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씌어진 이름 2

물로 씌어진 이름 2

$20.00
저자

복거일

1987년장편소설'비명(碑銘)을찾아서'를발표하며문단에데뷔한작가복거일은책이좋아읽다보니어느새소설가가되어있었다고말한다.젊은날,넉넉한보수를주던은행을그만둔이유도오롯이책읽는시간을더늘리고싶어서였다고한다.

충청남도아산출신의작가이다.소설가이자비평가로활발하게활동하고있으며‘대체역사소설’이라는장르를만들기도한작가이다.작가는문학창작활동뿐만이...

목차

화보
제6장_재미한인의국적
제7장_한인자유대회
제8장_둘리틀습격
제9장_미드웨이
제10장_조국을향한단파방송
제11장_과덜커낼
제12장_워싱턴의벚나무
제13장_비바람속의중경임시정부
제14장_애실런드한국승인대회

출판사 서평

〈들어가는말〉
지난6월28일‘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발족을알리는뉴스가떴다.민관합동으로기념관건립을추진한다는것이다.추진위에는정파를달리하는각계인사로구성되었는데,“대한민국의정체성을되찾는길에서꼭해야할것이우남이승만대통령을재평가하는일”이라고이구동성으로입을모았다.너무나때늦은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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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에새길이름을물로쓴국민

건국대통령우남(雩南)이승만(李承晩,1875~1965)의일대기를문학으로형상화한『물로씌어진이름』3부작중제1부‘광복’全5권(백년동안刊,2023)이출판되었다.
『물로씌어진이름』이라는제목은“사람들의나쁜행태들은청동에새겨져남는다.그들의덕행들을/우리는물로쓴다”라는셰익스피어의시구(詩句),그리고“여기누워있다/그의이름이물로씌어진사람이”라는존키츠의묘비명에착안한것이다.

이제내가하려는이야기는그의이름이실제로물로씌어진사람의이야기다.이름이물로씌어졌다면,그는평범하게산사람은아닐것이다.그래서그의이야기는거대하고복잡할수밖에없으리라._제1장워싱턴의일요일,39쪽

全5권에소설본문만2,500쪽이훌쩍넘는제1부‘광복’의‘현재’는일본이하와이의펄하버(진주만)을기습공격한1941년12월7일부터망명객이승만이고국으로돌아오는1945년10월16일까지만4년이채안되는기간이다.그러나소설이다루는이승만의생애는그가신학문을배우고독립협회와만민공동회에서‘혁명가’로이름을알리는1890년대부터시작한다.조선은물론인류사적으로도대격변의시대라할이시기,역사의격랑을온몸으로받아낸한인물의전기소설은자연히역사소설의형태를띠게되고,시대사가전쟁과혁명으로점철되었으므로전쟁·혁명소설의성격을겸한다.『물로씌어진이름』이단순히한거인의일대기에그치지않고,작가의말처럼‘역사를보는창’이될수밖에없는이유이고,개인사와민족사와인류사의도저한흐름에걸맞은대하소설일수밖에없는이유다.
각권에30장안팎씩들어가는삽화(조이스진그림)를따로권두에도한데모아,해당권의길잡이겸요약본으로삼았다.작가자신의해제와함께<월간조선>편집장배진영과문학평론가진형준(前한국문학번역원장)의해설을제5권말미에실었다.

망한나라의망명객이져야했던무거운짐

소설은알려진(그리고악의적으로묻히거나왜곡된)이승만의성취외에,비교적덜조명되었던사건들을파헤치거나재조명한점에서문제작이다.한반도의운명을바꿀수도있었던‘얄타비밀협약폭로’,백악관과미정·관계곳곳에침투한소련의하수인들,그리고‘매카시즘’으로악명높은존매카시의재평가가그렇다.
얄타비밀협약이란,한반도의운명을소련이좌지우지하도록묵인하는루스벨트,처칠,스탈린사이의비밀각서다.각서의원본은드러나지않았으나,비밀협약이있었음을폭로하기로결심하는이승만의고도의외교적계산은,후에유엔군의6·25참전과한·미동맹조약체결과이른바‘인계철선’으로알려진주한미군의서울북쪽주둔을이끌어내는일련의과정의데자뷔다.결과는우리가지금살아가는,두동강의한쪽이나마자유를누리는대한민국이다.

“에밀,어차피정의롭지못한‘비밀협약’은공개되어야합니다.그래야그것의독이제거됩니다.그것의존재를폭로하면,그것을만든사람들이반응할수밖에없어요.만일그들이‘비밀협약’이있다고인정하면,우리는목적을달성하는것입니다.우리가안나서도세상이그들을심판할것입니다.만일그들이없다고주장하면,우리는그것이집행되는것을막을수있습니다.어느쪽이든우리는우리가원하는대로,소비에트가몰래한국을장악하는것을막을수있습니다.”_제21장얄타,제4권293쪽

스탈린의궁극적야망은제정러시아의부활이라는의미에서작가는소설내내제정러시아소련현러시아로이어지는일련의정치체를일관하여‘러시아’로부른다.냉전시절은물론제2차세계대전전부터백악관을비롯한미국의주요기관에‘러시아의이익을위해’암약하는미국인첩자들이다수있었고,심지어정치와외교와전쟁을이끈프랭클린과엘리너루스벨트부부,마셜원수-국방장관같은파워엘리트들까지러시아에포섭당했거나끌려다녔다고작가는단언한다.그리고망한나라의외교관이승만이미백악관과국무부의문턱에서번번이좌절한것도바로그때문이었다고.
그러나조지프매카시가있었다!오늘날매카시즘은저주받은이름이지만,매카시야말로러시아첩자들의소굴인미국의심장부에서자유세계의방패와창이되어준고마운인물이며그위업은전체주의러시아와중국이마각을드러내는지금더욱빛난다고작가는재평가한다.

동아시아에서냉전이고비를맞았던1950년초에매카시는혼자힘으로도도하던공산주의의물살을막고위태롭던남한의대한민국과대만의중화민국을지켰다.…비록지금남한과대만에그에게고마워하는사람들은거의없지만,그가수많은사람들에게자유롭고풍요로운삶을누리도록했다는사실은어떤기준으로평가하더라도위업이다.…중국이남중국해를자신의내해로만드는데진력해서전쟁위험이부쩍커진지금,매카시의공헌은더욱높은평가를받아야마땅하다._제21장얄타,4권146쪽

이승만의공과(功過)는‘역사를보는창’

이후의삼부작얼개는작가가손수쓴해제‘역사를보는창’에서엿볼수있다.자유민주대한민국건국과6·25의시련속이승만의빛나는성취,그리고작가가‘우남의허물’이라단언하는사사오입개헌부터1960년의‘파국을막은’하야까지다.
그러나소설의스케일은20세기한반도에머물지않고세계로,약2세기간의전사(前史)로뻗어나간다.이승만의삶자체가역사를보는창인이유다.

우리역사를제대로알려면우남의눈길로세상을바라보는것이필요하다.그것으로충분할수는없겠지만,그것없이는지금우리사회를만들어낸역사의복잡한흐름을이해할수없다.그런뜻에서우리에게우남은역사를보는창이다.그리고그창으로보이는풍경속에우남을세워놓아야비로소우리는우남을이해할수있다.졸작『물로씌어진이름』은우남이라는창을,이제는세월의먼지가두껍게앉은창을,조심스럽게닦아서조금이라도맑게하려는노력이다._작가해제:역사를보는창,제5권530쪽)

문학평론가진형준(前한국문학번역원장)은『물로씌어진이름』과비슷한시기를다루면서마찬가지로‘역사와인간,지성과예술’이라는인류사적스케일의묵직한물음을담은문학으로토마스만의『마의산』과헤르만헤세의『유리알유희』를꼽는다.만과헤세의질문에대한답변으로도읽을만한『물로씌어진이름』의복거일이야말로노벨문학상감이아니냐고그는반문한다.

벌써10년째투병중인작가가입버릇처럼“유작이될것”이라말하는『물로씌어진이름』은2015년말부터<월간중앙>에연재를시작했고,2023년까지제1부‘광복’을끝내고제2부‘건국’을막시작한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