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수,신지은
저자:송영수
남아있는사람들한테미안해못떠나고지금까지40년넘게노동현장에남아있다고말하는고지식한활동가다.1996~1997년노동법개정총파업투쟁이후민주노총에대한기대를접고포스트전노협을고민하다우리나라에서처음으로일반노조를만들었다.2003년고문후유증으로신장이망가져쓰러졌을때부산지역노동자들이병원으로몰려와헌혈을하고,자발적으로‘송영수를살리자’는모금운동을했다는일종의신화같은이야기의주인공이기도하다.
지금은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교육위원으로조합원교육활동에힘을쏟고있다.현재노동운동의위기는교육이실종된데있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저자:신지은
노동조합활동의혁신이이끌어낼더나은세상을꿈꾸는야무진활동가,젊은노동자들에게보내는열렬한응원이진심이라는걸믿어주길바란다는다정한노동자다.1996년한국케이블TV해운대기장방송에입사한이후부터지금까지노동조합활동을하고있다.회사가CJ로합병된뒤노조가해산되는아픔도겪었지만,2016년CJ헬로비전에첫노동조합을만들고초대위원장을지냈다.2019년에는LG로인수된LG헬로비전에서민주노총공공운수노동조합LG헬로비전지부지부장을맡아활동했고,3년의짧은여유시간을가진뒤2025년다시LG헬로비전지부장에당선됐다.
들어가며
Ⅰ부노동조합활동
1장노동조합을만들기로했으면만들어보자!
1.노동조합설립하기와가입하기
2.규약만들기
3.조직체계꾸리기
4.시작은집행부단결에서부터
2장노동조합을만들었으면이제움직여보자!
1.노동조합의일상활동
1)노동조합의성격
2)노동조합의운영
3)노동조합의대표
4)회의운영방법
2.노사관계의기본과노조실력높이기
1)노사관계는휴전상태
2)일상활동에대한재인식
3)제일중요한것은지부도의의식
3.임금인상요구안작성법
4.단체교섭-처음부터마무리까지
1)단체교섭이란
2)단체행동권과노사협의회
3)단체협약이란
4)단체교섭을거부하는경우
5)단체교섭관련절차
6)쟁의행위관련절차
7)교섭시기별중점사항
5.파업투쟁,어떻게할것인가
1)파업권이란
2)파업권의위력
3)쟁의전술의수립
Ⅱ부노동조합교육
1.알게되면생각하는그릇이달라진다.
2.교육,실무가아닌역사와이론을
1장우리가아는노동조합,우리가모르는노동조합
1.노동조합은당연한권리다.
2.헌법제33조,‘노동자는노동3권을가진다.’
3.노동조합을빨갱이라고가르치는한국사회의현실
4.노동조합조직률이높으면?
5.노동조합조직률이하락하면?
6.노동조합조직률이하락하는원인은어디에있을까?
7.노동운동의패착-정리해고제
8.노동자는철학을가져야한다.
2장노동자의철학,노동자의관점
1.학문도소비의도구
2.우리사회가근본적으로비인간적인이유
3.하나의현상,두개의관점
4.노동조합그리고노동운동만이휴머니즘을옹호하는운동이다.
5.다시시작한노동조합운동은자주성·민주성·연대성·변혁지향성·투쟁성을견지해야한다.
3장신자유주의를넘어서기위한노동자의철학
1.아는게병이고,모르는게약이다?
2.문제를해결하는첫번째단계는문제를인식하는것이다.
3.자유민주주의,제대로알고있을까?
4.단결금지법이폐지된지200년,노동자의단결은자유롭지않다.
5.사유재산은과연신성한가?
6.자본주의에대한노동자의입장과철학은?
4장한국의현실과자본주의
1.선진국으로진입한대한민국,당신은행복하십니까?
2.하루약38명이스스로목숨을끊고있는대한민국
3.한국자본주의의형성과노동자계급
4.자본이돈을버는비밀
5장노동법의기원,원리와체계
1.노동법의기원-구빈법과공장법
2.프랑스혁명과근대시민법이가진한계
3.근대시민법의수정과노동법
4.노동법의역사
5.노동법의체계와양면성
6.위험의외주화와<중대재해처벌법>
6장최저임금을통해본자본주의사회의임금
1.88만원세대의항의,“적어도최저임금1만원은받아야……”
2.자본주의사회에서노동자의임금
1)최저임금이란
2)표준생계비-생활임금이란
3.자본주의사회의임금이가진특수성
4.임금은현실적으로협상에의해결정된다.
5.노동력의가치와노동의가치
7장노동조합조직활동,어떻게할것인가
1.다른나라의사례들
1)영국의노동조합운동
2)독일의노동조합운동
3)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등남부유럽노동조합운동의경향
4)미국과유럽의신노동조합운동
5)마르크스-레닌의혁명적노동조합운동
2.노동조합조직활동의과제
8장노동운동이란무엇인가
9장자본주의이후를상상한다.
1.우리가바라는사회는
2.미래사회를향한투쟁-역사의증언
1)1871년파리코뮌
2)러시아혁명
3)중국혁명
3.자본주의를넘어,새로운사회를상상하자!
마치며
“자기조합원에대한보호를포기한조직은노동조합이아니다.“
1998년민주노총은정리해고제를수용하기로결정한다.민주노총을합법화해정치세력화하려는방편이었다고는하지만,그결과는너무나혹독했다.구조조정이일상화되었고,비정규직은늘어만갔다.노동자가정규직과비정규직으로갈렸고,노동조합조직률은10퍼센트로반토막이났다.그리고정규직과비정규직의차별이시작됐다.노동조합의활동은정규직중심이되었고,비정규직은노동조합에가입하는일조차쉽지않았다.정규직노동자와비정규직노동자의임금격차는2배넘게벌어졌고,심지어정규직노조가비정규직의정규직화를반대하고비정규직을자신들의방패막이로삼는일까지벌어졌다.
게다가1995년창립이후민주노총은민주당과의연대를통해노동자의권리를확장하고,사회를개량할수있다는희망으로민주당을지지했었다.하지만노동법이노동자들에게가장불리하게개악된시기가바로김대중·노무현정권때였다.이들은정리해고제를도입해수많은노동자를거리로내쫓았고,근로자파견법·기간제법등으로노동자의60퍼센트를비정규직으로만들었다.그리고거기에는운동을발판삼아국회로입성한소위운동권출신의국회의원들이있었다.한때는우리편이었고,그래서금배지를달았어도우리편이되어줄거라믿었던사람들에게말그대로뒤통수를맞은꼴이었다.
“기존노조들은마음이콩밭에가있지만,MZ세대가주축이된노조는정치운동이아닌노조원의이익을위해활동하겠다.”
최근에‘새로고침’,‘올바른’이라는이름을달고생겨난이른바MZ노조들.이들은‘기존노조들은마음이콩밭에가있지만,MZ세대가주축이된노조는정치운동이아닌노조원의이익을위해활동’하겠다고말한다.
MZ들을보는여느어른들이그렇듯,지금노동조합의주력활동가들도이들을보면서혀를찬다.‘요즘애들개인주의적이라더니자기이익만챙기려고하면쓰나,노동조합은그래서는안된다.노동조합은그런일만하는데가아니다.’틀린말은아니다.노동조합활동에서정치활동을배제하면조합원의기본적인이익조차지키기어렵다는건역사를통해수없이경험해왔고,지금도날마다겪고있다.바로얼마전확정된내년도최저임금인상안(시급10,030원,월급으로치면215만6880원.2024년2인가구최저생계비는220만9565원이었다)이그렇고,수많은노동자의끔찍한죽음이후어렵사리만들어진<중대재해처벌법>이제대로시행되지않아여전히노동자들의산재사망사고가끊이지않고있는현실이그렇다.전부노동자들의이익과직접적으로연결되어있는절실한문제들이지만,정부를상대로하지않으면,정치투쟁을하지않으면해결할수없는문제들이다.상황이이런데도MZ들이정치투쟁을무작정거부한다면그건진짜문제다.그런데정말그럴까.
“최저임금인상투쟁의출발점에,그리고윤석열탄핵의현장엔MZ들이있었다.”
2013년우리나라에서‘최저임금1만원’을요구하며최저임금인상투쟁의중요한출발점을만든건민주노총이아니라MZ들이만든알바노조와청년유니온이었다.최저임금인상이라는사회적공감대를만들어내고,정치권에서마저이문제를공약으로내걸지않으면안되게만든건이들의활동이었다.
지난겨울장장4개월을매일같이광화문에,한남동에모여응원봉을흔들며윤석열탄핵을외치고,한겨울남태령에서온몸으로밤새눈을맞아가며민주주의를지켰던수많은사람들.거기에도‘소중한내가족·내친구들을지키기위해,정치적발언을해도탄압받지않는나를위해바람이불어도꺼지지않는불빛을들고나왔다’고말하는MZ들이있었다.
“구조조정과정리해고의직접적피해자에는MZ세대도포함되어있었다.”
지금우리가MZ세대라고부르는이들은1998년정리해고제가도입되었을때고작해야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다니던아이들이었다.넉넉하지는않았어도부모의그늘밑에서보호받고자라던이아이들은정리해고제가도입되자마자하루아침에자기부모와함께길거리로내몰려어른들이겪는현실을고스란히같이겪어야했다.언제회사에서짤릴지모른다는불안감,반으로동강난월급때문에투잡·쓰리잡을뛰어야하는고단함,생활고에시달리다어쩔수없이빌린돈때문에스스로목숨을끊는비참함.어른들만이겪는일이아니었다.
‘더이상이래서는안된다’는절박한비정규직노동자들의투쟁이분신으로,투신으로,고공농성으로이어졌지만사회는냉혹했고,노동자를위한조직이라는민주노총은아무것도하지못했다.정치권은말할것도없었다.사회의어느누구도내부모를,나를지켜주지않았다.
지금의MZ세대가겪었던세상은이런곳이었다.한창갖고싶은것도,하고싶은것도많을나이에투정한번제대로부리지못하고지친부모님의눈치를봐가며자기가원하는걸참고또포기해야만했던아이들.이제는어른이되었지만세상은별반달라지지않았고,그래서여전히최저생계비에도미치지못하는월급을받으며어렸을적겪었던일을어른으로서또다시겪고있는MZ들에게세상이내편으로보일리없을것이다.‘기존노조의마음이콩밭에’가있는것처럼보이는건어쩌면너무나도당연한일이고,세상을그렇게만들어온어른들이이제와서자기네들을비난하는건더더군다나억울한일일지모른다.
“지금의MZ세대는조직이조합원을보호하기포기한시대의산물이고,우리87세대가뿌린씨앗이다.우리는그들에게빚을졌다.”
이책의저자들은30년,40년이넘게현장에서노동조합활동을해왔다.그러니이두사람이MZ들이말하는바로그기존노조의대표자격이라고도할수있겠다.하지만이들은민주노총과같을길을걷지않았다.이두활동가는민주노총에대한기대를일찌감치접고우리나라에서처음으로일반노조를만들고활동해왔다.노동자라면정규직이건비정규직이건누구라도가입할수있는노동조합을만든것이다.
그래서일테다.이들이MZ들에게하고싶은이야기는여느어른들과같지않다.자신들의경험을내세우며‘라떼는말이야’라는어설픈훈계를늘어놓지도않는다.도리어이들은자신들이MZ들에게진빚이있다고고백한다.지금의MZ세대를표현하는개인주의·실리주의는“조직이조합원의보호를포기한시대의산물”이고,“우리87세대가뿌린씨앗이자이들에게진빚이기도하다”고.그래서한국노총이건민주노총이건다싫다며새로운쟁의방식을만들어노조본연의활동에주력하겠다는MZ들의이야기가이두사람에게는그저허무맹랑하게만들리지않는다.그건자신들이봐왔던어른들처럼은하지않겠다는일종의선언이고,어른들이뼈아프게들어야할비판이기도하기때문이다.
“누군가깃발이라도쥐고있어야뒤에시작한사람들이방향찾는다고우왕좌왕하는시간을줄여주지않겠나”
“민주노조건어용노조건노동조합의조합원이늘어나는건무조건좋은일이다.”자칫하다욕먹기십상인이런이야기를이두저자는주저없이말한다.이유가있다.“시작이야어쨌든일단조직이생기고나면,그내부에서민주적인투쟁이일어나결국은노동자의이익에부합하는조직으로변화하고발전했던게노동자운동의역사”라는걸,늘노동자는,노동운동은그래왔다는걸믿기때문이다.그러니지금은개인주의·실리주의라는껍데기를쓰고있지만,머지않아이MZ세대들도“현재의노동운동세력을대체할새로운세력으로발전할것”이고,지금의노동운동도“언젠가는침체기를벗어나확장기를맞을것”이라고이두활동가는확신한다.
그렇다고우려가없는건아니다.쓰다가필요없어지면내팽개쳐져서망가지기일쑤인도구처럼노동조합도그렇게되기십상이기때문이다(그러다생긴게‘자판기노조’다).만들기는쉽지만유지하는게훨씬어려운게노동조합이기때문이다.하지만이두사람은그건걱정거리가아니라함께고민하고풀어가야할문제라고,그러니함께풀어보자고말한다.
‘다자라서자기일에책임을질수있는사람’어른의사전적정의다.이두저자는그런어른으로서이책을썼다.자신들이겪었던오류를솔직하게털어놓고바로잡기위해,그래서청년들은그런오류를겪지않고앞으로나아가기를바라는마음으로이책을썼다.그리고쉽지않을그길을이제는함께가보자고뜻을같이하는동지(同志)로서말한다.
“어떤이가내게‘왜아직도노동운동을하고있습니까?라고물었을때’누군가깃발이라도쥐고있어야뒤에시작한사람들이방향찾는다고우왕좌왕하는시간을줄여주지않겠냐‘고답했던기억이난다.나는이책이MZ세대에게그런깃발중하나가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