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도시의새로움을짐가방에넣을때마다
익숙했던세상이달라졌다.”
한번쯤익숙한곳을떠나한적한곳에서낯선생활을하는상상을그려볼것이다.하지만떠난다는것은,그것도잠깐의여행이아니라먼곳에서생활을꾸린다는것은쉽게실행할수있는일은아니다.그래서우리는주말에끄적인종이를일요일밤이면꾸깃꾸깃접어서랍에넣고,다음날출근을한다.
그러나궁금하긴하다.나의일상을잠시접어두고떠난먼곳의생활은어떨지.마치배우가영화속에서다른삶을살듯,외국영화세트장같은먼곳에서라면우리의삶역시<노팅힐>의휴그랜트처럼점잖고근사할까?<해리포터>의해리와친구들처럼모험적일까?<브리짓존슨의일기>가재밌긴하지만그일기의주인공이되고싶지는않다.
혹시,‘영화같은소리하네’라고생각했다면,정답이다.운이좋게도영국의작은도시‘바스(Bath)’에서일년간지낼기회를얻은저자가낯선도시에서의생활을책으로엮은에세이<낯선계절이알려준것들>에는영화같은극적이고근사한이야기는거의나오지않는다.대신,살집을구하지못해발을동동구른이야기,라면먹다가이에서빠진금조각(인레이,Inlay)을손에들고바로치료가가능한바스의치과를찾기위해전전긍긍한이야기,마트에서다진마늘은팔지않는영국이기에일년동안마늘까기인형이되어야했던이야기등등의‘생활감’가득한에피소드들이짠내가득풍기며미래의이방인들을기다리고있다.
‘희로애락’,네글자가늘붙어다니듯,물론힘든이야기만있는것은아니다.한국으로돌아와서도그립다는채러티샵의온기나,마트에만가도넘쳐나던꽃들,어린아이들에게도열려있는영국의펍문화,전나무향이솔솔풍기던크리스마스나라의크리스마스,바스를거니는‘제인오스틴들’의산책현장목격등등소박하지만즐겁고따뜻한순간들을통해소박한영국의작은지방도시를간접적으로접해볼에피소드들도상당하다.
영국의작은도시에서의일년을‘어떤날은감상적인이국의삶이었고,어떤날은외롭고서러운이방인의타향살이였다가,또어떤날은한국과영국의문화차이를발견하는사회문화탐구적시간이었다’라고회상하는저자는,무엇보다이책을통해낯선도시,낯선계절의새로움을자신의짐가방에넣을때마다이전까지당연했던세상이넓어지고,그세상을바라보는시선이성장했다고전한다.
겪어보지않으면알수없는것들이있다.경험하지않았기에생각조차할수없는일들이있다.그렇다고모든것을겪고살수는없는유한한삶의우리는타인의경험을빌리기위해책을펼친다.여기,<낯선계절이알려준것들>의저자또한,자신이담아온새로움가득한짐가방을활짝열어독자들을맞이하고있으니,영국의작은도시,낯선계절의이야기를저자와함께펼쳐보자.짧은여행이미처전하지못하는먼곳의두터운생활을만날수있을것이다.이두터운낯선계절의이야기가당신의서랍안에꾸깃꾸깃접어넣어둔상상을꺼내당신의짐가방으로옮기는날을앞당길지,짠한우여곡절에손사래를치며먼곳의삶에대한미련조차날려버릴지는읽는이의몫이겠으나,<낯선계절이알려준것들>은언젠가당신이란이방인이펼칠낯선계절의이야기를함께꿈꾸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