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을 기억하는 계절

롤랑을 기억하는 계절

$12.00
저자

김명신

2009년계간『시로여는세상』으로등단하여시집『고양이타르코프스키』를출간했다.

목차

시인의말
앵무가계도

1부새는언제나나를돕고있다
호명/발터/피나/공알/앵무새똥/앵무인간/로쟈/릴리/꼬세/메이트킬링/앵무인간/롤랑을기억하는계절/새는나를어루만지고

2부우리의최선은삶의촉촉함에있네
수국없는화분/나는아주작은새들만본다/좋아하는곳으로/검은뱀/죽은새를묻어주다/오후4시44분/약한동물/님프를기다리며

3부귀를대본다
루카/꽃이름을부르며걷다가/오늘나는말없는내가좋은데/숲속새에게인사를/탱자나무참새/메리골드를따서주머니에넣고/마주치는개들/참맑은세계

4부거기뭐있어요?
빵과알/여름휴가/초여름봄날/에프터썬/같은꿈을자주꾸네/나무십자가/한여름얼어죽은꽃들을기억하는한줌의멧새가있습니다/저고양이는

특별부록|어린새의영혼에신의축복을!
특별부록|앵무인간보고서_마홍
해설|호명_이정현(문학기고가)

출판사 서평

발터_로쟈_롤랑_꼬나_꼬두_꼬세_꼬네_꼬오_초검_민트_크림_벨라_테오_피나_빌리_릴리_라이언_타샤_뮬란_막시무스_수박_레몬_망고_메론_로즈_호랑이_여우_녹두
비스듬히누운이름들은모두다른세상으로날아갔지만
한번이름을부르게되면발터에서녹두까지부르게되고

각자의이름에화답하듯일렬로와앉기도하고숨어버리기도하고어디선가튀어나오기도하고없는아이들을불러오는듯도하고
죽은새들은죽은사실로
살아가는새들은움직임으로

각자의숨을놓을때까지
─「호명」중에서

치명상이었다.그날이후로발터는롤랑곁에오지않았고마치죽음을예견한것같았다.어떤냉정한기운이감돌았다.롤랑은그러든지말든지혼자의시간을더없이명랑하게보내고아기앵무들도살뜰히살폈다.다행히마홍주변에서

놀거나좋아하던나무로가몸의열을식히며쉬기도했는데,어두워지면마홍의어깨로와있다가손안에서잠이들기도했다.그러다사고3일후바깥나들이를하고돌아온롤랑은결국영원한잠속에빠져들었다.
여름뒷산은새들이놀기좋았고롤랑은마홍이즐겨산책하는언덕의소나무아래묻혔다.
─「롤랑을기억하는계절」중에서

마홍은김명신시인의또다른자아이다.시인은자신을‘마홍’이라부르며,앵무들의꼬물거리는모습을보고이름을짓거나좋아하는철학자,영화감독,무용가의이름또는오래살기를바라는마음에과일이름으로짓기도한다.이름을짓고나면우리는호명을한다.발터,로자,롤랑,꼬두,꼬세,꼬네,꼬오……김명신시인에게“호명”이란타자를삶의한가운데로불러오는일상적상징행위로,부름으로인해한번더인식하며소통함으로써함께살아가는것의의미를되새긴다.“각자의이름에화답하듯일렬로와앉기도하고숨어버리기도하고어디선가튀어나오기도하고없는아이들을불러오는듯도하고”,이렇게한번이름을부르게되면삶을불러오는주문처럼계속호명하게된다.앵무와함께생활하면서맞닥뜨리게되는일상과사건들이시집『롤랑을기억하는계절』에서한폭의그림처럼따뜻하고아름답게그려진다.김명신시인에게앵무는숭고하고지극히아름다운존재이다.앵무를돌봄으로써죽음과애도까지함께사유하는시인.앵무를호명하는일은김명신시인에게신의이름을부르는행위이며,앵무인간‘마홍’이새의존재를입고지혜로운삶으로의여정을이어가는길이다.그리하여앵무의,앵무에의한,앵무를위한단한권의시집으로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