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듬어 줄 살이 없는 친밀

쓰다듬어 줄 살이 없는 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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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2년 『내일을 여는 작가』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시집 『탄잘리교』『신의 반지하』를 출간한 바 있는 박유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쓰다듬어 줄 살이 없는 친밀』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세계에 대한 출구와 입구를 여닫으며 수없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이번 세 번째 시집 『쓰다듬어 줄 살이 없는 친밀』에서는 일상의 공간에서 뒤섞이는 타자와의 거리를 예민한 자의식으로 가늠하며 관계성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인에게 공간은 자아를 재인식하는 곳이자 타자와의 동일성을 경험하는 곳으로 그려진다. 분명 손으로 만져지는 육체를 가졌지만, 스스로 몸을 만질 때의 감각은 때로 생소하고 낯설다. 서로 타자의 육체를 쓰다듬지만, 궁극적으로 친밀을 경험하기는 불가능하며 자아 또는 타자로부터 시시각각으로 분리된다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그런 이유로 “생활이 부정당”할수록 존재가 소멸되어 가는 기분을 느끼게 된 시인은 이에 지지 않고 공간 안에서의 “친밀”로 “균형감”있는 현실을 복구한다. 횡단보도, 버스, 집, 강당, 고속도로 등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본질을 발견하며 의미를 찾는 긍정적인 횡단을 감행한다. 그 시공간에서 자신과 타자는 서로에게 전주곡임을 증명한다. 시인에게 ‘공간’은 자아와 세계의 만남을 위한 장소이자 다시 태어나기 위한 부대낌의 장소이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빛 속에 놓”인 시인은, 그 존재의 불확실성을 견디면서 타자와의 교감을 통해 다양한 삶의 구체를 보여준다.
저자

박유하

1987년충남논산출생.2012년『내일을여는작가』로등단했다.

목차

시인/ 동심/ 번식력/ 친밀감/과로/ 전쟁/ 등산/ 대화/ 막차/고양이/이물감/ 해방감/ 방생/ 발아의과정/얼굴들/졸음운전/태생의감각/벚꽃사이/점/연인/우정/연인2/해방/휴식/여름과가을사이/독거/신이접어낸자국/철봉의무중력/이팝나무/과호흡증/바람은수천개의구멍으로이루어져있다/몸통/하얀종이/지린내/ 이센티미터만큼/ 스킨십/ 밤의고속도로/ 출렁이는베개/ 시작(詩作)/ 주전자의농담/ 찬란한나무/ 늦여름/폭발/예감/ 함정/ 해몽/ 이방인/ 백지증(白紙症)/여름을향한이음줄


출판사 서평

2012년『내일을여는작가』신인상으로등단한이후시집『탄잘리교』『신의반지하』를출간한바있는박유하시인의세번째시집『쓰다듬어줄살이없는친밀』이출간되었다.전작에서세계에대한출구와입구를여닫으며수없이반복되는삶속에서자신만의공간을만들기위해고군분투했다면,이번세번째시집『쓰다듬어줄살이없는친밀』에서는일상의공간에서뒤섞이는타자와의거리를예민한자의식으로가늠하며관계성에관한다채로운이야기를들려준다.시인은‘문’이라는경계의안팎에서타자와뒤섞여묘한친밀감을느끼는자신과고독을지키려는자신을마주한다.



버스를탔는데의자가한개도놓여있지않았다

텅빈상자같은버스안에서

어떤이는바닥에앉고어떤이는애인의손을꼭잡았으며나는벽에기대어서있었다

버스가방지턱을넘으면서떠올랐다우리는뒤죽박죽섞여서
앉아있던이가서있고서있는이는벽에기댔으며나는누군가의손을꽉잡았다
버스가평지를달려도우리는자세를바꾸지않았다

불현듯굴속을지나갔다

이렇게기다란굴이있었나?

우리는아무래도버스를잘못탔다는불안감에휩싸였다

기다란어둠속에서버스는소화하듯이우리를천천히이동시켰다
-「친밀감」중에서

시인에게공간은자아를재인식하는곳이자타자와의동일성을경험하는곳으로그려진다.분명손으로만져지는육체를가졌지만,스스로몸을만질때의감각은때로생소하고낯설다.서로타자의육체를쓰다듬지만,궁극적으로친밀을경험하기는불가능하며자아또는타자로부터시시각각으로분리된다는시선이담겨있다.그런이유로“생활이부정당”할수록존재가소멸되어가는기분을느끼게된시인은이에지지않고공간안에서의“친밀”로“균형감”있는현실을복구한다.횡단보도,버스,집,강당,고속도로등에서자신의정체성과본질을발견하며의미를찾는긍정적인횡단을감행한다.그시공간에서자신과타자는서로에게전주곡임을증명한다.시인에게‘공간’은자아와세계의만남을위한장소이자다시태어나기위한부대낌의장소이다.“어둡지도밝지도않은빛속에놓”인시인은,그존재의불확실성을견디면서타자와의교감을통해다양한삶의구체를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