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대상의가치는사물을보는시인의눈에의해좌우된다.시인이대상의내밀한서정에천착할때시는비로소탄탄히빚어지기마련이다.이때시는감동적발현과생태적방향을주도하며운율을타게된다.필자는한비평론에서‘서정의완력’이란말로이를강조한바있다.여기서‘완력’이란시가마무리에이르도록대상에의서정성이완미完美되는걸말한다.
김강호시조에서서정의직조능변을보게된것은,여러매체에발표된그의작품에어떤필이꽂히고서이다.그정점頂點이란,감정의혈에놓은침의효험과같은떨림과더불어촉감의끼침을느끼게된것이다.그건모처럼조우한친구의손처럼따뜻한악력握力으로전해온경험이있다.김강호의시조를읽는기쁨이란,무엇보다서정적사유가깊어지는데있다.그건시인의세계상,예컨대단시조적사유랄지,또는연시조맥락에다어머니를연결하는정서의방식으로서정성을강하게부여하는면에서도그렇다.한편,필자는작품을읽으며연속이미지를따라가기보다는정작그가미학적으로갈아엎을때더훈훈해지는그땅김을느낀다.거기남다른믿음을지니게되었다.사실시조단에는대상의겉만보이는얕고도얄팍한작품들이많다.차제에,박토를일으키는심경深耕으로오늘의산성화된시조계가큰수확을예증할옥토로바꿀밭갈이가요구된다.짐짓그에게기대하는마음이란,복토에쓰일부엽토를목하그루마다
뿌리는중이기에그게필요한작업임을검증비슷하게논의해봤다.
-노창수(시인·평론가)해설부분
시인의말
어둠이무너질때까지
소쩍새는울고
먼길을걸어온별들은
꽃으로핍니다
시집에모여사는시들이
한반도평화와
세계평화를위해
전령사로날아가면
좋겠습니다
책속에서
어둠이굴려내는보름날의굴렁쇠가
지상으로굴러와문에턱,박힐때쯤
뎅그렁종소리내며내간체로울었다
원형의기다림은이미붉게녹슬었다
윤기나던고리안에갇혀있던소리들이
키낮은섬돌에내려별빛으로피고졌다
까마득한날들이줄지어둥글어져
알수없는형상으로굳어있는커다란굴레
어머니거친손길이다시오길기다렸다
-「녹슨문고리」전문
섬진강에봄이올땐왈츠선율로온다
악보를빠져나와나비가된음표들
평사리들판가르며
악양으로가고있다
초록빛새소리를한두릅꿰어메고
꽃눈흠뻑맞으며강둑길거닐다가
여울이뽑아올리는
노래에홀려있다
경계를다지우고바다로가는섬진강
시심을번뜩이며비상을벌려왔던
가슴팍투명한시가
물길차고오른다
-「섬진강의봄」전문
너를가만들여다보면산있고계곡있고
숨가쁘게내달리던원시의소리있고
긴어둠강을건너던부르튼뗏목있다
험한길걷는동안못박히고뒤틀렸지만
속울음을삼키며순종해온너를향해
수많은길이다투어걸어오는걸보았다
새벽녘경쾌하게내딛는너에게서
잠이든빌딩숲을깨우는실로폰소리
절망도가볍게넘을날개돋는소리가난다
-「발」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