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외의 기로에서: 논리로 막으면 생각이 깨어진다 (양장본 Hardcover)

격외의 기로에서: 논리로 막으면 생각이 깨어진다 (양장본 Hardcover)

$58.85
Description
“체험을 넘어서, 논리로 다시 세우는 수행의 길”
- 『격외의 기로에서』: 신·해·행·증의 함정부터 화쟁의 해법까지
『격외의 기로에서』는 불교 수행 전통을 체험 중심, 비논리적 담론이라는 낡은 틀에서 꺼내어, 심리학적 분석과 논리적 언어로 다시 세워낸 수행 해설서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교리 해설서가 아니라, 수행의 실제 과정과 그 속에서 반복되는 착각·집착·한계를 세밀하게 짚어내는 일종의 ‘수행 지도(map)’입니다.

저자는 수행을 신(信, 믿음)-해(解, 알음알이)-행(行, 수행)-증(證, 체험)의 축 위에서 비판적으로 해부합니다. 믿음은 왜 자주 맹신으로 흐르는가, 알음은 왜 교리적 추상에 머무르는가, 수행은 왜 ‘만드는 고요’에 매몰되는가, 체험은 왜 곧바로 또 다른 믿음의 대상으로 굳어버리는가-책은 이 물음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수행자의 심리 구조를 드러냅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두 가지 도구는 논리 명상과 공간적 연기입니다.

첫 번째 논리명상은 ‘분별을 버려라’는 막연한 권고가 아니라, 옳은 논리를 통해 잘못된 논리를 버리는 훈련입니다. 버림은 곧 또 하나의 논리를 얻는 역설적 결과를 낳지만, 그럼에도 집착은 해체됩니다.
두 번째 공간적 연기는 인과를 시간의 사슬로만 보는 대신, 손바닥과 손등처럼 동시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망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이 관점은 집중수행의 부작용-시야 협애, 감정 억압, 타자에 대한 둔감화-를 설명해내고, ‘일념’이라는 개념조차 특정 경지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느낌의 현상임을 밝힙니다.

책은 또한 체험주의의 환상을 깨뜨립니다. 체험은 결코 순수한 현재가 아니며, 곧바로 기억으로 전환되어 신앙의 대상이 됩니다. 체험을 절대화하는 길은 결국 경지 집착과 자아 강화로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수행의 초점은 체험 생산이 아니라 알음알이와 집착을 버리는 일에 있습니다.
더 나아가 저자는 불교 전통 내부의 역사적 변천을 검토합니다. 유마거사의 불이(不二)가 지닌 선택적 한계, 마조선사의 작용시성(作用是性)이 불러온 모순, 대혜종고의 간화선이 의심을 단제화(單提化)하면서 생긴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를 원효의 화쟁으로 수선(修禪)하여, 의심과 집중의 상호보완(疑定쌍수)이라는 새로운 합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순수한 이론적 저술에 머물지 않습니다. 저자가 몸소 걸어온 수행 여정을 기록한 ‘천로역정’은, 체험의 고조와 절정, 그 이후 찾아온 공허와 우울, 그리고 체험을 타파하고 다시 평범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수행이 결코 직선적 성취의 길이 아니라, 체험을 넘어서는 끊임없는 해체와 전환임을 배우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수행을 개인의 몰입적 고요가 아닌 공동체적 실천과 전법의 과정으로 재위치시킵니다. 예불·공양·운력·정근 같은 승가의 일상 속에서, 토론과 소통을 통한 상호 검증 속에서만 수행은 제대로 자리를 잡습니다. 깨달음은 홀로 얻는 신비한 체험이 아니라, 타자의 마음에서도 작동하는 언어와 실천으로 번역될 때 비로소 공적인 진리로 살아납니다. 그리하여 수행의 최종 목적은 개인적 열반이 아니라, 불국토=사회적 열반, 즉 더불어 사는 세상 전체의 변환에 있습니다.

『격외의 기로에서』는 그래서 단순한 불교서가 아닙니다.
수행자에게는 체험의 환상을 비추는 거울,
연구자에게는 불교 교학과 선의 논리적 지형도,
일반 독자에게는 심리학과 철학이 만나는 실천 지혜로 읽힐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

자명스님

● 1958년 대구에서 출생
● 1977년 경북고등학교 졸업
● 1977년 서울대학교 입학
● 1979년 해인사로 출가
● 1980년~1988년 벽송사, 봉암사, 공림사, 성전암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
● 1994년~1996년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불교동아리 지도법사
● 1996년 서울 마하보리사 창건
● 2000년~2011년 서울대, 이화여대, 포항공대, 경희대 불교학생회 지도법사
● 2011년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으셨습니다. 논문으로는 「선문답을 통한 수행법 연구」 (동국대 박사학위논문) 「벽관에 대한 분석적 연구」 「알음알이의 분석적 연구」 「몽산간화의 문제점 연구」 등이 있습니다.
● 2014년 『선문답의 세계와 깨달음』 (민족사)을 출간하였습니다.

목차

Ⅰ. 법의 성격
Ⅱ. 믿음의 역사
Ⅲ. 불교학 개요
Ⅳ. 알음알이의 역사
Ⅴ. 수행의 원리
Ⅵ. 체험의 역사
Ⅶ. 불이법문
Ⅷ. 은산철벽
Ⅸ. 조사선
Ⅹ. 화쟁
XI. 버림 수행
XII. 천로역정

출판사 서평

이 책이 말하는 핵심

1. 체험의 신격화에서 벗어나기

체험은 마음에 머무는 실재가 아니라 기억으로 굳어져 다시 믿음의 대상이 되기 쉽다. 체험을 목적화하면 끝없는 ‘경지 쇼핑’과 자아 강화로 흐른다. 따라서 수행의 초점은 체험의 생산이 아니라 알음알이의 해체와 버림에 있다.(근거: 머리말, Ⅰ장 2·3절, Ⅵ·Ⅺ장 차례)

2. 믿음-의심의 동시 공존 구조
진실한 믿음은 필연적으로 의심을 수반한다. “믿음 없는 의심, 의심 없는 믿음”은 불가능하며, 큰 의심이 큰 믿음으로 전환된다. 신·해·행·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수행자에게 생기는 가설·허상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근거: 머리말, Ⅱ장 전반, Ⅱ-8 ‘의심의 가르침’)

3. 공간적 연기로 다시 읽는 수행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를 시간 흐름이 아닌 동시성으로 해석: 손바닥/손등의 비유처럼, 어떤 것도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관점은 집중수행의 부작용(시야 협애, 감정 억압, 타자 둔감화)을 설명하고, 일념을 ‘경지’가 아닌 느낌의 현상으로 위치시켜 집착을 풀어낸다.(근거: Ⅰ-3 ‘공간적 연기법’)

4. 논리명상: 논리로 논리를 버리는 훈련
‘버림’을 위한 분별의 활용: 논리를 통해 잘못된 논리를 비워, 결과적으로 하나의 논리를 더 얻되 집착은 사라지는 역설적 효용을 강조.
‘만드는 수행’(외형적 고요 강박)을 경계하고, 지혜에 의한 버림을 표준화한다.(근거: Ⅰ-2 ‘논리명상’)

5. ‘지금 이 자리’의 재정립-보편 논리의 출발점
수행의 무대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 관찰자 효과·감각의 전도·상대성 때문에, 매 순간 새 알음알이가 생긴다.
무상/무아 등 개념의 명사화 오해를 바로잡아, 현실 분석과 실천으로 되돌린다.(근거: Ⅰ-5 ‘지금 이 자리’)

6. 대중 생활(승가)과 전법 수행-개인 몰입을 넘어
수행은 혼자 몰입이 아니라 공동체적 버림: 예불·공양·운력·정근·토론을 통해 상호 보호·감시·성찰이 작동한다.
전법은 ‘전달’이자 자기 검증: 내 법이 타자의 마음에서도 작동하는지 확인하여, 개인 체험을 공적 언어로 번역한다.(근거: Ⅰ-6 ‘대중 생활’, Ⅰ-7 ‘전법 수행’)

7. 조사선·간화선 비판과 화쟁의 복원
4조 도신의 집중 강조→ 마조의 작용시성→ 대혜의 간화(單提參究)로 이어진 흐름이 의심보다 집중으로 치우친 문제를 낳았다는 분석.
이를 원효의 화쟁으로 수선: “의심×집중의 상호보완(의정쌍수)”로 교학/선의 대립을 풀고, 불이/격외의 대립적 구조를 재검토한다.
(근거: 머리말, Ⅶ ‘불이법문’, Ⅸ ‘조사선’, Ⅹ ‘화쟁’)

8. 버림 수행의 로드맵(실천 설계)
버림 염불 → 집중수행 → 본래 없음/깨달음의 느낌/격외구 → 제상비상으로 이어지는 3단계 프로그램을 제시, ‘버림’의 구체 동선을 제공.(근거: Ⅺ장 전반)

9. 불국토=사회적 열반이라는 목적
수행의 완결은 개인적 열반 체험이 아니라 전법·복덕을 통한 사회적 변환. 불국토야말로 공부의 목표이며, 전법만이 깨달음의 길이라는 명제를 재강조한다.(근거: Ⅰ-1·4 ‘법의 성격’)

10.체험 타파의 내러티브(천로역정)
화두 삼매(세 번째 깨달음)→ 격외 돌파(네 번째)→ 체험 타파(다섯 번째)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울감의 해소·정서의 회복·시야의 평범화 등 심리적 변화를 상세 기록.
최종적으로 개인 체험을 대중이 이해하는 언어로 번역하여, “입전수수(세속 속 전법)”의 길을 채택.(근거: ‘천로역정’ 5~9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