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있다, 일본은 없다

일본은 있다, 일본은 없다

$19.80
Description
매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일본. 우리는 과연 그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도쿄특파원 출신 언론인의 예리한 통찰로 분석한 '경계인'의 일본 분석서!
■ 도쿄특파원 3년 4개월... 그 이후 200번 일본을 가 보고 쓴 책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일본은 오랜 시간 서로를 오갔다. 사람과 물건뿐 아니라 기술과 문화, 이야기와 마음도 바다를 건넜다. 때로는 교류의 길이었고, 때로는 갈등과 단절의 경계였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서로를 찾아 계속 바다를 건넜다. 일본은 이렇게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지만, 정작 그 속내를 깊이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신간 〈일본은 있다, 일본은 없다〉는 오랜 기간 현장을 발로 뛰며 일본을 정밀 취재해 온 언론인의 눈으로 일본과 일본인의 본 모습을 다각도에서 다룬 심층 분석서다. 저자는 도쿄특파원 3년 4개월의 실무 경험을 비롯해, 특파원 근무 이후에도 200회가 넘는 일본 방문을 거치며 현지 사회와 밀착한 깊이 있는 경험을 쌓아왔다. 저자는 한일 양국의 경계에 선 '경계인'의 시각을 자처하며, 감정적 편견이나 마냥 긍정하는 찬사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냉철한 잣대로 일본 사회를 해부한다. 속내를 숨기는 심리부터 역사 인식의 차이까지, 현장에서 퍼올린 생생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인들이 일본을 접하며 가장 의아하게 여기는 지점들을 언론인 특유의 시각으로 정면에서 다룬다.

1994년, 저자는 일본에서 시간이 멈추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버블경제가 남긴 화려함이 걷히고 성장의 속도가 멈춘 뒤에도 일본의 일상은 놀라울 만큼 변함없이 흘러갔다. 사람들은 줄을 섰고, 지하철과 버스는 조용했으며, 골목에는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비가 그치면 누군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다시 빗자루를 들고 젖은 길을 쓸었다. 작은 빵집과 생선가게에는 정교함과 정성이 배어 있었다.

저자는 그 멈춤의 시간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던 일본이 끝내 지켜낸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짚는다. 홋카이도 반에이 경마장에서 만난 말들은 무거운 썰매를 끌고 모래 언덕을 한 걸음씩 올라간다. 저자는 그 고요 속에서 일본이라는 사회가 가진 힘을 발견한다. 그리고 한 번에 멀리 나아가기보다 한 걸음씩 버티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끝내 목적지에 도달하는 힘에서 장인정신을 읽어낸다. 수백 년을 이어온 축제와 ‘느린 시간’이 만들어낸 일상의 풍경을 보며, 멈추는 법도 잊어버린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 철과 신화, 음악과 도자기,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국경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오래 전 가야와 백제, 신라의 불교와 한자, 철기와 도자기가 바다를 건넜다. 무령왕과 성왕 때의 장인들은 일본에 절을 세웠고 신라의 관등제와 율법은 쇼토쿠태자의 아스카시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일본은 그런 대륙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임진왜란 이후 수많은 조선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갔다. 고향과 가족을 잃었지만 손끝의 기술까지 빼앗기지는 않았다. 전쟁은 사람을 갈라놓았지만 문화는 살아남았다. 일본 다도 문화의 한가운데 조선 도공의 숨결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두 나라의 관계가 적대와 갈등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일본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단서를 수백 년 전의 기록에서 발견한다. 조선통신사가 남긴 '예의가 바르고 질서가 있으며 작은 것 하나까지 정교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는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는 오래된 기록을 오늘의 일본과 포개어 본다.

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한국이 일본을 통해 근대화의 문을 두드리는 과정은 아프고 비극적이었지만, 근대화와 산업화의 경험 속에서 일본은 한국에게 거대한 거울이었고 때로는 현실적인 스승이었음을 고백한다.


■ 현해탄은 벽이 아니라 길이었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결국 한국과 일본의 관계로 향한다. 저자는 현해탄을 바라보며 문득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왜 우리는 잊을 만하면 서로를 미워해야 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바다는 원래 국경이 아니었다. 벽이라고 생각했던 바다가 사실은 오래전부터 사람과 문화와 이야기, 그리고 마음을 실어 나른 길이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여전히 아날로그의 시간을 견디는 일본. 그 느린 시간에 매력을 느끼고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매년 수백만 명에 달한다. 정치의 계절은 짧고, 문화의 시간은 길다. 정치는 갈등을 이야기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서로를 찾아가고 있다.
저자

김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