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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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번 길을 떠났으면 계속 가야 해
네가 갈 곳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최영미 시인의 새 시집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가 출간되었다. 이미출판사 5주년을 기념해 간행한 이번 시집에는 2013년에 펴낸 『이미 뜨거운 것들』에 수록된 시들과 최근에 쓴 「팜므 파탈의 회고」 등 신작시 10편이 함께 묶여 있다. 1부에는 신작시들이 실렸고, 2부는 연애시와 서정성이 강한 작품들, 3부는 현실과 정치를 풍자한 시들, 4부에는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기쁨과 사색을 다룬 시들이 실렸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사랑과 혁명의 시인이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본 것은 무엇일까. 삶과 예술, 스포츠와 정치를 넘나들며 뜻밖의 여운을 남기는 그의 시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통쾌한 반전이 있고 긴장미가 뛰어나다.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이 번뜩이는 이번 시집에서 더 자유로워지고 진화를 거듭하며 젊어진 우리 시대 ‘언니의 귀환’을 목격할 수 있다.
저자

최영미

저자:최영미

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서양사학과를졸업하고홍익대대학원미술사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1992년『창작과비평』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서른,잔치는끝났다』『꿈의페달을밟고』『돼지들에게』『도착하지않은삶』『다시오지않는것들』『공항철도』『ThePartyWasOver』(영문시집),장편소설『흉터와무늬』『청동정원』,산문집『시대의우울』『우연히내일기를엿보게될사람에게』『화가의우연한시선』『아무도하지못한말』『난그여자불편해』,명시를해설한『최영미의어떤시,안녕내사랑』『시를읽는오후』등을출간했다.『돼지들에게』로2006년이수문학상을수상했다.시「괴물」등창작활동을통해문단내성폭력과남성중심권력문제를사회적의제로확산시킨공로로2018년서울시성평등상대상을받았다.2019년이미출판사를설립했다.

목차


1부_
팜므파탈의회고
방금쓴시
돌고돌아
거울
여성의쉼터
죄와벌
일요일저녁
짚신도짝이있다
에든버러북토크
편집회의

2부_
이미
호텔방에서
일기예보
백화점가는길
옛날남자친구
꽃집에서
선물
겨울의문
연인
의식
유치한시
뒷맛이씁쓸하지않은

3부_
고해성사
정치인
한국의정치인
성공한여성
풍자시연습
秋想
돼지의죽음
닮은꼴
권력의얼굴
베를린의여름
추상적인단어장
신촌의옛풍경
1987년겨울

4부_
유년의변두리
지금은사라진욕실에서
추석즈음
잠꼬대
자살을꿈꾸는그에게
계약
MerryChristmas
아이와다람쥐
낙엽
2009년의묘비명
마지막
꿈이빠져나간주머니
채널을돌리며
마법의상자
상도터널
탄식
인터뷰를마치고
개미
야구장에나타난시인과사장님
이름풀이
오해
지도를보며
동서울버스터미널1
동서울버스터미널2
월동준비
서울의울란바토르

출판사 서평

아름다움을버리고돌아온우리들의‘언니’
삶의핵심을건드리는언어

그의시세계는한마디로정의할수없을만큼다채롭고,서정과풍자가씨실과날실처럼얽혀때로서로를보완하고때로서로를밀어내며독자적인세계를구축했다.자기앞의생을뜨겁게응시하며진실을추구하는정신,화장기가없던그의시에도변화가찾아와「팜므파탈의회고」에서시인은새로운형식실험을하며치명적인여인의마스크를쓰고사막을걷는다.

내가칼을
다뽑지도않았는데
그는쓰러졌다
그스스로
무너진거다

Revengeisadish
unlikepizza
bestservedincold

《WorldSoccer》잡지에서오려낸
이탈리아속담을오래도록물고다녔다
단맛이없어질때까지

FC바르셀로나가리그하위팀에패한뒤
감독이경질되었고,
나는뜨거운사막을걸었다
모래에파묻힌
칼날이반짝였다
나를노리고있었다

오아시스호텔에서수영을즐기고
수박주스를마시고
지루한소문이귀걸이처럼달린
드레스를입고파티에나갔다

_「팜므파탈의회고」전문

칼,피자,축구,사막,모래,칼날,귀걸이,드레스…반전에반전을거듭하는언어와이미지의향연이눈부시다.“복수는피자와는달리차가운접시에담겨야제맛이다”라는이탈리아속담을도입해독자들을‘낯설게’만든2연을지나,언뜻시와연관없어보이는축구를삽입해심리적충격을주는가하면,뜨거운사막을걷는여인과섬뜩한칼날의이미지를병치해긴장을고조시켰다.자신을겨누는칼날의위협에도불구하고태연히호텔에서수영을즐기며수박주스를마시고드레스를입고파티에나가는팜므파탈의이미지를이토록근사하게강렬하게표현하다니.최영미의시는단순하고명쾌하지만은않다는걸보여주려는듯은유와상징이풍부한걸작이다.지극히사적이면서도사회적인언어로그는누구도가보지못한세계를큐비즘의작품처럼인상적이고생생하게재현하는데성공했다.

「방금쓴시」「짚신도짝이있다」에서도의표를찌르는날렵한유머와통찰이이어져잠시지루할틈도주지않는다.첨예한시대인식을보여주는「정치인」「돼지의죽음」등풍자시들이3부에묶여있다.

5천만의국민을감히사랑한다고
떠드는자들

사랑을말하며
너는숨도쉬지않니?

조찬과오찬과만찬에참석해
축하하고격려하고약속하고
화장하지않은얼굴은보여주지않고
왼손이하는일은반드시오른손이알게하고(…)
고통을말하며
너는어쩜그렇게편안할수있니?
_「정치인」부분

“정치인들을더나아가국민을깨우치는시집”(인터넷교보문고에올라온독자의리뷰)우리의착잡한현실을비추는거울같은그의비판은풍자에만머물지않고더높은곳을향해가고있다.

“세상을바꾸는건풍자가아니라사랑이야”
_「편집회의」부분

4부에는삶에대한사색이두드러지는시들이묶였다.인생의역사,정직한생활감정을담은조용한이런시는어떤가.

창밖의비를맞으며
청춘도중년도흘려보내고

나를차지하려고
그렇게들덤비더니
폭풍우속을,
나혼자가는구나
_「탄식」부분

세대와성별을뛰어넘어사랑받는최영미의시는고등학교교과서에도실렸다.2006년이수문학상심사위원인유종호교수는“최영미시집은한국사회의위선과허위,안일의급소를예리하게찌르며다시한번시대의양심으로서시인의존재이유를구현한다”라고수상이유를밝힌바있다.카메라의렌즈처럼정확한눈으로세상과자신을응시하며그의시는감상에빠지지않는다.쉽게위로와희망을말하지않지만,최영미의시는우리를일상의감옥에서해방시키는묘한매력과치유력이있다.거짓없는시,진정성의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