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 사잇길에서 (경계를 넘나들고 경계를 허무는)

망우리 사잇길에서 (경계를 넘나들고 경계를 허무는)

$16.80
Description
망우리묘지를 문화유산으로 바꾼 ‘망우리 작가’ 김영식의 신작 에세이
망우리공원(망우리,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인문학적 가치를 세상에 알린 김영식 작가가 이번에는 인물이 아니라 의미에 초점을 맞춘 망우리 소개서를 펴냈다. 망우리의 숨겨진 역사, 오랜 성찰 끝에 깨달은 의미와 가치, 그리고 대학생 때 처음 망우리와 인연을 맺은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겪은 많은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풀어낸 인문학 에세이다.
인물 개인에 초점을 맞춘 열전 『망우역사문화공원 101인』이 세로줄이었다면, 의미와 가치, 일화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가로줄이 되어, 망우리공원의 전체 이미지를 독자의 눈앞에 확연하게 보여준다. “망우리를 왜 인문학공원이라고 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대답을 저자는 알기 쉽게 수치와 통계까지 이용하며 전해준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많은 새로운 사실이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 고등경찰관으로 악명을 떨친 미와 와사부로(미와 경부)는 김을한에게 보낸 엽서에서 춘원 이광수의 부인 허영숙의 안부를 묻고 있다. 망우리에서 가장 독창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소파 방정환의 묘를 누가 디자인했는가에 관해 작가는 단서를 찾아 설득력 있는 추론을 전개한다. 한국과 일본의 묘지 문화를 비교하는 글과 박인환 시인의 아들 박세형 시인의 이야기, 망우리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

김영식

작가·번역가·망우인문학자.대학생때처음찾은망우리공원을잊지않고지내다2002년《리토피아》를통해수필가로등단후20년만에다시찾아간것이평생의작업이되었다.2008년《신동아》에「망우리별곡」을연재하고2009년『그와나사이를걷다-망우리사잇길에서읽는인문학』(문광부우수교양도서)초판을출간하여망우리공원의인문학적가치를세상에널리알렸다.이후로도새로발견한인물을계속추가하여2023년7월개정4판(완결판)을출간하고,2023년2월아동청소년용『망우역사문화공원』(현북스)을출간했다.일문학관련으로『한줄에울다-명작하이쿠에담긴생각과기억』(2019)을출간했고10여권의일본근대문학번역서를냈다.대표작으로『기러기』(모리오가이),『라쇼몽』(아쿠타가와류노스케),『무사시노외』(구니키다돗포),『산월기』(나카지마아쓰시),『슌킨이야기』(다니자키준이치로)등이있다.산림청장상(2012,한국내셔널트러스트),서울스토리텔러대상(2013,서울연구원)을받았고2014년부터서울시와중랑구의망우역사문화공원관련학술용역을다수수행했다.번역회사를경영하는한편,망우리연구소소장,(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사·망우리분과위원장,중랑구망우역사문화공원운영위원회위원장을맡고있다.카페:https://cafe.naver.com/mangwoopark(망우리연구소)

목차

여는말

1부사잇길에서돌아본역사
1.해돋이의명소,다시떠오른아침해
2.살기좋은동네,과학으로증명된전설
3.중랑천설화의비밀,변중량
4.호랑이가나타났던망우리와아차산
5.백사이항복의동강정사
6.중랑구의애국지사6인을찾다
7.차라리죽으러망우리가요
8.‘미와경부’,미와와사부로는누구인가
9.조선의소녀들
10.누가소파방정환의묘를디자인했을까
11.은파리,다시날아오르다

2부사잇길에서얻은깨달음
1.다시찾은‘망우’의참뜻
2.낙이망우,즐김으로써근심을잊다
3.일본의묘지참배문화
4.현충원과망우리공원의차이
5.3·1운동의성지,망우리공원
6.한글의선구자들이모여있다
7.망우리언덕에십자가가많은이유
8.동학농민운동과3·1운동을되새기며
9.한국근대서예의박물관
10.한국근대문학관설립의꿈
11.도산선생곁으로모인사람들
12.누가고인에게돌을던질수있겠는가
13.뉴트로의중심,망우리

3부사잇길에서만난사람들
1.망우리와첫인연을맺다
2.상봉동대학생의일기
3.책이세상에나오기까지
4.그남자가바람피우는장소
5.한국내셔널트러스트망우리위원회
6.세계최초의묘역퀴즈행사,도전!러닝맨
7.쓰러진비석을바로세우다
8.망우리를찾아온선배들
9.망우리에서만난서립규선생
10.박인환시인의아들,박세형시인
11.박인환시인이받은편지
12.백년만에찾은유관순열사의묘
13.망우리체험으로명문대합격하다
14.영원한기억봉사단

닫는말망우리에서시(詩)와시(時)를읽다

출판사 서평

망우리에새겨진근대의풍경,삶과죽음을넘어인문학적통찰로
망우리공원은‘근심을잊고잠들어있는’독립지사,사회인사,문화예술가등격동적인한국근현대사의다양한인물의스토리를한장소에서만날수있는보기드문공간이다.그리고삶과죽음을넘어역사와문화적관점에서새롭게주목받기에망우리공원은“고인의유택에올라와비명을통해그들의이야기를듣고그들의삶을생각하고지금의나를돌아보는체험(樂)으로써(以)깨달음을얻어비로소근심을잊는(忘憂),낙이망우(樂以忘憂)의장소”라고말한다.
이렇듯인문학적통찰의길로이끄는망우리체험의가치를저자는책의여러곳에서변주를달리하며들려준다.
2021년부터2022년까지2년간중랑신문에매달2회〈망우리이야기〉라는제목으로연재한내용을수정하고보탠이책은3부로나뉘어‘사잇길’에서돌아본역사와‘사잇길’에서얻은깨달음,그리고‘사잇길’에서만난사람들의이야기다.2016년서울시는시민의역사체험과사색을위한인문학길로‘망우리사잇길’을조성한바있다.‘사잇길’은무덤과무덤사이,과거와오늘의사이,삶과죽음의사이,그와나사이를걸어가며경계를넘나들고경계를허무는길이다.

미와경부와망우리,그리고미와경부의독특한이면
한때전국민이열광한인기드라마〈야인시대〉에는미와경부가약방의감초처럼등장한다.당시미와는조선의유명인사를대부분파악하고관리하면서가장왕성하게활동한인물로서한용운,안창호,방정환을비롯해망우리에잠든독립운동가들과악연이있는인물이다.그러나방정환에대해서““방정환이라는놈,흉측한놈이지만밉지않은데가있어…그놈이일본사람이었더라면나같은경부나부랭이한테불려다닐위인은아냐”라고말하는가하면,종로경찰서폭탄의거를일으킨김상옥의사의기일에이문리묘지의김상옥의사를찾아가명복을빌었다는기록이있다.한편저자는미와가조선어장려시험갑종1등에합격할정도로조선어능력이뛰어났고,종교는불교인데그것도선종(禪宗)이며취미및특기는“꽃꽂이와원예”라는흥미로운기록과함께1968년1월미와와사부로가이광수의부인허영숙의안부를묻는내용이담긴,종로경찰서담당이었던김을한에게보낸연하장의일부를사진으로공개한다.

소파방정환의묘는누가디자인했나
망우리를찾는이들에게각별한관심을받는방정환의묘는흔히보는봉분이아니라기반은쑥돌로쌓고,위에네모난흰색비석이놓여있는돌무덤으로위창오세창의글씨가새겨져있다.저자는망우리를숱하게찾으면서소파의묘를볼때마다의문점이들었다.“묘라면당연히흙으로봉분을만들던시절,예술가의상상력에바탕을두지않았다면이런식의모양은나오지않았을것이다.나는예술적으로뛰어난소파의묘를볼때마다과연누가이것을만들었을지매우궁금했다.”(79쪽)그러나소파의묘에관한자료는전혀찾을수없었다.
마침내찾은단서는1936년5월3일조선일보에‘어린이날의창시자고방정환씨기념비’라는기사에나오는발기인명단이었다.발기인가운데김복진이나오는데,김복진은1924년제국미술전람회에입선한한국최초의근대조각가이자1935년조선중앙일보가독자에게줄메달을디자인한인물로서두살위인소파와친한사이였다.저자는김복진이카프의발기인이자조선공산당원이었기때문에“소파의명예를지키기위해아무도기념비의제작자이름을말하지않았고기록조차남기지않았을가능성이크다”(81쪽)고추론한다.한국전쟁을거치면서김복진이남긴조각작품은모두사라졌기에,저자의추론이사실이라면소파의묘는지금우리가볼수있는,한국최초의근대조각가김복진의유일한작품이될것이다.

일본의묘지참배문화의역사
망우리에는총독부초대산림과장사이토오토사쿠의묘가일본식이다.그리고일제강점기말에조성된한국인의묘도일본식을따른것도몇개보인다.한국과달리일본인은벌초를하지않고비석의이끼를제거하려고물로닦는다.그작업을이끼를닦는다는뜻의소태(掃苔)라고하는데,이는유명인의묘를찾아다니는취미까지포함한다.그런사람을‘소태가’라고하고그기록을‘소태기’,‘소태록’이라고한다.(110쪽)일본의소설가모리오가이,나가이가후등도저명한소태가로손꼽힌다.저자에따르면유명인의묘를찾아다니며배움을추구하는,일본에서의묘지참배취미는에도시대까지거슬러올라가며세대를가로질러읽을수있는관련책도꽤많은편이다.반면한국에서는최근망우리공원이인문학의현장으로주목받고있지만,묘지참배문화가정착되었다고하기어렵고,‘소태가’에맞먹을만한적절한용어도아직만들어지지않았다.도심한복판묘지에서산책과데이트를즐기는파리의시민들을굳이들먹이지않아도,일상에서죽음을기억하고삶을성찰할수있는문화의토대가약했던게사실이다.묘지를문화의명소로즐기는사람이늘어날수록문화의질적수준은높아질것이다.

망우리공원과현충원,무엇이다른가.
“망우리에는3·1운동33인의7인이안장되어있었으나나용환,박동완,이종일,홍병기4인이1966년현충원으로이장되었고현재한용운,오세창,박희도3인이남아있다.그외로도애국지사안창호가도산공원으로이장되고송진우,나운규등이현충원으로이장되었다.…현재망우리공원에는한용운,오세창,문일평,방정환선생등나라의서훈을받은애국지사9인의묘가있다.”(113-114쪽)이처럼전국에산재한애국지사의묘는하나둘현충원으로이장되었다.저자는망우리에잠든애국지사들의묘를무턱대고현충원으로이장하는것을하나의고정관념이라고지적한다.한용운의경우불교청년회나각종단체가나서서관리를지원하고있고,고인과관련된분들이지척에함께잠들어있다.방정환역시박희도와이인성,최신복등생전에인연을맺은이들과함께하고있으며,안창호는현재묘터만남아있지만생전에도산을따르던사람들이사후에망우리도산근처로들어와“도산은망우리에서가장큰조직을가진분”(154쪽)이라고한다.현충원이라면감히상상할수없는풍경이다.
“현충원은그자체로숭고한장소이지만지금의시점에서는아쉽게도몰개성의전체주의,관리편의주의가느껴지기도한다.그에비해망우리에는다양한모습의묘와비석이존재하고애국지사외에도친일파,좌익등다양한인물이마치우리가살고있는현실사회의축소판처럼한데모여있다.현충원보다더욱인문학적이라고할수있다.그래서우리는망우리공원을인문학공원이라고부른다.”(116-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