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하루 : 젊은 시인들의 시 창작 에세이
Description
타이피스트의 첫 단행본 『영원과 하루』가 출간되었다. 동시대의 첨예한 감각을 보여 주는 9명의 시인이 자신만의 비밀스런 창작법에 대해 가감 없이 쓴 시 창작 에세이다. 이 책은 창작 과정뿐 아니라 시인들의 시적 경험들을 솔직하면서도 섬세한 문장으로 담았으며, 그를 통해 얻은 대답과 노하우들을 고스란히 실었다. 『영원과 하루』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분들, 시에 첫걸음을 시작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분들, 현재 시를 쓰고 있지만 시적 사유와 방향을 고민하는 분들까지, 시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시의 연서이다. 

이 한 권의 책에 시에 대한 모든 대답이 들어 있진 않지만, 9명의 시인이 전하는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시를 쓸 때 마주치게 되는 여러 장면들이 있다. 그 장면들은 누군가에겐 공감과 위안을 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질문과 대답을 들려줄 것이다. 시를 쓰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얻게 된 그들의 태도와 관점에는 인간적인 다정함과 단호함이 있다. 『영원과 하루』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뭉근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따듯한 목소리를 건넬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저자

유계영,박소란,백은선,이혜미,김선오,손미,김연덕,김복희,서윤후

1985년인천에서태어났다.동국대학교에서문예창작학을전공하였으며,2010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온갖것들의낮』,『이제는순수를말할수있을것같다』,『이런얘기는좀어지러운가』가있다.

목차

들어가며

유계영 나란한우리,개와고양이와여인초와나
    태풍클럽
    열매들

박소란 생활이라는감각
    물을계속틀어놓으세요
    숨

백은선 결코치환될수없는것
    사쿠라노요루
    엔젤:러브레터

이혜미 흔적과자취가되어나아가기
    저무는나무로부터
    스파클다이브

김선오 그럴수없음을알면서그렇게하기
    부드러운반복
    익사하지않은꿈

손미  산것도죽은것도아닌
    잘게부서지는컵
    역방향

김연덕 나의궁전
    삼각산
    그다지중요하지는않은한시기가뚜렷하고촌스럽게흐르는

김복희 악마와계약할사람
    무주지
    죽음이우리를갈라놓을때

서윤후 나의젊은선생님께
    고독지옥
    미도착

출판사 서평

“시는모든것이다.
사물의희미한윤곽,생물의동력,
우주가부풀어오르는리듬이바로시다.”

동시대의첨예한감각을보여주는9명의시인이쓴시창작에세이
시인들이스스로질문하고답했던내밀한기록을만나다

유계영,박소란,백은선,이혜미,김선오
손미,김연덕,김복희,서윤후

타이피스트의첫단행본『영원과하루』가출간되었다.동시대의첨예한감각을보여주는9명의시인이자신만의비밀스런창작법에대해가감없이쓴시창작에세이다.이책은창작과정뿐아니라시인들의시적경험들을솔직하면서도섬세한문장으로담았으며,그를통해얻은대답과노하우들을고스란히실었다.『영원과하루』는시인이되고자하는분들,시에첫걸음을시작했지만어떻게써야할지막막한분들,현재시를쓰고있지만시적사유와방향을고민하는분들까지,시를사랑하는모든이들에게바치는시의연서이다.?

시간과공간과몸과기억들이만나는문장들

유계영시인은‘몸으로돌아가기’로이야기를시작한다.‘몸’을세밀하게관찰하면서,쓰는‘나’를발견하고다시감각으로돌아가는‘몸의창작법’에대해그려낸다.박소란시인은시와생활의밀접한사정을솔직하게들여다본다.생활인으로서의시쓰기와‘합평’이라는시간을건너온‘시인’으로서의질문과고민을들려준다.백은선시인은‘시란무엇인가’부터‘시의원리와쓰는이유’를이야기한다.시적고유함이란어디서오는지,어떤방식으로시세계를포섭할것인지감각적인문장으로그려낸다.이혜미시인은‘시적디테일과섬세함’에관해,마음으로세계에깊이천착하는시창작법을들려준다.부록〈시창작을위한48개의모티프들〉에이혜미시인만의노하우를실었다.김선오시인은감각의착란에대해이야기한다.시적착란을감각하는방식과,시간의선형성과비선형성에관해이야기한다.

손미시인은일상에서모은메모속단어들이시에서어떻게작용하는지를담았다.단어와이미지의충돌이어떤결말을가져오는지,어떤순간에시의희열이찾아오는지그려낸다.김연덕시인은‘공간’을치밀하게파고든다.김연덕시인만의시적디테일이‘공간’속에서어떻게펼쳐지는지살펴볼수있다.김복희시인은우리가생각하는‘시인’이라는존재를되돌아볼수있는질문을던진다.미지의영역을의식하는존재로서의시인에관해이야기한다.서윤후시인은‘젊은선생님께’보내는편지글형식에서스스로생각하고돌아본질문들을던지며,쓰는존재로서의고민과성찰이돋보이는글을실었다.

영원과하루를살아가는시인들

혼자책상에앉아시를쓰다막막해질때면누군가와대화하고싶었습니다.나와같은고민을하고있는사람.비록선명하진않지만,나의물음에다정하게방향을가리켜줄사람―“저언덕을넘어가파른숲길을지나면얼음호수가나올거야”같은대답말입니다.나는이렇게시를쓰고있어.당신이생각하는시는나와다르게움직이는구나.테이블을사이에두고마주앉아뭉근한대화를나눌수있는사람.그리고나도당신도시를쓰는시간에는아픈어깨로스탠드불빛에의지해겨우써나가는구나,그런따듯한목소리한줌.이책은그때필요했던,그리고지금도여전히필요한한사람을만나는공간이될것입니다.
―들어가며중에서

이한권의책에시에대한모든대답이들어있진않지만,9명의시인이전하는이야기속에는우리가시를쓸때마주치게되는여러장면들이있다.그장면들은누군가에겐공감과위안을줄것이고,누군가에게는질문과대답을들려줄것이다.시를쓰는방법에정답은없다.하지만그시간을통해얻게된그들의태도와관점에는인간적인다정함과단호함이있다.『영원과하루』는테이블을사이에두고뭉근한대화를나눌수있고,따듯한목소리를건넬수있는,그런사람을만나는공간이될것이다.이책이영원과하루를사는세상의모든시인들에게가닿기바란다.

책속에서

애써궁리한다면시에대한명랑한비유를늘어놓으며재치를뽐낼수도,미문을동원하여시쓰기가아름답고탐스럽기만한일처럼느껴지도록할수도있을것이다.하지만나의시쓰기와는전혀무관한일이다.나는최대한나의쓰기에따르는실천을수사없이말해보고싶다.
---「유계영_나란한우리,개와고양이와여인초와나」중에서

합평자리에서어떤이야기를하고,혹은듣고돌아오는길에는늘마음이무거웠다.누군가쓴시의특정부분을아쉽다지적하고는돌아와서후회하기일쑤였다.곱씹을수록괜찮은표현인걸,하고.내가쓴시를합평받을때는더했다.합평자리에서내시는늘부족했고,결함투성이였다.‘다르다’가아니라‘틀렸다’고,누군가자꾸만내시를그렇게재단하는기분이었다.
---「박소란_생활이라는감각」중에서

나는시라는것을무엇이‘되어보는’일과다르지않다고생각하는데,그러려면때론‘영원’도필요하다고이제는생각한다.물론‘함부로’어떤거대한말을써서는안된다는생각에는변함없지만,그보다중요한것은시는무한히나아간다는것이고나는그무한속에서단지하나의프레임을보고있을것이라는거.그러므로그누구도층계의끝은알수없겠지만,다정하고단호한사람이좋은시를쓴다고나는믿는다.
---「백은선_결코치환될수없는것」중에서

시를쓰며시에대해생각하지않기란바다속에서숨쉬기를생각하지않는것처럼어렵고,언어속에서언어를생각하는일은물고기가물을생각하는일처럼위험하다.때로아직도시를쓸때‘시’라는형식을떠올린다.정확히는시의눈치를본다.그러면아무것도보이지않는다.
---「이혜미_흔적과자취가되어나아가기」중에서

시가발생시키는착각의순간은일종의데자뷔와자메뷔의체험을유도하며,이로인한감각의착란을통해독자의인식속에새로운시간의형태를부조한다.우리는선형적인것이라여겨지는일상적시간의흐름속에서감각하지못했던것들을감각할수있다.혹은감각할수있다고착각할수있다.그러니까우리는,시를통해깜짝놀라는동시에편안함을느낄수있다.
---「김선오_그럴수없음을알면서그렇게하기」중에서

그날밤나는봉인된말을꺼내시를썼다.물론메모만으로는시가되지않는다.거기에상상력을가미하는데주로나의상상은입장바꾸기다.바라보는자와보이는자를바꿔서생각하기.나는저식물에게어떻게비칠까.어쩌면저식물은나를보며악몽이라고생각하지않을까.사람이되는꿈을꾸는것이식물에게는가장끔찍한꿈이아닐까하는생각.그런생각은시를짓는다.
---「손미_산것도죽은것도아닌」중에서

공간은때로이상한시간을창출하기도한다.공간을통해과거의나,아직오지않았지만가늠할수있는미래의나와만나게도된다.나의더러움과괴로움,동시에지금과는다르게살아갈수도있을가능성을동시에발견할수있는이곳이바로나의궁전이다.시의공간,혼자되는공간,그러나입구와출구가같아다시금들어왔을때의입구로나가야하는질서정연한공간.궁전치고는어쩐지조금모자란,그모자람이천장과기둥이되는공간.무섭게사랑하는나의궁전이다.
---「김연덕_나의궁전」중에서

저는아주소수의사람들에게만자신의시를보여줬던에밀리디킨슨을떠올리고있습니다.에밀리디킨슨의시들은그의시를사랑하고아꼈던그소수의독자들덕분에어찌어찌우리에게닿았지요.하지만여전히서랍속에혹은관속에들어가버린,우리가읽지못한많은시들도저는떠올려보고있습니다.쓰였지만읽어주는이가없어서사라져버린것들이요.
---「김복희_악마와계약할사람」중에서

선생님은당장오늘내일만쓸것처럼말하지말라고하셨지요.사실그충고는값지지않았습니다.오늘내일도해결하지못하면서이야기의미래를꿈꿀수없었어요.저의가시거리는그렇게불충분했었으니까꿈이야기를하는것이재밌었고,죽음의후기를상상하는일이즐거웠고,언어의정수리위로물수제비뜨는것이좋았어요.그래도조금더멀리가봐야할심부름이있다면그것은모호함이었지요.모호함은질문이었고,그질문에대한대답도모호할수밖에없었으니까요.
---「서윤후_나의젊은선생님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