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파크 (반양장)

레티파크 (반양장)

$16.80
Description
독일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유디트 헤르만의 『레티파크』가 마라카스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서 2010년 소설집 『알리스』가 출간된 후 12년 만에 새로운 번역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작가는 이전 작품들을 통해 사랑과 고독, 방황, 슬픔을 담백하고 투명한 문체로 매우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내며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에 출간하는 『레티파크』는 열일곱 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긴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을 ‘매우 어둡고 힘든 소설을 끝낸 직후’ 자기에게 낯선 베를린 어느 구역의 낡은 집 내닫이창이 있는 방에서 써내려갔다. 창 너머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맞은편 집에 사는 이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다채롭고 수수께끼 같은 의미들이 실린 타인들의 일상’의 장면들을 스냅사진처럼 그러모은 뒤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가족, 부부, 친구 혹은 잘 모르는 사람들 간의 만남, 사랑, 권태와 상실에 관한 열일곱 편의 이야기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 켠에 작고 은은한 불빛이 켜진다. 다른 누군가가 알아챌 만큼 큰 불빛은 아니어도 내 안을 밝히기엔 충분한 크기의 불빛이. 그 불빛이 우리 인생에 오래도록 묻혀 있던 어느 장면들을 떠오르게 해줄 것이다. 어떤 장면은 멈춰 서서 오래 바라보고 싶어질지 모른다. 마치 아름다운 그림 앞에 서면 한없이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 그렇게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보면, 비로소 보이리라. 그때는 모르고 지나갔던, 그래서 놓치고 잃어버렸던 삶의 의미들이.
저자

유디트헤르만

(JudithHermann)
1970년독일베를린에서태어나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독문학과철학을공부했다.1998년『여름별장,그후』를발표하며“독일문학이고대했던문학적신동”이라는,독일문단의전례없는찬사와함께화려하게데뷔했다.이후소설집『단지유령일뿐』(2003),『알리스』(2009),『레티파크』(2016),장편소설『모든사랑의시작』(2014),『우리집』(2021),자전적에세이혹은픽션『우리는서로모든걸말했을텐데』(2023)를발표했고,클라이스트상과브레멘문학상,프리드리히횔덜린상을비롯해많은문학상을받았다.현재베를린에살며작품활동을이어가고있다.

목차

한국의독자들에게-007

석탄-015
페티시-023
솔라리스-039
시-053
레티파크-063
증인들-075
종이비행기-089
제도-103
포플러꽃가루-115
어떤기억들-127
뇌-147
편지-161
꿈-171
동쪽-185
귀환-201
교차로-215
어머니-229

옮긴이의말-243

출판사 서평

“나는나에대해쓴다.나는스스로의삶을따라서쓰고,다른글쓰기는모른다.”

‘21세기의루이제린저’유디트헤르만
그녀가매우어둡고힘든소설을끝낸직후
낡은집에앉아써내려간17컷의이야기들

독일의대표적인여성작가유디트헤르만의『레티파크』가마라카스에서출간되었다.국내에서2010년소설집『알리스』가출간된후12년만에새로운번역작품을선보이는것이다.유디트헤르만은1998년이십대의나이에『여름별장,그후』를발표하며“독일문학이고대했던문학적신동”이라는전례없는찬사와함께화려하게데뷔했다.작가는이전작품들을통해사랑과고독,방황,슬픔을담백하고투명한문체로매우사실적이고섬세하게그려내며자기만의독특한작품세계를구축해왔다.이번에출간하는『레티파크』는열일곱편의짧은이야기들이담긴소설집이다.작가는이이야기들을‘매우어둡고힘든소설을끝낸직후’자기에게낯선베를린어느구역의낡은집내닫이창이있는방에서써내려갔다.창너머로거리를지나가는사람들,맞은편집에사는이들을바라보며그녀는‘다채롭고수수께끼같은의미들이실린타인들의일상’의장면들을스냅사진처럼그러모은뒤이야기로풀어놓았다.

『레티파크』에나오는등장인물들은대개중년이상으로설정되어있다.추억,회상,상실이주된주제여서헤르만이이전에쓴작품들에등장했던젊은인물들이나이를먹어과거를돌아보는듯한느낌도든다.독자는생의중요한순간들을찍은사진들을보며그사람의일대기를,그의삶을상상하고추측하는듯한기분이들기도할것이다.마치「어떤기억들」에서모드가그레타할머니의가족사진들을보고그녀의인생을추측하듯이.그러나그추측은불확실하고,불완전하며,모호하다.

“그녀는침대위에걸린사진들을-그레타남편,자녀들,개와집의사진들,그레타의긴생애전체를-도힐끗훑어본다.시간이턱없이부족하다.그레타를찾아내기에는,반백년전그레타의표정을찾아내기에는시간이턱없이부족하다._「어떤기억들」중에서

분량이매우짧은데다유디트헤르만이원체구구절절설명하는작가가아니어서,독자는『레티파크』를읽으며더욱상상력을발휘해야할지모른다.그러나이많은여백으로하여금독자는보다자유롭게의미를부여하고해석할수있다는점에서읽는재미가있다.또한이‘알수없음’,‘이해할수없음’,‘모호함’이오히려우리인생의실상과더욱가깝기에,허구로쓰인이야기들임에도더욱사실처럼와닿는다.작가는말한다.“나는나에대해쓴다.나는스스로의삶을따라서쓰고,다른글쓰기는모른다.”그래서일까.그녀가쓰는소설에는힘이들어가있지않다.아는것과모르는것을정확히구분하는듯한,모르는것에대해아는것처럼말하지않는절제의미덕이있다.그녀의이야기가이국에사는우리에게전혀낯설지않은건‘사실이라는바닥에단단히정박해있는’,‘스스로의삶을따라서쓴’이야기여서다.

마음이어긋나는순간.진실을어슴푸레알것같지만그것이뭔지말할순없는기분.때론진실때문에멀어지는아이러니.사랑때문에마음이부서지는아픔.작가가풀어놓는열일곱편의이야기들을따라가다보면그간마주했던,하지만말로는표현할수없었던장면들을머릿속에다시떠올리게된다.그리고그때겪은일,느낀감정에이름표를붙여주고싶은마음이든다.비록정확한문장과단어로된이름표는아닐지라도.그렇게이름표를붙이고나면,잘헤어질수있지않을까.나를얽매던모든것으로부터.

“그는데보라가물한컵을아이의두손에들려주는모습을지켜본다.그리고아이가물을마시는동안그녀가그에게던지는시선에서그는자신들이경계에이르렀음을,길이갈라지는지점에이르렀음을본다.이분기점에서그는놀랍게도또다시결정을내리도록강요를받을것이다.비록그는진실을말했지만.진실을말했음에도불구하고.바로그이유에서.”_「뇌」중에서

“그는일단오래도록침묵한뒤에아마도말할것이다.그건받아들일수있는일이라고.하지만그래도살아갈수있다고.”

독자는『레티파크』속이야기를읽으며,분명히말할수없고,또렷이보이지않는것이인생의진실에더가까움을깨닫게될것이다.작가는여느때처럼대놓고말하는대신넌지시보여준다.안개속을거닐듯뿌옇고흐린무수한날들속에,잠깐해가나서마침내제대로보고,이해하게되는찰나의순간.깜짝선물처럼받아들게되는보석같은순간.그런순간은살아있는자만만날수있다고.그러니받아들이고,계속살아가라고.

“내꿈속에서사람들은당신의얼굴을하고있어.페이지샤쿠스키는이문장을로제에게썼다.모든실패에도불구하고무언가파괴할수없는것,무언가밝은것이그를둘러싸고있었다.그리고돌연로제는그가어디에당도했건간에잘지내기를열렬히소망한다.다른누군가의꿈속에나타나는얼굴이었던걸로족할수있다.그것은정말로축복같은일일수있다.그리고그녀는엘레나가그점에관해그래도아직아는게있기를,레티파크가아직중요하기를바란다.그겨울사진들,많은걸약속하는그림자들,불확실속으로가는길들이.”_「레티파크」중에서

인생은본디밝고화창한날보다보통의,아니,보통보다더흐리고어두운날들이많기에,인생을따라쓴그녀의글도조금어둡고음울하다.그럼에도이어둠에서도리어편안함과안온함이느껴지는건,깜깜한어둠이아닌은은한불빛하나켜둔어둠이기때문이리라.우리모두한때는누군가의꿈에나타난얼굴이었다는사실,미래의장례식을상상하면울게되는얼굴이었다는사실.비록지금은아닐지라도,“그걸로족할수있고,그것은정말축복같은일일수있다.”과거에든,지금에든,미래에든,우리모두누군가에게중요한의미일수있다는사실이주는위안은얼마나큰가.

가족,부부,친구혹은잘모르는사람들간의만남,사랑,권태와상실에관한열일곱편의이야기들을읽어가다보면어느새마음한켠에작고은은한불빛이켜진다.다른누군가가알아챌만큼큰불빛은아니어도내안을밝히기엔충분한크기의불빛이.그불빛이우리인생에오래도록묻혀있던어느장면들을떠오르게해줄것이다.어떤장면은멈춰서서오래바라보고싶어질지모른다.마치아름다운그림앞에서면한없이바라보게되는것처럼.그렇게자기삶을다시바라보면,비로소보이리라.그때는모르고지나갔던,그래서놓치고잃어버렸던삶의의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