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텃밭 (작은 밭을 일구며 주운 시적 순간들)

시인의 텃밭 (작은 밭을 일구며 주운 시적 순간들)

$19.40
Description
책 쓰기, 집안일, 마당일, 밭일…
살아가는 데 마음을 쏟는 태도를 배우는 시간

“밭에서는 채소만 일구는 게 아니다.
마음도 가꾸고 마음속 무언가를 꾸준히 키워낸다.”
일본의 시인이자 수필가, 작사가, 사진가… 전방위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긴이로 나쓰오 작가는 늘 벅차오르는 감정과 혼돈에 이끌려 시나 그림, 사진집 등을 만들어 왔다. 일에서 충만감을 얻었고 자식 농사에서 책임과 기쁨을 얻으며 매 순간을 꽉 찬 느낌으로 살았다. 그런 그녀 앞에 자녀가 모두 독립하고 혼자인 삶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정주하는 삶 대신 여행자와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온 그녀는 남은 생을 지탱해 줄 단단한 뿌리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지금까지는 글쓰기가 있어서 괜찮았다. 앞으로 내 삶에 뭐가 더 필요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 같은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시인의 텃밭》은 작가가 그 출발점에서 쓰기 시작한 원고이다. 우선 나고 자란 집으로 터전을 옮기고 고독과 같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게 할 무언가를 찾기로 한다. 때마침 ‘풍요로운 감각’을 훅 불어넣어 주는 6평 텃밭과 ‘자연농’이라는 존재를 마주한다.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도 홀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우주’를 만난 셈이다. 봄부터 이듬해 봄까지 정확히 1년 동안 정리한 작가의 텃밭 생활을 통해 우리는 만년의 작가가 밭을 일구며 어떤 시적 순간을 줍고 경험하는지를 생생히 들여다본다. 그 안에서 새롭게 배우고 또 새롭게 실패하는 시인 긴이로 나쓰오의 시선을 따라간다. 《매우 초록》 노석미 화가의 말처럼 이 책 처음과 끝에는 다른 긴이로 나쓰오 씨가 있다.
저자

긴이로나쓰오

銀色夏生
일본의시인이자수필가,작사가,사진가.1960년미야자키현에서태어났다.일찍이선과악,흑과백처럼정반대인것들이사실은같은존재일지도모른다고생각했다.그런시선으로세상과사람,사물을바라보며오랜기간탐구해왔다.1982년작사가로사회생활을시작해1985년에첫시집《황혼의나라黃昏.》(국내미출간)를출간했다.이후단조로운일상을재치있는시선으로기록한《따분한노트つれづれノ.ト》(국내미출간)시리즈를비롯해여행기,사진시집,수필등160권이넘는책을꾸준히지었다.지금은태어나자란곳으로돌아가작은텃밭과정원을가꾸며살아간다.

목차

추천글
자연은살아있고어떻게든살아낸다

여는글
내가자연농을시작한이유

1막봄,시작
이랑만들기는세계를창조하는일
텃밭을알아가는시간
마침내나도바람개비주인
텃밭사진일기_봄편


2막초여름과여름사이
내가가꾼채소를천천히맛본다
나만의계절맛을찾고있다
작은그릇안의우주
씨앗심을만한자리,더없을까?
텃밭사진일기_초여름~여름편

3막계절의갈림길에서
땅은언제나필요한만큼내준다
‘필요’가이끄는기쁜노동
눈에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
벌레와세균,우리모두애쓰고있다
원없이심고원없이후회하기
텃밭사진일기_계절의갈림길편

4막가을수확
목표는언제나먹을만큼만
가꾼작물을아이들에게보내다
서리내린텃밭을둘러보며
관심을두고꾸준히알아가고싶은것
텃밭사진일기_가을편

5막움츠리지않는겨울
강한생명력은계속된다
추우면추운대로,적으면적은대로
텃밭생활로바뀐음식과나의관계
씨앗정리
추운겨울의완벽한맛
텃밭을정비하는2월
텃밭사진일기_겨울편

6막다시,봄을기다리며
먹을게없다
새로운이랑을세우다
성큼다가온봄
키우고싶은꽃과채소를택하는일
설렘과권태사이에서
3월하순,꽃봉오리가봉긋
텃밭사진일기_다시,봄편

마치는글
한해가지나고대망의4월2일

출판사 서평

만년의작가가혼자인삶에서찾은뜻밖의풍요
시인긴이로나쓰오의밭이있는생활

새롭게발견하고새롭게실패하는시간
“새로운실패를경험한다는건새로운성공가능성을얻었다는말과도같다.”

긴이로나쓰오작가는1년동안의텃밭생활이무척즐거웠다고말한다.애초에채소를키우는데관심이있었던사람이아님에도그것들을직접가꾸고기르면서이전과는다른시선으로자연과사물을대하게되었다는것이다.가령건강하고싱싱한채소에벌레가함부로다가가지못한다는사실을깨달았을때는그과정이마치마음이약한사람에게나쁜기운이덮치는상황과닮아서숙연해진다.밭에씨를뿌리거나촘촘히자란싹을솎아낼때작디작은개미한마리가먹이를이고이동하면‘모두가일하는날이구나’생각하며‘공존’의의미를되새긴다.

물론새로운발견뒤로다양한실패도있다.하지만이시인은그실패에‘새로운’이라는수식을붙여‘새로운실패’라는자신만의언어를만들어낸다.씨앗을뿌렸지만싹이나지않았거나자라지않은채소는이듬해에다시만날것을기대한다.완벽을목표로하지않고무리하지도않았는데잘자란채소들은기꺼이받아들이며감사한다.새로운발견과새로운실패가교차할때마다시인은이전보다더단단해진다.


되도록내가키운채소위주로먹자는결심
“먹을수있는것들이이밭에서자라고있다니마법같은일이다.”

자연농으로6평밭에서키운시인의채소는대체로작고모양도고르지않다.그런데도볼수록사랑스럽다.저마다깊고확실한맛을내는건두말할필요도없다.마치남의자식과내자식이다른것처럼,내가키우는우리집개나고양이가유난히예뻐보이는것처럼.그렇게시인은밭에서자라는다양한작물들에마음을빼앗긴다.그리고이내손수키운제철채소위주로만식사를해결하자는결심에이른다.

그결심이후시인의생활에는많은변화가찾아온다.‘오늘뭘먹을까?’가아니라‘지금뭘먹을수있을까?’밭을보고결정해야하는나날이시작되면서의외의자유를경험한다.뭘먹을지고민하지않는편한삶,땅이언제나자신의필요를채워준다는확신이생겼기때문이다.밭과시인은그렇게보폭을맞춰이인삼각으로나아간다.땅을일구는사람은안간힘을쓰지않아도되고밭에부담을줄필요도없다.자연과인간은그렇게유기적으로연결된다.시인은이제밭도채소도늘그자리에있다는사실을확신한다.천천히,자분자분밭과작물을대할수록자신을향해다가오는모든순간을제대로보고누릴수있음을안다.


창문너머에있는작은우주
“평온한마음으로나름대로만족하며살아가길바란다.”

봄,여름,가을,겨울사계절이갈림길을통과하며미묘하게변화할때마다시인은자연의일을생각한다.이내우리인간의눈은거대한우주를절대눈에담을수없을거라고,그래서그커다란존재를생각할수록마음이한없이겸허해진다고고백한다.밭을바라보며지금까지겪은일,인간관계,인생을두루생각하는시인의독백은영화〈리틀포레스트〉시인편을관람하는듯진한공감을불러일으킨다.

시인만의작은우주는이책어디에서든목격된다.그날그날수확한작고여린작물들,그것들로만든소박한요리가담긴작은그릇안에도그만의우주가있다.‘창문너머밭에서자라는작은채소들이뿌리를내리면그것들이땅속을지나내게로이어진다’는작가의말은관용적표현이아니다.글과사진이어우러진일기같은시인의글을읽다보면누구나‘나만의작은우주’를꿈꾸게된다.더불어평범하면서도나다운삶을찾아떠나고싶은이들에게새로운용기를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