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의변증법,
비판과성찰의힘에대하여
독일베를린훔볼트대학교에서아도르노정치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받은한상원교수와함께읽는『계몽의변증법』
위기의시대,근대적이성의실패를진단하는
계몽의변증법을사유하다
과학기술이발전하고,경제가성장하고,교육수준은높아졌지만,우리의삶은더나아진것같지않다.높은자살률과직장내스트레스지수등다양한지표가한국사회의어두운현실을보여준다.모든걸자기책임으로여기게만드는신자유주의논리속에서현대인들은번아웃에시달리고,타인에대한혐오나아가자기자신에대한혐오감정속에서고립되어가고있다.각자도생과무한경쟁의논리가만들어내는불안정성과불평등에우리는병들어가고있다.또환경파괴로인한기후변화로인해지금전세계가심각한위기속에놓여있다.우리의삶은왜이토록위태로워진것일까.
지금으로부터100년전,1923년에만들어진프랑크푸르트사회조사연구소의사상가들,이른바프랑크푸르트학파(비판이론)지식인들도이와똑같은질문을던졌다.
“왜인류는참으로인간적상태에들어서지않고새로운종류의야만상태에빠졌는가.”
_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계몽의변증법』서문중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1세대를대표하는사상가인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가공동집필한『계몽의변증법』은위와같은질문에서시작한다.그들은묻는다.근대철학이발흥하고,칸트,헤겔,마르크스등을거치면서철학이구현하려고했던계몽,즉합리성,지성,이성을토대로인간의자유와해방을달성하려고했던사유운동은왜이상적상태가아니라파시즘과세계대전이라는파국으로귀결되었는가.인간이기대하던진보는왜비극을맞이했는가.
한상원저자에따르면프랑크푸르트학파1세대지식인들은바이마르공화국에대한희망과좌절을경험했고,나치즘의위기와세계대전,아우슈비츠학살을겪었다.따라서이들의이론에는바로그러한시대경험이응축되어있고,이렇게비극으로귀결된역사를해명하고자하는철학적소명이자리잡고있다.사회조사연구소의소장으로프랑크푸르트학파의전성기를이끌었던호르크하이머를비롯해아도르노,에리히프롬,헤르베르트마르쿠제등연구소지식인들은나치정권의탄압을피해기나긴망명생활을해야했다.이망명생활중에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가1944년할리우드가있는미국캘리포니아에서함께집필한책이바로『계몽의변증법』이다.
한상원저자는『계몽의변증법』은1940년대,전체주의의폐해가극에달한상황에서전체주의의피해당사자이기도한두유대인지식인들이발행한최초의철학적인전체주의분석이라고소개한다.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는이책에서‘계몽과계몽이대변하려고했던근대적이성이어째서실패했는가’를주로규명하면서전체주의분석을이성비판과연결하는철학적작업을수행한다.그들은계몽이대변하려고했던이성을도구화된이성이라고비판하고,이런근대적이성이만들어낸세계는“보편타당한도덕법칙이아니라,인간이다른인간을능력의이름으로,성과와효율의이름으로차별하는것이‘공정’하다고받아들여지는탈도덕화된세계”(한상원,99쪽)라는걸밝힌다.한상원저자는이런논의는1940년대뿐만아니라21세기에도여전히유용하다고역설한다.
“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의사유가오늘날여전히우리에게주는의미는민주주의의위기에대한진단,그리고민주주의라는‘정상성’에내재한파시즘의‘야만’에관한냉철한시선에있다고할수있다.나아가‘탈진실’과‘반지성주의’라는이름으로오늘날출현하고있는일련의징후적인흐름들과정치의권위주의화라는추세는저자들이분석하는‘계몽의실패’혹은‘계몽의신화로의전도’라는명제들과어떤연관성이있는지추적해볼수있을것이다.또기후위기와기후재난의시대에,이저작이제출하고있는자연지배비판과‘자연과의화해’에관한전망이지닌의미역시재사유될필요가있을것이다.”
_한상원,『계몽의변증법함께읽기』,12쪽
계몽,이성,합리성,진보와같은개념들의한계를지적하는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사상에서‘부정성’,다른말로‘비판’은매우중요하다.이들은계몽과이성을비판함으로써역설적으로그것의본래역할을되찾아야한다고보았다.
비판과성찰,
비극의시대를건너는힘
『계몽의변증법』에서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는비판을거치지않은계몽이신화로퇴보하고,인간과자연을지배하는원리가되면서파국적인인류역사가나타났다고보았다.그리고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는인간을해방시켜준다고믿었던주체의사유가인간지배의원리가되고,인간을예속으로부터자유롭게해준다고믿었던계몽의합리성이지배로전도된과정을해명한다.또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는자기반성과성찰없는계몽의퇴보가정신의사물화와연결되고그것이대중의무기력성을야기하는선동의가능성으로이어지는과정을비판적으로설명한다.한상원저자는이런비판의목적은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가계몽을폐기하고,소멸시키고,절멸시키기위한게아니라비판을통해서대상을구원하는데있다고강조하며“자기반성을통한계몽의현재성”을말하는것이『계몽의변증법』의저작의도라고밝힌다.
칸트의비판철학과헤겔의변증법을거쳐서칼마르크스와아도르노에이르기까지일종의‘비판’개념의계보학을생각해보면,거기서공통적으로나타나는게있어요.비판은대상을절멸시키는것이아니며,비판을통해서우리가새로운것을만들어낼수있다는겁니다.그런데비판이라고하는건일종의부정성이죠.비판하는거니까말그대로부정하는거잖아요.그런데여기서부정은절멸시키거나폐기하는부정이아니죠.어떤대상을새로운대상으로구성하는부정성입니다.여기서말하는부정성이규정적부정bestimmteNegation입니다.
_한상원,『계몽의변증법함께읽기』,21쪽
『계몽의변증법』에서부정성은언제나‘새로운것’과연결된다.이런부정성,다른말로‘비판’은변화에대한전망과결합된다.
한상원저자는긍정을선험적으로수립하는게아니라계속해서허위를부정해나가는과정,현실의허위들을비판하는과정이오늘날변증법적사유가추구하는목표라고강조한다.이를통해현실을왜곡하고우리를권력과지배의손아귀에놓이게만드는모든전도된논리,다시말해혐오와차별을정당화하는파괴적충동을불러일으키는동일성의논리에포섭되지않는실천이가능해진다.그것은비판적사고를하는순간에만누릴수있는자유일것이다.우리에게는끊임없이부정의부정을거듭하며문제의핵심을밝히는비판적사고가절실하다.
저자들은그러한해방은유대인뿐만아니라동물과인간을포함해모든박해받은자들의해방으로이어질것이라고쓰고있습니다.이런구절에서도상당히벤야민적인느낌이나는데요.최종적구원은지금까지역사속에희생당한모든영혼의구원이라는설명이「역사철학테제」에등장합니다.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역시이런문장속에서모든인간심지어는모든동물에게까지가해진불행이되풀이되지않고그누구도더이상희생제물이되지않기를염원하고있습니다.우리는그것을유토피아라고부를수있을것입니다.
_한상원,『계몽의변증법함께읽기』,236쪽
‘불행이되풀이되지않고,누구도희생제물이되지않는’사회,그사회를만들기위한새로운실천에필요한것이비판과성찰이다.그리고그것이지금우리에게프랑크푸르트학파,비판이론이여전히유효한이유이고,한상원저자의『계몽의변증법함께읽기』를읽어야할이유다.
『계몽의변증법』을해설한
한상원교수의『계몽의변증법함께읽기』만의특징
한상원저자의『계몽의변증법함께읽기』의특징은다음과같다.
첫째,이책은『계몽의변증법』을계보학적으로조망한다.
이책은『계몽의변증법』에등장하는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사유의여러특징,개념들,저작의내용에관해쉽고이해가능한방식으로설명하면서이를이론적짜임관계속에서조망한다.저자는어떤개념이나사유의특징을그개념이나사유가도출된맥락,사상가들사이의영향혹은역사적배경에관해설명하는방식으로그의미를제시한다.예컨대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의사유가칸트,헤겔,마르크스,프로이트,벤야민등의사유와맺는관계에관해고찰할뿐만아니라,푸코를비롯해주디스버틀러같은현대철학자들이나최근에주목받고있는담론주제와의연결성을살펴초기비판이론가들의사유를더잘이해할수있게한다.
둘째,이책은『계몽의변증법』이라는고전을현재화한다.
이책은20세기중후반에많이읽힌『계몽의변증법』이라는텍스트가지닌현재적의미를전달한다.예를들어오늘날우리가경험하고소비하는일상,유튜브같은우리시대의뉴미디어,‘뉴진스’나‘BTS’같은아이돌그룹,<기생충>,<더글로리>,등의K-콘텐츠를예로들어아도르노와호르크하이머의문화이론을설명한다.또한『계몽의변증법』에서혐오의메커니즘을이해하는방식을통해우리시대의혐오메커니즘을설명하고,오늘날우리의삶에숨어있는권력의시선을통찰할수있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