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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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명의 음악가는 앨범으로, 여섯 명의 작가는 산문으로 완성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이 여정의 시작은 음악과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문학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음악가 강아솔의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음악가는 동명의 앨범을 만들고, 여기에 최진영, 신해욱, 한정원, 김현, 안희연, 안미옥 작가가 저마다의 음표를 엮어 아름다운 산문으로 답해주셨다. 목정원 작가의 표지 사진 또한 이 여정의 완성을 도왔다. 음악가, 소설가, 시인이 겪어낸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의 여정에서 만난 삶의 명암들과 함께 저마다의 겨울을 지나 봄으로 나아가길.
저자

최진영,신해욱,한정원,김현,안희연

소설가.장편소설《당신옆을스쳐간그소녀의이름은》《끝나지않는노래》《나는왜죽지않았는가》《구의증명》《해가지는곳으로》《이제야언니에게》《내가되는꿈》《단한사람》,소설집《팽이》《겨울방학》등이있다. 

목차

최진영〈이겨울이끝나면당신을잊겠습니다〉
신해욱〈이제양쪽에서〉
한정원〈노래가되기까지〉
김현〈물결과별〉
안희연〈해가진뒤에〉
안미옥〈선잠〉

작품해설_양경언〈사랑의예술가들〉

출판사 서평

음악의인연으로한자리에모인
사랑의예술가들

여기모인글들은강아솔의앨범《아무도없는곳에서,모두가있는곳으로》와함께쓰였다.글을쓰는작가의모습을상상할때우리는대개모니터앞에서‘홀로’긴시간을씨름하는이의모습을떠올린다.그런데‘함께’쓴다니.이런일은어떻게가능할까.
‘홀로’와‘함께’라는말을나란히두기위해서는‘아무도없는곳’과‘모두가있는곳’이란말이어떤관계를맺고있는지먼저고민해야한다.이말은상반된의미를가진듯보이지만,정말그러한지천천히생각해볼필요가있다.주어진말이지닌의미의영역바깥으로나서는일에주저함이없는예술의공동체를따라나서기로한다.

안미옥의〈선잠〉은우리에게깨뜨리지도녹이지도못하고있는‘언발의시간’이있는지자상하게묻는다.시인은땅에깊게뿌리내리기위해뒤척일줄아는치자나무처럼언발을녹일제손의온기를믿고흙과물과햇볕과사람의손길한가운데있는스스로를돌보라고일러준다.〈선잠〉에서구불구불움직이는치자나무의뿌리와꼼지락꼼지락움직이는우리몸의일부가제몸에알맞은온도를찾아가는장면을떠올리다보면,김현의〈물결과별〉이그리는‘잔물결’이란말의울림에자연스레기대게된다.사람때문에소란스러워지다금세잠잠해지기도하는우리마음속일렁이는물결무늬를시인은어둠과빛으로비춘다.어둠과빛은서로를간섭하는사이.나란히나타나가장기쁜일이가장슬픈일이되고가장슬픈일이가장기쁜일이되기도하는사랑의비밀을속삭여주는사이.시인의글속에서어둠과빛은“아무도”의‘아무’를‘우아한춤雅舞’으로변용시켜사랑이“모두”를그치지않는기쁨과슬픔사이를오가게한다고기록한다.안희연의〈해가진뒤에〉는어쩌면그런잔물결이일렁이던시절을과거의자리에두지못하는이의현재에대한기록일지도모르겠다.어떤아픔은가장선명한빛깔을가지고있다는이유만으로지금우리의눈을부시게만든다.시인은누구를책망하는대신에식물이저면관수의시간을살아내듯자신내면의아래로부터무언가가올라오길기다리기로한다.세작가의글에서“아무도없는곳”은스스로를깊숙이방문하는장소.그이들을통해우리는그곳에서사랑이마련하는어떤온도를,어떤명암을,어떤아픔을살핀다.그곳을제대로가꾸기를피하지않을때모두가각자의온도와명암과아픔으로걷는세상의한풍경이우리앞에이전과는다른느낌으로나타날수있을것이다.

신해욱의〈이제양쪽에서〉는우리가막연하게감지하곤하던추상화된아름다움이실은구체적인삶의한복판에서그실체를드러낸다는것을보여준다.조카와동생,동생과‘나’,‘나’와할머니와동생이서로실뜨기놀이를하듯이이어간시간속에는지금은보이지않지만분명히있었던것들이,여전히보이지않지만간절히있기를바라는것들이이슬처럼맺힌다.소리가있는쪽과없는쪽양쪽모두가있는곳이란이처럼매우조심스럽게,너무나소중하게연결되고꿰어지는것.최진영의〈이겨울이끝나면당신을잊겠습니다〉는연결되고꿰어졌던마음을꺼내그간보내지못했던편지를발신하는겨울의이야기를들려준다.‘차마다보내지못한’진심의형태로보관되어있는사랑의파동이란모두가나서서간직해주는비밀과같은것.그리고비밀은간직되기위해존재하는것.비밀로간직되느라좀처럼드러나지않았던‘나’와‘너’가어떻게씨줄과날실로엮여새로운노래를출발시키는지에대해선한정원의〈노래가되기까지〉를읽어야한다.한사람의목소리에고여있던마음은,그마음뒤에드리워진그림자는,그림자가웅크린채끌어안은침묵은언제노래가되나.노래가되기는할까.한사람의목소리에고여있던마음은바로그목소리가마찰을통해일으켜질때그림자와침묵을품고떠나면서,여러사람의마음에닿아흐르면서노래가된다고.세작가의글에서“모두가있는곳”이란,‘없다’고오해되었던것들이나타나고,정해진곳에머물러있다고여겨졌던것들이자리를옮기면서함께‘모두’로있게되는장소.그이들을통해우리는그간보지못했던것들을,말하지못했던것들을,듣지못했던것들을사랑이마련하는현장에서만난다.모두가있는곳을둘러보는가운데아무도없는곳의의미를깨닫는다.

우리가함께노래할때
사랑이가르쳐준삶의비밀은잊히지않을거라고.

그러므로여기모인글들은‘홀로’그리고‘함께’쓰였다.‘홀로’와‘함께’는따로쓰는말이아니라글이쓰이는과정에서동시에수행되는말.그러니까여섯명의작가가모니터앞에홀로앉은채사랑의노래와함께여러얼굴을한글자,한글자새겨나갔듯이,우리가홀로이책을읽어나가는순간에함께하고싶은누군가를떠올리며잠시나마그와더불어있는시간을마련했듯이,오롯이혼자인사람은누구도없다.누군가와진심으로함께하는사람중에그자신의세계를잃어버린사람은아무도없다고.사랑이이루는세계는언제나풍부해지는방향을따른다고.

사랑하는마음을사랑의언어만으로충분히표현하지못하는이들의난감함이이책에모인이글들을쓰게했을것이다.사랑이라는언어를가득채우고도더채워낼사랑을가진이들이이글들을한권의책으로묶게했을것이다.사랑의언어는우리자신으로인해이전엔없던소리로더널리발음된다.‘나’와연결된‘너’로인해더깊어진다.

사랑이어렵지않은사람은아무도없다고,그러므로그런사랑의총량은하면할수록는다고쓴다.하얗게비어있는들판에어둠과빛을들이는일이곧사랑이라고쓴다.사랑과예술이한몸일수있는이유는사랑또는예술이아무도없는줄알았던텅빈자리에모두가다닐수있는길을내기때문일것이다.그런길을씩씩하게나서기로한우리는모두사랑의예술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