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종말

보통의 종말

$9.50
Description
끝을 향한 사유는 언제나 시작을 부른다. 『보통의 종말』은 인간 존재가 마주하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 - 삶은 왜 지속되어야 하며, 절망 속에서도 무엇이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가 - 를 언어로 탐구한 기록이다. 이 책은 단순한 시집이 아니다. 철학적 물음과 문학적 형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사유의 실험이자 존재의 고백이다.
본문 속 문장은 낯설고도 강렬하다. “우주로 돌아가 지구를 물어뜯자”, “인간성이 파도처럼 흘러간다”, “사유가 표범처럼 다가온다”와 같은 구절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균열 속에서만 드러나는 진실을 압축한 언어다. 이 언어들은 독자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우리가 잊고 있던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불러낸다.
저자는 동서양 철학을 넘나들며 니체와 불교의 사상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무너짐과 파괴를 직시하면서도 다시 살아내야 한다는 니체적 의지, 모든 것은 흘러가고 사라진다는 불교적 무상의 자각이 그의 글 속에서 교차한다. 이로써 『보통의 종말』은 절망과 희망, 끝과 시작, 허무와 의미가 동시에 작동하는 사유의 장을 만들어 낸다.
이 책은 개인적 고백을 넘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고독과 불안, 단절과 상실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의미를 찾고자 하는 현대인의 내면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독자는 이 언어들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 속에서도 ‘보통의 종말’을 마주하고,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발견하게 된다.
『보통의 종말』은 절망을 응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기록한, 드문 사유의 여정이다. 철학과 문학이 만나 탄생한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다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묻는 언어의 증언이다.
저자

윤동하

1997년에태어나철학과바둑학을공부했다.
스무살무렵,인간과삶에대한본질적인의문을계기로철학적사유에깊이발을들였다.2021년사유의단상을수집한『강력한호소』를시작으로『형이상학과지혜』,『모순의시』,『철학자의악보』등다수의책을저술했다.

그의사유에는두가지축이교차한다.하나는니체로부터이어받은삶의비극성에대한직시와그럼에도불구하고삶을긍정하려는의지이며,다른하나는불교가전하는무상(無常)과고통의자각속에서집착을버리고존재의진실을발견하려는태도이다.이두전통은상충하지않고긴장속에서서로를보완하며,그의글전반에독창적인색채를부여한다.

현재그는문학과철학의경계를가로지르며독창적인글쓰기를이어가고있다.그의작업에서언어는단순한표현의수단이아니라,존재의심연을드러내는통로이자사유가확장되는장이다.그는언어를통해인간이마주하는불완전함과고통,그리고그속에서도다시살아내야하는가능성을탐구한다.이러한시도는개인적고백에머무르지않고,보편적사유로확장되어동시대독자들에게도성찰의계기를건넨다.나아가그의글은문학이철학적탐구의도구가될수있음을보여주며,삶과죽음,절망과희망이라는양가적조건속에서우리가어떻게의미를창출할수있는지를끊임없이질문한다.

목차

머리말 7
헛된희망 13
드러나다 16
고백 18
대지의말 20
별에게 22
별의목격 24
자신 26
자연에게 27
여행자의자질 29
심연으로 31
비워내는것 32
우리의하늘 34
작은생명에게 36
무엇이다르니 38
삶으로 39
떠내려간다 41
괜찮지않다 43
죽음 45
실존 47
모순의숲 49
중독과무기력증 52
최단경로 54
새벽녘 57
無를목격하다 60
새로운감각의이중성 62
죄가없다 65
세계는돌아온다 68
쓰나미 70
말하라 73
처단 75
항성의기억 78
반데르발스 80
허상 83
다짐 85
선언문(꿈에게) 88
사라진영혼으로부터 91
우주인 93
꿈속에서 98
오아시스 100
다만나자신에게 104
천개의폭포사이로 106
죽음앞에서서 109
보통의종말 111
예술가의숙명 114
마지막편지 116
안식 118
유산 119
작심 121
악마의초대 123

출판사 서평

『보통의종말』은단순한시집의범주를넘어,철학적사유와문학적형식을교차시키려는기획의산물이다.제목이암시하듯,이작품집은‘종말’을세계의파국이나단순한소멸로이해하지않는다.오히려종말을통해드러나는인간존재의근원적조건을탐색하며,그과정에서절망과희망,무너짐과시작의긴장을동시에드러낸다.이지점에서『보통의종말』은현대시가흔히지향하는감각적정서의표출을넘어,존재론적탐구를수행하는하나의철학적기록으로자리매김한다.

작품전반에흐르는핵심주제는인간존재의불완전성이다.시인은고통과상실,고독과불안이라는실존적조건을회피하지않고직시한다.그러나그직시는단순한허무주의로귀결되지않는다.오히려종말은새로운시작을가능하게하는지점으로제시되며,무너짐속에서만발화하는희망,단절속에서만드러나는새로운언어가강조된다.이러한양가적진실은니체적삶의의지와불교적무상의통찰이결합된형태로드러난다.니체의관점에서보자면,절망을뚫고삶을긍정하는힘이강조되고,불교의시선에서는모든것이흘러가고사라지는무상속에서고통을껴안으며진실에도달하는사유가나타난다.

『보통의종말』의언어는단순한시적장식이아니라,철학적탐구의매개이다.“인간성이파도처럼흘러간다”,“사유가표범처럼다가온다”,“우주로돌아가지구를물어뜯자”와같은구절은감각적은유를넘어,존재의본질적체험을직접적으로형상화한다.파도,표범,우주와같은이미지들은모두역동적이면서도파괴적인힘을지니고있으며,이를통해인간존재의불안정성과세계의무상성을드러낸다.형식적으로는산문시와서정시의경계를오가며,시적울림과철학적서술이긴밀히결합되는특징을보인다.이는단순한감정의서정이아니라,언어를통한사유의실험으로볼수있다.

이작품집의독창성은철학적사유가단순한배경지식으로머무르지않고,작품의내적구조를형성한다는점에있다.니체적사유는기존가치의붕괴와그속에서도다시삶을긍정하려는태도로드러나며,불교적사유는무상·고통·집착의문제를통찰하면서언어속에스며든다.흥미로운점은두철학전통이상충하기보다,서로를보완하며긴장속에서공존한다는것이다.그결과『보통의종말』은서구적비극의식과동양적무상사유가교차하는장으로자리하게된다.

오늘날한국현대시는종종감각적이미지의축적이나개인적감정의표현에머무른다는비판을받는다.이와달리『보통의종말』은문학과철학의결합을통해시가사유의장이될수있음을보여준다.절망과희망,끝과시작,허무와의미가동시에작동하는언어의장은독자에게단순한감상의경험을넘어,성찰의계기를제공한다.이는한국현대시의지평속에서,문학적서정과철학적성찰을긴밀히결합한시도의의미를갖는다.

『보통의종말』은인간이불완전한존재임을인정하는자리에서탄생한기록이다.그러나그것은단순한부정이나허무가아니라,절망을뚫고삶을긍정하려는의지의흔적이다.언어는여기서고통과무너짐을증언하는동시에,다시살아내야하는이유를건네는매개로기능한다.따라서이작품은한개인의고백을넘어,동시대를살아가는모든인간이직면한실존적질문을공유하게한다.종말을직시할때만가능한시작,무너짐속에서만솟아나는희망-그것이『보통의종말』이우리에게남기는가장깊은통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