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혹은‘철학자’라는기존의규정을거부하고
자기존재양식의변화를새로운철학으로제시한미셸푸코
푸코의‘비판(critique)으로서의철학’은실천을통해
자신을만들어가는‘삶의양식으로서의철학’이다!
‘비판’,칸트의계보로부터
미셸푸코(1926~1984)는철학혹은철학자라는규정을거부하였지만동시에자신의사유를‘미래의철학’으로제안한다.그에따르면철학자는현행적사건에비판을통해개입하면서그속에놓인자신을변화시킬수있다.푸코는비판이생산한앎을자신에게적용시킬수있는방법을칸트에게서발견했고그작업을‘삶의양식으로서의철학’이라불렀다.
“푸코는고고학을정신분석학적으로이해하는방식을거부하며,자신의고고학에영향을준인물로프로이트가아닌칸트를지목한다.(…)푸코는‘어떤특정한사유의형식을필연적으로만드는것의역사’를탐구한칸트의영향아래자신의고고학을위치시킨다.”(박민철,『푸코와철학』,18쪽)
칸트와푸코는모두특정한사유의형식을필연적으로만드는가능조건을탐구했고,이들모두사유의가능조건은역사적인것으로드러난다.그러나이가능조건간의관계에서는푸코와칸트에게서결정적인차이가존재한다.
“칸트는시대를분절하는사건들과분절된각각의시대가이성의역사에서지니는의미를설명하며역사의진행을진보로규정한다.반면푸코의고고학은‘사건’에접근할수없으며,가능조건은어떠한의미도지니지않는다.”(박민철,『푸코와철학』,41쪽)
권력관계를분석하고,현재의형성과정을드러내기
고고학은이미형성된표상들로부터그역사적조건을드러낼뿐이라는한계를지닌다.푸코는『감시와처벌』에서계보학적시도를통해,고고학이접근할수없었던인간과학의발생지를규율권력에기반한평가와기록의체계로제시하면서그것이사회전반에작동하는과정을분석한다.즉계보학적권력관계를분석함으로써생성과변화를직접포착하며,현재의형성과정을서술한것이다.
“고고학은‘인간’이라는근대지식의형성규칙을드러내고,이규칙이근대에특유한것이며모래사장위에그려진불안정한형상에불과하다는사실을보여주었다.그러나동시에고고학은모래사장에그려진얼굴조차지울수없었기때문에,결국『말과사물』은언젠가밀려올파도를기다리며끝을맺는다.”(박민철,『푸코와철학』,86쪽)
고고학의대상이수용되는조건을탐구하는실정성은단순히‘지식의현존’에대한분석이아니라,‘지식-권력복합체’에대한분석을통해탐색된다.이지점에서고고학과계보학은연결되어,오늘날을진단하는동일한분석의서로다른차원으로자리잡는다.
세가지권력메커니즘과자발적예속화
『감시와처벌』에서푸코는규율권력에의한예속화의모델로‘판옵티콘(Panopticon)’을제시한다.전통적인권력에서는권력의행사자가빛속에노출되어시선과기록의대상이되었지만,규율권력에서는시선의방향이전환되어대상이된이들이평가와감시의대상이된다.
“벤담이고안한이건축물에서수감자는밝게조명된수용성에고립되는반면,감시자는빛없는중앙탑의어둠속에서위치한다.(…)‘보여지지만,볼수없는’시선의비대칭성은수감자로하여금끊임없이자신의행위를의식하게만든다.그결과수감자는감시의시선을내면화하고,주어진규율에따라스스로를감시하기시작한다.”(박민철,『푸코와철학』,106쪽)
권력관계를내면화한개인이스스로를감시한다는관점에서,판옵티콘의효과를‘자발적예속화’라고부를수있지만,규율은여전히개인외부에서주어진다.‘정상화’역시마찬가지의문제가있는반면,안전메커니즘의‘정상’은외부규범이아니라,인구집단의평균에서산출된‘정상’이다.권력은현실속에서우리를관찰하고기록하며거기서추출한것을‘진실’로제시하고,우리는이권력이추출한‘진실’을자신의진실로받아들여권력을내면화한채자발적으로예속된다.
들뢰즈의바깥,푸코의현행성
들뢰즈는주체화수준에서푸코가사유한바깥과의관계를보여주기위해‘힘(force)’이라는개념을도입한다.힘의이특성으로부터,힘은바깥에속함을드러낸다.
“들뢰즈에따르면이러한힘은결정작용에의해지층화된첫번째차원에도,결정작용을수행하는다이어그램의수준에도속하지않는다.그는힘과다이어그램의차이를다음과같이설명한다.“다이어그램은바깥에서유래하지만,바깥은어떤다이어그램과도혼동될수없는것으로서그로부터끊임없이새로운다이어그램들을‘뽑아내는’것이다.”(F.152)다이어그램역시수용성과자발성을지닌하나의힘이라는점에서바깥에서유래한다.그러나바깥으로뽑혀나온다이어그램은특정한방식으로고착화되고추상화되며형식화된다.이지점에서힘과권력의구분이이루어진다.”(박민철,『푸코와철학』,165쪽)
저자는이런들뢰즈의적극적인해석과달리,지금-여기에서벌어지는사건을대상으로삼아그것을가능하게한질서와요소들을탐구하는현행성을진단해낼뿐인푸코에게바깥을사유할능력은없는것처럼보인다고지적한다.「비판이란무엇인가」에서푸코가비판을하나의태도로규정하면서,비판이주어진대상을문제삼을순있으나새로운대상을구성할능력이없으며다른것과의관계속에서만존재한다고말한점이그러하다.그러나저자는푸코가그에대한해결점역시칸트에게서발견한다고말한다.
“푸코는칸트가「계몽이란무엇인가에관한답변」에서“단지현행성만을문제로다룬다”는점에주목하면서,계몽이요청하는비판을새로운방식으로규정한다.(QL,341)현행성이문제가될때비판은더이상이성능력일반을겨냥하거나복종해야할한계를표시하는방식으로작동하지않는다.비판은이제주체의진실이존재할수있는보편적가능조건을탐구하는대신,오늘날의주체를가능케한특수하고현실적인조건을,그리고그러한조건을발생시킨구체적인사건을역사적으로탐구하는작업이된다.”(박민철,『푸코와철학』,197쪽)
「계몽이란무엇인가」에서푸코는주체화라는관점을유지하면서도‘통치받지않겠다는태도’혹은‘자신을변화시키는비판적태도’에대한적극적인논의를전개한다.저자는1980년대에이르러푸코가권력-지식에의해주체가생산되는과정의관점에서벗어나주체화를사유하는새로운방향으로나아갔기때문에이런변화가가능했다고말한다.
철학자-(현재를진단하는)의사,그리고현행성
「계몽이란무엇인가」에서푸코는비판이생산한앎은재코드화될수있다는사실에다시주목한다.정신의학과인간과학,섹슈얼리티같은개별적문제에대해서만비판이작동한다는점에서국지적이고,역사적문헌을통해서만탐구가이루어진다는점에서제한적이다.그러나푸코는재코드화의문제에앞서반응한것과전혀다른방식으로응답한다.
“다시시작해야합니다.”이제비판의반복은단순한지속이아니라,윤리적실천으로자리잡는다.“나는우리를계몽과연결하는실마리는교조적요소들에대한충실성이아니라하나의태도에대한,그러니까우리의역사적존재에대한영속적인비판으로특징지을수있는철학적에토스에대한영속적인재활성화임을강조하고싶었습니다.”(QL,356)(박민철,『푸코와철학』,206쪽)
1984년의푸코는,칸트가1784년계몽이란무엇인가라는물음을통해지금현재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지를물었으며,계몽이란당시칸트를포함한‘우리’에게벌어진현행적사건이었고그것을칸트는외부가아닌내부에서사유했음을알았다.칸트는당시대다수사람들의미성숙함을인정하면서자신역시그시대에속해있음을인정했는데,푸코는칸트의이러한철학적진단을고스란히이어받는다.현행성을비판하는철학자역시오늘날우리를구성하는지식과권력,자기관계의영향속에서사유하고비판하는자이다.저자는이런푸코의사유와비판이과연철학이될수있을까라는질문을계속이어간다.
철학의탄생:자기배려와자기인식
1982년부터푸코는‘자기배려’를집중적으로탐구한다.저자에따르면,푸코는콜레주드프랑스강의인『주체의해석학』에서자기배려가“그리스·헬레니즘·로마문화의전반에걸쳐서철학적태도를특징짓는항구적원리”였음을강조하며왜이러한원리가근대에이르러서구인들에게낯설게되었는지,그리고어떻게철학이자기배려가아니라자기인식의문제를중심으로재구성되었는지를탐구한다.
“『알키비아데스』에서‘자기’는영혼을뜻했지만,『라케스』에서는자신의삶을가리킨다.또한『알키비아데스』에서‘배려’가인식을통해이루어졌다면,『라케스』에서는자기삶에로고스를부여하여그것을드러내고해명하며검토하는과정에서실현된다.”(박민철,『푸코와철학』,216쪽)
『라케스』에대한푸코의분석은비판적존재론에‘철학’이라는명칭의근거를부여한다.소크라테스는대화를통한논박과무지에대한자각을통해우리에게자신과타인,진리에대한비판적태도를가르친다.푸코에게비판은비판이열어놓은공간에서통용될보편적규범은존재하지않으며,오히려그러한규범들을제거함으로써,각자가자신의삶을스스로형성할수있는‘실험’의공간을여는것이다.
저자는푸코가“철학이란완결된진리의체계가아니라현행성속에서끊임없이다시시작하는비판의실천임을우리에게알려준다”고말한다.또한푸코의철학이우리각자의사유와삶이여전히변화할수있음을일깨운다고강조한다.
푸코철학의유효성을치밀하게논증해내는이책은미셸푸코의사상전반을이해하는데중요한안내서가될것이다.
이책의구성
저자는이논의를세부분으로나누어전개한다.1부에서는푸코의방법론인고고학과계보학을분석하고비교함으로써,비판이수행되는방식을살펴보는동시에지식에서권력으로의전환과정을정리했다.2부에서는푸코가1970년대중반,권력문제를본격적으로탐구하는과정에서직면한결정적인난제를드러내고,이난제에대한응답이주체화연구였음을밝히고,권력분석에서주체화분석으로의이행을추적한다.3부에서는‘자발적예속화’문제와‘비판이생산한앎의재코드화’문제를돌파할‘현행성에대한비판적태도’를정리하면서,푸코가제안했던‘미래의철학’의가능성을밝힌다.