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치고 : 살아온 자잘한 흔적

괄호 치고 : 살아온 자잘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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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주영

저자:박주영

지방법원부장판사.성균관대학교법학과를졸업하고7년간변호사로일하다경력법관제도로판사가됐다.지금은지역법관제도가폐지되어지역법관이아니지만자의로부산고등법원관내에서근무하고있다.판사임관이후부산지방법원,울산지방법원,대전지방법원등에서주로형사재판을했지만부산가정법원에서소년재판을한적도있다.언론을상대하고행정기획업무를하는공보기획판사도세번이나했다.

공보기획판사로일하며인터뷰와대외행사를많이했지만실제로는낯을많이가리고소심하다.읽고보고듣는것을좋아해시간이나면책을읽거나영화를보거나음악을듣는다.유일하게부리는사치는오디오기기다.소박한진공관앰프에LP로음악,특히재즈를자주듣는다.빌리홀리데이와쳇베이커를좋아한다.

2022년tvN<유퀴즈온더블럭>에출연했다.

지은책으로《어떤양형이유》《법정의얼굴들》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이모든게사랑이벌인일이라니
내가남기는모든상처가치명적이기를
마그넷이다떨어질때쯤이면,우린아마헤어지겠지
페이지를넘기면한생이넘어간다
나는정의를아는게아니라,정의를믿는다
빛보다빠른유일한것은인간의의식뿐이다

출판사 서평

“앞선두권의책조차대부분괄호밖나의모습과생각이었다.
그러나이는외부로드러난나의일부분일뿐이다.”

지독한독거형인간의(괄호속)이야기

《괄호치고》의저자박주영판사는혼자라야마음의안정을찾는독거형인간이다.학교를그만둘만큼간이크지는않았지만등교를힘들어했던저자는,사법연수원시절출석일수미달로퇴원경고를받을정도였다.변호사를하다법원에온것도“사람의그살벌하고축축한콧김과입김을바로앞에서맞는게견딜수없어서”였다.그러나그는틀렸다.법정에있는모든이의희구와책망은정확히판사를겨냥했고,그는그엄청난에너지파에당황했다.그러나까만법복입은판사는받은돈돌려주며사건못맡겠다고무를수없다.저자는까맣게타버린마음을괄호속에묻고판결문을썼다.

문장부호중하나인괄호는주로뭔가를부연설명할때쓰이고,밖으로표현된단어나문장뒤에붙어그것에숨겨진더자세한의미를알려준다.잘가라고했지만괄호치고가지말라는말을덧댈수밖에없는것처럼,모든사람에게는애써삼키고묻어둔말들이있다.도합102년이라는형량을선고하며일명오프라인N번방사건의피고인들을엄벌하고,“당신잘못이아니”라며전세사기피해자들을위로하는등특이한양형을쓰는따뜻한판사로알려진저자역시지금껏국가기관으로서공적의사를드러냈을뿐이다.《괄호치고》는저자가매일자신만의전투를치르고돌아와괄호를여닫으며남긴사적인삶의흔적이다.

“피투된세상에서적극적으로기투해야한다.
주사위를던져야게임이시작된다.”

세상(의한귀퉁이)에서나만줄수있는풍경

우리는모두어딘가에끼여산다.판사가원고와피고,검사와피고인사이에끼여있듯우리역시상사와후배,눈치와상식,도리와본심사이에끼여갈피를잡지못할때가많다.만원지하철에서어깨를움츠린사람처럼이쪽과저쪽모두를살피며선택하고책임져야하는인간은어떻게사는것이최선일까.“문짝과문설주양쪽에서부하걸린삶”을산다고느끼는저자는늘고민한다.자신이“정의롭고아름다운문장”인지,타인이아닌스스로에게엄격한사람인건지말이다.

정답이없는문제지만,저자는명료한문장들로자신이고수하는삶의태도를전한다.사람에게“안부를묻”고“있어야할자리에있”되,복수용나이프에새겨진문구처럼“내가남기는모든상처가치명적”일수있도록치열해야한다는것도그중하나다.아무리보잘것없고하찮게여겨지더라도,지금서있는곳이세상의귀퉁이더라도“우리는모두자신이속한풍경의최적임자“이기때문이다.

“책은인간이절멸하지않기위한최소한의안전장치다.”

사라(살아)지지않기위한페이지넘기기

살다보면호된상실을겪는다.사랑에실패하고,믿었던이가배신한다.별거없는삶이라생각했던걸비웃듯건강을잃는다.이럴때인간은곤두박질친다.능동적으로살아가는게아닌,되는대로살아지는삶에몸을맡기고싶어진다.그러나고통과시련에앓아누울수만은없다.“이렇게살다보면,살아지다보면자신의존재는사라질지모른다.”

벼린감각을지니고사는독거형인간들의상실은자주,세게찾아온다.저자는그럴때LP를걸어놓고페이지를넘긴다.시를읽으며“흔하지만고유한것들의아름다운순환”을느끼고,책을집어“즐거움,행복,지적충만같은것들”을반복재생하고,글을쓰며위안을받는다.두툼한기록읽고판결문쓰는게판사의일인데,왜쉬는시간마저남이쓴글을읽고,자신의글을쓰려페이지를넘기는걸까.“책의세계를통과해서나오면,책밖의세계가달라”지고,글을써야만“한순간이나마세상에몰입하여그일부로살았음을”느낄수있어서다.살아갈수없다면,그리하여사라(살아)지고있다면페이지를넘겨야한다.

“한걸음만이라도더나은세상에서죽고싶다.
나는적어도희망을껴안은채죽을것이다.”

지겹도록쓰여야할(확실한)고통

법대에오른판사는슬픔의한가운데서비극을주재한다.그곳에는피기도전에진아이들과여자의눈에서흐르는“치렁치렁한눈물”이가득하다.법정만그런게아니다.죽고다쳐서,떠밀리고빼앗겨서우는이는어디에나있다.저자는판사이자한개인으로서이번에도사회의차별과빈곤,소수자에대해이야기한다.폭력과가난밖에경험한게없는데쓰레기만배설한다고타박받는아이들,파지줍다절도범으로몰려즉결심판받는노인,자신을강간한아버지의선처를구하는친모를등지고앉은딸까지이미본이야기에서등장인물만바뀐것같다.정말이지비극은지겹지도않은지돌고,돌고,또다시돈다.

저자는언젠가이렇게썼다.“의미없는동어반복만하는게아닌지회의가든다.세상이너무요지부동으로완강해진부하기이를데없다.누가더식상한가,누가더빨리지치나힘겨루기하는것같다.”그도알고있다.세상이나아지지않는다는것을.희망보다절망이훨씬더가깝다는것을.그러나잠시넘어졌던저자는,얼른털고일어나다시쓴다.“살아남은자로서나의유일한용도는이글을쓰는것뿐”이라고,“남은자의참된애도만이공허의한조각”을메운다고,“유보할인권이나생명,재산이나성적자기결정권은없다”고.그는오늘도연대와공감,낙원으로가는길위에서서외친다.“이길이야,이리로와,어이,거기!발밑조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