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장면 : 나만 아는 유일한 순간

여행의 장면 : 나만 아는 유일한 순간

$17.00
Description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에 우리가 사랑하는 시간들을 찾아서
어디론가 떠나고 잠시 머무르고 다시 돌아오기. 그토록 그리웠던 여행을 다시 떠날 수 있게 된 시기에 맞춰, 2030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10인의 작가 고수리, 김신지, 봉현, 서한나, 서해인, 수신지, 오하나, 이다혜, 이연, 임진아가 풀어놓은 각자의 여행기를 한데 묶어 『여행의 장면』(유유히 2023)을 출간했다. 책장을 덮을 때면, 마음속에 고이 간직해온 나만의 여행의 장면이 툭 떠오를지도 모른다.

저자

고수리,김신지,봉현,서한나,서해인외

세상에온기와위로를전하는작가.바다에서나고자랐다.웃음도울음도쉽고다정하게나누는여자들틈에서자라작가가되었다.어쩔도리없이사람과사랑에마음이기운다.모쪼록따뜻하도록,잠시나마손바닥에머무는볕뉘같은이야기를쓴다.광고기획피디를거쳐KBS[인간극장],MBC[TV특종놀라운세상]에서방송작가로일했다.보통사람들의이야기를방송으로만들면서특별할것없는우리삶...

목차

수신지비행기를타기전에
이연태양계여행
김신지잠시다른인생을사는기분
임진아혹시,한국분이세요?
서한나카페사이공
오하나쓸쓸한마음,그럼에도밝은쪽으로
고수리돌아보면반딧불이같은추억일거야
서해인구글지도와어떤돌봄노동
봉현아무도나를모르는곳으로
이다혜사라진감각과선호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의외의모험과우연한행복을만나러,‘나’라는원래모양을찾으러우리,떠나볼까요?

어디론가떠나고잠시머무르고다시돌아오기.그토록그리웠던여행을다시떠날수있게된시기에맞춰,2030독자들로부터많은사랑을받아온10인의작가고수리,김신지,봉현,서한나,서해인,수신지,오하나,이다혜,이연,임진아가풀어놓은각자의여행기를한데묶어『여행의장면』(유유히2023)을출간했다.탁상위에놓인달력에빈칸을만들어둔그시간동안우리는이번여행에서만날어떤장면들에대한기대감으로가득찬다.여행을가기전과다녀온후의나는여전하면서도조금은다른분위기를품고사는사람이된다.마음한구석에푸르른이국의풍경을품고그속에있던원래의‘나’를떠올리면,지금여기이바쁜하루속내가조금은괜찮아진다.

『여행의장면』을펼치면10인의작가들이그간다녀온무수한여행들중에마음속에담아두었던한장면을만나게된다.『며느라기』를그린만화가수신지는비행기를타보기전에비행기안에서무슨일이일어나는지미처몰랐던시절의에피소드를,『매일을헤엄치는법』작가이연은늘사람들사이에서‘사람멀미’를겪으며혼자만의시간을애타게찾던자신이그럼에도불구하고사람은혼자살수없다는진리를깨닫게된어느날의여행을떠올린다.『시간이있었으면좋겠다』작가김신지는안식휴가를떠나현지사람처럼살아본치앙마이,빠이이야기를,『사랑의은어』작가서한나는낯선도시에서단골펍하나를만들어둔끄라비여행을이야기하며,언젠가그곳을꼭가보고싶게만든다.

좋아하는작가하야시후미코와좋아하는시인가네코미스즈를찾아각각떠난『오늘의단어』작가임진아와『계절은노래하듯이』작가오하나의여행기는서로다른지점에서더욱흥미로운감상을그리게하고,『마음쓰는밤』작가고수리가매주주말마다가족과함께숲의냄새와풍경을마음껏누려온캠핑기는읽다보면싱그러운나무향처럼가슴깊은곳까지시원해진다.

더불어구글지도덕분에부모님의여행을랜선으로함께하는『콘텐츠만드는마음』서해인작가의여행기와구글지도가없던시절처럼실시간으로연결된일상에서벗어나모험을하는『단정한반복이나를살릴거야』봉현작가의쿠바여행기,그리고구글지도와함께이제는사라진감각과선호에대해곱씹으면서도때가되면어김없이다음여행을위해짐을싸게되는『여행의말들』이다혜작가의이야기까지모두읽고나면,더이상망설일이유없이자신만의다음여행지를찾아떠나게될지도모른다.

잊고있던나를마주하는시간,살고싶었던대로나를살게하는순간에대하여

처음비행기를타는순간,깨끗이정돈된기내에서부터방금까지골치아프던일상의문제는조금씩옅어진다.나의도시를박차고공중으로날아오르는순간,알수없는후련함으로머리끝부터발끝까지짜릿하다.비행사이에맛있는냄새와함께내앞으로따뜻한기내식이놓인다.기내식과의첫만남에대해수신지작가는깊은인상을새겨둔다.

두근두근은박뚜껑을벗기며하나하나디지털카메라에담았다.튜브고추장은먹을까말까고민하다가방에챙겨넣고맥주와콜라까지야무지게먹다보니긴비행시간이훌쩍짧아져있었다.
-수신지,「비행기를타기전에」

수많은사람들과늘연결이되어있고,만나야하는약속들에시달리던하루하루.‘사람멀미’에서벗어나온전히나에게집중할시간이필요할때면이연작가는훌쩍혼자여행을떠났다.그렇게떠난여행지에서어느날은자신만의안락한세계를깨는경험을한다.

인정하기로했다.나는그저평범한인간일뿐이고,사랑과사람이필요하다는사실을말이다.고립도중요하지만사람도곁에둬야한다.홀로여행을여섯번쯤하고나서야깨게된나의세계였고,귀한깨달음이었다.
-이연「태양계여행」

그토록기대했던여행이지만,낯설기만한곳보다애써뭘하지않아도되는익숙한곳을찾게되었을때,김신지작가는현지인의삶을살짝상상해본다.뒤늦게도착하는반려인을기다리며공항에서마중을해보는이벤트도,평화로운숙소와평화로운작은마을에서매일‘평화롭다’중얼거리면서.

“놀기만하니까왜이렇게좋을까요?”
“인간이일하려고태어난게아니니까그렇죠.”
호스에서시작된물줄기가허공에작은무지개를만들고있었다.우문현답이었다.
-김신지「잠시다른인생을사는기분」

일상에서멀리떠나온여행이지만,숙소근처에단골펍을만들어두면매일의마침표를느긋하게찍게된다.매일만나는직원의익숙한일의리듬도살피고,때로는말도슬쩍걸어보면서이국의밤을보내는서한나작가의여행처럼.

나는그여행끝에일행과이야기하며끄라비다신안올것같다는말을했는데,아무래도갈것같다.끄라비에는내가아는술집이있고,분위기도좋고,거의매일다른여행자들이오니까.
-서한나「카페사이공」

무언가를좋아하는일은,좋은일을불러온다
그좋음의세계안에서순간의인연은어김없이오래간직할추억이되고

당신은타국에서한국인을만나면피하는쪽일까,반가워하는쪽일까.여행지에서뜻모를이국의언어속에서고요히있다가한국말이들리는순간,후다닥그자리를뜨는쪽을택할지모른다.또는낯선행선지에서갑자기마주친한국인이그저반가운말동무가될수도있다.임진아작가의여행기에서는타국에서한국인끼리니까서로에게솔직한마음이오갈수있는그순간들이반짝빛을낸다.수많은타이밍중에지금여기서만난것은어쩌면누군가가미리그려둔장난스런콜라주같기도하고.그렇다면언제든그순간을맘껏즐기면더좋겠다고.

여행을좋아하는한국인들이마음껏그리는콜라주들이그냥제멋대로그려지며아무에게도납작하게보이지않았으면좋겠다.그저각자그리고싶은그림을시간을내어여기에서붙여그린것뿐이라고.콜라주감상은자유,겪은사람만이아는풍부한이야기는비밀!
-임진아「혹시,한국분이세요?」

한편누구에게나운명이바뀌는찰나의순간이시시때때로찾아오는게인생이라면,그순간들을더적극적으로찾는모험이여행일테다.한권의시선집에서마음을끄는시인을발견하고,그에이끌려마치햇빛을향해뻗어나가는식물처럼오하나작가는자신의삶을그에게로힘껏방향을바꿔본다.그리고마침내그의생의흔적을찾아떠난여행에서애틋하고도경이로운순간들을만끽한다.

시인의시를멀리퍼뜨리려는씨앗배달부가나만이아니었다는사실이무척놀라웠지만,한편으로는당연한일일지도모른다.쓸쓸한마음,그럼에도밝은쪽으로벋어나가려는마음이우리모두의본성일테니까.
-오하나「쓸쓸한마음,그럼에도밝은쪽으로」

딱딱하고차갑고움직이지않는일상의공간을떠나온몸으로뒹굴며뛰어놀기좋은숲으로,고수리작가는와글와글사랑하는가족과함께매주떠나는캠핑으로독자를초대한다.별빛같은반딧불이멍,일렁이는불멍,부풀어오르는마시멜로멍을즐기고숲과흙,장작과설탕이뒤섞인달짝지근한냄새에코를박으며이다지도사소하고따스한행복의세계를구체적으로나누어준다.

어쨌든긴밤이지나면아침이찾아올테니까.그걸아니까고생끝엔웃어버리기.동그란얼굴들마주보고푸하하웃어버리고나면정말로다괜찮아졌다.고생담이모험담이되는한끗차이는결국웃음이란걸.어쩌면인생도그렇지않을까.
-고수리「돌아보면반딧불이같은추억일거야」

궁금한것이있으면바로그자리에서세계어디든알아낼수있는지금과,
다만그이전에는수많은시행착오와타인의호의에기대었던여행이있었음을

하루가다르게발전하는기술은여행의풍경도사뭇다른차원으로바꿨다.서해인작가는쏟아지는리뷰속에서진짜리뷰를찾아내는감식안을탑재하고이곳을떠나지않고도부모님의여행에얼마든지동행할수있는요즘여행을보여준다.

여행을떠나기전에말이많은사람들의여행담을보면서어딜가면좋을지더하고빼는시간을일상에포함시킬수있다는점을좋아한다.별점과후기,비용정산내역과현지인을통해알게된팁,메뉴사진과메뉴판사진,그모든것들을참고하면서나는여행하지않는시간을보낸다.
-서해인「구글지도와어떤돌봄노동」

24시간누군가와항상연결되어있는지금의일상에는타인에게보여지지않으면존재하지않는듯한기분에휩싸이기쉽다.봉현작가는그만큼자신도모르게피로도도쌓여가는요즘,아무도나를모르는곳으로떠나고싶은욕망에쿠바여행을떠올린다.실시간연결이없기에그만큼자유로운그곳의순간들을.

어쩔수없이앞으로도,매일매순간이렇게양가감정에휘둘리며살아가겠지.그러다갑자기또어디론가훌쩍떠날것이다.광고도타임라인도없는곳으로.낯선사람들과이상한음식,모르는문화속으로.광활한평야,찬란한노을,장엄한산맥,먹먹한사막속으로.
-봉현「아무도나를모르는곳으로」

‘모른다’는경험을몸에익히고어쩌다낯선길을헤매다뜻밖의추억을만들고오는여행은이제영영사라진걸까.유튜브만켜면넘치는여행브이로그에서발견하는낯선도시의맛집과명소를또하나의미션처럼해야만하는일로받아들이는건아닐까.무작정걸어보고무작정주문해보고무작정겪어보면서알아낸것들을다시다음여행자에게건네주는것까지가이전의여행법이었다면,오늘의우리는최적의이동경로와검증된맛집사이에서,어쩌면헤매는법을잊어버렸는지도모른다.

영원히굳건한마음은내게이런생김새를하고있다.여행하고싶다는기분의모양새.“다른도시에서다리가아플때까지걷고싶다.”
-이다혜「사라진감각과선호에대하여」

모쪼록이번여행에서는해보고싶었던로망들과그저쉬고싶은마음까지소중히품고떠나면좋겠다.그여행속에서잊지못할자신만의장면을차곡차곡쌓아나가면좋겠다.어디로든떠나기좋은이계절에한손에는『여행의장면』을소중히들고마음이개운해지는그순간을기어코찾아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