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16.84
저자

이예은

2015년부터일본에살고있다.와세다대학교국제커뮤니케이션연구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코로나시대일본여행사에서근무한경험담으로9회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대상에선정되어『콜센터의말』을펴냈으며,『다카마쓰를만나러갑니다』,『일본에서일하며산다는것』(공저),『걸스인도쿄』(공저)를썼다.


인스타그램@fromlyen
브런치brunch.co.kr/@leeyeeun

목차


작가의말_004

첫번째산책:음식,오래기억될맛과향

가나가와현미우라_016
마구로:시대가만든참치의어생역전

가나가와현에노시마_028
돈부리:섞이지않을자유,그리고외로움

가나가와현오다와라_040
가마보코:낯선도시에서만난그리운향

가나가와현요코스카_052
해군카레:카레한그릇에담긴모순

도치기현닛코_064
유바:담백해서좋은여행

시즈오카현시즈오카_78
차:차를사랑하는이들의도시

시즈오카현하마마쓰_94
우나기:여름을기다릴이유

두번째산책:콘텐츠,마음을두드리는감성

가나가와현가마쿠라_110
영화「바닷마을다이어리」:당신의가족은안녕한가요

가나가와현하코네_126
애니메이션「신세기에반게리온」:나의사춘기시절에게

나가노현가루이자와_142
드라마「콰르텟」:음악이건넨위로

니가타현유자와_158
소설『설국』:기댈수있는환상

사이타마현도코로자와_176
애니메이션「이웃집토토로」:내면아이를깨우는산책

시즈오카현아타미_188
소설『금색야차』:그시절,일본인의신혼여행지

세번째산책:키워드,낯선사회를들여다보는창

가나가와현요코하마_206
이이토코토리:동서양의문화,좋으면취한다

군마현구사쓰_220
온천:온기가필요한순간

사이타마현가와고에_234
에도:잃어버린에도의향취를따라

야마나시현후지카와구치코_248
후지산:후지산의맨얼굴을보다

이시카와현가나자와_262
공예:일상예술이넘쳐흐르는곳

지바현나리타_278
하쓰모데:한해를여는사찰

지바현사쿠라_290
사무라이:무사와칼,그리고벚꽃

부록_304
참고자료_310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이책은‘도쿄에사는사람들은주말에어디에갈까’라는호기심에서출발했습니다.지난수년간,한달에한번꼴로전철과버스를타고도쿄근교도시를찾았습니다.그리고제일상을더풍요롭게하는총스무번의만남에이르렀습니다.도쿄를조금만벗어나도전철밖풍경이극적으로바뀝니다.소박하지만분명한도시와마을의특징이눈에들어옵니다.비록세련된멋이나트렌드와는거리가멀어도,주민들이애정을갖고오랫동안가꿔온문화와꾸밈을덜어낸삶이특별한여운을남깁니다.도쿄근교를산책하며발견한낯선나라의이야기를더많은이와나누고싶었습니다.
---p.5

도쿄에서도미사키참치를제공하는식당은여럿있지만,현지에서맛보는즐거움에는비할수없다.전철을타고미우라반도로향하던날,‘참치를어떻게먹을까’라는행복한고민이머릿속을가득채웠다.두툼하게썬참치회를밥위에푸짐하게올려먹는마구로동まぐろ?은정석중의정석이고,참치사시미와공깃밥,국으로구성된한상차림은집밥처럼푸근하다.참치뼈와살로맛을낸마구로라멘まぐろラ?メン은이곳의별미이고,이자카야에서파는튀김과구이도저마다의특색이있을터.입맛을다시며한참을고심한끝에결정을내렸다.정교하게손질한생선살을밥에올려먹는일식의대표주자,스시를먹기로.
---p.18

관광지에서약간떨어진한적한골목에자리잡은분사식당은여행객보다는동네주민이즐겨찾는소박한가게다.흰쌀밥에짭조름한가마아게시라스를눈처럼소복이쌓고,약간의김과시소,간생강만을곁들인이곳의시라스동은가정에서도쉽게만들법한모양새다.하지만그덕분에시라스의은은하고고소한향과겉은탱탱하고속은포슬포슬한식감이오롯이두각을드러낸다.간장을한바퀴두른뒤밥과함께먹으면감칠맛이훨씬살아난다.보기에는심심하지만,먹는내내굳이무언가를더할필요성을느끼지못했다.내가선호하는시라스동스타일은다채로운맛이만들어내는풍성한하모니보다는한가지재료의고독한독주였던것이다.
---p.34

오다와라에서가마보코가본격적으로만들어지기시작한때는에도시대후기.냉장고가없던시절,풍부한어획량을감당하기위해어묵을만들어생선의보존기간을늘렸던것이다.오다와라는간사이지방과현재의도쿄인에도를잇는역참마을로번성했는데,오다와라를거쳐에도를오가던전국영주들이가마보코를즐기다보니,자연스레장인기술이발달하고품질이높아졌다고한다.그래서인지지금도오다와라가마보코하면고급스럽게포장된수제어묵이떠오른다.기계보다훨씬정교한손으로빚은반듯한생김새와티없이희고윤기나는표면,탄력넘치는식감,그리고담백하지만씹을수록달콤한풍미는오랫동안이어온장인정신의결과인셈이다.
---p.43

삼분카레와같은레토르트제품이나고형카레가세상에나오기전,밀가루를볶아직접루를만들던옛날방식을그대로재현했다고한다.향신료의알싸함이거의느껴지지않을정도로순하고,식감은포슬포슬하면서도적당히되직했다.쇠고기와감자,당근은큼직하게썰었지만,어찌나오래익혔는지어린아이도씹을수있을만큼말캉했다.혀를매료시키는소문난맛집보다는마음을진정시켜주는푸근한가정의맛이라고나할까.어린시절집에서먹던샛노란카레와는전혀다르지만,어쩐지향수를불러일으키는한그릇이었다.
---p.57

견학프로그램에서가장기대했던코너는유바시식이었다.매점에설치된작은유바통에콩물을데워,직접이쑤시개로막을건져먹을수있었다.직원의안내에따라열심히콩물에부채질을하니,매끄럽던표면에쭈글쭈글한주름이지며유바가떠올랐다.조심스레건져올린뒤,간장을살짝뿌려입에넣은따뜻한유바는지금까지먹은것중가장풍미가진했다.물론크기가작아감질맛이더해졌을지도모른다.아무리맛이진하다한들유바자체가화려함과는거리가먼조금심심한음식이지만,먹을수록미각이정화되는듯한담백한매력이있다.휴대폰을꺼둔채즐기는평일의산책같은,혹은힘에부치는일상속에서떠오르는편안한친구같은.
---p.69

그후로도나는온종일시내를누비며‘맛차투어’를즐겼다.차를전문으로하는카페와기념품숍은시즈오카역주변에셀수없이많았다.덕분에나는매일마시는카페라테대신맛차라테를즐겼고,아이스크림가게에서는맛차와호지차,현미차아이스크림을주문했다.하루를마무리하러들어간이자카야에서도차가운맛차에일본소주를섞은시즈오카와리?岡割り를골랐으니,제대로차에심취한하루였다.
---p.81

메이지시대(1868~1912)에는우나기치어를잡아기르는양식사업이하마나호에서본격적으로시작됐다.그덕분에1960년대말까지시즈오카현이일본우나기생산량의1위를차지했다.그러나점차치어의포획량이줄고,가격경쟁력을갖춘수입산이들어오면서이제는다른지역에밀리고말았다.그러나우나기를즐겨온100여년의역사와전성기시절의잔상때문인지,여전히많은일본인이우나기하면하마나호혹은하마마쓰를떠올린다.
---p.96

우나기후지타는기본적으로간토식이지만,장어를찌고양념을발라굽는과정을무려3번이나반복한다.불필요한기름을제거함으로써재료본연의담백함을살리고,식감을부드럽게하기위해서다.그래서인지우나기살이입에녹을정도로촉촉했다.달짝지근한간장소스는은은한불향과함께더욱깊은풍미를완성했다.흰쌀과의궁합도뛰어나정신없이먹다보니,어느새우나기한마리는온데간데없고,그릇은까만바닥을드러내고있었다.
---p.100

스즈와학교친구들이즐겨가던식당과카페를방문했고,영화에는나오지않지만원작만화에서인상깊게본작은신사와가게도부지런히둘러보았다.그렇게온종일이야기의무대를누비며,나만의추억을덧씌웠다.물론내여행은사전답사도편집도거치지않은현실이라,모든과정이영화처럼아름답지는않았다.스즈와언니들이맛있게먹던전갱이튀김을기대하고간에노시마의한식당에서는똑같은메뉴를팔지않았고,만화에서스즈가요시노의남자친구를미행하던어느신사에서는카메라를떨어뜨려고장내고말았다.또스즈와사치가서로의속마음을터놓던산을찾아2시간을헤맸지만,태풍탓이었는지등산로입구가폐쇄되어있었다.
---p.116

「신세기에반게리온」을처음알았을때주인공또래였던나도신극장판의마지막편이개봉한2021년에는두배쯤나이든어른이되어있었다.작품과함께나의한시절도저문듯한쓸쓸함탓인지그무렵에는자주하코네를찾았다.「신세기에반게리온」속제3신도쿄시의모티브가된그곳에.가나가와현하코네는화산이만들어낸절경과온천,풍부한문화시설로이름난휴양지다.하코네에실제로존재하는장소들이작품전반에등장하는데,가장강렬한인상을남긴곳은파일럿의삶으로부터도망친신지가배회하는하코네의광활한자연이었다.
---p.128

언젠가지인의부탁으로기억에남는일본드라마를정리하다,그중여러작품이사카모토유지坂元裕二라는,같은작가의각본임을깨달았다.감명깊게본그의드라마에는공통점이있었다.사회제도에관한작가의서늘한시선이느껴지고,결코평범하지않지만정이가는입체적인캐릭터들이등장하며,결말이현실적이어서더욱여운이남는다는점이었다.너무무겁지도가볍지도않은적당한무게감과실제삶에서건져올린듯섬세한대사,그리고한치앞을예상하기어려운반전의반전역시그의작품을믿고보는이유다.
---p.143

도쿄에서는이미매화가만개하고성미급한벚꽃도고개를내밀던겨울의끝자락,다카한에서의하룻밤을예약한뒤에치고유자와역으로향하는신칸센에올랐다.창가에앉으니멀리눈이소복이쌓인산에시선이닿았다.깜깜한터널을지날때마다설산이한기를몰고내게뚜벅뚜벅다가오는것같았다.에치고유자와역에내리기전마지막터널을통과하자고작1시간반만에도쿄와완전히다른계절로이동했음을알수있었다.마을을둘러싼산맥과건물의지붕이온통눈으로뒤덮여있었기때문이다.
---p.160

지금까지도지브리팬의사랑을독차지하는토토로라는캐릭터는대체어디에서왔을까.물론미야자키하야오의손끝에서탄생한상상속존재이기는하지만,가장유력한후보는사이타마현도코로자와다.미야자키하야오감독이결혼후1960년대후반부터정착한도코로자와는도쿄와사이타마현에걸쳐동서로11km,남북으로4km뻗은사야마구릉과맞닿아있다.개발의손길이미치지않은풍요로운자연환경과그곳을보금자리삼아살아가는동식물이「이웃집토토로」에영감을주지않았을까.애니메이션의초기제목이‘도코로자와의이웃집유령所?にいるとなりのおばけ’이었다는사실도이가설을뒷받침한다.
---p.178

그당시상황은일본도비슷했기에,쇼와시대(1926~1989)에는시즈오카현아타미를최고의신혼여행지로쳤다.특히도쿄에서예식을마친뒤곧장아타미로떠나는경우가많아주말에도쿄역에서출발하는아타미행기차를아예‘신혼열차’라고불렀다고한다.야자수가늘어선이국적인해변과사계절내내열리는로맨틱한불꽃축제,신선한해산물요리,그리고피로를녹여줄온천까지.한때‘동양의나폴리’라고불렸을만큼이국적이고풍족했던해안도시는그시절신혼부부의낭만을채우기에부족함이없었을것이다.
---p.189

도시로보면,가나가와현의항구도시인요코하마야말로이이토코토리의대명사라할수있다.요코하마는1859년,미국에서온페리제독에의해닫혀있던빗장을푼다.비록무력에의한불평등한개항이었지만,이는요코하마가서양문화를흡수해눈부시게발전하는계기가된다.새로운문명과기술을발빠르게체득한요코하마인은당시일본에서흔치않았던서양식호텔과베이커리,이발소를열었고아이스크림과칵테일을만들었으며,경마와야구시합을즐겼다.자연스레외국인은물론선진문물을배우려는일본인까지요코하마로몰려들었다.
---p.207

길든짧은,한번의여행이끝난뒤에는어김없이그리움이찾아든다.여행은떠나지않았다면영원히모르고살았을풍경과경험을가슴속에품고돌아와줄곧애틋해하는일.그리운타국이많은나는먼옛날요코하마에제2의고향을개척한이방인과그들이가져온문화를기꺼이포용한현지인에게고마움을느낀다.한도시에살면서여러나라문화를체험할수있다는매력이계속해서나를요코하마로이끄는것인지도모르겠다.
---p.212

집에서하는목욕이일상의작은기쁨이라면,밖에서즐기는목욕은색다른추억이다.일본온천법상온천이라고불리려면섭씨25도가넘거나탄화수소나리튬이온등지정된온천성분중하나를기준치이상함유해야한다.불행인지다행인지는알수없지만,전세계활화산의7%가밀집된일본에는이기준을통과하는원천이2만7천군데가넘고,그중숙박시설까지갖춘곳이약3천군데에이른다.게다가용출되는지역에따라성분과효능이제각각이라,직접몸을담그며비교하는재미도있을것같다.일본3대온천하면흔히기후현의게로온천과효고현의아리마온천,그리고군마현의구사쓰온천을꼽는다.
---p.221

도쿄에살다보면,이곳사람들은에도시대(1603~1868)에대한집단적향수를앓는게아닐까하는생각이종종든다.100년넘은가게를일컫는시니세老?는흔하지만,에도시대때부터내려온곳은훨씬각별하게친다.또,도쿄국제공항이나스카이트리처럼도시를대표하는시설에는에도를테마로한공간이나전시물이빠지지않는다.단순히도쿄의옛지명이에도라서는아니다.에도시대는작은어촌에불과했던에도를지금의수도로만든도시의기원이자,어쩌면근대화이전의일본을상징하는정신적고향이기때문이다.
---p.234

모든것이빠르게변해가는현대사회,고에도로서의자부심을꼿꼿이지켜나가는가와고에는가끔들춰보고싶은오래된사진첩과도같다.물질적풍요나첨단기술은도쿄에집약되어있지만,막상도쿄가잃어버린에도의풍경은가와고에에서숨쉬고있으니.그래서일까.도쿄로돌아오는전철을타고가와고에를떠날때,나는일본인의추억한페이지를거닐다나온기분이들었다.
---p.240

후지산순례를목적으로하는후지코는지금은명맥만남았지만,에도시대(1603~1868)중기에는간토지방을중심으로크게성행했다고한다.예술에미친영향도지대하다.일본시,노래,회화,문학등후지산이등장하지않는분야를찾기가더어려울정도다.특히에도시대말부터는목판화우키요에에서강한존재감을드러내는데,가쓰시카호쿠사이의〈후가쿠36경?嶽三十\六景〉이대표적이다.일본각지에서바라본후지산의절경을표현한시리즈로,일본에서선풍적인인기를누렸을뿐아니라유럽으로도흘러들어가빈센트반고흐,폴고갱등19세기인상주의화가에게영감을주었다.언젠가아타미의한미술관에서〈후가쿠36경〉전시를관람한적이있다.간결한선과단순한구성,제한된색상만으로도빨려들어갈듯생생해잔상이오래남았다.
---p.249

인류문화발전에기여한도시를선정하는유네스코창의도시네트워크에2009년일본최초로민속및공예예술분야로이름을올린가나자와.공예도시로서의명성은에도시대(1603~1868)에움트기시작했다.1583년가나자와성을인수한영주마에다도시이에前田利家가쌀수확으로축적한부를무력보다는문화예술을발전시키는데사용한덕분이다.당시로서는드물게가나자와성안에차도구와가구를만드는공방을두었고,전국각지에서장인을초청해기술을전파하기도했다.이시기에가나자와사람들은다양한생활용품과미술품을제작하며,도자기와칠기,염색,자수등오늘날까지도시를총천연색으로물들이는예술을꽃피웠다.
---p.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