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전쟁

이름 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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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불과 하루의 전투, 성환(成歡). 그러나 이 짧은 일전이 일본에는 국운의 상승을, 청나라에는 멸망의 서곡을 가져왔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성환전투의 실상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병법도, 전략적 기동도 없이 그저 대포 몇 문과 소총 사격이 오갔던 단순한 전투.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역사의 물줄기가 꺾였다는 아이러니는 독자의 가슴을 오래 울린다.
이 작품의 가장 빛나는 지점은 역사와 현재를 교차시켜 묻는 힘에 있다. 작가는 조선 말기의 당파 싸움-친청, 친일, 친러, 친미-이 결국 나라를 무너뜨린 근본 원인이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정치적 분열과 대립을 겹쳐 놓으며,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는 살아있는 교훈임을 일깨운다.
“새는 양 날개를 펼쳐야 하늘을 난다”는 비유와 “둑은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속담을 엮어내는 대목에서는, 작은 균열이 결국 거대한 몰락으로 이어지는 현실의 냉혹함이 피부에 와닿는다. 또한 “우리는 우리 힘으로 독립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은 독자의 마음을 정면으로 찌른다. 이 질문은 과거를 향한 성찰이자, 현재와 미래를 향한 명령이기도 하다.
작품은 단순한 역사 소설을 넘어선다. 그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눈’ 자체를 독자에게 요구하는 책이다. 화려한 장식은 없으나, 그 대신 거친 질문과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제시한다. 역사를 잊고 살아가는 오늘, 작가의 서늘한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결국 이 소설은 우리에게 묻는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은, 다시 같은 길을 걸을 준비가 되었는가.”
저자

유재원

시인/소설가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한국지부회원
수상.충청문학상.해동문학상.청하문학상.가온문학상
시집.휘파람불기외18권
수필.풍란의향기,풍란이야기
소설.사랑,이화

목차

1.동학민중봉기
2.청나라군대의진출
3.일본군대의진출
4.청일전쟁성환전투
5.못다한이야기

출판사 서평

청일전쟁은한반도와동아시아의운명을바꾼전쟁이었음에도,오늘날우리의기억속에서는놀랄만큼희미하게사라져있다.이글은바로그망각의벽을뚫고,잊힌역사를다시불러내려는시도의기록이다.특히성환전투라는단하루의전투를중심에놓아,그의미를섬세하게되짚는다.격렬한전술적책략도없이소총과대포몇문으로진행된구식의교전이었지만,일본에게는국운을결정지은승리였고,청나라에게는천년왕조의몰락을예고하는재앙이었다.
주목한것은저자가보여주는역사적시각의결이다.저자는청일전쟁을일본과청나라의충돌로한정하지않는다.그전쟁의기원이조선땅에있었다는사실을환기하며,조선의운명이이웃제국들의충돌속에서어떻게흔들렸는지되묻는다.풍도해전에서시작된전쟁은조선해협을가로질러러일전쟁으로이어지고,그결과동아시아의제국질서는송두리째바뀌었다.청과러시아가무너진자리에새로운세력이들어섰고,그틈바구니에서조선은주체적선택조차하지못한채휩쓸려갔다.저자는이비극을오늘의우리에게여전히응시해야할역사적질문으로제시한다.
특히인상적인대목은전쟁의장면을묘사하는방식이다.총성이울리고대포가불을뿜는현장을과장되게재현하기보다,저자는오히려간결한문장으로전투의본질을드러낸다."구식대포몇문의포격과소총공격이전부였다"라는표현속에는,그단출함이오히려전쟁의잔혹성을더또렷하게부각시키는힘이있다.이는독자로하여금당시병사들의어깨에실린무게,그리고그뒤에이어질동아시아의격변을더욱실감나게느끼게한다.
무엇보다도이글이가지는가치는"망각의역사"를일깨운다는데있다.불과130년전,한반도에서벌어진사건이오늘날의한국사회에서는마치무관한타인의일처럼잊혀져있다는사실은뼈아프다.그것은우리가어떤역사를기억하고,어떤역사를외면해왔는지에대한성찰이자,앞으로무엇을기억해야하는가에대한요청이다.
이작품은역사소설의형식을띠지만,저자의문장은마치역사의심연속에서건져올린돌멩이처럼묵직하다.그모든것이"조선땅에서시작되었다"는사실은독자에게강렬한자각을안겨준다.
결국이글은전쟁의기록이라기보다,"기억을환기하는문학"이라부를수있다.단하루의전투가거대한시대의변곡점이될수있음을보여주고,우리가그역사와어떻게마주해야하는지를묻는다.서평자는이작품을통해,잊혀진전쟁의그림자를다시바라보고,현재우리의자리에비추어보는시간을가졌다.문학이역사와만날때오늘을살아가는우리에게던지는질문이된다.이작품이남기는가장큰울림은바로그지점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