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환 : 이동은 SF 소설집

탈환 : 이동은 SF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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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동은 작가의 첫 번째 SF소설집. 『탈환』은 우리가 꿈꾸고 바라던 것들이 달성된 세계를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 다채로운 이야기로 펼쳐낸다. 기억을 리셋하고 행복한 순간에 영원히 머무르는 기술이 발달하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작가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지점들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믿고 의지하던 것들에 감추어진 진실을 끄집어낸다.
이 소설집은 총 여섯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여섯 개의 질문이기도 하다. 슬픈 기억을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기면 삶은 완벽해질 수 있는지. 수명이 늘어나고 법적 처벌을 강화한 세상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지. 꿈꾸지만 그 꿈을 해석할 기회를 박탈당한 삶이 어떤 것인지. 또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인간 아닌 존재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인간 삶을 위한 일인지. 자기만의 글을 쓰고 싶다고 자신이 알던 모든 단어를 버리면 그에게 남는 건 무엇인지. 행복의 여행지라 불리는 지구 바깥의 세계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지. 작가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독자를 초대한다. 그 여정에서 소설은 우리가 그리던 세계가 실상은 우리의 행복을 빼앗아 가는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걸 보여준다.
#이동은 #SF #기억 #감정 #꿈 #행복 #인간 #로봇 #디스토피아 #에디스코

저자

이동은

저자:이동은
글을씁니다.종종집근처에서만나는길고양이복순이사진을찍는것을좋아합니다.호시탐탐현재의자리를노리는비관적미래를쫓아내려오늘도한글자씩쓰고있습니다.

목차

1.탈환7
2.목격자39
3.완벽한지도자67
4.커다란웃음99
5.로고스135
6.무한히위험천만한우리167

출판사 서평

행복을바라는지금의우리에게
질문을건네는소설집

이동은작가의첫번째소설집『탈환』은우리가꿈꾸고바라던것들이달성된세계를소설적상상력을동원해다채로운이야기로펼쳐낸다.기억을리셋하고행복한순간에영원히머무르는기술이발달하면인간은행복해질수있을까.작가는이런근본적인질문을던지며우리가미처생각하지못하고놓치고있는지점들을날카롭게파고든다.이로써우리가알고있는것,믿고의지하던것들에감추어진진실을끄집어낸다.

이소설집은총여섯편의소설로이루어져있는데,이것은여섯개의질문이기도하다.슬픈기억을지우고좋은기억만남기면삶은완벽해질수있는지.수명이늘어나고법적처벌을강화한세상이인간을행복하게하는지.꿈꾸지만그꿈을해석할기회를박탈당한삶이어떤것인지.또기술이발달한시대에인간아닌존재에게가해지는폭력은인간삶을위한일인지.자기만의글을쓰고싶다고자신이알던모든단어를버리면그에게남는건무엇인지.행복의여행지라불리는지구바깥의세계가감추고있는비밀은무엇인지.작가는이질문들에대한답을찾아가는여정에독자를초대한다.그여정에서소설은우리가그리던세계가실상은우리의행복을빼앗아가는세계일지도모른다는걸보여준다.
작가가던지는여섯개의질문을하나씩따라가보자

우리의꿈이실현된세상이
유토피아가아니라디스토피아라면

슬픈기억을지우고좋은기억만남기면삶은완벽해질수있을까.이소설집의첫번째작품이자표제작인「탈환」은기억제거프로그램이개발된세계를배경으로한다.사람들은주기적으로즐거운기억만남기고슬픈기억을지우는데,지워진슬픈기억은완전히사라지는게아니다.복제인간에게사람들의슬픈기억을주입해전쟁터로보내는시스템인것이다.전쟁터는끔찍한기억을배설하는공간으로,기억을지우는사람들이있는한잔혹한전쟁은멈출수가없다.

“복제인간에게사람들의슬픈기억을넣어전쟁터에보낸다.”K는탁자위에놓인신문을보며말했다.“목적은단지전쟁을끝내지않는것이니이길수없는병력을끊임없이보낸다.”(「탈환」중에서)

사람들은삶에서슬픔,분노,괴로움,고통같은행복을방해하는감정을제거하면완벽한인생을살것이라믿는다.하지만「탈환」의주인공은기억하지못하기때문에뭔가크게잘못됐다는느낌에서벗어날수없고,불안과공포는더증폭될수밖에없다.슬픔을제거한세계는어쩌면자신의슬픔을대면할용기가없는사람들의무력감을이용해체제안정을유지하는곳인지도모른다.

수명이늘어나고처벌이강화된세상이우리를행복하게하는가.「목격자」에서는급격한인구증가와이로인한식량위기로“결국누군가죽어주길기대하지않으면안되는지옥”이된세계를그린다.폭동이벌어진후사형제도가부활하고사고를낸사람이처벌을피하고싶으면가족중누군가를대신내놓아야하는무시무시한법이제정되는데,굶주린사람들은이런불합리한상황에아무런이의도제기하지않는다.그들은서로가죽기를바라고있기때문이다.

그들은이미서로를돕지않는방식으로서로를죽여가고있었다.그런그들은매일매일자신이다른누군가가죽어주길바라고있다는양심의가책에서벗어나고싶어했고,무엇보다자신이그법에희생될것이라고는절대생각하지않았다.(「목격자」중에서)

서로를돕지않는방식으로서로의가해자가된사람들은하루에도수백건의사건?사고가발생하는일상에서대부분자신을목격자이자감시자로여기며살아간다.그안에서사람들은자신또한언제든법의희생자가될수있다는생각은미처하지못한다.

꿈꾸지만그꿈을스스로해석할기회를박탈당한삶은어떤것일까.「완벽한지도자」는꿈이이루어지는세상을그린다.그곳에서주인공은매일아침꿈을채취당하고조사받는다.자신이꾼꿈이지만그에관한해석은꿈의채취자들의몫인세상에서꿈은곧그의운명이된다.그렇다면이해할수없는꿈,끔찍한꿈을꾸면어떻게되는가.그꿈이이루어진다는것은꿈꾸는자가끔찍한일을당한다는말과다름없다.자신의미래를직감한주인공은꿈채취자들로부터도망치려하지만그는거대한꿈의무대위에서벗어날수가없다.그무대는꿈을검열하고,‘꿈꾸는자’가또다른‘꿈꾸는자’로가차없이교체되는잔인한무대이기도했다.이“거대한사기극”이펼쳐지는세계에서는누군가잔혹하게죽임을당하는일까지스펙터클한구경거리로전락해버린다.

‘내가정말‘꿈꾸는자’였을까?’
그는끝내그질문에답을내리지못했다.(「완벽한지도자」중에서)

기술이발달한시대에인간이아닌존재에대해가하는폭력은인간의삶을위한일인가.「커다란웃음」에서는인간과로봇이함께살아가게된시대에인간이아닌존재에게가해지는폭력이어떻게인간스스로를파괴하는지보여준다.이작품에서자기들만을‘생명’의범주안에넣는인간들은로봇에대한혐오를멈추지않고,생명을존중하기위해로봇은제거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그러나로봇의눈으로바라본인간은로봇과다를바없는존재였다.

더정확히말하자면,도저히이해할수없는짓을아무렇지도않게저지르는인간은절대해결할수없는문제를반드시풀어야하는자신과전혀다를게없다는것이었다.(「커다란웃음」중에서)

중요한건아무리구분해보려고해도누가인간이고누가로봇인지구분할수없다는사실이다.이런세상에서로봇을향한폭력은인간자신을피해가지않는다.

자기만의글을쓰고싶다고자신이알던모든단어를버리면그에게남는건무엇일까.「로고스」에등장하는작가J는자신이쓰는글이과거에이미쓰인글이고,자신은외국작가의글을표절하는데지나지않는다는걸알게된다.그는어딘지낡고익숙하기만한자신의글에서벗어나누구의글도아닌자기만의글을써내고싶어한다.이를위해J는외부와의접촉을차단한채독방에스스로를가두고글을쓴다.그리고마침내그가자기만의우주를탄생시키는데,그곳은인간과글이전부사라진세계다.이제그는유인원의괴성만내지를수있을뿐이다.

이곳은J만의우주.게다가J는문밖에서나는목소리를전혀알아들을수가없었다.그소리는날카롭고절박했지만,모든단어를탕진한J는폭발음과그소리를구별할수가없었다.(「로고스」중에서)

「무한히위험천만한우리」는행복의여행지라불리는지구바깥의세계가감추고있는비밀은추적한다.가장행복한순간에꿈결처럼증발해버리기를바라는사람들은지구를벗어나자신들의꿈을실현해줄장소를향해여행을떠난다.

“그런별이있대.그별에사는사람들은가장행복한순간에꿈결처럼증발해버린대.어때,멋지지않아?자신의삶중에가장행복한순간,그행복감을그대로간직한채걱정도후회도없이하얗게증발해버리는거야.”
(「무한히위험천만한우리」중에서)

이아름다운별로떠난사람들은아무도지구로되돌아오지않는다.사람들의꿈이실현되어서였을까?아니다.그곳은행복해지기위해노력하는사람들을지구로돌아가는여행선안에서잠재워그들이돌아가는걸막고있었을뿐이다.

환상에빼앗긴행복을
‘탈환’하기위하여

이동은작가는우리가꿈꾸는“완벽한”세계가철저히불합리하고끔찍한세상일수있다고경고한다.
체제를수호하는자들에게“늘자신의행복을따져보고,더행복해지기위해언제나바쁘게움직이는사람들”은눈엣가시다.또“움직이고,즐기고,바꾸려는사람들.그들의그‘바꿀수있다’라는생각”은체제의안정을위해선제거해야할대상이다.그래서체제는행복을꿈꾸는이들을잠재워더나은삶을위한행동을멈추게만든다.이때인간은체제를보호하기위한수단으로전락한다.
작가는꿈의해석자를자처하고,저너머의행복을이야기하는것을“거대한사기”라고규정한다.행복은슬픔과고통,지리멸렬한일상과분리된것이아니다.티끌을제거한세계에서는행복도사라져버린다.우리는“완벽”이란우상을버리고슬픔과고통속에서피어나는행복을누리기위해노력해야한다.우리에게주어진것은‘무한히위험천만한’세계뿐이며,우리는그안에서두눈을크게뜨고스스로행복을발견해내야하는것이다.

“정신똑바로차려.두눈부릅뜨고,절대잠들지마.”
(「무한히위험천만한우리」중에서)

행복은고정된것도아니고,남이줄수있는것이아니며,영원한것도아니다.빼앗겼던꿈과행복을‘탈환’하기위해우리는정신을차리고,눈을부릅뜨고,잠들지않을수밖에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