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 Lev’s violin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 : Lev’s violin

$18.00
Description
레프의 바이올린과 함께 써내려간
독창적인 바이올린 문화사

450년을 산 바이올린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고
누구의 손에서 무엇을 노래했을까.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이 가치가 한 푼도 없는 물건이라고?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에 무관심한 사람에게도 ‘스트라디바리’라는 이름은 익숙할지 모르겠다. 그가 제작한 악기를 일컫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경매에 나올 때마다 한화 100억 원대를 가뿐히 호가하는 가격 덕분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다른 악기에 비해 현악기, 그중에서도 바이올린은 아마티,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 같은 명장이 제작한 고(古)악기들을 최고로 치며 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올라간다. 이런 명품 바이올린을 업계에서는 ‘올드 이탈리안’이라 부른다.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이탈리아를 너무나도 사랑한 작가 헬레나 애틀리는 16세기 중반에 탄생한 이 작고 완벽한 악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바이올린을 둘러싼 역사를 탐구하여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에 담았다. 그 시작은 어느 여름밤 우연히 찾은 웨일스의 작은 공연장에서였다.
그곳에서 저자는 난생처음으로 “바이올린이 말을 한다고 느꼈다.” 첫 번째 충격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바이올린 연주자를 만나 그의 연주를 칭찬하는 말을 건넸는데 바이올리니스트가 바이올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8세기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이름은 ‘레프의 바이올린’이에요. 러시아 사람에게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감정을 받아보니 가치가 한 푼도 없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 충격이었다.
크레모나는 세계에서 가장 값진 악기 중 몇 자리를 차지하는 바이올린 제작 명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고향이자 거점이 아닌가? 그런 최상의 혈통을 보장하는 크레모나산 바이올린이 무가치하다고? 그건 그렇고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바이올린이 대체 어떤 연유로 러시아까지 가서 ‘레프’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너무나 열심히 일한 나머지 윤곽선은 닳아 없어지고, 몇 세기 동안 거듭된 음악의 파도가 남긴 흔적이 온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낡디낡은 바이올린. 이 악기가 품고 있을 이야기에 강한 호기심이 든 저자는 레프의 바이올린이 걸어갔을 길을 상상하며 여행을 시작했다. 그 여정이 4년이나 이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바이올린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바이올린이 바꾼 것들

저자는 레프의 바이올린을 구심점 삼아 이 바이올린이 살았을 삶을 머릿속에 그리며 그 첫 시작을 이탈리아의 크레모나로 잡았다. 크레모나는 바이올린의 ‘출생지’로 여겨진다. 바이올린 제작의 명가라 할 수 있는 아마티,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 가문의 공방이 모두 크레모나에 있었다. 안드레아 아마티는 거칠고 촌스러운 음색의 구식 현악기를 풍성하고 노래하는 듯한 음색을 가진 현대적인 바이올린으로 탄생시켰다. 그리고 안드레아의 손자 니콜로 아마티는 풀 오케스트라의 음향과 겨뤄 밀리지 않을 강한 음량을 가진 ‘그랜드 패턴 바이올린’을 만들었고, 가족 공방 방식의 내부지향적 문화를 혁신해 외부에서 도제를 받아들임으로써 수많은 현악기 제작자를 길러냈다. 그중에는 과르네리 가문이 있었다. ‘과르네리 델 제수’라는 별명을 가진 주세페 과르네리는 천재로 인정받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악기를 다수 제작했다. 스트라디바리는 말할 것도 없이 당시는 물론 오늘날까지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바이올린 제작자이다. 17~18세기 크레모나는 바이올린 제작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바이올린이 태어나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음악이었다. 이 악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초보 운전자가 막강한 성능을 갖춘 경주용 자동차 핸들을 잡은 것 같은 형국이 이어졌다.” 그러나 채 40년이 지나지 않아 작곡가들은 바이올린만을 위한 곡을 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곡가가 바로 몬테베르디이다. 바이올린은 교회 음악에도 변화를 가져와 교회를 가는 경험의 종류를 영영 바꾸어놓았다. 바이올린의 잠재력에 자극받은 작곡가들이 쓴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 교회로 들어오면서 미사 제례에서 바이올린 협주곡과 소나타를 연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17세기 중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아르칸젤로 코렐리는 신들린 듯한 연주로 수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에 집중시켰다. 그는 궁정 음악가로서 그때까지 존재한 적 없던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차원이 다른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오케스트라의 최소 절반이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이탈리아 반도를 휩쓴 바이올린과 바이올린 음악은 곧 전 유럽으로 뻗어나갔다. 이탈리아 연주자들이 한 손에는 바이올린을, 다른 한 손에는 바이올린 레퍼토리를 들고 유럽 대륙 곳곳으로 떠나 런던, 마드리드, 빈, 파리, 프라하,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와 독일의 명망 있는 궁정들을 누비며 이탈리아의 음악을 전파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의 대이동이 이루어졌다. 18세기 유럽은 오페라 열풍의 시기였고 이 현상에 바이올린 역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다고 바이올린이 궁정과 무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참치잡이 어부, 부두 노동자, 소작농들은 그들만의 노래가 있었고, 거기에는 바이올린도 있었다. 그들이 살았던 힘겨운 시절을 간직한 옥시타니아 민속음악과 롬인의 음악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명품 바이올린은 왜 그렇게 비쌀까
‘올드 이탈리안’을 향한 열망

한편 현대 바이올린 매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코치오’라는 이름을 만나게 된다. 그는 세계 최초의 바이올린 딜러이자 감정가로 평가받는다.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과 유물을 사들여 조사, 분류했으며 동시대 최고 제작자들이 제작한 다양한 현악기를 연구하고 기록했다. 코치오가 악기에 대한 열정이 식을 무렵, 그의 뒤를 이어 루이지 타리시오가 등장한다. 타리시오는 18세기 유럽에서 가장 박식한 딜러이자 감정가로 이름을 날렸다. 초자연적이라 할 만한 본능적인 감각으로 명품 악기를 알아보았고, 이탈리아의 악기를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시킨 장본인이다. 또 하나, 타리시오는 바이올린에 붙은 서명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바이올린은 곳곳에 등장했다. 히틀러가 전 유럽에서 약탈한 온갖 종류의 걸작품 목록에는 오래된 명품 바이올린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세가 역전되면서 러시아의 독일에 대한 복수가 시작되자 러시아는 모스크바 예술위원회라는 전리품 노획 여단을 구성해 그들에게 “문화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찾아오라고 명했다. 그때도 올드 이탈리안은 언제나 일순위 품목이었다.
올드 이탈리안을 향한 열망은 현대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명품 바이올린의 복제 악기를 제작하는 전문가인 멜빈 골드스미스는 과르네리 델 제수가 제작한 악기 ‘크라이슬러’를 만났던 일화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크라이슬러를 손에 쥔 순간 간절함이 느껴졌어요. 크라이슬러에는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아무리 노력해도 포착할 수 없을 것 같은 신령한 자질이 있는 것 같아요.” 올드 이탈리안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딜러이자 복원 전문가이며 감정가인 플로리안 레온하르트는 “나무는 한 번 배운 것을 잊는 법이 없지요. 바이올린이 내는 소리에는 이전 연주자들이 남긴 자국이 각인되고 심지어 그들이 연주했던 음악을 기억할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올드 이탈리안은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할수록 가치가 더 올라간다. 훌륭한 바이올린이란 악기 자체가 좋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주자를 더 좋은 음악가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어떤 물건이 중요하다면, 그건 그 물건에 얽힌 이야기 때문일지도 몰라.”
레프의 바이올린이 선물한, 독창적인 바이올린 문화사

레프의 바이올린이 무가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된 이 여정의 진가는 저자의 열정으로 더욱 빛난다. 수많은 책과 문헌을 통해 45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고, 이탈리아에서 러시아까지 바이올린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모든 훌륭한 여행가들이 그러하듯 저자는 사람들을 만나고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으며 절대 굴하지 않는다.
바이올린의 재료가 되는 나무를 보기 위해 알프스의 돌로미티 숲으로 향하고, 오페라 열풍을 확인하기 위해 로시니의 고향 페사로를 방문하기도 한다. 옥시타니아 음악과 롬 음악의 현재를 알기 위해 숲속의 작은 마을인 드로네로를 찾아간다. 또한 크레모나에 있는 국제 현악기 제작학교를 방문해 그곳의 수업을 참관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옛날 크레모나의 바이올린 제작 황금기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기도 한다. 바이올린에게 이름을 준 ‘레프’를 만나고 레프의 바이올린이 살았던 러시아를 찾았을 때는 바이올린이라는 하나의 물건을 향한 저자의 깊은 진심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올드 바이올린의 출처와 연한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줄 연륜연대학자 피터 래트클리프에게 직접 레프의 바이올린의 감정을 맡긴다. 그래서 결국 레프의 바이올린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을까? 무가치하다는 평가를 뒤집을 한 방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세계 최초의 여성 바이올린 비르투오소 마달레나 롬바르디니를 언급하며 “물건을 만드는 건 사람이지만 때로는 물건이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고 적었다. 이 세상에는 많은 물건이 있지만 어떤 물건이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건 물건에 얽힌 이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이올린 소리 하나로 시작된 이 책은 그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너무나 독창적이고 사랑스러운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은 한 순례자가 이곳저곳을 찾아다닌 여행서이자, 바이올린의 탄생과 발전을 다룬 문화사이자, 바이올린을 둘러싼 음악의 변천을 다룬 음악학이자, 무엇보다 ‘바이올린 모양의 역사’를 다채롭게 그려낸 역사서이다.
저자

헬레나애틀리

어느여름밤웨일스의한작은공연장.그곳에서저자는난생처음으로바이올린이말을하는듯한강렬한느낌을받는다.그리고듣는이의마음을어지럽힐만큼매혹적인음악을연주한바이올리니스트에게서뜻밖의이야기를듣게된다.그의바이올린이18세기이탈리아크레모나에서만들어졌고,이름은‘레프의바이올린’이며,감정을받아보니가치가한푼도없는악기였다고.명품중의명품인크레모나바이올린이어쩌다러시아까지가서‘레프’라는이름을얻게되었을까?게다가이렇게아름다운소리를내는데무가치하다고?호기심이동한저자는낡디낡은바이올린이들려주는이야기를따라16세기바이올린의탄생부터현재에이르기까지450년역사를추적하는기묘한여행을시작하는데…
헬레나애틀리는영국태생이지만40년넘게이탈리아곳곳을다니며이탈리아의문화와역사를소개하는글을써왔다.지은책으로『선데이타임스』베스트셀러『레몬이자라는땅Thelandwherelemonsgrow』이있다.현재는시칠리아를배경으로한새책을집필중이다.

목차

프렐류드레프의바이올린을만나다

제1악장바이올린의탄생
크레모나와안드레아아마티
바이올린,음악계의스타로떠오르다
아마티,과르네리,스트라디바리
독일가문비나무의모험

제2악장교회로,궁정으로,유럽곳곳으로
제작자서명레이블은붙이지마세요
교회바이올린의삶,교회바이올린음악가의삶
피렌체메디치가문의악기컬렉션
코치오,세계최초의바이올린수집가겸감정가
타리시오,크레모나바이올린의국제거래가시작되다

제3악장바이올린디아스포라
올드이탈리안의가치는얼마인가
유럽의오페라열풍과바이올린대이동
옥시타니아음악,롬음악

제4악장현대의바이올린
제2차세계대전중바이올린의운명
크레모나국제현악기제작학교견학기
명품바이올린을복제한악기에대하여
소련에서레프의바이올린은어떤삶을살았을까
연륜연대학테스트와그결과

코다기묘한여행을끝내며

감사의말

바이올린구조도

출판사 서평

바이올린의탄생과발전,그리고바이올린이바꾼것들

저자는레프의바이올린을구심점삼아이바이올린이살았을삶을머릿속에그리며그첫시작을이탈리아의크레모나로잡았다.크레모나는바이올린의‘출생지’로여겨진다.바이올린제작의명가라할수있는아마티,과르네리,스트라디바리가문의공방이모두크레모나에있었다.안드레아아마티는거칠고촌스러운음색의구식현악기를풍성하고노래하는듯한음색을가진현대적인바이올린으로탄생시켰다.그리고안드레아의손자니콜로아마티는풀오케스트라의음향과겨뤄밀리지않을강한음량을가진‘그랜드패턴바이올린’을만들었고,가족공방방식의내부지향적문화를혁신해외부에서도제를받아들임으로써수많은현악기제작자를길러냈다.그중에는과르네리가문이있었다.‘과르네리델제수’라는별명을가진주세페과르네리는천재로인정받으며지금도많은사람들이선호하는아름다운소리를가진악기를다수제작했다.스트라디바리는말할것도없이당시는물론오늘날까지세계최고로인정받는바이올린제작자이다.17~18세기크레모나는바이올린제작의황금시대를이끌었다.

바이올린이태어나가장먼저바꾼것은음악이었다.이악기가처음등장했을때만해도“초보운전자가막강한성능을갖춘경주용자동차핸들을잡은것같은형국이이어졌다.”그러나채40년이지나지않아작곡가들은바이올린만을위한곡을쓰기시작했다.대표적인작곡가가바로몬테베르디이다.바이올린은교회음악에도변화를가져와교회를가는경험의종류를영영바꾸어놓았다.바이올린의잠재력에자극받은작곡가들이쓴새로운형태의작품이교회로들어오면서미사제례에서바이올린협주곡과소나타를연주하기시작했기때문이다.또한17세기중반작곡가이자바이올리니스트아르칸젤로코렐리는신들린듯한연주로수많은이들의눈과귀를바이올린이라는악기에집중시켰다.그는궁정음악가로서그때까지존재한적없던대규모오케스트라를조직하여차원이다른공연을선보이기도했다.이오케스트라의최소절반이바이올리니스트였다.

이탈리아반도를휩쓴바이올린과바이올린음악은곧전유럽으로뻗어나갔다.이탈리아연주자들이한손에는바이올린을,다른한손에는바이올린레퍼토리를들고유럽대륙곳곳으로떠나런던,마드리드,빈,파리,프라하,상트페테르부르크등대도시와독일의명망있는궁정들을누비며이탈리아의음악을전파했다.그에따라자연스럽게바이올린의대이동이이루어졌다.18세기유럽은오페라열풍의시기였고이현상에바이올린역시중요한역할을담당했다.그렇다고바이올린이궁정과무대에만있었던것은아니다.참치잡이어부,부두노동자,소작농들은그들만의노래가있었고,거기에는바이올린도있었다.그들이살았던힘겨운시절을간직한옥시타니아민속음악과롬인의음악이지금까지도이어져오고있다.

명품바이올린은왜그렇게비쌀까
‘올드이탈리안’을향한열망

한편현대바이올린매매의뿌리를거슬러올라가면우리는‘코치오’라는이름을만나게된다.그는세계최초의바이올린딜러이자감정가로평가받는다.스트라디바리의바이올린과유물을사들여조사,분류했으며동시대최고제작자들이제작한다양한현악기를연구하고기록했다.코치오가악기에대한열정이식을무렵,그의뒤를이어루이지타리시오가등장한다.타리시오는18세기유럽에서가장박식한딜러이자감정가로이름을날렸다.초자연적이라할만한본능적인감각으로명품악기를알아보았고,이탈리아의악기를본격적으로세계시장에진출시킨장본인이다.또하나,타리시오는바이올린에붙은서명을조작한혐의를받는최초의인물이기도하다.

제2차세계대전중에도바이올린은곳곳에등장했다.히틀러가전유럽에서약탈한온갖종류의걸작품목록에는오래된명품바이올린도포함되어있었다.전세가역전되면서러시아의독일에대한복수가시작되자러시아는모스크바예술위원회라는전리품노획여단을구성해그들에게“문화적가치가있는물건”을찾아오라고명했다.그때도올드이탈리안은언제나일순위품목이었다.

올드이탈리안을향한열망은현대에도수그러들지않고있다.그이유가무엇일까?명품바이올린의복제악기를제작하는전문가인멜빈골드스미스는과르네리델제수가제작한악기‘크라이슬러’를만났던일화를전하며이렇게말했다.“크라이슬러를손에쥔순간간절함이느껴졌어요.크라이슬러에는뭐라고꼬집어말할수없는,아무리노력해도포착할수없을것같은신령한자질이있는것같아요.”올드이탈리안과관련해세계에서가장존경받는딜러이자복원전문가이며감정가인플로리안레온하르트는“나무는한번배운것을잊는법이없지요.바이올린이내는소리에는이전연주자들이남긴자국이각인되고심지어그들이연주했던음악을기억할수도있어요”라고말했다.올드이탈리안은비르투오소바이올리니스트가연주할수록가치가더올라간다.훌륭한바이올린이란악기자체가좋은소리를내기때문이기도하지만연주자를더좋은음악가로만들어주는힘이있기때문은아닐까.

“어떤물건이중요하다면,그건그물건에얽힌이야기때문일지도몰라.”
레프의바이올린이선물한,독창적인바이올린문화사

레프의바이올린이무가치하지않다는것을증명하기위해시작된이여정의진가는저자의열정으로더욱빛난다.수많은책과문헌을통해450년의시간을가로지르고,이탈리아에서러시아까지바이올린이야기가있는곳이라면어디든갔다.모든훌륭한여행가들이그러하듯저자는사람들을만나고도전하는데두려움이없으며절대굴하지않는다.

바이올린의재료가되는나무를보기위해알프스의돌로미티숲으로향하고,오페라열풍을확인하기위해로시니의고향페사로를방문하기도한다.옥시타니아음악과롬음악의현재를알기위해숲속의작은마을인드로네로를찾아간다.또한크레모나에있는국제현악기제작학교를방문해그곳의수업을참관하고학생들의이야기를들으며그옛날크레모나의바이올린제작황금기가지금도이어지고있음을확인하기도한다.바이올린에게이름을준‘레프’를만나고레프의바이올린이살았던러시아를찾았을때는바이올린이라는하나의물건을향한저자의깊은진심이느껴진다.

마지막으로저자는올드바이올린의출처와연한을과학적으로증명해줄연륜연대학자피터래트클리프에게직접레프의바이올린의감정을맡긴다.그래서결국레프의바이올린은어떤비밀을간직하고있었을까?무가치하다는평가를뒤집을한방은과연무엇이었을까?

저자는세계최초의여성바이올린비르투오소마달레나롬바르디니를언급하며“물건을만드는건사람이지만때로는물건이사람을만들기도한다”고적었다.이세상에는많은물건이있지만어떤물건이나에게의미가있다면그건물건에얽힌이야기때문일지도모른다.바이올린소리하나로시작된이책은그이야기의힘이얼마나큰지를여실히드러낸다.너무나독창적이고사랑스러운『크레모나바이올린기행』은한순례자가이곳저곳을찾아다닌여행서이자,바이올린의탄생과발전을다룬문화사이자,바이올린을둘러싼음악의변천을다룬음악학이자,무엇보다‘바이올린모양의역사’를다채롭게그려낸역사서이다.

추천사

헬레나애틀리는크레모나여행을활용하여품격있고야심찬내러티브를구성해내는이야기꾼으로서의실력을유감없이발휘한다.바이올린에대한독창적이고신선한접근을보여준책.
-[가디언(TheGuardian)]

레프바이올린의출처를추적하는애틀리의여정은수많은막다른골목길로독자들을인도한다.잊힌역사의샛길과악당같은인물들의다채로운등장은이야기에또다른재미를더한다.
-[데일리메일((DailyMail)]

이탈리아에대한사랑과열정이글곳곳에서빛난다.바이올린이라는놀라운물건을둘러싼사람들의이야기를탐험가의시선으로꼼꼼하게기록한수작.
-[스펙테이터(TheSpectator)]

바이올린의역사를통해하나의물건이우리에게어떤의미를줄수있는지,우리가물건에어떤의미를부여하며,그의미가우리를어떻게변화시키는지를탐구한에세이.
-[스트라드(TheStrad)]

인간이무언가를만들고,그것에가치를부여해온신비로운방식을매력적인산문으로표현했다.
-[텔레그래프(Telegraph)]

책속에서

나는몸을숙여악기를집어들었다.(…)레프의바이올린은여러세대의음악가들이흘렸을끈적한땀이만들어낸체취가강하게풍겼다.그때까지나는바이올린을완벽주의성향의악기라고만생각해왔다.몸통은빛을빨아들인바니시로반짝이며,연주하는동안에는남들의시선을즐기는그런악기말이다.그러나이바이올린은뻐길속셈은조금도읽히지않는무광갈색인데다세월의풍파마저온몸으로내보이고있었다.
---p.11

아마티일가는지금까지어렵사리얻은악기제작비법을절대외부로유출하지않았고오로지가문내에서만직원을고용하는폐쇄적인운영방침을유지해왔다.그러나이제니콜로는선택하지않을수없었다.외부에서도제를들이지않으면가업의대가끊길판이었다.(…)기술전수자로서니콜로의역할은그가제작한악기만큼이나중요한의미를지닌다.아마티일가가산파우스티노인구조사응답지에기록한젊은이들의명단을보면그자체로현악기제작자명예의전당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
---p.52

이무렵스트라디바리의기술력은최절정을찍었다.완벽한솜씨로에프홀을잘라내고퍼플링을더해넣고스크롤을조각하여정밀하고아름답게완성한스트라디바리의악기들을뛰어넘는명기는아직나오지않았다.아르칸젤로코렐리,토마소알비노니,주세페토렐리같은작곡가들이이전의그어떤작품보다더대담하고까다로운협주곡들을써내기시작했고,스트라디바리의바이올린은이런작품에도전하는비르투오소들을만족시키기위해디자인되었다.
---p.63

코치오는스트라디바리의악기를제작에사용한본의종류에따라여러범주로나눈최초의인물이었다.그는알아보기쉬운글씨나문법,구두점,철자법에는크게신경을쓰지않았고,표준이탈리아어대신사투리를그대로기록하는편에가까웠다.다시말해남들에게보여주기위한기록이아니라본인이알아보면그만인기록이었던셈인데,(…)코치오의카르테조는이렇게들쭉날쭉하여읽기가참힘이들지만,그럼에도옛명장들이만든중요악기들에관해상세히기록한최초의문서라는점에서의미가깊다.
---p.139~140

타리시오는(…)바이올린에붙은서명을조작한혐의를받은최초의인물이었다.때로는레이블에붙은날짜를바꾸거나아예레이블을떼서다른악기에갖다붙이기도했다.말하자면안드레아과르네리를과르네리델제수로바꾸거나스트라디바리우스초기모델을‘황금기’의문지방을넘긴스트라디바리전성기의악기로탈바꿈시킨것이다.현재까지바이올린거래판도언저리에머물고있는미심쩍은의심,불확실한그림자의토대는바로타리시오가놓았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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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욤의공방에들른타리시오가예의그이야기를입에올리는걸들은비욤의사위이자작곡가겸바이올리니스트장-델팡알라르는그의말허리를자르고이렇게이야기했다.“타리시오선생.선생의악기는마치메시아같군요.모두가출현을기다리고있지만절대모습을나타내지않으니말입니다.”이렇게뜻하지않은경위로스트라디바리의악기에는‘메시아’라는이름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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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이탈리안을제대로복제한악기들은어떤길을걸어갈까?(…)이런악기의고객은보통은행이나재단,개인투자자의도움으로올드이탈리안을대여받아사용하는정상급연주자인경우가많다.정상급연주자들의주문에의해제작되는복제품은언제라도올드이탈리안의대여사용권한을잃을지모른다는아주실재적인불안에대처하기위해연주자들이고안해낸실용적인처방인셈이다.(…)일부연주자들은비상시를위한예비악기로복제품을주문하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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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의바이올린이들려주는이야기와동고동락한세월은그런나를완전히탈바꿈시켰다.레프의바이올린이교회바이올린이었다고믿었던시기에는틈만나면우리집을환희의종교음악으로가득채웠다.시간이지남에따라내두뇌어딘가에새로운시냅스가형성되는것만같았고,나는그때껏경험하지못한방식으로음악을듣기시작했다.(…)그뿐만아니라레프의바이올린은나에게바이올린모양의이탈리아역사에눈을뜨게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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