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녀 (이효석 단편집 4)

분녀 (이효석 단편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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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편의 소설은 숲을 만나서 숲의 기운이 내면에 스며드는 것
특히 한국 근대 소설은 아름드리나무가 빽빽한 울창한 숲과 같다
소설은 숲입니다. ‘숲’은 ‘수풀’의 준말입니다. 무성한 나무들이 들어찬 것, 풀과 덩굴이 한데 엉킨 것을 뜻하지요. 숲에는 숲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잠자코 우두커니 버티고 있는 바위와 돌도 있고, 햇살과 달빛이 차례로 내려앉기도 합니다. 숲에 숲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소설 속에는 줄거리, 구성만 있는 게 아니어서 먹먹하거나 코끝이 찡하거나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거나 내면 가득 차오르는 용솟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한 문장이 오랫동안 영혼의 발목을 붙잡기도 하고 그윽한 달빛을 마시는가 하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가득 받기도 합니다. 맑은 샘물로 내면의 갈증이 풀어지기도 하고, 명랑하게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가랑잎이 되어 떠내려가기도 하지요. 저마다의 모습으로 숨 쉬며 다채롭게 모여있는 곳, 그곳이 숲이고 소설입니다. 소설을 읽는 것은 숲을 만나는 것입니다. 숲 안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 삼라만상을 만나는 것이 바로 소설입니다. 그 안에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우주를 만든 신의 플롯일 겁니다. 그저 신의 옷자락이 마음에 살짝 스치고 지나갈 정도만 해도 엄청난 경험일 겁니다. 그런 체험의 위용은 대단해서 영혼의 지문이 드러나게 되지요. 절대 사라지지 않는 그 각인은 삶의 무늬를 만들어내고, 마음을 채색하게 합니다.

아미고 '나만의 문학 ' 클래식
읽는 재미를 찾아 떠나는 진짜 문학의 숲을 향해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는 어느 순간 읽는 재미를 잃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의 발달은 더는 독자의 시선을 책에 머무르게 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지요. 덕분에 교과서에 실린 몇 작품만을 간신히 읽고서도 문학 작품을 읽었다고 자부하며 살아오진 않았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어린 시절 우연히 읽게 된 소설을 손에 쥔 채 밤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었던 그 날의 추억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전세계에 한류가 흘러가고 우수한 콘텐츠로 대한민국이 주목받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과연 그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나만의 문학'은 바로 문학이 주는 즐거움과 힘에 주목했습니다. 어려운 단어나 잘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있더라도 작품 그 자체가 주는 이야기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어렵지만 읽어냈다는 성취감을 통해 내면의 힘을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날의 즐거움을 다시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잊고 있던 이야기의 즐거움을 찾아 함께 소설의 숲으로 떠나봅시다. 한 권 한 권 쌓이는 이야기들이 나만의 '문학의 숲'을 울창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 숲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한 길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문학에는 우리의 삶을 치유하고 보듬는 무한한 힘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제 그 힘을 발견해 볼까요?
저자

이효석

저자:이효석
한국단편문학의수작으로손꼽히는『메밀꽃필무렵』의작가이효석.성(性)본능과개방을추구한새로운작품경향으로주목을끌기도했던1920년대대표적인단편소설작가였다.강원도평창출생으로경성제1고보(현재경기고등학교)를거쳐경성제국대학(현재의서울대학교)법문학부영문과를졸업하고1928년[조선지광]에단편「도시와유령」을발표하면서동반작가로데뷔하였다.『행진곡』『기우』등을발표하면서동반작가를청산하고구인희(九人會)에참여,『돈』『수탉』등향토색이짙은작품을발표하였다.1934년평양숭실전문교수가된후『산』『들』등자연과의교감을수필적인필체로유려하게묘사한작품들을발표했고,1936년에는한국단편문학의전형적인수작이라고할수있는『메밀꽃필무렵』을발표하였다.그의문체는세련된언어,풍부한어휘,시적인분위기로요약할수있으며,시적인정서로소설(산문문학)의예술성을높였다는평가를받는다.1942년평양에서결핵성뇌막염으로36세를일기로세상을떠났다.

엮음:심상시치료센터
심상시치료(Simsang-Poetry-Therapy)는2010년임상실험을거쳐2011년공식인증절차를밟아학계에서인정받은전문적인심리,정신치료이며,계속발전하고성장하는치료입니다.심상시치료에서는치료의원동력인감성과감수성을끌어내기위해서문화와예술을적극활용하고있습니다.특히문학의상징과은유를통해내면세계를탐색하고내면에서근원적힘을발견해서삶속에서치유의힘을적용함으로써내면성장을일궈내는것에초점을두고있습니다.심상시치료센터는심상시치료를활용하여인간의정신활동과고유한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에초감각과지각을아울러서감성과감수성으로내면의힘(빛)을일궈내궁극적으로온전한마음과영혼을이루는통합예술·문화치료를전문으로시행하고있습니다.

목차

엮는말·4

분녀·8
고사리·53
석류·73
들·89
천사와산문시·117
인간산문·131
노령근해·163
깨트려진홍등·179
데생·211
북국사신北國私信·215

출판사 서평

아미고'나만의문학'클래식
읽는재미를찾아떠나는진짜문학의숲을향해서

입시위주의교육을받으면서우리는어느순간읽는재미를잃어버렸습니다.게다가인터넷의발달은더는독자의시선을책에머무르게할수없는현실이되었지요.덕분에교과서에실린몇작품만을간신히읽고서도문학작품을읽었다고자부하며살아오진않았는지돌아볼일입니다.어린시절우연히읽게된소설을손에쥔채밤늦은시간까지깨어있었던그날의추억은어디로간것일까요?전세계에한류가흘러가고우수한콘텐츠로대한민국이주목받는시대를살고있습니다.과연그힘은어디서온것일까요?

'나만의문학'은바로문학이주는즐거움과힘에주목했습니다.어려운단어나잘이해되지않는문장이있더라도작품그자체가주는이야기의즐거움이있습니다.어렵지만읽어냈다는성취감을통해내면의힘을성장시킬수있었습니다.이제그날의즐거움을다시찾아보는건어떨까요?잊고있던이야기의즐거움을찾아함께소설의숲으로떠나봅시다.한권한권쌓이는이야기들이나만의'문학의숲'을울창하게만들것입니다.그숲이우리삶을더풍요롭고행복한길로이끌어줄것입니다.문학에는우리의삶을치유하고보듬는무한한힘이숨겨져있습니다.이제그힘을발견해볼까요?

책속에서

묘포감독박추의짓일까.데설데설하며엄부렁한품이아무짓인들못할것같지않다.계집아이들틈에끼여인부로오는명준의짓일까.눈질이영매스러운것이보통아이는아니나워낙집안이억관인까닭에일껏들어간중등학교도중도에서퇴학하고묘포인부로오는것이가엾긴하다.그러나그라고터놓고을러멨다고하면응낙할수있었을까.군청급사섭춘이나아닐까.행길에서도소락소락말을거는쥐알봉수.그초라니라면치가떨려어떻게하나.
잠을설쳐버린분녀는고시랑고시랑생각에밤을샜다.이튿날은공교로이궂은까닭에비를칭탁하고일을쉬고다음날비로소묘포로나갔다.같은생각이머릿속에뱅돌아사람을만나기가여간겸연쩍지않다.사람마다기연미연혐의를걸어보기란면난스러운일이었다.
---「분녀」중에서

인동은서글펐다.한마디더하면눈물이푹솟을것같다.
“이까짓담배쯤에!”
홍수는목소리를떨어트리더니귀에입을갖다대었다.
“순자말이다.너를좋아하는눈치더라.수명이더러널늘데려와놀라구그러는눈친데녀석이잊어버리는것같애.거리에선순자가제일낫다.키두제일크구나배기요,섬도들대로들었어.그러나너겁을먹으문안된다.재채기를하구쓰러지문다틀려.천연스럽게굴문무서울것없어.”
인동은머리가어찔어찔하고눈이부셨다.담배보다도독한말을들은것같다.
“여기두개있다.한개주마.접때넣어주던동전으로가만히샀다.오늘장날아니냐.어른몰래사느라구이렇게늦었다.”
인동은두눈을말똥하게뜨고홍수의손에쥔것을보았다.큰일이라도저지른듯한현혹한느낌이었다.반지였다.구리실로가늘게휘어만든노란반지였다.
“하나는내것이다.알지.봉이말이다.봉이손가락에끼워주련다.날더러사달랬어.”
---「고사리」중에서

거리의천사라고반드시욕심의대상만이되는법은아닌듯하다.거리의천사도마음의천사가될수있다.욕심으로부터들어와서마음을흔든다.그런사랑도있는것이다.
그밤의천사는마음속에새겨져서좀체잊혀지지않는다.산문의밤이아니요,꿈속의밤이요,이야기속의밤이었다.
그가준명함은그의음의표시와도같이조그맣고탄탄하고꿋꿋하다.새겨진글자는그의눈망울같이청청하고또렷하다.
“정초가지나면한가해요.맑은정신으로아침부터와주시겠다고약속해주시지않겠어요?디트리히,가르보,셔러의브로마이드를선물로갖다주시겠죠.”
옷섶을붙들고신신당부하던약속을끝내밟을시간을가지지못하게되었음이미안하고송구스럽다.그미안한생각이그의마음속에대한대답이되었으면다행이리라고생각한다.
---「천사와산문시」중에서

“신경쇠약이라면확실히요새그런증세같기는하나…………”
“당분간철학을그만두는것이어떤가?회사로가게된것은자네를위하여는큰행복일세.둘에다둘넣으면넷되는…………이같이완전한정리가세상에또있나.얼마동안세상과담을쌓고숫자만노려보고살면얼마간마음이유하여지리.”
“실없이놀리는셈이지.”
“진정의말이야.피부를벗기느니뭐니그렇게조급하게구는것이자네말하는소위인생정리의길은아닌듯해.설레지말고과학적으로천천히유하게하는동안에정리도되어가는것이아닌가.”
“그렇게과학이란안타깝단말이야.”
“과학은허황한시가아니고확실하고면밀한것이야.과학의위대함을설마자네가모르는바아니겠지만.”
“위대함을아니까말이네.그위대한힘으로나의말초신경을모조리뽑아없애주지못하겠나?”
“말초신경을뽑기전에피부를고치세그려,피부가정리되면예민한자네말초신경도무지러지고마음은적이편안해질테니.”
---「인간산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