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 여자 불편해

난 그 여자 불편해

$15.00
Description
어렵다고 생각한 일이 가장 쉽더라.
문단의 냉대와 외면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글을 쓰고 글로 먹고 살았던 최영미 시인. 진실한 글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 그가 산문집『난 그 여자 불편해』를 펴냈다. 미투 등 논쟁적이며 시사적인 주제에서부터 축구 야구 등 스포츠에 대한 열정,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발견이 담백하고 치열한 언어에 담겨있다.

최영미 시인은 짧은 말로 핵심을 찌르는 뛰어난 문장가. 그의 글은 재미있고 아프며 따뜻하면서도 신랄하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시「괴물」발표 이후 그에게 일어난 일들, 고은 시인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치르며 진실을 위해 싸우고 승리했던 과정을 기록한 글들은 역사의 증언으로 남을 것이다.
저자

최영미

1961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서양사학과와홍익대대학원미술사학과를졸업했다.1992년[창작과비평]겨울호에「속초에서」외7편의시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서른,잔치는끝났다』,『꿈의페달을밟고』,『돼지들에게』,『도착하지않은삶』,『이미뜨거운것들』,『다시오지않는것들』,『ThePartyWasOver』,장편소설『흉터와무늬』,『청동정원』,산문집『...

목차

1부-어떤싸움의기록

내몸은전쟁터
진실을덮을수있을지
뜨거웠던여름
내가널왜지금먹니?
어느신년모임
출판사등록
그녀를위한변명
최선의눈사람
진실이너희를자유롭게하리라
말의힘,시의힘
가장큰적은공포
이놀라운사람들
수학자와시인
어떤싸움의기록
뒤로가는대한민국
교황과펠레
위선을실천하는문학

2부-인간은스포츠없이살수없다

죽더라도수영장에서
준비를너무해서실패했다
일부러물에빠져배운수영
게임은속이지않는다
인간은스포츠없이살수없다
사람없는수영장
중국다운올림픽개막식
그순간에그것이되는것
손흥민선수의추억
다시월드컵을기다리며
가장재미난이야기
사랑한대가
스포츠와독서
아랍의재발견
최고최강의월드컵:카타르2022

3부-어렵다고생각한일이가장쉽더라

참새들
이모가있어서참좋았다
요즘나의아침
버스
춘천가는길
책파티
호박의향기
적당한고독
시인의방에서사업자의방으로
계약의기술
어렵다고생각한일이가장쉽더라
코로나와함께살아가기
내젊음의비결?
신천지가백신이었지
집이뭐길래
코로나불면증
희망이솟는다
나의은밀한욕망
우울을넘어
봄날에아파트
비트코인과공항철도
냉동열차
가장강력한마약
건강보험료30만원
언어의타락
카페하나를독차지하고
입추에물난리
단순한열정혹은사치

출판사 서평

집이아무리커도자는방은하나다.

생의핵심을관통하는따뜻하면서신랄한언어!『난그여자불편해』는3부로구성되었다.1부는「위선을실천하는문학」등미투재판사회문제를다루는논쟁적이며시사적인글을모았다.신문에에세이를연재할때고은시인이제기한손해배상청구소송이시작되어,생활수필이지만재판냄새가나는글들이꽤있다.2부는축구야구수영등스포츠칼럼을모았다.3부에는유년의추억,호박잎,사업자가된사연,집수리,카페에서에스프레소를마시는행복등생활의냄새가진한이야기들이담백하게펼쳐진다.발표된순서대로글을배치해,마치일기를보듯의식의흐름을추적할수있는것또한이책을읽는묘미다.

‘내몸은전쟁터다’선언하며자신의몸에총을관통시킨자화상을그린프리다칼로에대한이야기로책은시작한다.

“프리다처럼몸이여러차례부서지고병실에서지내다보면자기를오래들여다볼수밖에(…)화장하고매니큐어를바르고그림을그리는동안만그녀는고통을느끼지않았을게다.그래서살아있는날들을그토록화사하게,불구의다리에높은구두를신고카메라앞에섰으리.”_「내몸은전쟁터」

고통을잊기위해아름다움으로도피한화가,인생과예술의관계를이보다명징하게포착할수있을까.

“분노와막막함이지나가니전투의지가솟는다.재미있는재판이될것같다.그대단한인권변호사들의실력을한번보고싶다.”_「진실을덮을수있을지」에서

자신의인생이걸린법정다툼을앞두고결의를다지는글에서는싸우기를싫어하지만한번싸움을시작하면흔들림없이끝까지가는대범한자아가엿보인다.

“물에뛰어들었다성한몸으로나올수있는한,나는생을포기하지않겠노라.”_「죽더라도수영장에서」

물에빠져죽을뻔한경험을한뒤에한동안수영장근처에도얼씬거리지않다가어느날수영을다시하고싶어,일부러자신의키보다깊은물에몸을던졌다바닥을치고올라와물에대한공포를물리친이야기에서무엇이오늘날의최영미를만들었는지알수있다.

“길을가다축구공이어쩌다내앞에굴러오면발이근지러워그냥보내지않았다.”_「준비를너무해서실패했다」

“뛰고던지고헤엄치고…찌르고쏘고때리는인간의유희본능과투쟁심이결합한지구촌의축제.유희와투쟁을하나로결합시킨동물은인간이유일하리(…)너무아름다워,그것이여자의손인지남자의손인지도잊었다.”_「인간은스포츠없이살수없다」

스포츠에대한그의명상은삶의본질에대한탐구로이어진다.축구에서정의는이기는것이지만“즐긴자가진정한승자이다.”라고선언하며최영미는그동안자신을지탱해준열정이스포츠였음을고백한다.

“내가응원하는팀이지면기분이착가라앉고우울해진다.사랑한대가이다.사랑하지않으면슬픔도없고환희도없다.사랑했기에,삼진을먹고돌아서는그모습조차아름답게보인다.”_「사랑한대가」

3부에는생활속의소소한발견과기쁨,삶과예술그리고세상에대한통찰이생생한묘사와재기발랄한문장에녹아있다.

“비정규직에종사하지만,이들의눈은맑고초롱초롱빛나며몸에서악취를풍기지않는다.”_「적당한고독」

“그렇게어려워하던계산서발행이지금은식은죽먹기다.첫달에는밤늦게새벽까지책상에앉아숫자들과씨름하던내가,1건에1시간도더걸려(날짜를잘못기입해수정계산서를발행하고생난리를치느라)거래처들에계산서를다발행하려면하루로는모자랐는데,지금은한시간안에해치우는내가나도놀랍다.”_「어렵다고생각한일이가장쉽더라」

“지금내게사치는약속없이혼자카페에들어가아포가토나에스프레소를마시는것이다(…)약간의죄의식을느끼며호텔조식을즐긴다.허허로운나의단순한열정,혹은사치를당신도이해하시겠지.”_「단순한열정,혹은사치」

언제나자신에게지독하리만큼정직했고쉬운타협을거부했던그가두번째서른을맞아되돌아보는삶의의미는무엇일까.적당한고독과타협을말하는최영미는우리에게낯설다.고통과절망의터널을지나자신만의당당한목소리로세상을바꾼그가세월의잔주름과빛나는삶의무늬들을,단단한일상의조각들을독자들앞에꺼내놓는다.2005년에발표한시「인간의두부류」에서그가말했듯이:

“공격수는골대를향해,/수비수는골대를등지며서있고/공격수는한골로는부족하지만/수비수는득점을못해도실점이없으면만족한다./먼저경기장에나서지는않지만,때가되면나는/전세계와도맞서싸우는수비수가되련다.”_「인간의두부류」

무른두부처럼약하지만때가되면일어나전(全)세계와도맞서싸우는수비수.우리시대가장불온한작가의목소리에귀를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