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타입

몹타입

$22.00
Description
우리의 광장은 연결되어 있다.

태국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기록한 동시대 민주화 투쟁과 타이포그래피 아카이브
2024년 12월 21일, 농민들에 대한 경찰의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남태령에 모여 밤샘 집회를 벌인 시민들 사이에는 낯선 언어가 적힌 붉은 깃발이 눈에 띄었다. 태국과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구호인 “꽃은 꺾을수록 더 많이 피어날 것이다(ท่านเด็ดดอกไม้ทิ้งจะยิ่งบาน)”, “봄꽃을 뽑을 수는 있어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နွေဦးပန်းတွေကို ဖဲ့ခြွေလို့ပဲရမယ် နွေဦးရောက်လာမှာကို တားလို့မရဘူး)”라는 문장 위에는 펼쳐진 세 손가락 모양 픽토그램이 그려져 있었다. 세 손가락을 높이 들어 보이는 동작은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에서 착안한 것으로, 군부 독재 정권 퇴진과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태국과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을 상징한다. 남태령에 나타난 ‘세 손가락’은 정의와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하는 아시아 민중이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이미 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지인 셈이다.
불법적인 계엄 선포에 맞서 일어난 시민들의 움직임이 쿠데타 세력 타도와 민주주의 회복을 넘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들의 범시민적인 연대와 다양성 의제의 장으로 확장하는 현상은, 2020년부터 본격화한 세 손가락 운동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도 무척 닮았다. 이러한 서울과 방콕의 광장에는 모두 민중의 외침을 전달하는 글자들이 있다. 깃발과 피켓에, 공공기물과 도로 위에, 온라인 이미지에 적힌 글자들은 저마다의 형태로 자유와 평등의 목소리를 표현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저항의 목소리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거리의 글자들이다. 태국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이 글자들과 메시지를 타이포그래피로 작업해 널리 퍼트리고, 정치적 함의를 가진 모티프를 글꼴과 아트워크로 만들어 인쇄물, 스티커, 티셔츠 등에 찍어내 군부와 왕실을 비판한다. 디자인은 이들에게 표현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투쟁과 연대의 실천이다. 태국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민주화 운동가인 저자들은 직접 작업한 글꼴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운동의 장에서 만들어진 다른 디자이너와 아티스트, 활동가 들의 작업물을 함께 소개하며 그와 결부된 태국의 현대사와 정치 상황, 바로 이 순간까지 벌어지고 있는 투쟁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서울에서 방콕까지 3,722km, 비행기로 5시간 55분. 결코 멀지 않은 두 도시에서 울려 퍼지는 〈다시 만난 세계〉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2020년 10월 16일 방콕 시위 현장에 등장한 물대포가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장비인 것처럼 말이다.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태국 각지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생들이었다. 이들이 시위에 사용한 노래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 그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물대포였다. 이 물대포는 한국산 물대포였는데 한국 기업인 A사의 수출 장비로 밝혀졌다.” (이채민, ‘태국, 물대포, 그리고 소녀시대’, 오마이뉴스, 2022.8.30.)

태국의 광장에서 울려 퍼진 ‘다만세’와 한국의 광장에 등장한 붉은 세 손가락 깃발은 같은 공간, 같은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같은 목소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용기 내어 외치는 목소리로 서로를 알아채고 함께 외칠 때, 우리는 함께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시아의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식지 않는 열정으로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연대와 경의를 담아, 세 손가락을 높이 들어 올리며 『몹타입』 한국어판을 소개한다.
저자

프라차티파타입

PrachathipaType
프라차티파타입은타이포그래피를사회적,정치적소통의도구로활용하는태국의디자이너집단이다.이들이정치적사건에대응해작업한폰트,레터링,그래픽등을청년저항단체들이즐겨쓰게되면서2020-2022년청년봉기동안태국소셜미디어에서화제를모았다.

목차

추천사1
추천사2
머리말
세상을바꾸는정치운동에서의글꼴
프로필사진프레임전쟁
FC레벨체
폰트진공상태에서왕실글꼴까지
카나라싸던(인민당)체
카나라싸던동판위의글씨
나릿의여정
탕마라이(횡단보도)체
후아하이(머리없음)체
33712체,자족?
찟푸미삭체
프라차티파테이프체
두개의〈홈랜드〉
예술의자유를위한투쟁
자유미술
탈루…브랜딩
자음교본
후기
잃어버린10년(2013-2024)

출판사 서평

타이포그래피를통해조망하는태국의현대사

『몹타입』은2014년쿠데타이후지난10년간의군부독재와불합리한왕실모독죄(lèse-magestè)를이용한탄압에맞서분연히일어난태국민중투쟁현장의기록이다.한국어판에서는2022년11월출간된태국어판본문에더해,2013년부터2024년최근까지이어지는태국정치와민주화운동의주요장면들을정리한격동의연대기를함께수록한다.타임라인을따라가다보면마치이스터에그처럼본문에등장한사건과장소,인물들이놓여있는맥락과배경을발견하는재미를느낄수있을것이다.


민주화운동현장의목소리를전하는타이포그래피

그래픽디자인이투쟁의수단이될수있을까?나아가투쟁의방식이될수있을까?
『몹타입』이소개하는타이포그래피와글꼴디자인에는자유와정의를위한투쟁과정치적메시지가담겨있다.각각의작업에는글자를만든사람,만들어진과정,글자에담긴의미와상징그리고역사적·정치적맥락과같은이면의이야기들이함께소개된다.시위와농성의현장에서,태국의저항정신을상징하는문필가의일기장에서,그리고소셜미디어프로필사진위에서탄생해타이포그래피와디지털글꼴로만들어진글씨들은다시거리로돌아가더많은시민의더증폭된목소리를전달한다.


읽는법도,쓰는법도흥미로운타이문자디자인하기
켜켜이쌓인역사를가진타이문자(악썬타이)는쓰는도구나서체,조형적인모티프에따라전혀다른이미지들을만들어낼수있다.디자이너들은타이문자의이러한특성을활용해정치적메시지나모티프를시각적으로형상화한글꼴작업들을선보인다.글자의‘머리(루프)’를제거해국민의머리를짓밟는정부를비판하고,왕실의예산사용에문제를제기해호응을얻은하원의원의PPT속원그래프의조각들을칠교조각처럼조합해글자와그림을만들기도한다.아름답고재기발랄한타이문자타이포그래피의세계를여행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