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쪼록, 간결하게 (소비 대신 향유하는 핸드메이드 라이프)

모쪼록, 간결하게 (소비 대신 향유하는 핸드메이드 라이프)

$18.00
Description
손수 만들고 스스로 해결하는 삶, 손노동이 되살려낸 물건의 쓸모와 인간관계의 온기를 담은 책. 기성품처럼 정형화된 일상을 보내는 대다수 도시민 독자들에게, 다른 삶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 넣을 것이다. 지구에 조금이라도 덜 부담이 되는 일상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 기업이 조장하는 소비 욕망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 작은 것이라도 내 손으로 만들어 쓰며 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가닿고자 한다.
저자

김혜형

저자:김혜형
출판편집자로밥벌이하다농사짓고글쓰는삶으로이동했다.어지간한일은남의손을빌리지않고스스로해결한다.집을설계하고,가구를만들고,옷을짓고,폐품을재생한다.신상품이나고가품보다오래되고손때묻은물건을사랑한다.자연에서와서자연으로돌아가는과정이덜폭력적이기를바란다.쓴책으로,에세이『꽃이밥이되다』,『자연에서읽다』,어린이책『암탉,엄마가되다』,『일기쓰기싫어요!』,『열일곱살자동차』등이있다.

목차

머리말저마다의쓸모만큼닳도록쓰이길

시간이쌓이는집

1.집,상상을현실로
2.집의부록
3.막막과만만사이

손이좋아하는일

4.따뜻한나무
5.형상의기억
6.헌옷의시간
7.쓸모라는말

인생이담긴선물

8.떼어주다,내인생의일부
9.물려받다,그의인생한조각

출판사 서평

도시에서시골로간후삶이달라지다

저자는크고작은일을스스로해결하고물건을손수만든다.정성어린손길이깃든물건을가족,벗과주고받는다.이과정에서삶의영역이확장되고인생과자연에대한생각이깊어진다.

“과거와는다르게살아보겠다는열망하나로”(6쪽)시골로의이동을감행했다.하지만대기업이지은아파트가제공하는일체의서비스가사라진시골집에서,하나부터열까지모든일을직접해내야하는일상에맞닥뜨리며“좋은시절은다갔다.”(20쪽)는당혹감을느낀다.

그는주방후드를직접달고,전기안정기를바꾸고,물이새는싱크대수전도교체한다.집을설계하고,가구를만들고,옷을짓고,그림을그린다.시골살이는그를진화하게만들었고,그핵심에는스스로도몰랐던가능성을발휘하게하는‘손’이있었다.

어지간한일은스스로해결하고별별것을다만드는저자를두고천문학자이광식은“이렇게훌륭한인재가하마터면도시에서썩을뻔했네!”(10쪽)라며찬사를보냈다.그의“진짜좋은시절”(25쪽)은시골로옮겨온그때부터시작되었다.

저마다의쓸모를다하는물건과인생

“공장에서막나온새물건보다누군가의손길이닿은낡은물건에마음이끌린다.버려진걸되살리는일이새물건을사서쓰는것보다백배즐겁다.”(142쪽)

어려서부터“낭비를부끄럽게여겼고,무의미하게버려지는작은것들에마음이쓰였다.”(6쪽)는저자가‘쓸모’에본격적으로마음을기울일수있게된것도시골에서손으로살아가면서부터다.아직쓸모를찾지못한“쓸모의틈새”(212쪽)를알고,자투리에서미래의알맹이를본다.폐팔레트와자투리목재,버려진옷과천조각도모두나름의쓸모가있다.주워온폐팔레트목재로남편이농막에서사용할수납장을만든뒤,흐뭇한마음을표현한다.

“폐팔레트와자투리목재로만든세상에하나뿐인수납장이다.볼수록마음에든다.몸체도,선반도,문짝도,발도,크기가서로다른물고기손잡이도참예쁘다.아무짝에도쓸모없어보이던것들이때를만나니이렇게빛나는구나!”(142쪽)

물건뿐아니라사람의삶에대해서도‘닳도록쓰임’에대한저자의희구가책곳곳에서묻어난다.직계가족은물론조카까지품어준고모의삶에경외감을표한다.

“고모는고모의하나뿐인몸을,한번뿐인인생을,가족의생계를위해기꺼이닳도록쓰셨다.고모는그많은짐을지고어찌그리강인할수있었을까.어려운살림에도남편과자식,손자들에더해조카까지받아안아줄수있었을까.계산없이전면적으로사랑해줄수있었을까.”(300-301쪽)

저자자신의삶역시“한몫을다해잘쓰이”(11쪽)기를소망한다.

“나는삶의알맹이를밭일과흙일에쓰고,남은자투리를모아글을쓴다.알맹이를받은밭과햇살은배추와꽃을내게주고겨울눈속에묻힌다.자투리를받은생각의조각들은한권의책이되어이사람저사람에게로간다.자투리는한때의이름일뿐,돌아보면모든조각이,모든시간이,모든마음이,모든인생이다제각각알맹이였음을인정하게된다.”(212쪽)

중복과과잉을원치않는삶

“자연으로부터온것이자연으로돌아가는과정이조금이라도덜폭력적이길간절히바란다.나는엄정한환경주의자가아니고행동하는실천가도못되지만,이런삶이라도쓸모가있다면고통과폭력과훼손을최소화하는쪽에얹히는작은무게추가되고싶다.새것을덜소비하고,이미가진것을잘누리고,기왕세상에나온것들이제몫을다하게하고싶다.…남은시간도잘살아야겠다.모쪼록간결하게.”(10-11쪽)

저마다의쓸모를생각하며자연과가능한한조화롭게사는삶,저자는‘간결’이라는말에이런삶에대한지향을함축하고있다.저자가말하는간결함은자칫기업의마케팅에들러리설위험이있는미니멀리즘과는결이다르다.

“한때유행했던‘미니멀라이프’에는공감과반감의양가감정을느낀다.잡지에실린텅비다시피한하얀거실사진에서복잡하고어수선한일상에허덕이는대중을겨냥한영리한‘정서마케팅’이감지된다.일본식정원처럼깨끗하게비워진집의이면에감춰진,번거롭고구질구질하고땀내나는노동의외주처가떠오른다.“설레지않으면버려라.”라고말하는곤도마리에식의부추김도신뢰하지않는다.극단적폐기가불러올극단적허기의반작용이빤히보여서다.설렘이라는감정은과연믿을만한가?자신을선택한인간을설레게하지못해서멀쩡히쓰레기통으로들어간물건들의운명은뭔가.”(8-9쪽)

이책은쉽게소유하고쉽게버리는오늘날의‘소비’에대해비판적이다.삶의터전인집조차대기업건설사로부터쇼핑하듯구매해서살다가더괜찮은‘상품’을찾아떠나기를반복한다.저개발국가의땅과강,바다를뒤덮은옷쓰레기는“너무많이생산하고,너무많이소유하고,너무많이폐기하는세태”(8쪽)를단적으로드러내는“참혹한지옥도”(191쪽)를낳는다.

받은만큼만주고,유불리를따지느라바쁜오늘날의인간관계와달리저자와벗들의관계는“딴세상의감각”(267쪽)을보여준다.저자는“타인을위한묵직한결정을흔연히하는”(193쪽)그녀들에게감동한다.“그녀가주는선물은따뜻함과정성으로가득차있다.부담의무게는신기하게도빠져있다.밥을먹듯,잠을자듯,안부를묻듯무심히선물을건넨다.”(305쪽)

저자와그들은서로의인생이담긴선물을나누며깊은우정을나눈다.간결에이르기위한과정이‘계산’이아니며,간결과풍요가서로반대말이아님을그들의깊은관계에서확인할수있다.

간결한문체,한장으로그려낸과정샷

이책에는집짓기,살림을위한부가적인일들,목공,도예,그림,재봉,그리고다양한선물에관한이야기가알차게담겨있다.저자의간결한문체덕분에술술읽히고,중간중간마주치는일상의유머에미소짓게된다.

“집짓는현장에서새참을나누는데귀농후배가뒤에서불쑥말을건다.“프라다를입으셨네요?”뒤돌아보니그가내바지를가리킨다.“프라다?몰라.이거얻은바진데.”저녁에돌아와바지를갈아입으며보니아닌게아니라뒷주머니에프라다상표가붙어있다.안쪽라벨에적힌‘MadeinItaly’.진짜프라다구나.큰언니한테얻은한무더기의옷중하나다.큰언니가나이들면서몸에맞지않는옷들을내게보내준다.그중화려한외출복이나정장류는상자에담아‘아름다운가게’로보내고,활동하기편한옷은내가입는다.옷이MadeinItaly든MadeinChina든무슨상관이랴.내몸에편하면그만이지.”(186쪽)

“옷이필요하면미싱앞에서뚝딱만들고,물건이필요하면목재를잘라뚝딱만들고,전등이나가면새전등을사서뚝딱바꾼다.그러나허들을헤쳐나가는나의능력은함께사는남자의탁월한문제해결력을따라가지못한다.그는어떤문제든단한마디로해결하는능력자다.그가마법처럼애용하는주문은이것이다.“여보!이거왜이래?””(201쪽)

책속의그림은모두저자가직접그린것이다.뒷간짓는과정,옷수선,발매트만들기,수납장제작등그림한장으로핸드메이드의전과정이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