제시
식민지시기소설은당대법현실로부터발생한사회문제를다각도로포착하고비판적으로형상화하는데그치지않는다.더나은세계를꿈꾸는대안적상상력을펼쳐나간다.계약개념을새롭게재해석하는나혜석,혈연이나제도가아닌사랑이라는가치로구성된가족을꿈꾼김명순,부계혈통을중시하는아버지의호적에등재되는문제를비판적으로바라보는이태준과최정희,그밖의여러소설에등장하는,혈통이나제도가아닌‘개인’의신념과가치에따른선택을중시하는인물들의목소리는우리에게새로운가족이나아가야할방향과가치에대해생각하게한다.소유권에바탕을둔근대적법률이이상적가족을만들지못한다는비판,혈연이아닌다른기준으로구성되는가족의형상화,법적등록바깥에있는대안적공동체를그리거나국가가배제한이들을민적에올려다른방식의가족을구상하려는시도등이나타난다.
근대가족법,결혼과이혼의문제에균열을일으키다
근대가족법의탄생속에서나타난큰변화중의하나는결혼과이혼의문제였다.이러한변화는조혼과정략혼속에서고통받던모든이들에게해방의순간으로다가왔지만,특히여성의인권문제와관련된논의가첨예하게부상하는계기가되었다.당대여성은근대법의해방과구속의한가운데서있었다.근대법은여성을결혼계약의주체로호명하였지만,젠더불평등한법규는가부장적가족제도를강화했다.근대문학은근대와전통어디에서도행복한삶과진정한자유를찾지못하는여성들의내면적동요와현실을타개하고자하는고투를그려낸다.이책에서조명하고있는여성인물과작가들의목소리는오늘날우리의현실과포개져그울림을더한다.
문학을통해소수자의인권과정의를다시숙고하다
문학은제도로수렴되지않는당대사람들의욕망과비판적감수성을읽어낼수있는자료이다.근대가족법의도입으로인해변화된현실을제도와정책의차원이아닌문학을통해읽는의미가여기에있다.근대가족법은당대가족현실의변화를이끄는핵심동력이었지만,가족현실에영향을미치는유일한힘은아니었다.여전히전통가족규범의영향력이남아있었고,문명화라는과제를위해여러사상과담론들이수용되고있었다.사람들은가족을설명하고이해하는여러규범이난무하는현실을살아갔다.일상은규범에대한복종과저항,매끄러운이해와오해,해방의감격과불평등의감각,확신과불안사이에서균열의틈이만들어지는현장이다.문학은이러한일상의미시적순간들,사람들의욕망과감정을폭넓게담아낸다.이러한틈을포착하는문학은제도와담론으로는충분히이야기되지못하는소수자의인권과정의에대해숙고하게한다.
책의구성과내용
1장은근대민법의도입으로인해조선시대와변별되는속성을지니게된가족의의미와변화된위상을다룬다.식민지시기가족의변화를유도했던호적제도와친족상속법의전개과정을통시적으로추적하고,그와함께등장한새로운사건이신문매체를통해재현된방식을주로검토한다.
2장에서는근대적부부에대한관념과관련되어파생되는문제들을형상화하고있는문학텍스트를살펴본다.1910년대는법적이혼관념이등장했지만,명문화된법적절차는아직마련되지않았던때이다.이시기지식인들은근대적결혼관념의속성중에서도합리적계약정신과문명한법의정신이라는요소에큰관심을보였다.이와같은변화속에서문학은근대적결혼과여성인권문제가충돌하는장면을형상화했다.
3장에서는주로1930년대발표된문학텍스트를살펴본다.1930년대는신가정담론이확산된상황과맞물려아내의시점에서가족내부의문제를들여다보는텍스트가여럿창작되었다.가족내젠더규범을고정해나갔던주류담론에서벗어나결혼계약과가족내여성의역할에대해발본적인질문을던지는장면을살펴본다.
4장에서는1920~30년대발표된소설에서첩의위치에있는여성의처지와내면을들여다본다.공인된가족만을정상가족으로간주함에따라,법의테두리에서배제된존재들이출현했다.첩과제2부인,사생아등의존재는당대지식인과작가들에게활발한논의를불러일으켰다.1920년대이르러일부일처제가법제화됨으로써축첩은법적으로인정되지않았다.그러나사회적으로는용인됐던모순적조항으로인해당대첩이된여성은상당했다.
5장에서는가족질서및가족관계형성에국가법의개입이광범위해지는데대한비판적인식을보이는동시에새로운가족을상상하게하는텍스트를살펴본다.근대법과관습이착종된가족현실을비판적으로바라보면서법률로설명되지않은가족을구상하는텍스트,식민지시기가족법이지닌자유와평등의한계를표면화하는,민족간결합의문제를다루는텍스트를중심으로분석한다.이를통해가족형성의조건이되는민족과국가라는경계에대한비판과이를월경하는도약의의미를밝히고정상가족담론으로환원되지않는가족을형상화하는양상을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