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그림자가 잠시 겹치는 것만으로도 (개정판)

서로의 그림자가 잠시 겹치는 것만으로도 (개정판)

$15.00
Description
『뛰어들어, 지켜, 더 크게 안아』의 개정판으로 유어마인드 서점 주인, 아트북페어 기획자, 에세이스트 이로의 첫 소설. 오랫동안 좋아하던 ‘최애’에게 DM을 받은 ‘나’는 새롭게 맺은 낯선 관계를 보듬으며 갑작스레 찾아온 다양한 감정을 마주한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최애와의 대화’라는 신선한 소재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사랑, 내면의 망설임과 흔들림을 선명하게 묘사하고 그것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감정들을 속도감 있는 화법으로 펼쳐놓는다.

판타지같은 이야기를 현실적인 전개로 풀어내며 공감을 자아내는 『서로의 그림자가 잠시 겹치는 것만으로도,』는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전시하는 시대에 누군가를 애정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실제로 만나지 않는 두 사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시대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지켜내는 방법에 대해 사려깊게 질문한다.
저자

이로

목차

한편의소설
한장의편지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어느날,
최애에게DM을받았다

안녕하세요.
저는X라고합니다.
어쩌면아실수도있는데.(19쪽)

어느날나는SNS의‘부계’를통해최애인X에게서'꼭물어봐야하는게있다'는DM을받는다.현대인의SNS란무엇인가.일상과감정을공유하고정체성을드러내는사적페르소나의공간이자가장공적인나를드러내는개인의광장,그곳에‘나보다더소중한너’가나타나자나의현실은뒤집힌다.예측하지못한천재지변처럼“딱딱한세계를부수고선물처럼다가온”(65쪽)최애의메시지,이건정말“말이안되는소리”(9쪽)일지도모른다.그러나그일이실제로일어난다면?‘안녕하세요’로시작되는첫인사,그리고이어지는메시지들.과연나는최애와무슨이야기를나눌까?아니,나는최애와‘계속’대화를이어나갈수있을까?

판타지같은시작을지나빠르게흘러가는둘의대화를좇다보면현실보다촘촘한밀도와부드러운전개에어느새페이지가넘어가있다.디엠창을그대로옮겨놓은대답,솔직하고비정한인물의독백들은독자를순식간에나와X의세계로초대한다.최애X,그는누구이길래나의일상을뒤흔들고그의말한마디에이토록몰입하게만들었을까?

X에대해말하기위해서는‘최애’에대해알아야한다.최애最愛란무엇인가.가깝게는‘가장좋아하는연예인이나유명인’을일컫고조금더넓게보자면‘내가가장애정하는인물’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그는유명인일수도있고잘알려지지않은대가이거나혹은우리주위에사는평범한이웃일수도있다.그가무슨일을하든,어디에있든지간에“어떻게든더알고싶”고“무한히확장되는텍스트이자암기하고싶은사람”(55쪽)이라면최애의기준은충족된다.아니,그것으로는모자라다.최애인당신은“당신이기억하는당신보다내가기억하는당신이더많”고(20쪽)혹은“타인에게사랑받는게업”인사람(33쪽)이어서내가감히가닿을수없는먼곳에있을수도있다.최애란비록나와상관없는삶을살지라도나에게큰영향을미치며존재하는것만으로도행복과기쁨을준다.그것이세상의다양한최애가가진속성일것이다.최애가없을수는있지만최애가있거나있었다면,혹은그비슷한감정을느꼈던사람이라면최애를알기이전의삶으로는돌아갈수없다.한번충족되어늘어난마음은이전의형상을기억할수없는법이니까.그래서일까,최애를향하는내마음은때론일방적이고무모하다.당신이알아줄필요없는내마음이라는것은그래서간혹위태롭다.최애를사랑하는사람은많지만,그마음을온전히받아내는건실존하는한명의사람이니까.

너무많은이미지,셀수없이많은스타와애정이범람하는초연결시대에최애와최애의삶이란팬에게어떤의미이길래이리깊은마음이생겨나는것일까?어느날태풍처럼다가온최애와의관계는축복일까더지독한짝사랑의서막일까?최애를‘지키고자’했던마음은오롯이최애당신만을위한것이었을까?마침내둘만의동굴을통과한그들이어디로나아가게될는지,소설의말미에수록된‘최애에게보내는편지’를통해확인해보자.만약그편지가당신의마음을흔들었다면언젠가누군가에게뛰어들었던당신의기억이보낸답장일지도모른다.당신이지키려던최애가그곳에머물렀던흔적일테니까.아주먼곁에서누구보다가까이있는,팬이라는당신이.


누군가를좋아한다는마음은삶의해일로부터나를지켜낸다는것을.

X에게일방적으로뛰어들던내삶에‘진짜X’가나타난이후,내삶의축은그와함께머무는DM창으로이동한다.‘나’가X에게몰입하며새로운관계를획득할수록독자가X의성별이나나이,직업에대해정확히알수있는정보는없다.숨바꼭질처럼숨겨진단서들을통해그가대중앞에스스로를드러내는일을하는연예인이라는것,소속사의통제와감시를받으며동시에그들과함께성장한다는것,수줍음이많으며또한자신의일을썩잘해낸다는것들을‘나’의눈을통해알수있을뿐이다.‘나’는또어떤가.최애의사진과영상을찾아보지만동시에팬들과교류는하지않고,‘부계정’을운영하며본계에서다보여주지않는마음을드러내는사람.이른바의도적인익명성과추상성을통해소설은인물사이의감정과상태를오롯이강조하는화법을선택한다.그방식은애정에대한새로운세대의선언처럼느껴진다.그선언은“침묵을견딜수없다면누군가를일방적으로좋아하지말“라고하고”이뤄지길바라는게아니라이뤄질수없다는사실까지이루며사는것“이라는경구를남기기도한다.(46쪽)사랑할수록엄격해지는사랑.이런사랑을우리는뭐라고불러야할까?

그러한감정에이름을붙이는건지금중요한게아니라는듯,‘나’는이름을붙이는대신이순간들을“최선을다해뚜렷하게기억하기로”한다.(22쪽)최애를사랑하는팬의마음,사랑혹은기호.혹은어떤종류의신앙일지도모르겠다.나와X의시시껄렁한대화를좇다보면문득감정에대한동서고금의경구가모두옳다는걸알게된다.누군가를좋아하는마음,즉애정은사람의마음을굳은심지처럼단단하게만든다.그마음은쉽게녹지않으며방파제처럼삶의해일로부터나를지켜낼수도있다.좋아하는힘은무엇과도바꿀수없는나의방패가되고나는또그마음으로당신을,나의최애를지켜낼용기를낼수도있다.나는X와의대화가이어질수록점점커져가는마음을깨닫고,X와더불어최애를좋아하는자신을지켜내기위한온전한방식을깨달아간다.


만나지않는사람을사랑하고
보이지않는마음을지켜내는
초연결사회의관계이야기

최애에대한사랑과염원을담아새로운이야기를창작한것이팬픽이라면,이소설은최애와팬픽사이에존재하는화자-팬-에대한팬픽,즉팬에대한당사자성을확보한메타팬픽이라할수있다.메타픽션은허구이지만동시에허구와현실의관계를드러내는거울이되기도한다.X를좋아한다는사실을깨달을수록나는X와스스로의거리감을깨닫고,동시에X에게서멀리떨어진자만이할수있는일을깨닫는다.팬이라는자의숙명,혹은짝사랑하는인간이지닌변하지않는속성.이야기는비극도,희극도아닌곳으로나아가독자에겐놀라움을,X와나에겐각각의새로운삶을선사한다.

좋아한다고말하는대신다른우회로가있다면그방식은언제나옳은길일까혹은예상치못한샛길로우리를인도할까.혹은이런건어떨까,좋아한다고말할때상대방의반응이나에게그리중요하지않다면?(그런관계는대체뭐라고부르면좋을까)좋아한다고말하는나의행위자체가관계의핵심적인소통방식이라면,좋아한다는말이‘셔터를눌렀다’거나‘달이떴다’고말하는식의‘다른경로’없이도온전히전달될수있지않을까?아니,‘좋아함’의방식자체가완전히달라지는건아닐까?

오랫동안독립출판계에서북페어를기획하며독자와작가들에게존재감을각인시켜온이로의소설『뛰어들어,지켜,더크게안아』는사랑과애정이라는불변하는화두를시대의감각에맞게조각하여산뜻하게선보인다.과연독자들이이새로운조소를어떻게받아들일지,뾰족하고날선선인장일지혹은보름달처럼둥그렇고태양처럼뜨겁게느낄지,각각의감상을모두의이야기속에서만나게되길기대한다.수많은‘나’가각자의‘X’에게뛰어들어지키고더크게안는순간을만나기억하고나누고,사랑하게되기를,각자의좋아함을지켜나갈수있기를바라고또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