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상은아직도징글징글하도록아름답고빛나는세상이란다.”
사흘만산다는목숨이었다.중환자실에누워있는동안밖에서는장례준비를할정도였다.중환자실에서죽어가는아들에게시인의아버지가찾아와한마디를건넨다.“아들아,이세상은아직도징글징글하도록아름답고빛나는세상이란다.”
죽음의문턱까지갔다가돌아와서야시인은삶은살아지는게아니라살아내는것이라는사실을알게됐다.시인은침상에누워아버지의말처럼징글징글하도록아름답고빛나는세상을살아내겠다고마음먹는다.
살아난다면삶앞에서헛소리를하지않겠다고,죽지못해서산다는말,마지못해서산다는말은결코하지않겠다고다짐한다.삶은어떠한순간,어떠한사람의것이든빛나는것이며아름다운것이며지극한축복이며감사이며행복이며기쁨,그자체이기때문이다.이사실을예순살이넘어병원에입원했을때야알게된것이다.
시인은이제물마시는일에,밥먹는일에기뻐한다.하늘이맑으면그하늘이좋고,비가내리면빗소리에기뻐한다.아내와마주보고차를마시는일에더없이기뻐한다.아프지않았다면미처몰랐을기쁨이다.그래서시인은일흔살이훌쩍넘은지금도날마다내일을기대하며산다.오늘하루일이잘안풀려도‘내일은무언가좋은일이일어나겠지.’하면서까치발을디딘다.그렇게마음먹는일부터좋은일이시작된다는사실을알고있기때문이다.
“너,괜찮아.지금다시시작하면돼.”
시인이가장싫어하는말이있다.‘이번생은망했어.’시인은그런말부디하지말라고부탁한다.엄청난선택과엄청난노력과엄청난행운과축복으로각자의자리까지온인생인데,말한마디가스스로를불행하게만들기때문이다.
시인이보기에요즘사람들,너무잘하고있다.그런데도자신이부족하다고생각하며산다.뭐든잘하려고하니잠깐삐끗하거나넘어져도좌절감에사로잡히고만다.실패하면안된다는강박에빠져있기때문이다.너무예뻐보이려고,너무완벽하려고,너무잘하려고하니까생기는문제들이다.시인은그런삶을사는사람들에게본인이좋아하는말한마디를건넨다.
“넘어진자그땅을짚고일어서라.”
넘어지면땅을짚고일어서서다시길을가면될일이기때문이다.또래가,주변사람이나보다빨리성공한것을마냥부러워하고따라잡으려고발버둥치다보면넘어지면일어서기가쉽지가않다.그래서시인은자신의이야기를전하며천천히가면안되냐며넌지시묻는다.
시인은오랜시간무명시인이었다.시집을내주는데가없어서첫시집은자비로칠백부를찍었다.제작비는십육만원이었는데,당시쌀열가마니값이었다.그돈이없어서아버지가농협에서빌려줘서할부로갚았다.
남들보다천천히,아주천천히길을걸었지만그는대한민국에서모르는사람이없는시인이되었다.그래서“그대의패배가끝내그대를승리하게만들것이니까.지금의빈곤이끝내그대를부유하게만들것이다.”라는말에고개를끄덕일수밖에없다.
시인이정의하는성공은이렇다.
“자기가잘하고좋아하는일을찾아내어그일을평생그치지않고계속해서,시간이지나늙은사람이되었을때자기가꿈꾸는사람이된자신을만나는것이성공이다.”
일흔이훌쩍넘은시인은지금도자신이꿈꾸던그사람을만나러가고있다.
기적이란그속에있을땐모른다
시인은원고를쓰고나서참으로신비한경험을했다.과거병원에서가졌던불안과무섭고떨리던마음을송두리째내려놓는경험을했기때문이다.그리고절박감과불안감에힘들어하는한사람에게이글을읽어보기를권했다.여러날집중하여글을읽은그사람에게도변화가오기시작했다.불안과절박감이조금씩사라졌던것이다.그사람처럼불안한마음,절박한마음으로고생하는독자라면어쩌면이책으로치유받을수도있는일이다.
이책은죽을병에걸린사람이다시살아나과거의잘못과새삶을기록하는병상일기가아니다.이책은시인이아파서야배운것에대한기록이고,이아름다운세상을사는사람들에게전하는기쁨과긍정의메시지다.그러나“여전히진다는것도,사랑도,기쁨도서툰사람이니어쩌면이책은지금그대로도괜찮다는권유다.”
당신은기적의사람이다.기적은당신몸속에있다.우리는수많은날을그기적을느끼지못하고산다.하지만암흑같은날들이다가올때,그기적은나온다.내가기적이고당신이또기적이다.우리들하루하루가기적이고일년365일이하루같이기적이다.
그래서나는말할수있다.지금삶이아무리힘들고어려워도약속하건대,분명좋아질것이다._‘에필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