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 - 처음핀드 3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 - 처음핀드 3

$16.80
Description
당신의 ‘곁’에서 밤을 만드는 목소리
쉬이 잊히지 않는 농도 짙은 ‘처음’의 순간들
촉망받는 번역가로, 매력적인 낭독자로 활동하며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최리외의 첫 책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이 출간되었다. 최리외의 문장이나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마주한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할 터, 그의 글과 그의 음성은 쉬이 잊히지 않아 자꾸 떠올리게 되고, 결국 그의 마음이 닿는 곳을 함께 아끼게 된다.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에는 작가로서 시작하는 ‘최리외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 최리외의 첫 책을 손 모아 기다리던 독자들에게 더없이 기꺼운 마중물이 된다. 최리외는 이 책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혹은 장르를 특정할 수 없는 매혹적인 글쓰기를 통해 농도 짙은 독서의 매력을 선사한다. 책을 읽고 나면 “어느 경우든 유려하고 탄탄한 문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장르 구분이 무용해질 만큼 충분한 아름다움을 이미 느꼈다”는 안희연 시인의 감상에 크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리외는 한국어와 외국어를 오가며 사고하고 감각하면서 자신을, 주변을, 세상을 이해하려고 부던히 애쓴다. 최리외는 “모두가 중심에 놓인 문장에만 시선을 던질 때 각주로 처리된 작은 글씨, 단편적인 이야기 속에 진심과 진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주목하는 사람”(안희연, 추천의 글)이다. 현실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구석진 곳에 눈을 돌릴 줄 아는 따뜻하고 섬세한 최리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거기에는 ‘사랑’이라는 덩어리가 있다. 최리외는 그 사랑을 매만져 ‘곁’에 있는 ‘너’와 ‘곳’을 ‘나’의 깊은 마음으로 품어준다. 편지와 낭독을 좋아하고 목소리가 지닌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사람, 최리외가 닿고자 하는 곳은 오직 당신의 ‘곁’이다. 그리하여 최리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에 대한 편지’를 쓰고 ‘허공 아닌 허공’을 향해 말을 건다. 최리외가 목소리를 내면 깜깜한 무대가 환해지고,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으면 환한 낮도 밤의 기품을 갖게 된다. 그렇게 ‘밤을 만드는 사람’ 최리외와 함께 있다보면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저자

최리외

저자:최리외
서울에서태어나오랫동안경기도에살았다.EBS다큐멘터리팀에서작가로,여성신문에서기자로일했다.『벌들의음악』『당신의소설속에도롱뇽이없다면』『Y/N』등을우리말로옮겼다.오랜시간혼자읽고쓰며이따금독립잡지에글을실었다.목소리가지닌가능성과문학을소리내어읽는일에관심이많아낭독이포함된퍼포먼스에다수참여했다.정치학을공부한뒤문학으로행로를틀어영문학박사과정에서소리의재현과효과를공부하고있다.번역하는일을사랑하고,동네책방에서독서모임을열며편지처럼전달되는글을쓰는사람으로살아가고자한다.

목차

1부나
언젠가,공항의밤에
여기,우리가만나는곳
편지에대한편지,에대한
처음이지나면

2부곳
돌이켜보면계절은언제나
여름과그늘
돌멩이는이미모래로흩어지고
가장어두운방

3부곁
스무살,봄,몽우리
그래서제대로보이느냐고묻는다면
광막한밤바다의녹틸루카신틸란스
뒤늦게도착하는

4부너
유년의거실에서배운것
편지는없고,꿈에서만나
편지의다중창
허공아닌허공을향한

추천의글안희연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유려한필치,매혹적인에세이스트의탄생!

최리외는『밤이아닌데도밤이되는』에서오랜기간세련해온자신의글쓰기를차분하고도유려한필치로풀어낸다.“고독한목소리의중얼거림./발화함으로써증언이되는기억,고통,그리고사랑./발화되지않은채내내누군가의입술언저리에묻어있는기억밑의기억들.”“그러나동시에다정하며,사랑을―그것이죽음과닿아있더라도―말하는글쓰기.”(27면)때로는아프고때로는용감하며때로는환해지는최리외의이야기들은결국읽는사람을행복하게한다.그가접어둔책의페이지를같이펼쳐보고싶고,그에게말을건네고싶은욕망이절로이는까닭은“우리가어느글의구석에서,모서리에서,귀퉁이에서,작게추가되는각주들틈에서만날수있다면좋겠”(28면)다는작가의바람이통했기때문일까.

최리외는첫책에서새로운형식실험을하며작가로서의기량을한껏뽐낸다.“이글은끝나지않는밤을통과하는‘당신’의이야기다.”(9면)라는첫문장부터빠져들게하는짧은소설「언젠가,공항의밤에」,여러각주를통해‘최리외’라는인물을고찰하는「여기,우리가만나는곳」,떠나간친구에게편지를쓰며‘헬렌크라우스’의문장을옮기는「편지에대한편지,에대한」,‘스무살’이라는제목의자작시가수록된「스무살,봄,몽우리」,한편의낭독극이생생하게그려지는「편지는없고,꿈에서만나」등수록작을살피다보면번역가,창작자,낭독자로서다재다능한작가의모습을흐뭇하게그려볼수있다.그러면서도작가가조심스럽게펼쳐보이는이불을둘러쓰고악몽에시달리던유년시절의아린기억,세월호참사를겪은뒤‘우리가지금할수있는일’에대해서고민하며독서모임을꾸린마음,“어디선가누군가단한명이라도듣는다면내목소리가어딘가로전해진것이기를”(188면)바라는마음으로낭독을시작하던외로운밤을들여다보게되면‘지금―여기’에건강하게서있는작가의손을맞잡아주고싶어진다.

어쩌면『밤이아닌데도밤이되는』은최리외가당신에게보내는긴편지인것도같다.“최리외는좁은방안에갇혀있다는생각이들때마다편지를썼다.창을열어도바깥의생동이느껴지지않을때,지금―여기에서간절히벗어나고싶을때,그러나물리적대면이가능한관계들안에서는안온할수없을것같다고느껴질때마다”(21면)최리외는“단한명의독자만을예감하며”(29면)편지를쓴다.그리고그독자는그가‘사랑하는사람’이된다.그는“사랑하지않는이에게는편지를쓰지않”(36면)기에.그는편지에“당신이이편지를열어볼때쯤이면나는이편지를쓰고있는나와는다른사람이되어있을지도몰라요.어쩌면계절이변할수도있을까요?어떤마음은닿는데너무오래걸립니다”(31면)라고쓴다.하지만최리외가보내는‘한권의편지’를읽으면그의마음은바로가까이에서느껴질것이다.최리외가보내는편지를자주열어볼것이고,그안에담긴반짝거리는무언가를발견하면서편지를쓰는사람처럼편지를받는우리도달라져있을것이다.그리고무엇보다‘곁’의힘을느낄것이다.“뜻밖의우연처럼휘둥그레지게,사랑의상대를만나게되는순간처럼예기치못하게조우하게되는‘곁’이”(148면)‘지금―여기’에있다.

내가편지를사랑하는수많은이유중하나는지금,여기에서말을건넬수있는사람이없기때문이기도합니다.(…)그들에게말하는대신나는지금,여기에없는이들에게편지를쓰기시작했습니다.만날수없고,만질수없고,당장닿을수없어도내게도목소리가있다는것을아는이들에게.그들은죽은사람이기도했고,내가읽은책속에등장하는인물이기도했습니다.그들은모두나의연인들입니다.나는사랑하지않는이에게는편지를쓰지않으니까요.
사랑하는이의모순.사랑하는이의아이러니.사랑을말하지만,사랑을향해쓰지만,거리가있어야비로소완성되는사랑도있다는것.편지는내게그숙명과도같은진실을알려줍니다.나는당신의부재를느끼며,그부재를천천히통과하며편지를씁니다.(35~36면)

작가의말

지난봄부터여름까지원고를묶고다듬고고쳐쓰며한참들여다보았습니다.무어라이름붙이기어려운감정들이들락날락했어요.막연하게만꿈꿨던‘첫책’이라는두글자가이렇게든든한물성으로실현되었다는사실이얼떨떨합니다.아마오래그럴것같습니다.꼭한번만나고싶던음악가나작가와악수를나눈기분,이번생에꼭느끼고싶던풍경속에자리한기분,오랜시간사랑해온줄도모르고사랑한존재와가까이서눈을맞춘기분과어쩌면비슷할지요.가슴터질듯부풀고심장빠르게뛰며동시에그대로주저앉아엉엉울고싶어지는기분과도요.
저에게서는이미흩어지고있는,흩어져버린돌멩이들을당신손에건넵니다.손안에아주자그마한알갱이가남기를,잠시의까끌거림과반짝거림이있기를감히소망합니다.우리는어디선가반드시만나게될거예요.그믿음으로저는다시,또다시살아갈것입니다.이제껏그래왔듯간절한줄도모르고간절한채.뒤늦은깨달음의망연한기쁨처럼.
언제나처럼언어는모래로흩어지네요.도무지다담을수가없네요.깊은밤처럼아득하네요.그러니있는힘껏꾹꾹누르듯말해봅니다.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

매미소리듣는2024년8월
최리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