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테 콜비츠 : 슬픔을 구출하는 예술 - 거장의 시선 2 (양장)

케테 콜비츠 : 슬픔을 구출하는 예술 - 거장의 시선 2 (양장)

$25.00
Description
비할 바 없이 아름다운 내면으로
어둠의 세계를 빛의 세계로 끌어올린 예술가
20세기 현대미술사에 크나큰 발자취를 남긴 세계적 예술가 케테 콜비츠(Käthe Kollwitz, 1867~1945). 콜비츠의 작품을 좋아하든 아니든, 단 한 번이라도 그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그 이름만 들어도 그 이미지를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그토록 완전히 내면화된 에너지, 감당하기 벅찬 격정과 힘의 분출……. 그 예술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힘의 근원을 우리는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저자 카테리네 크라머는 케테 콜비츠의 예술 역량이 발전해가는 개인적 면모, 그리고 양차 세계대전기의 시대 흐름을 씨실과 날실 삼아 촘촘하게 짜서 밀도 높은 텍스트를 완성했다. 케테가 남긴 육성과 일기, 서한집, 그 밖에 논평과 논문들에 실린 글을 광범위하게 망라한 다음 짧은 텍스트 속에 핵심을 담아 콜비츠의 진면모를 구현해낸다.

아름다운 장정 속에 콜비츠의 내면 풍경과 세계관,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자세가 담겨 있다. 〈직조공 봉기〉 〈농민전쟁〉 〈전쟁〉 〈프롤레타리아트〉 〈죽음〉에 이르는 연작 시리즈의 주요 작품을 비롯한 대표작들, 케테 콜비츠의 자화상들과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흑백 도판 90여 점이 수록돼 있다.

저자

카테리네크라머

CatherineKrahmer
1937년동프로이센에서태어나1948년부터는프랑스에서거주하고있다.옥스퍼드,뮌헨,파리등에서사회학,문학,예술사를공부했다.미국에서짧게교수생활을한뒤파리로돌아와2023년현재까지살며연구자이자작가로서저술활동을이어오고있다.케테콜비츠,에른스트바를라흐를비롯한현대미술이주요관심영역이다.
저서로『이브클라인의사건DerFallYvesKlein』(1974),『미술은미술사를위해존재하지않는다KunstistnichtfürKunstgeschichteda』(2001)와『일기Tagebuch1903-1917』(2009)등다수가있다.

목차

케테콜비츠예술의본질과영향력27
유년기와초기명성49
행복한시절81
1914년이전117
전쟁일기143
1920년대157
1933년이후217
인간과작품257

주268|연보282|옮긴이의말285|찾아보기291

출판사 서평

이름을듣는것만으로도눈앞에떠오르는독보적예술
여전히현재형으로살아있는불멸의예술가,케테콜비츠

이책의목차만을보면얼핏연대기적인평전의공식을따를것같다.그런데정작책장을들춰보면아름다운에세이를읽듯읽는이의상상력과질문을불러일으키는독특한느낌을받게된다.일반적인평전서술형식을따르지않으면서도한인물의본질을묘파해내는이러한서술형식에대해어떻게소개하면될까.그러면서도케테콜비츠의중요한행적과작품목록은빠짐없이들어있다.텍스트도처에놓인시적상징과예술에관한도전적질문들,그리고독자와함께해답을찾아가는여정을독자들께서직접읽으며느껴보시길권해드릴수밖에없다.이위대한예술가에대한충실한서술을읽으며예술이란어떤것이고무엇이어야하는지,깊이있는사유를경험할수있다.

독자와함께그려나가는위대한예술가의초상
―이책의내용

케테콜비츠는자신의작품을검토하고또검토하길반복했다.질적수준을높이기위해서만이아니라어떤작품이반드시지녀야만하는필연성을고심하느라그러하였다.또한케테콜비츠는‘함께하는’마음을느껴야만,‘고통또는환희를대변하는것’이라고짚었던공감상태에이르러서만작업에들어갈수밖에없었다.왜그럴수밖에없는가?1장「케테콜비츠예술의본질과영향력」에서이러한질문을던지며저자는케테콜비츠의초상을그려나간다.이어지는각각의장에서케테콜비츠의주요작품이소개됨은물론이다.

「유년기와초기의명성」은이책에서가장연대기적서술이강한부분이다.케테콜비츠의할아버지율리우스루프는현대종교생활에서의미가큰인물이었다.항상고도의도덕성과의무감을지니고자기자신과상대방을대하는것이케테집안특유의분위기였다.케테또한이러한분위기속에서영향을받고자랐다.학창시절과예술가로서의데뷔과정,평생케테의후원자이자동반자였던남편카를에대한이야기도들을수있다.

「행복한시절」은케테스스로모든면에서행복했다고한서른살에서마흔살무렵의이야기가담겼다.〈직조공봉기〉연작부터초기작이라고분류할수있는〈농민전쟁〉연작등에서,생동감있게묘사된민중의삶과그속에녹아든뛰어난상상력을느낄수있다.사람들은그녀를인정하고존경하기시작했으며,그러나아직까지명성의압박을받지는않던시기였다.

「1914년이전」은행복한시절을지나‘전쟁전야에나타나는불치의갑갑증’시기로접어든1907~1914년까지를다룬다.훗날역사가들에게귀중한기록이라평가받는일기를케테가쓰기시작한때도이무렵이다.시사잡지『짐플리시시무스』에정기적으로판화를기고하고국제노동조합총연맹에서청한전쟁에반대해달라는포스터제작에응하는등,케테콜비츠는어떠한목적을지닌예술이순수한예술일리없다는의견에맞서자신의소신을명확히밝힌다.그러면서도본래의도와는달리당파적으로자신의예술이이용되는현상에는갈등을겪었다.

“특히,콜비츠부부와제1차세계대전에자원입대하겠다는주장을굽히지않는둘째아들페터의대화는이책을읽는이들에게특별한인상을준다.콜비츠부부는제1차세계대전의발발과그전개과정에대해나름내적인관점을갖고있었을것이다.둘째아들페터는당시팽배했던민족주의열기에휩싸인청년이었다.불과18세였다.하지만끝내부부는아들의판단을존중했고,자신들의이념을강압적으로설파하지않았다.그래서아들을전장으로떠나보낸후,그모든결과를감수하였다.케테콜비츠에게주어졌던역사적공간은이러하였다.”(「옮긴이의말」중에서)

「전쟁일기」는둘째아들페터가전장에자원입대하고나서죽음을맞이한과정속에서케테가쓴일기의대목이발췌돼실려있다.어쩌면우리가가장숨죽여그의깊은내면을읽게되는장이다.

「1920년대」.케테는전쟁을통해고통스러운변신의과정을겪었다.1914년제1차세계대전에종군한아들페터의죽음은케테의인생에커다란전환점으로작용하여,저유명한목판화시리즈〈전쟁〉연작을탄생시킨다.격정적인몸짓,상징적으로과장된파토스가깜박거리는음각으로처리된이시리즈에는,아직채가시지않은전쟁에대한공포와불합리한현실에수긍할수없는단호한의지가표현되어있다.더불어공포에마비되었던힘과충동이새로이솟아나고있다.또한오늘날가장세계적으로가장위대한조각으로평가받고있는〈부모〉상에대한창작과정도볼수있다.무려17년을쏟아부은,마치전장에서목숨을잃은병사들을지키듯엄숙하게무릎꿇은이두인물상〈부모〉.사람들은어떤기준을두고이작품을판단하기보다는다만이작품에서말하려는것이무엇인지를생각한다.

「1933년이후」.이후〈프롤레타리아트〉연작부터노년에이르러완성한〈죽음〉연작까지,케테는자기시대에가장깊숙이뿌리박고작품을통해이를발언했으나,나중에는그녀를통해역사가말을했다.케테의명성은국제적으로드높아갔으나손자또한제2차세계대전에참전해목숨을잃었다.베를린폭격으로피난생활을감수해야했으며,50년살던집이파괴되고,케테의숱한작품도전쟁으로파괴되었다.케테는되풀이되는전쟁에참혹하게절망했고온힘을다해예술창작으로서맞섰다.케테는노동자와빈민을사랑했고,그에대해형상화한작품이많지만,그것만이전부는아니다.특히1백점도넘는자화상을통해콜비츠는자신의얼굴모습을빗대어내면풍경을형상화했는데,이자화상들은그시대에대한답변이자증언으로써,케테가살았던시대를드러내는기둥으로우뚝서있다.

케테는초기에는주로노동자들에게서느낀매력을형상화했고,후기에는자신의운명과실존에서그시대일반적인사람들의운명과실존을전형적인방식으로표현했다.빈곤에대한묘사든죽음과의대화든,케테는이무엇(내용)으로부터어떻게(형식)을도출해냈다.결말의장「인간과작품」에서저자카테리네크라머는또다시독자와함께중요한질문을묻고있다.오늘날삶과예술이분리된이유는무엇인가.과연우리는케테콜비츠의예술에서무엇을보았는가.

약력을되찾은번역가에대한짧은첨언

이책은1991년실천문학사에서초간됐고,그뒤한차례개정판이출간되었으며,다시낡아진표기와언어를손질하고중요한도판을추가해아름다운장정으로다시상재한다.앞서두판에서번역자의약력이생략될수밖에없던까닭을잠시추기하고지날수밖에없겠다.많은독자분들께서궁금해하기도하고책의역사를기록해야될필요도있어서이다.

지금은홍익대독문과교수로서후학을가르치고있는번역가이순예(이순례)는1990년경이책의번역을거의마치고마무리만남은단계에서독일로유학을떠나게된다.마무리만남은번역원고끝부분을대학원에서같이수학하던친구최영진에게부탁하고출국한다.

독일에서공부하자니이름표기중한국어‘례’가불가능해이름의끝자리표기를‘이순예’로바꾸었다.이메일이나휴대폰이없던시절,당시출판사에서도역자와연락이갑자기두절된탓에역자약력이실리지못한채로출간되었다.

1990년대초반출간된이후이책은한국내에서거의유일하게케테콜비츠를소개하는책이었다.그뒤로1~2년마다콜비츠의크고작은전시회가열리면이순예교수의번역어가작품명이나작품소개에쓰이곤했다.이책을‘내인생의책’중하나로꼽는유명작가나학자도많았고숱한기관에서중요도서로선정되기도했다.그럼에도불구하고번역가의약력은알려지지않은채였다.

이온서가출판사에서는이책을다시출간하고자긴세월역자를찾아헤맸다.한대학원도서관에서서지명을기입할때저자이름을한자(漢字)로도기입해준덕에,주인공을찾을수있었다.젊었던번역가는이제는은퇴를앞둔,그러나눈빛만은여전히형형한노학자가되어있었다.안타깝게도최영진(전서울대교수)은2021년지병으로운명을달리하셨기에,이순예교수가다시모든텍스트를재점검하고번역을손봐세상의빛을보게되었다.

저자인카테리네크라머만큼이나글솜씨가뛰어난번역가이순예를찾는것이출판사에너무나중요한일이었다.다른번역가분께일부번역을받아보기도했으나무언가호방한글의힘이사라져마치다른책같았던것이다.똑같은독일어텍스트를번역해도결과물이그토록달라지는이유에대해물었다.그는웃으며이렇게대답했다.“다른언어와는달리독일어는단어와단어사이에숨겨진의미가있습니다.한국어로직역만해서는그숨겨진의미를놓치게되니까전체맥락이제대로전달이안되거든요.행간에숨겨진의미를잘찾아내는것이독일어번역의관건이에요.”그렇게,앞서두판에실리지못한번역가의약력이제대로자리를찾은채말그대로‘완성본’이되어우리앞에놓이게되었다.

우리가‘거장’이라고부르는사람들이대개그러하듯,탁월한성취의토대에삶을대하는자세,세상을바라보는시선속에닮고싶고가까이다가가고싶은면이있다.이책속에는이런구절이있다.“케테콜비츠의예술에서느껴지는위대함은,그녀의인간됨에서비롯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