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그럼에도불구하고
모든것이자아무것도아닌존재들의이야기”
일상의숨겨진사유를제시하는
세계와인간에대한문학전집
출판사타이피스트에서새롭게<타이피스트시인선>을시작한다.시리즈의첫권으로‘미당문학상’을수상한시인이자평론가로서활동하고있는권혁웅시인의여섯번째시집『세계문학전집』이출간되었다.일상의풍경속에서삶의세목을짚어내는시편들로잔잔한공감을불러일으켰던『애인은토막난순대처럼운다』(2013,창비)이후만10년만에펴내는『세계문학전집』에서는철학과역사를기반으로일상의숨겨진사유를보여주며이세계와인간에대한시인만의전집이야기를만들어낸다.시편마다시원하게쏟아지는유머속에서현대사회를바라보는시인의진중하고깊은비애와사유의시선을만날수있다.
소가트림의왕이자이산화탄소발생기라면
이동물은방귀의왕이자암모니아발생기입니다
넓은거실에서식하면서소파로위장하고있죠
중추신경은리모컨을거쳐TV에가늘게이어져있습니다
배꼽에땅콩을모아두고하나씩까먹는습성이있는데
이렇게위장하고있다가늦은밤이되면
진짜먹잇감을찾아나섭니다
치맥이라고,조류의일종입니다
이동물의눈은카멜레온처럼서로다른곳을볼수있죠
지금프로야구와프리미어리그를번갈아보며
유생때활발했던손동작,발동작을회상하는중입니다
본래네발동물이었으나지금은퇴화했거든요
이때문에새끼를돌보는건흔히어미의몫이죠
그래도한달에한번은큰소리를내기도합니다
급격한호르몬변화때문인데요
이를월급이라고합니다
━「동물의왕국」중에서
상상의박물지에서꺼내놓은슬픔과유머
권혁웅시인은매시집마다새로운이야기꾼으로서삶에대한깊은성찰과완숙한개성으로시의영역을넓혀왔다.일상의소소한장면에서삶의희비극을포착하거나서정성과실험성을놓치지않는상징으로다양한스펙트럼을그려왔다.특히이번시집에이르러서는“상상의박물지에서꺼내놓은듯한온갖사물과사실이,천변만화하는풍경이”(이영광,추천사)한질의‘세계문학전집’처럼펼쳐진다.웃고있지만가슴한쪽이쓸쓸해지는연민으로번진다.다채로운철학과역사속에서지금-여기를냉철하게그려내는중에도,권혁웅만의위트와현실풍자를통해새로운인물로형상화된다.그속에시인의따뜻한염려와사랑이독자들을또다른세계속에서현실의‘우리’를발견하고보듬게만들것이다.
이것은가상의땅이스테로스(Easteros)에서벌어지는일곱왕국(SevenKingdom)의전쟁과평화,동맹과배신의이야기다일곱왕국은다음과같다
동쪽바다를지배하는트럼프가문의문장(紋章)은파를든거대한오리이며,가언(家言)은'화염과분노(FireandFury)'이다수도에는트럼프타워라불리는,자본으로쌓아올린높은탑이있어이이름으로수도이름을지었다그의별명은미친왕(TheMadKing)이지만의외로제정신이란소문도있다
서쪽대륙의지배자는시(Xi)가문이다표의문자를쓰는나라답게단음절로말하길좋아하며,문장은쿵푸를하는팬더이다여러유목민족에게지배를받았으나이를머릿수로극복해마침내그들전부를백성으로삼았다장사에능하여허리띠만졸라매면어디든판로를개척할수있다하여가언이'허리띠하나에길하나(Onebelt,oneroad)'이다━「왕좌의게임1」중에서
328년그유명한낙양성전투에서둘이한판붙었다유명한드렁큰히어로였던유요는만취상태에서군마가아니라수레를끄는조랑말을타고적진으로돌격했다그날유요는사로잡히고병사5만은순삭당했다
취권은성룡이나구사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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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강
이단어를시에꼭써보고싶었다━「거울에관한명상」중에서
차마옮길수없는더한얘기들이시가되고
능청스러운해학과날카로운인식은권혁웅시인의전매특허이다.특히시집『세계문학전집』에서는이전시집에서보여줬던삶의현장을조망하는시선에더해다채로운문학전집속인물들이기존의이야기들을뒤엎으며또다른소재로서등장한다.시집의제목처럼모든이야기속3인칭들이권혁웅의문장을통과하며시가되고현실의삶이되는“세계문학전집”이다.‘권혁웅만이쓸수있지만,권혁웅조차도끝낼수없는시’(김수이,추천사)이므로,이이야기들은시대를뛰어넘어찾아온진짜시가된다.우리는세계문학전집안에서단한권의살아있는현실세계속『세계문학전집』을만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