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만족하는정의를찾아서
오즈의마을에사는다람쥐소녀‘새미’는수해로황폐해진마을에서갈등이생기자,‘미카엘라’요정에게해법을물으러간다.하지만미카엘라요정은정의가무엇인지묻는새미의질문에대답을하지못하고오히려모두가만족하는정의를찾아달라는부탁을한다.그러고는정의를실현한마을들을소개하며마을사이를쉽게다닐수있는무지개를준다.
1부에서새미는코뿔소가이끄는‘이데아빌리지’와표범이만든‘상상빌리지’를방문해이상사회가실현하고자하는가치가무엇인지대화를나눈다.2부에서는다양한윤리원칙에따라세워진‘윤리공동체’에간다.3부에서새미는앞선마을들에서제한적으로주어졌던자유를강조하는‘자유공동체’를찾는다.고양이가이끄는‘마켓빌리지’,하이에나와여우의‘쇼핑몰빌리지’,기린의‘블라인드빌리지’,거위의‘센달빌리지’를방문한다.4부는자유공동체에실망한새미가평등을중시하는‘평등공동체’에희망을거는대목이다.고릴라의‘오웬빌리지’,시베리안허스키의‘스머프빌리지’,사자의‘아이언빌리지’,비버의‘웰페어빌리지’에서각각의마을들이추구하는정의에대해보고듣는다.
모든여정을마친새미는미카엘라요정이사는성으로돌아온다.새미는과연어떤정의를요정에게가져다줄까?
우화를즐기다보면정의에대한내관점이생긴다!
다람쥐소녀새미는이데아빌리지에서코뿔소를만나,통치자가되기위한조건을듣고‘철학은좋아하지만수학은싫었고,젤리며사탕이며먹고싶은것이많은데금욕적이어야한다니!’하며“지혜로운자가통치자가되고싶지않으면어떻게해요?”하고당돌히되묻는다.블라인드빌리지에서기린을만난새미는그의권유대로눈가리개를쓰지만자신이가진조건과지위등이여전히잊히지않음에당황한다.이경험을솔직히털어놓으며“제가순수하지못해서그런가봐요”(124쪽)라고고민을말하기도한다.새미는이름처럼샘솟는호기심으로끊임없이묻고실망하고다시희망을걸며,모두가만족하는정의를찾기위한모험을이어간다.자신의궁금증을솔직히드러내고이를해소하기위해적극적으로임하는새미에게독자들도어느새동화되어그여정의동반자가된다.
개별정의론의특징적인주장을직관적으로연상시키는동물들을철학자와이론가들로표현하여각각의정의론에친근하게다가갈수있다.평생결혼도하지않고고집스레후학양성에힘썼으며실제레슬링선수이기도했던플라톤은코뿔소로,윤리적인원칙에충실했던칸트는고고한이미지를지닌사슴으로,온정적인가부장과같은태도로노동자들을대했던오웬은어미가버린자식을돌보는부성애를가진동물인고릴라로그려진다.
또한‘파놉티콘’,‘무지의베일’등주요정의론의주장을대표하는개념이우화속에서이야기로되살아난다.고가의프리패스입장권을도입해논란이됐던국내의한워터파크사례도우화에등장해현실감을더해준다.
『정의를찾는소녀』가가진우화로서의강점들은유기훈그림작가의서정적인그림을만나한층강화된다.뒷모습에도표정이있는듯한새미,개성넘치는철학자동물들,주요정의론의특징을한눈에볼수있는마을정경등이이책을보는즐거움을더해주고있다.
『정의를찾는소녀』가정치우화의형식을띠게된것은,저자인유범상교수의오랜고민과노력의결과이다.시민들이어렵고딱딱하게만여기는정치와철학에대해스스로생각하고자유롭게대화를나눌수있도록이끄는매개물로우화만큼좋은형식이없다고보기때문이다.
이책은관점있는정의론탐색을위해,주요정의론의주장을백과사전식으로나열하는것을지양한다.각각의정의론이갖고있는강점과함께취약점도소개해독자들이비판적인눈으로정의론을볼수있도록하고있다.정의를찾는소녀새미와함께,독자들이‘혼란’에빠지고→정의에대해‘의문’을가지며→내정의를찾으려는‘의지’를갖고→나아가함께‘토론’하는과정으로나아갈수있게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