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의침묵을부순
미투운동창시자의회고록
2017년어느가을일요일아침,타라나버크는쉴새없이울리는핸드폰소리에잠을깬다.‘#미투’를단수십만개의트윗과자신을태그한페이스북게시물때문이었다.할리우드영화제작자하비와인스타인의성추문을고발하면서사용된해시태그‘#미투’가소셜미디어를뒤덮고있었다.타라나는당혹스러웠다.이미자신은십여년전부터미투운동을체계적으로펼쳐오고있었으며,성폭력피해생존자들을이어주고세상을향해자신의경험을선언하는수단으로‘미투’라는용어를고안해냈었다.타라나는소셜미디어에해시태그를다는정도로는세상에만연한성폭력문제를근본적으로해결할수없다고생각했다.그는2014년‘성폭력문화종식을위한필라델피아행진’에서자신이연설하는모습을담은동영상과함께글을써서소셜미디어에올렸다.
“지난주내내하비와인스타인을지탄하고고소인을지지하는모습을빠짐없이지켜보면서저는놀라움을금치못했습니다.특히오늘은소셜미디어에서여성들이‘#미투’라는해시태그로자신의이야기를밝히는모습을보았습니다.‘공감을통한권익강화’를위해‘미투’라고명명한이단어를사용해성폭력이얼마나널리퍼져있는지세상에알림과동시에다른생존자들이결코혼자가아님을깨닫게하는여성들의모습을보고가슴이벅차올랐습니다.지난10여년동안우리가미투운동으로일구어낸성과에서핵심은여성들이,그누구보다피부색이짙은젊은여성들이결코혼자가아님을깨닫게한일입니다.다같이행동해야합니다.해시태그를다는정도로그쳐서는안됩니다.더욱폭넓게대화를나누고공동체를근본적으로치유하는운동을시작해야합니다.우리와함께합시다.”_본문에서
수많은이들이타라나를열렬히지지했다.당혹스러움은사라지고곧불꽃으로타올랐다.수백만여성에게서쏟아져나온용기가거대한물결을이루며미투운동이전세계로확산되고있었다.타라나는이거대한물결이,‘나도당했어’라고말할용기를낸이들이길을잃지않기위한지도가필요하다는것을깨닫고,브롱크스에살던흑인여자아이에게서흘러나온용기에대해이야기하기시작한다.이책은미투운동의창시자인타라나버크의회고록인동시에미투운동의지도가되어줄것이다.
“미투운동의출발선을만든타라나버크의《해방》을읽는동안,나는이책역시누군가의지도가되어줄것임을강하게예감했다.특히《해방》은나만을위해서가아니라‘나같은사람’을위해서싸워야할때가볼수있는길이어디인지안내한다.”_‘추천의글’(장일호)에서
누구나겪을수있는끔찍한일,
그리고희망의단초
타라나는뉴욕의브롱크스빈민가의노동자가정에서태어난아프리카계3세대로,일곱살때첫번째성폭행을당했다.일곱살아이는도대체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지,그것이얼마나심각한일인지이해할수없었다.자신에게도잘못이있다고생각하며끙끙앓았고자신을둘러싼일상이부서질수있다는생각에침묵할수밖에없었던그의자아는둘로분열되었다.한쪽은흑인문학에심취한호기심많은소녀로,다른한쪽은자신을피해자가아닌범법자라고여기며수치심에젖은채자랐다.그에게는강인한엄마와친절한이웃들이있었지만어린소녀가맞닥뜨린거대한폭력과그것을둘러싼사회적정황에대해선무감각하거나관심이없었다.다행히타라나는흑인여성문학으로부터희망의단초를발견한다.
“마야안젤루는겨우여덟살때엄마의남자친구프리먼한테성추행을당하고성폭행을당했던일에대해썼다.(…)열두살밖에안된내머리로는아무죄없는다른여자아이한테도그런일이일어난다는점을이해하지못했다.그런일은바로나한테나일어난다고생각했다.아니면적어도나같은여자아이한테나일어난다고생각했다.나는나쁜일이닥치는그런부류의여자아이라고생각했다.어린마야안젤루한테일어난일을읽고나서야비로소나자신에게허용하지않은방식으로,다시말해아무죄없는존재로어린마야안젤루를바라볼수있었다.마야는얌전하고착한아이였다.하느님이그런아이한테그토록끔찍한일이벌어지도록내버려두었다니가혹하기짝이없었다.마야안젤루같은어린여자아이도내가겪은그일을겪을수있다고처음깨달은순간이었다.”_본문에서
쉬운절망대신어려운희망을선택하는일,
미투운동의시작
타라나는대학을졸업하자마자고등학생시절부터인연을맺어왔던21세기청소년리더십운동의활동가로일하기시작한다.청소년캠프에서자신처럼성폭력을겪었던헤븐을만난다.헤븐은좀체공동체에적응하지못하는소란한참가자였지만,타라나는열두살흑인소녀에게서자신의모습을보았다.여자아이들만참여한한프로그램에서참가자들은성폭력을당했던일들에대해나눴고,그다음날아침헤븐은타라나를찾아가자신이당했던끔찍한일들에대해고백한다.하지만타라나는헤븐을회피하고야만다.헤븐의고통은타라나에게도여전한고통이었으니까.고통을직면하고폭력에맞서는방법을알지못했다.
21세기청소년리더십운동을포함한시민권운동의지도자들은성폭력문제를소홀히여기거나외면했다.타라나가참여했던청소년캠프의연사로참여했던제임스루터베벨목사는시민권운동의거목이었지만,동시에연쇄아동성추행범이기도했다.단체의지도자들은시민권운동의대의를위해베벨의범죄를묵인하고활동을옹호했다.타라나는성폭력과그것을방조하는거대한구조에맞서기로결심한다.무엇보다헤븐과같은아이들을더이상외면할수없다는것.이는자신을평생옭아매던고통의근원에맞서는일이기도했으므로,타라나는자신으로부터시작해야했다.아직쓰지않은수첩을꺼내첫쪽맨위에두단어를썼다.“나도당했어(Me,too).”그리고타라나는새로운곳에서새로운사람들과함께새로운조직을만든다.지금껏존재하지않았던미투운동의전선을만들어간다.
두렵다면따라걸으면된다.
타라나버크같은사람이만들고있는길을
“나는‘변한게없다’고말하는사람을믿지않는다.고약한희망사항이다.그말은누구의편인가.아무것도바꾸고싶지않은사람의편이다.폭력과차별의시대를용인하는말이다.세상이더디바뀌는것같아도변했고,변한다.적어도나는변했다.나는변화의편에서있을것이다.그리고점점더많은사람이그편에서서세상의질서를바꾸고새로운상식을만들어내고있다.두렵다면따라걸으면된다.타라나버크같은사람이만들고있는길을.”_‘추천의글’에서
장일호는〈피해자이기때문에상상할수있는‘미래’가있다〉라는추천의글에서,‘미투’를‘나도당했다’가아니라‘나도말한다’로고쳐읽어야한다고강조한다.“이운동이하나의해시태그보다더많은의미를지니고있음을,어느한개인에머무르지않고보다커다란흐름으로나아가고있음”을강조하는타라나의말처럼,고발에그치는것이아니라변화를추동해야하기때문이다.그런까닭에장일호는2016년10월의‘오타쿠내성폭력’과2018년1월의서지현검사의미투등한국에서의맥락을살핀다.그리고이책이‘싸우기로결심한이들’과‘뒤에올모든여자아이들’의깃발이되기를바란다.
“타라나의자유가당신과내가속박을벗어던지는용기가되고,뒤에올모든여자아이들의자유가될수있도록.”_‘추천의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